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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 새롭게 개편된 〈문장의소리〉는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문학집배원
정오가 되자 태양이 머리 꼭대기 위에 떠올랐다. 슬슬 직장인들이 몰려와 테이크아웃을 해 갈 시간대인데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했다. 이런 땡볕에 에어컨도 안 트는 카페에 올 손님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 틈을 타 나는 유리와 함께 카페 테이블에 얼굴을 대고 늘어져 있었다. 평택호 바로 앞 관광단지라는 특성 때문에 원래가 직장인보다는 뜨내기손님이 더 많은 가게였다. 단골도 별로 없다. 주변에 같이 장사하는 가게 사장님들 외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 버스나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테이블에 반대쪽 볼을 갖다 댔다. 테이블에서 올라오는 찬기로 얼굴이 조금은 시워해져서 이러고 있으면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점장님은 이러고 누워 있는 우리를 보고 나무늘보가 따로 없다고 잔소리를 하시지만. 볼을 바꿔 대려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던 스킨답서스 화분에서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듣는 순간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킬 정도로 놀랐다. “부점장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정도로 놀란 것도 오랜만이었다. 소리가 들린 것 자체가 오랜만이긴 했다. 지난달 초에 한 번 듣고 이번 달에 처음 듣는 거니까 얼추 두 달 만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유리가 불안해할까 봐 다시 테이블에 볼을 갖다 대고 누웠다. 누운 채로 점장님이 있는 포스기 쪽을 향해 물었다. “점장님, 저희 화분 몇 개만 더 뺄 수 없을까요?” 카페 내부에는 보이는 자리마다 화분이 깔려 있다. 어스프레소는 대대적으로 친환경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곤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커피 브랜드로도 유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라스틱 제로가 아니라, 여기 평택 에코시티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신소재 플라스틱만 사용한다는 뜻이지만 신소재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금방 썩는다는 특징이 있으니 크게 다른 말은 아니다. 평택이 신소재 플라스틱 시번 사용 도시, 에코시티로 지정된 지 이제 10년째였다. 평택 구도심 아래쪽, 평택호 인근 지역이 에코시티로 지정된 이후 시티 내에서는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에 제한이 없어졌다. 신소재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탄소 배출도 타 지역보다 20퍼센트까지 더 가능하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공장이나 기업의 본사가 에코시티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스프레소의 본사만 해도 에코시티 내에 있었다. 그러니까 가게 내부에 가득한 화분은 어스프레소의 친환경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어스프레소 사장님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게 내 업무 환경을 저하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점장님에게 매일 우리 화초 좀 몇 개만 빼자고 말해도 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점장님이 말했다. “명색이 에코시티인데, 초록이 좀 많아야 보기도 좋지 않니?” 초록, 저도 참 좋아하는
창원 조성래 창원으로 갔다 이제 두 달도 더 못 산다는 어머니 연명 치료 거부 신청서에 서명하러 갔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일단 도착하면 나는 그곳과 너무 가까운 사람이었다 먼 곳은 먼 곳으로 남겨 두기 위하여 나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먼 곳이 너무 싫어서 먼 곳을 견딜 수가 없어서 세상의 모든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속속들이 모든 먼 곳을 다 알고 모든 먼 곳을 파악하고 모든 먼 것들의 사정을 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전지하신 하느님께 합장하고 기도 올리는 성모마리아······ 파티마 병원에 어머니는 누워 계셨다 빗자루에 환자복을 입혀 놓은 것처럼 바싹 말라서 아직 살아 계셨다 내 손을 잡고 울다가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다 조금 뒤면 자기가 죽을 것을 까맣게 모르는 사람처럼······ 내가 하나도 밉지 않은 듯이, 어제도 날 본 사람처럼 웃었다 다음 생에는 안 싸우고 안 아픈 곳에서 함께 있자고 이제 당신이 내 자식으로 태어나라고 내가 당하겠다고 당신도 당해 보라고 눈물이 끝 모르고 흘렀다 눈물 흘릴 자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식 된 사람인 것처럼······ 그 시각 모든 일이 먼 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선 엄마도 죽고 나도 죽고 끔찍한 날 피해 자리를 비킨 동생도 죽고 모두 죽어서 죽고 나서 웃고 있었다 모두 지난 일이라는 듯 모두 지나야 했던 일이라는 듯······ 그러나 그건 나 혼자서 듣는 소리였다 어머니는 홀로 죽을 것이며 나는 여전히 어떤 현실들에 마비된 채 살아도 되는 사람처럼 살아서 살아 있는 것 같은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닐 것이다 —시집 『천국어사전』(타이피스트, 2024)
도경이 사는 곳은 용희가 익히 경험해 본 장소였다. 대학 시절 같은 과 동기의 자취방이 꼭 저랬다. 여름에 동기의 자취방은 주변에 햇빛을 가려 줄 만한 큰 건물이 없어 작은 냉장고에 몸을 쑤셔 넣고 싶은 집으로 탈바꿈했고,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는 동면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뼈 시리도록 반성케 하는 집으로 변모했다. 도경의 집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가림막 하나 없는 여름 한낮의 옥탑방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도 무방했다.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상쾌한 가을밤이 내려앉았을 때 옥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캔 맥주가 손에 들려 있으면 더 좋았다. 용희는 옥탑방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경에게 캔 맥주 한 박스를 몰래 사다 주는 것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용희는 긴 한숨을 내쉬며 언덕길을 내려다보았다. 도경이 검은 봉지와 막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서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도경이 용희를 알아보는 데 쓰인 10초는 용희에게 머나먼 북극의 바다를 두어 번 갔다 오는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당황한 용희는 마찬가지로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도경을 향해 소리쳤다. “제가 지구에 커튼을 쳐 드릴게요!” 도경은 입을 벌린 채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용희는 도경의 집 옥상에 놓인 평상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지난 5년간 얼핏얼핏 그려 왔던 일이, 지난 이틀간 문득문득 상상했던 순간이 눈앞에 당도했다는 기쁨에 용희는 이마에서 얼굴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도 잊은 채 자신의 심장 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에도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러나 그 역시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 날뛰는 소리는 아니었다. 용희는 심장이 악보 없는 음악에 홀려 무작위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천문대를 찾았을 때 광활한 우주를 탐사하며 느꼈었던, 거대하고 두려운 무언가가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예측불가능한 불안함 속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몸을 떨던 때의 심장 소리였다. 그때, 도경이 옥탑방에서 나와 유리컵 두 개와 감자칩을 담은 그릇을 평상에 내려놓았다. 도경은 평상에 편하게 앉더니 검은 봉지에 든 맥주 세 병을 꺼냈다. “병맥주 한 병을 마셨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그제 제 주량이에요. 더 마시면 정신 줄 놔요.” 용희는 물었다. 그런데 왜 세 병을 샀느냐고. “술이 술을 부르니까.” 용희는 빙긋 웃었다. 도경은 용희의 컵에 맥주를 따른 후 자신의 컵을 스스로 채웠다. 건배 없이 도경이 먼저 맥주를 들이켰다. 용희도 마셨다. 도경이 말했다. 정말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내 탓은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r
양동이 이린아 그해 여름 양동이 속에 머리를 넣고 살았다 양동이는 늘 밖에서부터 우그러진다 우그러진 노래로 양동이를 펴려 했다 그때 나는 관객이 없는 가수가 되거나 음역을 갖지 못한 악기의 연주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잘 보세요, 얼굴에서 귀는 유일하게 찌그러진 곳입니다 보컬 레슨 선생이 말했다 가끔 내 목소리가 내 귀를 협박하곤 했다 세모 눈썹, 불타버린 미간을 펴며 귓속과 목구멍의 구조를 샅샅이 뒤지는 소리를 내려 했던 여름 노래, 그해 여름에 배운 노래는 반팔이었고 샌들을 신었고 목덜미에 축축한 바람이 감기는 그런 노래였다 양동이 속에서 노래는 챙이 넓은 모자를 뒤집어쓰곤 했다 골똘한 눈, 꺾인 손등으로 받치고 있는 청진의 귀를 향해 벌거벗은 노래를 불렀다 양동이 속에서 듣던 1인용 노래 허밍과 메아리의 가사로 된 노래를 우그러진 모자처럼 쓰고 다녔다 - 시집 『내 사랑을 시작한다』 (문학과지정사, 2023)
나는 수미를 만나러 갔다. 오로라와 나비가 생긴 발로 내가 만나러 간 사람은 2031년의 수미는 아니고 2022년의 수미였다. 2022년이 막 시작된 겨울에 수미가 내게 어떤 협곡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수미가 일러준 협곡 입구로 가서 표를 끊었다. 그곳은 남한 최북단 마을에 있는 곳이었다. 매표소를 지나 들어서자 까마득한 암반 절벽 위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을 천천히 걸어서 나오면 자신이 일이 끝나는 시간대와 얼추 맞을 거라고 수미가 말했다. 나는 주상절리의 무늬들을 건너다보면서 절벽에 긴 선반처럼 매달려 있는 길을 걸었다. 벼랑길 밑으로 하얗게 언 강이 이어졌고 그 위를 사람들이 일렬로 걷고 있었다. 강 위를 걷던 사람들이 가끔씩 멈춰 서서 이쪽 벼랑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절벽 위를 한 시간 남짓 걷고 나서야 나는 넓은 공원이 보이는 곳으로 나갈 수 있었다. 공원 한쪽에 빨갛고 기다란 버스가 한 대 서 있었다. 방한 아웃도어를 입은 사람들의 줄 끝에 서 있다가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운전기사의 바로 뒷좌석에 앉고 싶었지만 누군가 이미 앉아 있어 대각선 쪽 좌석에 가서 앉았다. 버스가 몇 개의 정거장을 거치며 협곡 탐방객들을 내리고 태우는 동안 나는 룸미러로 버스 기사와 눈이 자주 마주쳤다. 그때마다 웃음을 참느라 마스크를 더 올려 써야 했다. 구독자가 2,01만명인 한 여행 유튜브 채널에 수미가 ‘친절한 기사님’으로 소개된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과연 수미는 버스가 설 때마다 승객들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고 트레킹 코스가 엉켜 헤매는 사람들한테 막힘없이 대안을 얘기해주었다. 버스는 몇 정거장을 더 거쳐 내가 표를 끊었던 협곡 입구로 왔다. “끝났다, 일.” 그렇게 말하고 수미는 나를 강으로 데리고 갔다. 절벽 위는 걸었을 테니 얼음 위를 걷자고 하면서. 나는 수미를 따라 강으로 내려갔고 우리는 금세 얼음 트레킹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한 사람들 틈에서 운동화를 신은 건 수미와 나뿐이었으므로 우리는 또 금세 대열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폭이 좁아지는 협곡에 다다라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걸음을 멈췄다. 양옆으로 현무암 절벽이 가파르게 서 있어 마치 하늘이 보이는 동굴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수미와 나는 눈이 희끗희끗하게 덮인 얼음 위를 걸어서 암벽 밑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며 좁은 협곡 안을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운동화를 벗었고, 곧이어 양말도 벗었다. 맨발인 채로 얼음 위로 올라서자마자였다. 수미와 나는 뜨거운 불을 딛고 선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양 발을 번갈아 들어 올리다 신발을 벗어놓은 바위 위로 뛰어올라갔다. 참을성이 조금도 없는 서로가 웃겨서 한참을 웃다가 다시 맨발로 얼음 위를 디뎠고, 몇 걸음을 걷다가 또 비명을 지르며 언 강과 바위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우리는 누가 더 오래 서 있는지 내기라도 하듯 얼음 위에 맨발을 고정하고 섰다. 일초가 지나고 이초가 지나
혼자 가는 먼 집 남지은 일곱 살처럼 살라고 엄마는 말하고 뭐든지 서서히 하라고 아빠는 말한다 삼 년 안에는 첫 시집을 내야지 선배가 조언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해요 치료사가 당부한다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 언니가 혼잣말처럼 물어오고 시를 몇 편 쓰면 시인이 되나요 시인은 시만 쓰나요 시가 아니면 안 되나요 글쓰기 수업 학생들이 열띠게 질문한다 덜 핀 작약을 안아든 귀갓길 울 데가 필요해서 찾아왔다고 뵌 적 없는 시인의 손등에 입을 맞추니 여기까지 잘 왔네, 하신다* 사랑 많은 손을 붙들고 나는 여기 무어든 받아 적는다 포장을 끄르면 사라질 신비 같은 * 2020년 10월 3일 허수경 시인의 2주기 추모제를 지내고 북한산을 내려오는 길에 김민정 시인이 건네준 말. “수경 언니는 틀림없이 지은에게 이렇게 대답했을 거다. 여기까지 잘 왔다고.” 시의 제목은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에서 가져왔다. 『그림 없는 그림책』 (문학동네, 2024)
글틴
저기 저 목 비틀어진 빗자루는낮이 되도록, 밤이 되도록짝을 그리며 목 놓아 아우성을 치는데저 논밭 위의 허수아비는 나를 쫓으려, 목 놓아 울고는 있을까.나를 혐오해, 목 놓아 울고는 있을까.낮이 되도록, 밤이 되도록나는 생각에 아우성을 친다.그리고는 아침에 해가 뜰 때 날아허공 위에서 공허의 날개짓을 한다.그리고는 저녁 과오에 날아이젠 외사랑에 멀리서 쳐다본다.허수아비와의 추억을
오늘을 쓰기 위해 17년을 붙잡았나 봐나는 이름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종착지 없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한 손에는 연필을 잡고다른 손에는 종이를 놓으며나를 붙잡았지비가 사람들을 먹으며 조용히 내렸어나를 적시려나 봐몸 위로 떨어진 물방울이고장 난 정류장 음성 지원 기계를 타고 흑연 가루를 날리며내 몸 사이사이 아장아장 스며들었지나는 몸에 들어가는 방울들을 잡으며나를 돌아다녔지몸은 얇은 것이라연필 향기가 가득했고몸은 짧은 것이라금방 향기가 식었지조심해야 해잘못 만지면 몸이 깨질 수도 있어방울 조각들이 내 몸에흑연을 바르며내 오늘을 몸에 기록하고 있었지이름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나를 수술시키고 있었지지워지고 있는 살결가득 차고 있는 연필나를 잡고 있어내가 깨지면정류장은 깨지니까소리 없이 망가지고점차 지워지니까방울들은 계속 내 몸에 스며들고나는 날 돌아다니며이름 없는 방울들이름 없는 시간을계속 잡았지잡고 또 잡으며붙들었지 모든 오늘을비는 몸을 향해계속 몰아치고지나가는 버스들 사이마다물웅덩이가 뿜어지니정류장이 젖고 있어나는 점차 흑연으로 덮어지고몸에서 수술하던 방울 하나하나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어물이 역류하면붙잡았던 오늘들이 다 놓일 거야모든 것이 무너질 거야나는 그래도 나는손 위에 들었던 연필은몸이 숙여지고 있고다른 손 위에 놓였던 종이는몸이 찢어지고 있어내가 있는 나도살이 터지고 있어물들이 넘치면서 내 입으로내 손으로 내 팔로 내 머리로뿜어져 나왔지묵혔던 단어들이살결과 함께조각나면서땅 위로종이 위로사람 위로떨어졌지붙들었던 오늘도손가락이 붙잡았던 문장도모두 조각으로 놓쳤지모두 흩날렸어이름 없는 정류장에 불이 들어왔어빗방울이 의자 위를 적셨고젖은 정류장에 멈춘 버스에나를 보내고오지 않을 내일을 믿으며나를 내려놓았지종이 위에 젖은 문장들이나와 함께 나를 조각냈지다시 숨을 쉬며
담벼락 틈 사이가 먼 자락에 슬어가면개미 떼는 얼기설기 가로등을 붙박고 있다아삭거리는 것은 개미 떼여서 아스팔트는 빠삐코만 떨궈놓고 보라물을 뺀다노이즈가 두꺼워갈수록 가로등은 민낮을 뺀다매미 우는 소리가 이파리 바들거리는 데서 허물을 벗고텅 빈 공터가 이따금 간지러운 축구공을 전제했어도고추 말리던 볕의 알싸한 등골은하수구 있는 데서 아저씨의 구겨넣은 미간에 담배 연기를 바삭거리고고추 말리던 볕은 고추 말리는 것처럼 알싸해도 고추 말리는 것처럼 알싸하다빨간 파란 얼룩진 데를 본다 빨간 파란 얼룩진 데를 보니 빨간 파란 얼룩이 빨간 파란 얼룩진 것은 빨간 파란 얼룩이 빨간 파란 얼룩인 것처럼 빨간 파란색을 띈 빨간 파란 얼룩인 것이다백색소음이 어디서 눅눅한지는 몰라도 여름은 매미 우는 계절이어서개미 떼는 다시 던진 꽁초를 이고 하수구 있는 데로 간다아이스크림 녹은 데서 개미 떼가 어물거린다오금을 뒹구는 백색소음을 잇고아스팔트는 런닝머신처럼 먼 자락에 맞물린다
이제서야 그이를 구름으로 띄워보낸다그이의 모든 향기를그이의 모든 농담을그이의 모든 노래를그이의 모든 포옹을구름으로 띄워보낸다구름은 좋다만질 수 없다간지럽힐 수 없다안아볼 수 없다부를수조차 없다너무 좋다구름은 변한다그래서 그릴 수 없다또다시 변한다그래서 기억조차 못 한다너무도 좋다구름은 나의 하늘을 방향 없이 떠다니기만 할 뿐이다더 올라가지도내려가지도 않는다좋다좋다목이 마르다 목이 마르다 목을 죄여오는 갈증을 참을 수 없다 나의 우물은 메말랐다 메말라 버렸다물 좀 다오물 좀 다오 그러자 구름은 이따금씩 비를 내린다 툭, 투둑, 툭툭, 투두둑, 툭툭, 쿠르릉, 쿠르르르릉, 쾅쾅,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아아— 쾅쾅 쿠쾅쾅 쿠왕 쿠와아 쿠와아아아 쿠아아아 크아아아 크허억 크어억 으허억 허억 헉 헉 흐어억 흐아아악 아아아 흐아 헉 흐어억 헉 흐으 으흐으 흑 흐으으 으흐으으으으으,
오랜만에 바람이 실려와 어리석은 내 머리에 퍼진 향수 향은 몹시도 괴로워서, 서글퍼서, 단내음은 진동을 하더라. 두 눈을 감은 머릿속을 헤매며 이리저리 맡은 향만 따라 차마 버리지 못한, 한평생 기억할 만한 일을 다시 맡아가 마음속 깊이 삭힌 말을 꺼내어 이리도 깊어져 가는데 그 모습이 내내 어여뻐서 다시 아니 올 것임을 알면서도 활짝 미소를 너는 지으니 더더욱 곪아 터질 뿐이다. 미련한 내가 기억에 젖어가는 게 해 까지도 언짢아서 나를 멀리하는데, 우산 따위 없는 내 몸은 향에 홀딱 젖어 옷깃에는 그리움만 남기고, 나는 물 비린내를 풍기며 앓다가, 사과하다, 환상에서의 나는 따듯한 그대 손을 잡아 정신이 경사로를 뛰어가니 구름도 멀리 떠나가서는 허무하게 그지없다.사랑에도, 삶에도 소극적인 나여!그대 어여쁨에오늘도, 내일도, 어제도여윈 민들레 처럼 후회하니 그리움에 젖어 피는 입김은 내가 그대를 사랑했어서 피어오른다.그럼그대는 길가 널린 민들레 보듯 날리고내내 어여쁘게 가소서.
바다야 죽지마... 철새가 울었다.나는 철새의 무거운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철새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내 마음도 추를 매단 듯이 무거워졌다. 지구의 내핵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우리 둘에게만 무거워진 것 같았다. 무겁다는 건 버겁다는 것. 버겁다는 건 버티기 힘들다는 것. 힘들다는 건 슬프다는 말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걸 그때의 나는 잘 몰랐지. 철새는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철새에게 너무나 미안해졌다.바라고 바랍니다... 철새야 내가 말랑말랑해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네가 창살을 벌리고 멀리 날아갔으면. 제발 바다를 보았으면. 그래서 바다에 대한 이야기가 혹시라도 바람에 실려 내게까지 날아온다면..... 철새의 바닷빛 날개짓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마구 부딪혔다.바다야 죽지마. 바다야 죽지마... 철새가 울었다. 철새는 어려서 바다가 뭔지 모르는 거야. 바다는 죽지 않아.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갈매기에게 들었지만 나도 바다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철새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내가 바다였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내가 철새에게... 그리고 마음이 소실되었다. 푸른 빛으로 날아가는 철새의 꿈을 꿨다. 자고 일어나니 철새가 부리에 빨간 자국을 남기고 뻗뻗하게 눈을 감은 채 누워있었다. 나는 철새를 생각했다. 바다야 죽지 말라고, 그러지 말지. 철새는 어려서 바다가 뭔지 모르는 거야. 바다는 죽지 않아. 거짓말... 나는 철새 때문에 서러워졌다. 출렁거리고 반짝거리고 자유롭게 흩어지는 마음을 삼킨 것 같아서 온종일 마음에게 마음을 세차게 휩쓸리듯 지쳤다.철새야 죽지 마. 철새야 죽지 말라고... 내가 철새보다 더 크게 울 수 있었다면... 쓸쓸하게......새장에 새가 누워있었다.
소리는 말했다. “우린 죽지 않아.” 하지만 반박은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왔고, 소리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를 봐.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조처럼, 죽음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한다니까?” “하지만 언젠간 모두 죽는다고 선생님께 배웠어.” “그건 순 거짓말이야.” 소리는 답답하다는 듯이 굴었고 그의 친구들은 그런 소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못 죽어. 아니, 안 죽어.” “소리야, 너... .” 그 순간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렸고, 모두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자야겠네. 소리야, 우리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소리야?” 그의 친구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잠든 척을 할지도 몰랐다. 아침이 밝았다. 소리의 자리는 고요했다. 그의 친구들이 눈을 떴을 땐, 소리는 저 멀리 유리창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내 사랑.” 눈에서는 꿀이 떨어질 듯 달콤했고, 입을 벙긋거리는데 마치 물고기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몸을 배배 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 인간과 똑 닮아 있었다. 그의 친구들은 소리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저렇게까지 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우린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배웠어. 하지만 넌 그걸 지키지 않는구나. 아니면 우리가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었거나. 그녀가 거대한 유리창을 들여다본다. 소리는 말을 걸어보려 노력했지만 몸짓만 전해질 뿐,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유리창의 문을 열었다. 소리의 친구들은 ‘해방’이라며 기뻐했고, 소리는 왜 그녀가 슬픈 표정을 지었는지 궁금했다. 소리는 천천히, 어쩌다 보니 마지막으로 유리창에서 나와서 그녀의 앞에 섰다. 그녀는 입을 살짝 열어 소리의 귓가에 속삭이곤 이곳을 빠져나갔다. 소리는 나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그가 처음 보는 ‘밖’은 숲의 냄새가 가득했다. 사실 소리는 그 냄새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했던 말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내가 그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나와 맞잡고 있는 소리의 손이 끈적거렸다. 나의 땀이 소리에게 닿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고장 날 텐데. 그렇구나. 그녀가 우리에게, 나에게 들려주던 ‘밖’은 이렇게 생겼구나. 그렇지만 난 느낄 수 없어. 공기도, 풀 내음도, 시냇물의 비린내마저도. 그저 보기만 할 뿐이야. 소리는 그녀가 했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날 AI가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신기하긴 했다. 건물이 무너지고 쓰나미가 몰려온 데도 그녀가 죽지 않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런 소리였다. “난 곧 죽을 거야. 죽을 수밖에 없는 종말이 다가올 거야.” 그녀가 소리에게 했던 말이다. 죽지 않는 소리와 죽을 수밖에 없는 그녀의 운명은 엇갈려버렸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녀는 죽을 것이다. 그럼, 소리는? 소리는 본인을 희생하기로 했다. 그녀가 자신과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기만 정말 죽지 않는 줄 알았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모
문장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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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 결과를 안내드립니다.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시) 분야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시 장원 김ㅇ언 지우개의 행방 우수상 김ㅇ림 볼풀장 장려상 정ㅇ영 뜨개질 장려상 이ㅇ민 지우개 인간 장려상 주ㅇ영 지우개 입선 박ㅇ희 기다림 입선 정ㅇ연 영구임대 입선 박ㅇ원 공연 입선 박ㅇ정 기다림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산문) 분야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산문 장원 김ㅇ애 매실의 시간 우수상 박ㅇ연 지우개 장려상 전ㅇ희 지우개는 그곳에 두고 왔다. 장려상 장ㅇ현 기다림의 순환 장려상 김ㅇ연 나는 오늘도 내일의 나를 기다립니다. 입선 박ㅇ선 그런 기억도 소중하다고 당신에게 배웠습니다. 입선 손ㅇ선 겨울 준비 입선 조ㅇ옥 두번 심은 고추(모종) '기다림' 입선 김ㅇ연 얀의 선물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아동문학) 분야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아동 문학 장원 고ㅇ성 특별한 청설모 우수상 임ㅇ정 회색 꼬마 공룡 지우개 장려상 지ㅇ순 안젤라 누나 장려상 이ㅇ민 한 줄 두 줄 엮이더니 장려상 한ㅇ비 나와 너의 기다림 약속 입선 이ㅇ지 커다란 지우개 입선 김ㅇ영 당근 김밥 입선 이ㅇ희 기다림 입선 한ㅇ숙 D-15 누나가 나타났다.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특별상)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특별상 오ㅇ원 나와 타인 특별상 김ㅇ희 지우개
안녕하세요. 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수상 작가님을 다음과 같이 안내드립니다.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은 올해 2회차를 맞이하였으며, 올해 297명의 작가님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차년도에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대상(1명) 상훈 성명 연락처(뒷 4자리) 대상 이*숙 0691 □ 공감상(5명) 상훈 성명 연락처(뒷 4자리) 공감상 한*희 6220 방*의 8596 장*교 3370 김*아 7073 정*선 5498 □ 소통상(15명) 상훈 성명 연락처(뒷 4자리) 소통상 김*선 9218 유*하 0913 박*영 0631 장*현 5963 김*언 8675 이*령 7811 조*숙 0875 박*롱 7714 최*숙 4557 권*현 8068 이*지 0691 정*숙 7863 최* 5552 강*은 0694 이*님 3413
안녕하십니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입니다.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에 관심가져 주심에 감사합니다.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의 등단(미등단) 작가님들의 참여와 관련하여 안내드립니다.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은 한국 문학의 저변 확대와 여성 문학인 발굴을 목표로 미등단 여성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계의 흐름과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등단 이력이 있는 작가님도 본인이 등단하지 않은 장르(시, 산문,아동문학에 한함)에 참여하실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어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ㅇ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참여 가능여부 안내 -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은 여성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단, 등단 여성 작가님은 등단하신 장르로 참여는 불가하나, 다른 장르로는 신청이 가능합니다. -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신청 예시 1. 산문(소설) 분야 등단 작가님 → 산문 부문 신청 불가(아동문학, 시 부문 참여 가능) 2. 아동문학 분야 등단 작가님 → 아동문학 중 세부 장르의 등단 분야 신청 불가(시, 산문 참여 가능) (예시 : 아동문학_동화 등단일 경우 동화 신청 불가, 동시로는 가능 / 반대일 경우도 동일) 3. 시 분야 등단 작가님 → 시(시조) 부분 신청 불가(소설, 아동문학 참여 가능) 4. 등단 이력은 없지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동일 장르 수상 이력이 있을 경우 참여 가능 여부 → 장원 수상 이력 외 참여 가능 위와 같이 안내드립니다. 추후 사업의 경우 현재보다 더 개선된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 작가님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