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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1

  • 작성일 2014-10-01
  • 조회수 1,781

청혼 1

백은선


돌아보는 순간 혼자 남겨진 남자의 이야기를.
예감할 수 없는 예감을 기록하는 사람의 숙명을.
이 빛은 지운다.
첫 줄에서 지시하는 것과 같이
병들기 전에 했던 병에 대한 발화는 진실을 거느릴 수 없다고.


눈금이 달린 커다란 유리병에 투명한 액체를 쏟아 부으며,
이제 겨울이다.
멀리서 눈이 공중을 휘젓는 냄새가 난다.


나의 피는 정확한 청력 아래 흐른다.
팔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빛이 시작된다.
마른 땅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데려갈 때.
모래 언덕 너머로 둥근 것이 총력을 다해 달려갈 때.


커다란 파열은 생겨난다. 피아노 줄이 뚝 끊어지는 것처럼.
나무가 초록을 밀어내는 간지러움.
깃털 아래서 깃털이 돋아나는 고통.


당신은 누구시죠. 나는 가늠할 수 없는 시야를 확보해요. 이것은 내가 가진 첫 번째 질문. 끝내 알아차릴 수 없을 마지막 질문. 창문을 닫으며 나는 완고한 사람이 됩니다. 창문을 열면 바람. 완고함은 행위를 통해 강화되지만 행위를 통해 소거될 수 없어요. 당신은 누구시죠? 가장 비열한 질문. 자정의 눈 감은 천사들. 내게 물어 주세요. 당신은 누구냐고, 그럼 나도 묻겠어요. 멈출 수 없을 거예요.


쓴다.
사랑에 대해 말하려는 두 입술에 관하여.
막 벌어지려는 열 개의 손가락들.


사라진 책의 스무 번째 장에서는 리듬과 비리듬 사이
불안에 관해 말하였다고 전해진다.
움직이지 않은 순간부터 두 발은 깊어진다.


조용히 내 안의 사물들이 자리를 바꾸는 것.
그것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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