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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군산 한길문고 (제2회)

  • 작성일 2021-05-01
  • 조회수 1,951

[책방곡곡]

 

 

 

군산 한길문고(제2회)

선데이북

 

 

ㅇ 사회 : 김우섭
ㅇ 참여 : 박세영, 이수진, 이지혜, 이진우, 최다은
ㅇ 도서 : 이기호, 『누가 봐도 연애소설』(2020, 위즈덤하우스)

 

 

 

 

사회자 : 여러분 책 잘 읽으셨나요? 이번에는 세영 님이 추천하신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 선정되었는데요. 먼저 이 책을 추천해 주신 이유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세영 : 봄을 맞아 장편 연애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책 제목을 보니 그에 부합할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 그러면 각자 책에 대한 한 줄 평을 나눠 볼까요?

 

박세영 : 제가 원하는 방식의 책은 아니었어요. 저는 장편 연애소설을 읽기 원했는데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너무 짧고 많았어요. 전체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고 인상적이었던 것만 기억이 나요. 굉장히 인스턴트(Instant)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수필을 묶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찾아보기도 했어요.

 

최다은 : ‘내가 써도 쓸 수 있겠다.’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사회자 : 연애의 설렘, 기쁨 느낌의 책이 아니어서 의외였어요.

 

이수진 : 작가님이 일부러 그렇게 쓴 건 아닐까요? 저는 재미있는 부분이 다소 있었어요. 그런데 몰입할 만하면 이야기가 끝나 흐름이 끊겨 아쉬웠어요. ‘이럴 거면 차라리 재미있게 쓰지를 말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아, 상상의 여지를 남겨 두려는 작가의 의도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이지혜 : 저는 이 책을 읽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책 열심히 읽기 시작한 지 이제 4년쯤 됐는데, 역대급으로 책 읽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공감도 없었고, 감동도 없었고, 성의도 없다고 생각했고, 재미도 없고. 하나 없는 게 더 있었는데. (일동 웃음) 제가 없을 무(無)를 5개 찾아 놨었거든요. (일동 또 웃음). 작가가 일부러 지질한 남자들의 이야기만 다 담아 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들이 별로였어요.

 

사회자 : 그러면 저번과 같이 모임 전 미리 보내 주신 질문에 답해 보며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첫 번째 질문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입니다.

 

이지혜 : 「102호 그 여자, 302호 그 남자」만 좋았어요. 특히 마지막 문장, “모두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이요.

 

이수진 : 저는 「치킨런」을 읽으며 빵 터졌어요. 애기가 기름 묻은 손을 엄마 입에 집어넣는 장면이 웃겼어요.

 

이진우 : 저는 「어떤 별거」요.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책 제목인 『누가 봐도 연애소설』에 딱 맞는 느낌.

 

박세영 : 저는 「녹색 재회」요. 전 현실적이고 진짜 있을 법한 게 좋아요. 이 단편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살다 보면 이렇게 전 연인을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하게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최다은 : 저는 「사랑은 그렇게」요. 여자랑 친해지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결국 강아지가 제일 소중해진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애정이 느껴져 좋았어요.

 

이진우 : 저는 「썸」도 좋았어요.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에어컨 고장 난 이야기.

 

박세영 : 그런데 그 이야기에서 마지막에 왜 주인공이 ‘썸이 끝났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지혜 : 썸이 끝나야 사귀니까. 이제 사귈 거니까. 관계의 시작!

 

최다은 :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어요. 완전 끝인 줄 알았어요.

 

이수진 : 그 이후 곧 만남의 광장이라고 했으니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뜻 아닐까요?

 

이지혜 : 남자가 여자를 생각하고 배려해서 시원한 곳으로 보내 주니 감동해서 사귄다는 의미 아닐까요?

 

이수진 : 나였으면 이 남자 만난다. (일동 웃음)

 

이진우 : 저도 썸이 끝났다는 마지막 문장에서 기분이 뭔가 안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최다은 : 주인공이 히말라야 등반 얘기도 꺼냈듯이 ‘같이 고생을 하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힘들지만 공통의 추억을 쌓으며 유대를 다지겠구나.’ 했는데 여자가 계속 사양하고 함께 있겠다고 했는데도 결국 보내니 ‘아, 나한테 선을 그었구나.’ 생각이 들면서 썸이 끝난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이진우 : 하긴 함께 있는 시간을 잔뜩 기대했는데 모르는 사람 차를 타고 가게 되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요.

 

이수진 : 흠. 그래도 같이 시원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그 남자는 여자를 더위에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그랬을 수도.

 

사회자 : 저는 「이별택시」가 재미있었어요. 마지막에 택시기사님께 왜 여기 왔냐며 화내는 장면이. 그리고 「식혜 같은 내 사랑 1」, 「식혜 같은 내 사랑 2」가 좋았어요.

 

이수진 : 내 이상형. 농촌 남자. (일동 웃음)

 

박세영 : 맞아요. ‘식혜’를 보며 드라마 스페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진우 : 193쪽 멘트 너무 멋있지 않았어요?

 

이지혜 : 멋있다고요? 전 욱하고 욕하는 거 싫어요. 차라리 나한테 표현을 해야지.

 

이수진 : 제가 봤을 때 남자가 소리 지르고 욕했던 건 동네에 여자에 대한 소문이 안 좋고 행패를 부리니까 일부러 들으라고 큰 소리 치는 것 같았어요. 다 들으라고.

 

박세영 : 전 여자의 마음, 남자가 호감이 있는 걸 알고 있었을지 궁금했어요.

 

이수진 : 이야기 속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이죠.

 

박세영 : 저는 「사랑과 상담 사이」의 ‘도를 아십니까?’가 너무 웃겼어요.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아요?

 

이진우 : 제 친구가 이 이야기와 완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길 가는데 갑자기 예쁘장한 여자가 커피 한 잔 하자고 말을 걸었대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키는데 갑자기 한 명이 더 와서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대요. 그래도 그 친구는 그 여자가 마음에 들어 그날 왕복 1시간 거리를 데려다주고 연락처도 주고받았는데 결국 ‘도를 아십니까?’였죠.

 

박세영 : 저도 학생 때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데 어떤 여자 두 분이 오셔 가지고 길을 물어보더라고요. 지도 어플(Application)로 검색해서 몇 번 버스 타면 된다고 자세히 알려드리는데 갑자기 한 분이 ‘그런데 정말 관상이 독특하시네요.’ 이러는 거예요. 그러자 그 옆에 있는 분이 ‘어머, 우리 언니 이런 거 잘 안 봐주는데.’ 이러셔서 황급히 괜찮다며 거절했어요. 혼자 있는 사람을 주로 타깃(Target)으로 하나 봐요.

 

사회자 : 다음 질문은 ‘책에 실린 이야기 중 나의 경험과 비슷한 것은?’입니다.

 

박세영 : 비슷하진 않지만 「재난지원금 사용법」 이야기를 보니 대학생 때 데이트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버스 타고 1시간 넘게 걸려서 놀러 가고 비싼 건 못 먹었지만 행복하고 풋풋했던. 지금은 그걸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하고 그 감성도 느끼지 못하겠죠. 그 나이대마다 할 수 있는 연애가 있는 것 같아요.

 

이수진 : 저는 「어떤 별거」를 읽으며 저희 부모님이 생각났어요. 두 분이서 싸우면 엄마가 동생네 집으로 가버려요. ‘아빠 밥도 주기 싫고 꼴도 보기 싫다고. 괜히 아빠 먹을 거 사다주지 말라고. 한번 혼자 있어 봐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요. 그런데 며칠 지나면 ‘너희 아빠 밥은 어떻게 먹는대?’ 물어보세요. 동생네 집에 1~2달 있을 거라고 하시더니 일주일도 못 채우고 내려오시고요. 그리고 집에 가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분이 너무 사이좋게 지내세요.

 

사회자 : 다음 질문은 「뭘 잘 모르는 남자」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택배 일 하는 이웃이 ‘일하는 사람은 정작 그런 말 안 합니다. 일만 하는 거지.’라고 말했는데 이 말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했는가, 입니다.

 

이수진 : 남자가 여자친구랑 이별하는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옥상에서 죽으려다가도 주저하고, 공시생인데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PC방에서 3~4시간 게임하며 여자친구를 기다리게 만드는 모습이 나왔잖아요. 택배 일 하는 이웃은 열심히 사는데 그 청년을 보고 한심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 열심히 일하고 자기 자신을 쏟아 붓고 살고 있다. 그런데 너는 딴생각이나 하고 왜 그렇게 못살고 있어?’라는 의미로 말한 거 아닐까요?

 

이지혜 : 저도 수진 님 생각에 동의해요. 소설에서 저 말 뒤에 ‘남자는 그 말도 못 알아듣는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제 생각에 남자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말은 아닌 것 같고 그냥 한심하다는 듯이 던지는 말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주제에 네가 뭘 안다고 참견이야’ 이렇게요. 남자는 남 탓만 하고 있잖아요. 시험 준비하는 사람이 게임만 해서 합격을 못 했는데, 헤어지자고 하는 여자친구에게 ‘내가 시험에서 떨어지니까 헤어지자고 하는구나’라고 탓하고.

 

박세영 : 맞아요. 택배 일 하는 사람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사니 이 남자가 어떻게 사는지 오며가며 봤겠죠. 대화를 나누기 싫었지만 몇 마디 나눴고 ‘감히 네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냐?’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수진 : 그러니까 게임을 그렇게 오래 하면 안 되고 1시간만 했어야 해! 스트레스만 풀 정도 로만!

 

사회자 :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미소년 장군님」에서처럼 자신의 어머니가 120만 원짜리 해외 직구 미소년 장군님 인형을 들고 다니시면 어떨 것 같나요?

 

이지혜 : 저는 워낙 저런 인형을 좋아해서 ‘취미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가 저런 인형을 들고 오면…… 웃긴 웃겠죠. 말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 엄마 좋으면 해!’ 그리고 인형 들고 같이 갈 수도! (웃음)

 

최다은 : 저도요. 엄마가 하고 싶으면 해. 가끔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니까 남이 뭐라고 해도 저는 지지해 주고 싶어요.

 

박세영 : 저는 이 에피소드가 가장 이해가 안 되었어요. 엄마가 왜 인형을…… 저는 인형이라고 해서 작은 인형일 거라 생각했는데 일러스트 보니까 엄청 크더라고요. ‘초등학생 안고 오는 줄 알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최다은 : 어머니가 이전에는 자식들 키우면서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일만 해왔잖아요. 이제야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 취향 따라 행동하시는 것 같아서 이해는 되었어요.

 

이진우 : 그리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5년 동안 혼자 사셨잖아요. 너희들 귀찮게 찾아오거나 찾아가는 짓도 하지 말라고 했더니, 정말로 자식들이 자주 안 찾아온 거죠. 그러니까 엄마도 기댈 사람 없고 외로웠을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대화 상대를 찾은 거라고 봐요.

 

이지혜 :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여행 갈 때 자기 사진 안 찍고 인형 사진 찍기도 하잖아요. 경치를 찍어도 인형 놓고 찍고. 저도 혼자 여행하면 그 지역에서 좀 의미 있는 인형을 사서 이름을 붙여 주고 같이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고 그래요. 그래서 제 사진에 인형 사진이 많아요.

 

사회자 : 어머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사실 잘 모르겠어요. ‘왜 그 상황까지 갔을까’, ‘부모님에게 잘해야겠다’, 그리고 ‘인형보다는 나에게 의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수진 : 저는 소설 속 자식들처럼 ‘엄마가 정신적으로 아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할 것 같아요. 엄마가 정신적으로 힘들고 외로우니 인형에 마음을 주고 애착을 가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엄마를 설득하고 병원에 모시고 가서 한 번쯤은 진단을 해볼 것 같아요. 그리고 괜찮다는 진단이 나오면 제가 인형을 사줄 수도 있고 물론 이해도 할 수 있어요. 무작정 ‘엄마가 좋으니까 나도 괜찮아’ 이렇게는 못 할 거 같아요.

 

이진우 : 처음에는 엄마가 애정을 붙일 데가 생겨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짠했어요.

 

이수진 : 맞아요. 그냥 캐릭터 인형이 아니라 ‘니콜라스 장군’이잖아요.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셨고. ‘아버지의 부재로 오랜 시간 혼자 계셔서 그런 것 아닐까?’ 싶어 가슴이 아팠어요.

 

사회자 : 그럼 다음 질문. 「만추」에서처럼 부모님 중 한 분이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수진 : 정말 상상도 하기 싫고 무섭네요. 치매가 여러 가지 증상으로 오잖아요. 자꾸 밖에 나가시는 분도 있고, 먹는 걸로 푸시는 분도 있고, 돈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집에서 가족이 감당할 정도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정말 온 식구가 불행하잖아요. 그러면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병원이 잘 돌봐주시지만 보호자가 있을 때는 친절하게 하는데 보호자가 없을 때는 환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러다 보면 환자의 상황이 악화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진우 : 저는 불안하긴 하지만 간병인을 생각할 것 같아요.

 

사회자 : 시간적,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제가 간병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 후회가 안 남을 것 같고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부모님 간병하는 데 다 써도, 제 인생은 많이 남았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이때 아니면 끝이니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 그렇다고 현재 부모님께 잘하고 있냐 하면 한 달에 찾아뵙는 횟수도 많지 않아서…… 일단 지금 많이 노력해야겠어요.

 

이수진 : 맞아요. 그게 중요해요. 아프실 때 돌볼 생각하지 말고 지금 잘해야 해요.

 

최다은 : 주변에 보면 부모님 간병이 길어지면 형제끼리 다투고 집 안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안정적인 병원을 조사해서 모실 것 같아요. 그래야 저도 건강하게 엄마를 계속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지혜 : 최선을 다하다가 진짜 내가 죽겠다 싶으면 그때 병원으로 모실 것 같아요. 어른들이 치매에 걸리면 애들과 비슷해진대요. 그것 말고도 힘든 부분이 많겠지만 엄마도 저 어릴 때 제가 키울 만해서 키운 것이 아니고 책임감으로 사랑으로 키워 주셨잖아요. 그렇게 사랑 받은 것이 있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모시면 나중에 후회하고 죄책감이 들 것 같아요. 얼마나 힘들어야 놓아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회자 : 다음 질문은 ‘나는 아직 이별할 준비가 안 됐는데, 상대방이 이별을 고한다면 그 상황에서 상대방을 잡을 건가요?’입니다.

 

박세영 : 저는 잡는 것도 해보고 탁 놓는 것도 해봤는데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최다은 : 사실 이별을 말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마음이 떠났는데 상대방이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더 마음이 떠나거든요. 그런데 안 붙잡고 버티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참아야 되는 게 맞는데. 내가 노력하면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두 번 잡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잘 안 된다면 시간을 두고 마음정리 해야죠.

 

사회자 : 저도 붙잡는 편인 것 같아요.

 

이진우 : 저는 대체로 제 마음이 준비된 상태에서 이별해서 잘 모르겠어요.

 

이수진 : 저도 경험은 없는데 저 싫다고 떠나는 사람은 저도 싫기 때문에 붙잡지 않아요. 상대방을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 있어도 그 사람이 저에 대한 감정이 없어서 이별하자 한다면 저는 꺼지라고 합니다. 미련이 남아 있어도 붙잡지 않아요.

 

이지혜 : 저도 수진 님이랑 똑같아요.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마음이 커도 상대방이 저 싫다고 하면 그 순간 정이 툭 떨어져요. 시간만 끌어 봤자 서로 아픈 기간만 길어지지 않을까요?

 

박세영 : 영화 〈연애의 온도〉(2013)에서 이민기와 김민희가 둘이 사귀다가 헤어졌어요. 그리고 재결합했지만 결국에는 똑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졌어요. 그걸 보며 한번 틀어진 연애는 다시 붙일 수 없구나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싶은 경우가 있으니까요. ‘내가 이렇게까지 했다’라든가, ‘이렇게라도 해야 아픈 시간이 지나가니까’ 붙잡았던 것 같아요. 결론은 잘 안 되긴 했지만요.

 

이수진 : ‘나만 노력하면 괜찮아질 거야’ 이런 생각 하면 안 돼요. 힘든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회자 : 다음 질문은 ‘왜 시작된 이별을 막기 힘든가?’입니다.

 

이지혜 : 마음이 바뀌었으니까 막기 힘든 것 아닐까요?

 

이수진 :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진 거죠.

 

박세영 : 콩깍지 얘기 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처음에 연애를 할 때는 각자의 진실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만나는데 나중에 서로 편해지면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보이잖아요. 그러면서 안 맞는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이별하는 거 아닐까요?

 

이진우 : 그 안 맞는다는 부분을 상대방과 내가 타협점을 찾아서 내가 변하거나 상대방이 변화해서 상황이 개선되면 좋은데 상대방이 변하지 않는 모습, 내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면 결국 둘 사이에 발전이 없고 힘든 것 같아요. 결국 상대방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미래가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최다은 : 기대를 점점 놓게 되는 거죠. 하지만 대화를 충분히 한다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의외로 사람들이 자기 혼자 결론 내고 속 얘기를 많이 안 하잖아요.

 

이진우 : 현실적으로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는데 극적으로 잘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TV에서 봤는데 심리 상담을 받은 후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게 되어 관계가 전보다 더 좋아지기도 하고요. 댄스학원을 등록해서 같이 춤을 추며 관계를 개선하기도 하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도 좋은 예들이 있으니 가능성이 있긴 한가 봐요.

 

사회자 : 충분한 소통 부족도 있는 것 같아요. 연애 후반부로 갈수록 대화보다는 소통이 줄면서 점점 이별에 가까워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자 : 다음 질문은 ‘첫사랑과 우연히 재회한다면, 원하는 장소가 있나요?’입니다.

 

이수진 : 파티 같은 데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잘 꾸몄을 때.

 

박세영 : 저는 첫사랑은 아닌데 전 연인과 재회한 적이 있어요. 조조영화를 보러 갔는데 사람이 없는데 혼자 있더라고요. 눈이 마주쳐서 어쩔 수 없이 인사는 했어요. 첫사랑을 어디서 만나는지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그냥 그날의 이벤트(Event), 해프닝(Happening)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저는 녹색어머니회에서 만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최다은 : 저도 어디서 만나든 상관없을 것 같아요. 아무 감정이 없어서 그런가,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

 

이진우 : 어디서 만나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일동 웃음) 그냥 좋을 것 같아요.

 

이지혜 :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굳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요. 이왕 만날 거면 진짜 로맨틱하게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과의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만나고 싶어요. 대화는 안 하고 싶고 그냥 스쳐 지나가고 싶어요. 그러면 저한테 또 하나의 추억이 될 테니까. 별다른 해프닝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자 :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점에서 보내니까 서점에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까 마냥 좋을 것 같지는 않아요. 딱 그대로 남겨 두고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서점이 아니라 길 가다가 휙 보는 정도면 좋겠어요.

 

이진우 : 혹시라도 서점에 오면 우섭 님 머리를 풀어서 얼굴을 가리면 못 알아보지 않을까요? 위장용으로. (이때 사회자, 머리를 앞으로 풀어헤침) (일동 웃음)

 

사회자 : 이야기 중 오랫동안 사귀고 있던 애인이 유학을 가게 돼서 출국하는 걸 배웅해 주러 갔다가 비행기가 연착이 돼서 점점 심드렁해지는 이별 장면이 나왔는데요. 덜 피곤한 이별 방법이 있었을까요?

 

이지혜 : 저 아까 비슷한 경험담 없다고 그랬는데 비슷한 경험 있네요. 제 경험에 빗대어서 생각해 보면 저건 비행기가 연착되는 것 때문에 피곤했던 게 아니라 이미 헤어지는 것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이별하러 그 장소에 갔는데, 이미 관계가 끝난 것을 둘 다 알고 있는데, 헤어진 건 아니니까 이 사람을 챙겨는 줘야겠고, 마음은 없고. 관계 자체도 기분 좋은 게 아닌데 그런 일이 터지니까 서로 예민해지는 거예요. 저는 ‘차라리 그냥 두고 가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라는 마음이었고 그 사람은 저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는 마음이었던 거죠. 그래서 연착이 되어서 피곤했다기보다 감정적으로 피곤했던 것 같아요. 떠나는 순간이 아름다울 수가 없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있는 자리 자체가 진짜 기분이 묘해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그런데 그 마음을 연착되는 만큼 더 느껴야 되었던 것이죠. 그러니까 힘들었겠죠.

 

박세영 : 저 상황이면 여자가 출국장으로 들어갔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안에도 충분히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굳이 비행기 출발 전까지 같이 있어야 했나. 아니면 남자가 나오든가. 그렇게 끝난 마당이면.

 

이지혜 : 그런데 실제 그 상황이 되면 진짜 이 감정도 들고 저 감정도 들어서 뭐가 편한 건지는 아는데, 섣불리 행동을 못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리로는 이렇게 해야 되는데 마음은 없으니까 힘든 상황.

 

이진우 : 이별이 길어진 김에 아예 거기서 매듭을 짓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슬슬 시동을 거는 거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헤어진다는 결과를 생각하고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일단 이야기를 꺼내는 거죠. 우리 관계가 도대체 무엇이냐, 너는 이게 지금 제대로 된 연애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정도 결론이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결론을 내고 차라리 떠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이수진 : 그런데 공항에 꼭 가야 되나? 안 가면 안 되나.

 

최다은 : 배웅은 해야죠. 몇 년 동안 못 보는데.

 

이수진 : 영상통화하면 되잖아요. (일동 웃음)

 

사회자 : 제가 저 남자라면 ‘나도 이번 기회에 유학을 생각해 볼까?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상대방이 “나 유학 갈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면 ‘나도 갈까? 그럼 나는 가서 뭐 배울까?’ 그런 꿈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박세영 : 로맨틱해~ 좋은 건 다 가져가. (일동 웃음)

 

사회자 : 다음 질문은 ‘가장 이상적인 연애 관계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입니다.

 

사회자 : 저는 배려하는 것. 생각도 행동도 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아요.

 

이지혜 :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의 내 모습이 좋을 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든 있는 그대로의 나이든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 나 자신의 모난 점이 없을 때. 그런 걸 끄집어내지 않는 경우가 좋아요. 좋은 것을 끌어내 주는 사람.

 

이진우 : 저도요. 서로의 좋은 점을 더 끌어내 줄 수 있는 시너지(Synergy) 효과를 내면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이수진 : 저는 한결같은 마음. 처음에는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매일 보려고 하고 매일 집 앞에 찾아오고 매일 연락하고 매일 어디 가자 그러다가 몇 달 지나면 일주일에 한 번 만나고. 한결같은, 변하지 않는 그런 마음이 좋아요. 처음부터 너무 잘 보이려고 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보이면 그 모습이 변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만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 본래의 모습이 보이면 서로 실망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헤어짐이 생기게 되는 거고. 그래서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될 것 같아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박세영 : 어쨌든 다른 환경에서 살던 두 사람이 만나기 때문에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으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서로가 바뀌어 가고 있을 때. 그 사람도 바뀌어 가고. 나도 어느 순간 보니까 바뀌어 가고 있고. 예를 들어서 내가 우섭이랑 사귀고 있는데 나는 책을 하나도 안 읽는 사람이야. (일동 웃음) 그런데 우섭이가 자꾸 책을 주니까 책도 읽어 보게 되고, 독서토론도 하게 되고. 아니면 내가 진우랑 사귀고 있는데 진우가 일회용품을 안 써. 진우가 손수건 갖고 다니면 나도 어느새 내 가방에 손수건이 있고, “빨대는 주지 마세요”, “여기에 담아 주세요” 이러고 있고. 그런 영향을 미치면 서로 좋을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이수진 : 그게 끝까지 가야 돼 끝까지. 그때뿐이면 안 돼.

 

이지혜 : 근데 저 부분은 연애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이 진짜 주변에 많아야 해요.

 

최다은 : 저는 연인 관계가 친구 관계보다 조금 더 깊이 제 자신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애착이라든지 저의 갈등 해결 방법이라든지. 그래서 그런 두 사람이 만나서 자신을 좀 더 돌아보고 서로 이해하고 맞춰 보면서 서로 다독이고 의지하고 의지되면서 삶의 길을 같이 걸어 나가는. 그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아요.

 

사회자 : 다음 질문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은?’입니다.

 

사회자 : 저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이런 행동 하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을 해요.

 

최다은 : 저는 마음을 얻기 위해서 많이 칭찬해요. 맞장구치고.

 

박세영 : 저는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눈웃음을 지어요. (일동 웃음) 지금 웃어 봐라 하면 못 웃는데, 앞에 그런 분이 있으면 눈이 되게 잘 웃어져요. 실제로 그렇게 만나서 연애를 했는데, 시간 지나 상대방이 ‘오빠, 이제 왜 눈 안 웃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 눈이 웃는지 몰랐어요.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최대한 리액션(Reaction)을 잘해 주고 싶으니까 눈까지 웃나 봐요.

 

이수진 : 저는 그냥 가만히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좋다고 하니까. (일동 웃음, 그리고 감탄 “와~”) 아니 그냥 내 바람이야 바람. 뻥이야. 하하.

 

이지혜 : 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제가 아닌 행동하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그 사람이랑 얘기할 때 업 돼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그런 거지 막 ‘업 되어야지?’ 생각하고 그런 건 아니어서 노력했던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아, 예전에 어떤 사람과 사귄 이후에 훌륭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하라는 공부 열심히 한 적 있었어요. 그 사람이 “이런 건 알아야 돼.”라고 하면 그거 엄청 열심히 외워 가지고 갔어요.

 

이진우 : 보고 싶으니 뭔가 명분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보고 싶어서 괜히 그 사람 사는 집 근처를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일동 웃음) 스토킹(Stalking)이 아니라 그냥 혹시 마주치지 않을까 괜히 그 골목 왔다 갔다 혼자.

 

박세영 : 그거 범죄야 임마. 낮에 갔어, 밤에 갔어? (일동 웃음)

 

사회자 : 다음 질문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입니다.

 

사회자 : 저는 상대방을 너무 좋아하게 되면 일에 집중 못 할 것 같고 사랑만 하는 시간 배분의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또 너무 좋아하면 상대방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고 상대방은 그러지 않는데도 제 자신을 깎고 스트레스를 주기도 해서 조심하려고 해요.

 

박세영 :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때는 가장 좋은 때라 일할 때 활기차게 일하고 모든 행동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Upgrade)되지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최다은 : 의존하게 될까 봐. 둘이 함께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해져서 혹시 맞이할 이별에 내가 슬퍼지면 어떡하지? 또 지나치게 붙어 있고 싶어 하면 어떡하지 미리 두려워하는 편이에요.

 

이진우 : 연애 초반에 기분이 너무 고양되고 너무 좋은데 이런 감정이 오래가진 않을 거라는 데 대한 두려움. 이 감정이 식어 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

 

이수진 : 전 부정적이고 안 좋은 생각은 안 하려고 해요. 한 가지만 보고 올인 하고. 좋으니까 좋은 것만 생각하지 지레 걱정 안 해요. 나중 일은 그때 걱정하면 되죠.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 오히려 니가 나를 더 좋아하면 어떡하지? 조금만 좋아해라. (일동 웃음)

 

이지혜 : 저도 수진 님과 비슷해요. 사랑에 빠질 땐 안 좋은 생각 안 해요. 그러다가 1~2달 지나면 ‘너도 똑같은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전 제 기준이 너무 명확해서 거기에서 어긋나는 것 하나만 보여도 바로 헤어져요. 상처 받기 전에 싹을 자르는 거죠. 그래서 다행히 관계의 최악을 보기 전에 잘 끊어냈어요.

 

사회자 : 마지막 질문입니다. 연애는 해야 하는가? 한다면 왜 해야 하는가?

 

최다은 : 연애를 통해 나 자신을 알아 가고 다른 여러 가지를 알게 되니 하면 좋은 것 같아요.

 

박세영 : 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애는 필수인 것 같아요. 노랫말도 있지 않나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사람은 연애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연애 덕분에 문명이 탄생하고 인류가 이렇게 진보할 수 있었다. 좋든 나쁘든. 연애는 해야 합니다. 여러분!

 

사회자 : 저도 연애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계 속에서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많이 배워 가고 변화해요. 저 혼자만의 시야는 제한적인데 연인과 함께 시야가 두 배로 넓어지니 삶을 더 넓게 볼 수 있었어요. 감사함도 많이 느끼고요.

 

이진우 : 연애를 하면 사람이 달라지긴 하죠. 그런데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랑에도 종류가 많잖아요. 어떤 종류의 사랑을 해도 사랑하는 것 자체가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나요? 그래서 꼭 연애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연애를 하면 사람이 변하는 것이 보이니까 좋은 것 같긴 해요.

 

사회자 : 그러면 이 책의 총평은?

 

최다은 : 세영 님 말씀이 머리에 콕 박혔어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사회자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가요?

 

최다은 : 책을 끝까지 못 읽는 사람. 책을 펴기도 싫은데 책을 펴야 할 때!

 

이지혜 : 너무너무 할 게 없어서 심심하고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지구에 이 책 하나밖에 없을 때.

 

최다은 : 저희 너무 혹평해서 작가님들한테 찍히는 거 아닐까요? 이 독서모임 뭐냐, 너희는 얼마나 잘났냐. (일동 웃음)

 

이수진 : 저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고 빵 터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책 읽으며 깊이 생각 안 해도 되고. 캠핑 가서 모닥불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때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박세영 : 하루 5분만 책을 읽는 데 시간을 투자하실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사회자 :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한 편씩 읽기 좋은 것 같아요.

 

이진우 : 책을 쓰고 싶은데 자신이 없는 사람. 너도 할 수 있어!

 

사회자 : 오늘 모임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모두 애쓰셨습니다. 다음 모임 때까지 잘 지내시고 다음 책과 함께 만나요!

 

 

 

 

 

 

 

 

 

 

 

 

김우섭
사회자 / 김우섭

한길문고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는 중인 책방지기.

 

박세영
참여자 / 박세영

속기사.

 

이수진
참여자 / 이수진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 배움의 자세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지혜

참여자 / 이지혜

꿈꾸는 사람, 꿈 하는 사람으로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이진우

참여자 / 이진우

책이 주는 작은 깨달음들을 좋아합니다. 책모임이 주는 큰 즐거움은 더 좋아하고요.

 

최다은

참여자 / 최다은

이것저것 배우고 알아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경험을 긍정하고 주변에 좋은 기운을 주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문장웹진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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