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낭독회
- 작성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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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낭독회
이현호
일대가 정전이래요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밥도 못 먹고 계산도 못 해서 갇혀 있대요
밖으로 나갔던 서점 주인이 촛불을 들고 돌아오며 말한다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한 유명 시인의 낭독회였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죽고 삶을 생각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것과는 다른 일이었지만”이라는 구절을 막 읽었을 때
빛이 사라졌다
사람들의 윤곽만이 귀신처럼 떠 있는 반지하
“유명한 시인이 무명(無明)에 있네요.”
누군가 농담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모두의 주머니에서 한꺼번에 경보음이 울리고
정전 안내문자인 줄 알았던 그것은
우리보다 더 먼 지방의 소도시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시인은 지금 시가 왔다고 말했다
다시 불이 들어오자 그는 방금 시가 다녀갔으므로 더 시를 읽을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 뭐 하지?
주인은 분위기가 좋다며 환해진 조명 아래 촛불을 그대로 두고
정전이 지나간 다음의 정적 속에서 우리는
다시 불이 나가기를 기다려야만 할 것 같다
식당에서는 남은 밥을 마저 먹고 돌아갔겠지
계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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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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