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1
- 작성일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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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1
백은선
돌아보는 순간 혼자 남겨진 남자의 이야기를.
예감할 수 없는 예감을 기록하는 사람의 숙명을.
이 빛은 지운다.
첫 줄에서 지시하는 것과 같이
병들기 전에 했던 병에 대한 발화는 진실을 거느릴 수 없다고.
눈금이 달린 커다란 유리병에 투명한 액체를 쏟아 부으며,
이제 겨울이다.
멀리서 눈이 공중을 휘젓는 냄새가 난다.
나의 피는 정확한 청력 아래 흐른다.
팔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빛이 시작된다.
마른 땅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데려갈 때.
모래 언덕 너머로 둥근 것이 총력을 다해 달려갈 때.
커다란 파열은 생겨난다. 피아노 줄이 뚝 끊어지는 것처럼.
나무가 초록을 밀어내는 간지러움.
깃털 아래서 깃털이 돋아나는 고통.
당신은 누구시죠. 나는 가늠할 수 없는 시야를 확보해요. 이것은 내가 가진 첫 번째 질문. 끝내 알아차릴 수 없을 마지막 질문. 창문을 닫으며 나는 완고한 사람이 됩니다. 창문을 열면 바람. 완고함은 행위를 통해 강화되지만 행위를 통해 소거될 수 없어요. 당신은 누구시죠? 가장 비열한 질문. 자정의 눈 감은 천사들. 내게 물어 주세요. 당신은 누구냐고, 그럼 나도 묻겠어요. 멈출 수 없을 거예요.
쓴다.
사랑에 대해 말하려는 두 입술에 관하여.
막 벌어지려는 열 개의 손가락들.
사라진 책의 스무 번째 장에서는 리듬과 비리듬 사이
불안에 관해 말하였다고 전해진다.
움직이지 않은 순간부터 두 발은 깊어진다.
조용히 내 안의 사물들이 자리를 바꾸는 것.
그것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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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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