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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작성일 2021-01-01
  • 조회수 2,092

[제38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 산문 부문 우수? ]

 

 

영화

 

 

전앤

 

 





? 수상자의 목소리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윤과는 사내 영화 동아리에서 친해졌다. 직원들은 부서가 다르면 좀체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다. 회사는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직원들 간의 친분도 쌓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영화 동아리는 사람이 제법 많았는데 윤은 자신을 공포 영화광이라고 소개했다. 어느 금요일 저녁, 나와 윤은 우연히 상영관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는 공포가 다가올 장면에서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나중에는 배경 음악만 나와도 몸을 움츠렸다. 그러면서도 궁금증을 참지 못해 손가락을 살짝씩 벌려 보았다.
   “간단해요, 똑바로 보세요. 절대로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피하면 안 돼요. 그리고는 짧고 굵게 비명을 지르세요.”
   어둠 속에서 윤은 내 귀에 가까이 대고 말했고 나는 그 다정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충고대로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를 똑바로 보고는 짧지만 큰 소리로 악, 하고 소리를 질러보았다. 곁에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먼저 소리를 지르는 윤이 있어 쉽게 용기가 났다. 정말이지 윤은 정말 무서운 건지, 아니면 작정한 건지 내내 악, 악,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 후 우리는 탕비실이나 화장실에서 마주치면 왠지 친근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영화 동아리를 비롯해 모모든 대외 활동이 정지되었다. 중국으로 수출하던 화장품은 회사 창고에 박스째 그대로 쌓여갔다.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인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출산 휴가를 다녀온 윤을 일 순위로 뽑았다. 윤이 속했던 부서가 해체되는 바람에 윤의 역할이 애매해진 상태라고 했다. 거기다 아기 때문에 조퇴가 잦아 상사들이 윤을 싫어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소문은 사실이 되었다.
   그날 나는 외근 때문에 윤이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살아남았지만 평소보다 업무량이 많았다. 팀장은 위기에서도 돌파구를 찾고자 팀원들을 자주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나 역시 해내고 싶었고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수록 더 무기력해져 갔다. 두팔을 힘없이 늘어뜨리고 의자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회의실 유리창은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이 훤히 보였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칸막이 속에서 움직이는 까만 머리의 모습이 마치 일개미들처럼 보였다. 귀로는 팀장의 말을, 눈은 사무실을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텅 비어가던 순간이었다. 윤이 회사에 다시 나타났다. 나는 궁금증과 반가움을 느꼈는데 일 초 이 초의 시간이 지나서는 어, 하고 그만 입이 벌어졌다.
   바깥 역시 어딘가 이상한 기운이 도는 분위기였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공기가 윤을 향해 바짝 조여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윤을 주시했다. 몇몇은 일어나서 윤의 동선을 살폈다.
   윤은 가슴을 펴고 책상들 사이를 지나 걸어오더니 직원들을 등지고 나를 바라보는 위치에 섰다. 그 자리에는 삼층 높이의 개인사물함이 낮은 벽처럼 일렬로 놓여있었다. 윤은 사물함 위에 종이상자를 놓더니 제일 먼저 최근까지 신었던 실내용 슬리퍼를 집어넣었다. 이어 서류철을 하나씩 넣었다. 윤이 8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썼던 물건들이 모두 옮겨지고 있었다. 연필꽂이, 메모지함, 인쇄된 종이뭉치들을 챙기는 윤의 표정은 차분했고 동작은 느렸다. 직원들은 윤에게서 그만 관심을 거두고 업무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윤과 윤의 가슴에 매달린 존재를 계속 보았다. 윤은 가슴에 캥거루 주머니 같은 아기 띠를 하고 있었다. 윤이 움직이면 작고 말랑해 보이는 아기의 맨다리도 함께 흔들렸다. 윤은 턱을 길게 빼고서 조심스럽게 두 팔을 뻗었다. 윤이 상자에 물건을 하나씩 담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갔다.
   나는 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았다. 천천히 짐을 챙기던 윤이 잠시 멈추고 아기의 다리를 만지작거렸다. 동작이 계속되자 나는 하얗고 부드러운 롤빵 같은 아기의 연약한 다리에 시선을 집중했다. 윤이 아기의 다리를 쓰다듬고 있다고 여기던 순간이었다. 윤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동시에 윤의 손이 아기의 다리를 마구 꼬집기 시작했다. 나는 멈추지 않는 윤의 손동작을 똑똑히 보았다. 이어 방음벽을 뚫고 아기의 신경질적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직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팀장이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팀원들 역시 유리창에 붙어 섰다. 창밖의 사무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모두가 윤을 보고 있었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갈수록 커져갔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명체에서 커다란 울음소리가 났다. 그러나 윤은 당황하거나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답답할 정도로 느린 동작으로 짐을 옮겨 담았다.
   “아이를 달래지 않네요.”
   팀원 중 누군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가봐야 할까요?”
    곁에 서 있던 직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려운 일이 아닌데 참 어렵게 만드네.”
    팀장이 바지 깊숙이 자신의 손을 찔러넣었다.
    그사이 아기의 양팔이 아기 띠 사이로 빠져나왔다. 주먹을 쥔 작은 손이 버둥거리자 윤은 아기의 주먹을 피해 고개를 뒤로 젖혔다. 표정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이제 괴성에 가까웠다.
    잠시 후 윤이 고개를 들어 회의실 유리창을 보았다. 나는 윤과 눈이 마주쳤다고 느꼈고 그 순간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윤에게 다가갔고 빠른 동작으로 윤의 짐을 대신 챙기기 시작했다. 물건들을 쏟아붓듯 단번에 상자에 쓸어 담았다. 이번에는 모든 시선이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내가 왜 나서는지 알고 싶지도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앞장서자 윤이 뒤따랐다. 사무실의 자동문이 활짝 열렸다.
   우리는 택시를 잡기 위해 건물 앞에 섰다. 내 결음이 빨랐는지 뒤에서 쫓아온 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윤이 회사에 머문 시간은 채 십 분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꽤나 서두르고 있었다. 다행히 택시는 금방 도착했다. 나는 짐을 넣어주면서 그제야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윤은 택시에 올라타자 자신의 품속으로 아기를 꽉 껴안았다. 아기도 울음을 그치고 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윤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희미하게 웃었다.
    택시가 떠나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다시 돌아가야 할 회사를 바라보는데 악, 하는 비명이 가슴 속에서 터져 나왔다. 악, 절대로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피하지 않아야 했다. 나는 윤의 말을 떠올리며 언제 밀려 나올지 모르는 건물 안으로 꾸역꾸역 나를 밀어 넣었다.

 

 

 

 

 

 

 

 

 

 

제38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수상작

구분 산문 아동문학(동화)
장원 박다은, 「지나가는 것」 오유경, 「미완의 영화」 안보라, 「친구까지 삼십 센티」
최영희, 「백발의 기수」
우수 김현진, 「달리기」 전앤, 「영화」 -

 

   《문장웹진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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