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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시인은 엄살 천재

  • 작성일 2024-07-01
  • 조회수 92

   환생한 시인은 엄살 천재


김건영


   너는 다시 태어나서 매일 아침 변기에서 다시는 시 쓰지 말자고 다짐한다 씻고 나니 너 씻었니 뭘요 아니 시 썼냐구 

   진술 없는 시를 쓰려다가 진술만을 하게 되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전술이 없죠 그래서 전 술을 마십니다

   시쳇말로 쓰는 시로 괜찮을까요 머릿속에서 시체의 말만이 떠오르고 있다

   모든 글은 편지일 수밖에 없지요 편지(偏紙)란 그런 것이지요

   누군가는 쓰기만 하고 다른 이는 읽기만 해야 하는 것

   누가 너보고 이런 걸 쓰라고 했니

   너는 지금 지금 변기 위에 앉아 물줄기를 맞으며 주억거리고 있다 

   똥을 싸면 어디나 변기 위다


   봄비 내리던 날양반가의 고택 후원에서 비자나무를 보았다

   비자(榧子)는 잎이 아닐 비(非)자를 닮았다는 팻말을 읽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가 끝없이 달린 나무가 있었다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맞는 물줄기는 비(非)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었다

   다만 내 환자만 레벨 업


   모든 말은 제 주인에게 되돌아가기를 

   말의 수챗구멍이 모두 막히기를

   이것은 역류의 시학

   너 내 고료(稿料)가 돼라

   원고료 5만 원이나 깎인 곳에다

   거의 공짜 앞에서 문자를 쓰네

   ‘술이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주정을?’

   지면(地面)이나 지면(紙面)에서 내가 얼마나 더 지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잠과 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변기 위다

   버스 카드를 찍으면서 들었던 다정한 말을 떠올리며 하체에 힘을 준다

   환생입니다 환(患)

   생입니다


   너는 전장(戰場)이 아니라 전장(錢場)에 있어서

   바깥으로 노크한다

   녹[錄] 녹[綠] 녹[祿]

   녹슨 삶에 지쳐 월급이나 좀 받고 싶다는 문장을 썼다

   벌거벗고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비자(非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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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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