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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토미한테 오지 않으니 토미가 바다로 가는 거로군, 어떻습니까

  • 작성일 2020-01-01
  • 조회수 1,644

[신작시]

 

 

바다가 토미한테 오지 않으니
토미가 바다로 가는 거로군, 어떻습니까? *

 

 

김륭

 

 


    어머니, 누워서 밀고 있다. 요양병원 침상에 누워서 자꾸

 

    아버지를 밀고 있다. 이젠 나도 좀 누워 봐요. 죽기 전에

 

    다리라도 좀 편히 뻗어 봐요. 물갈퀴가 비치기 시작한 어머니 발에 채여 둥둥 떠내려가는 아버지,

 

    아버지 무덤을 나는 모르는 척 눈감아 주는 것인데, 밤새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누워 밑줄 그었던 문장을 따라가다 문득 막다른 골목 시멘트벽에 그려 놓은 바다를 떠올린 것인데, 요양보호사가 말했다.

 

    식사 시간이에요. 침대 좀 세워 주시겠어요? 나는 토미가 아닌데

 

    나는 어머니 발밑에서 으르렁거리는 바다를 잡아와 미역국 끓이고 조기라도 한 마리 굽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정말 토미가 아닌데, 떠내려가는 아버지를 잡아와 어머니 곁에 가만히 눕히고 싶었을 뿐인데, 요양보호사가 또 말했다.

 

    이봐요, 침대를 좀 더 세워 주시겠어요.

 

  *  안토니오 타부기, 『인도 야상곡』에서

 

 

 

 

 

 

 

 

 

 

 

 

 

 

부고

 

 

 

 

    눈싸움하는 아이들을 보고 눈사람이 말했다

 

    곧 봄이 올 것이다, 눈사람은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처럼 *

 

    우아하게 내가 가장 추웠거나 뜨거웠던 날의 기억들을

 

    가만히 식탁 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꽃들이 국밥 먹으러 오길

 

    기다릴 것이다

 

  *  우밍이, 소설 제목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처럼」에서 차용

 

 

 

 

 

 

 

 

 

 

 

 

 

 

 

 

김륭 작가소개 / 김륭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3년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2014년 제9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2012년)·『원숭이의 원숭이』(2018년), 청소년 시집 『사랑이 으르렁』(2019년),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2009년)·『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2012년)·『별에 다녀오겠습니다』(2014년)·『엄마의 법칙』(2014년)·『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2018년), 이야기동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2016년).

 

   《문장웹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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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8-01
방주

방주 신이인 그때는 고분고분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바닷물과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뛰어 들어갔다. 듣던 것과는 다른 진한 황토색 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물이 황토색이네요? 내가 말한들 귀담아듣는 이 없었다. 먼 과거에 스스로에게 혹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으나 소용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배운 이들이 나를 거들떠보지 않고 파도를 탔다. 처음 나는 물을 몇 번 먹어야만 했다. 그들이 모래 바닥에서 발을 구르며 뛰어오를 때 같이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더 뛰어도 덜 뛰어도 안 된다. 빨리 뛰어도 늦게 뛰어도 안 된다. 뛰는 법이 몸에 익은 다음부터 어쩌면 고통만큼은 사라진 듯했으나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나는 또 묻고야 말았다. 바닥이 발끝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거예요? 사람들이 나를 거북스럽게 바라봤다. 우리는 수영을 하러 온 거야. 앞을 봐. 저 멀리서. 수평으로 헤엄치고 있는 선각자들을 봐. 저렇게 멋지게 나아가고 싶지 않니? 빛을 내는 수평선과 하나 된 듯이. 멀리 있는 물은 푸른색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저들은 저기 가 닿을 거야. 이미 닿았을 거야. 중얼거리며 혈안이 된 사람들이 내 주변에 우글우글 있었다. 끝없이 수영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교인들이었다. 그쯤에선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들이 배로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배를 만들고 부모와 친구 좋아하는 개 고양이까지 싹 태워 출항시켰다. 그들이 찾는 것은 전부 바다에 있다. 나는 바다에 없다. 나는 느끼고 싶다. 발에 단단하게 닿는 흑색 바닥. 바닥이라면 내 무게를 질 수 있다. 언제까지나. 배에 든 것들을 하나도 잊지 않으며 여전히 사랑한다. 이토록 육중하게 나 여기에 있다. 있다. 여기에.

  • 관리자
  • 2024-08-01
어쩔 줄 모르고

어쩔 줄 모르고 최문자

  • 관리자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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