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엔딩 포엠] 「우이도 편지」, 곽재구(8월 29일)
- 작성일 20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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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도 편지
곽재구
어무니 가을이 왔는디요
뒤란 치자꽃초롱 흔드는 바람 실할텐디요
바다에는 젖새우들 찔룩찔룩 뛰놀기 시작했구먼요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그물코에 수북한 달빛 환장하게 고와서요
헛심 쪼깨 못 쓰고 고만 바다에 빠졌구만요
허리 구부러진 젖새우들 동무 삼아
여섯 물 달빛 속 개구락지헤엄 치는디
오메 이렇게 좋은 세상 있다는 거 첨 알았구만요
어무니 시방도 면소 순사 자전거 앞에 서면
소금쟁이 걸음처럼 가슴이 폴짝 뛰는가요
출장 나온 수협 아재 붙들고
아직도 공판장 벽보판에 내 사진
붙었냐고 해으름까지 우는가요
어무니 추석이 낼 모렌디요
숯막골 다랑치논 산두빛 익어 고울텐디요
호박잎 싼 뜨신 밥 한 그릇 차마 그리운디요
언젠가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일뿐으로
가막소에 가고 지명수배를 받던 세상
부끄러워할 날 올 것이구만요
어무니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반월과 구로동 나간 동생들 다 돌아올텐디요
봉당 흙마루 걸터앉아 송편도 빚고 옛이야기 빚노라면
달빛은 하마 어무니 무릎 위에 수북수북 쌓일텐디요
곽재구(시인)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사평역에서』 『서울 세노야』『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 산문집 『포구기행』 『예술기행―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동화집 『아기 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 등을 펴냈다. 신동엽 창작기금과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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