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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군산 한길문고 (제3회)

  • 작성일 2021-06-01
  • 조회수 1,416

[책방곡곡]

 

 

 

군산 한길문고(제3회)

선데이북

 

 

사회자 : 김우섭
참여 : 박세영, 이수진, 이지혜, 이진우, 최다은
책 제목 : 유희경,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2020, 아침달)

 

 

 

 

사회자 : 다들 책 잘 읽으셨나요? 이번에는 다은 님, 지혜 님이 추천하신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이 선정되었는데요. 먼저 이 책을 추천해 주신 이유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다은 :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수필을 읽어 보고자 추천하게 되었는데 책 제목이 예뻐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 그러면 각자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나눠 볼까요?

 

이지혜 : 저는 읽으면서 수필이라는 것을 잊었어요. 시같이 느껴졌어요.

 

이진우 : 일단 책 표지가 완벽했습니다. 짙고 푸른 밤, 별, 구름, 토성 아래, 방 안의 침실. 정말 예뻐요.

 

이지혜 : 우와. 저 이거 집인 줄 몰랐어요. 편지봉투인 줄 알았어요. 다시 보니 집이네요.

 

이진우 : 책 전체에서 화자가 담아낸 감정이 표지에 잘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고독을 즐기는 듯한. 자연 속에 있는 텅 비어 있는 고요한 집. 이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책을 읽으며 이해하기 힘들고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지만 표시해 두고 나중에 다시 읽어 보니 느낌이 달랐어요. 작가님이 표현하려는 것을 제가 충분히 이해하고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오늘 모임이 기대됩니다.

 

최다은 : 저자가 시인이어서 함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서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글을 주로 밤에 쓰시는지 책 뒤로 갈수록 그 감성이 저는 조금 물렸어요.

 

박세영 : 저는 너무 좋았어요. 책을 읽으며 아이유의 〈밤편지〉 노래가 생각났어요. 저도 뒤로 갈수록 다은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물린다는 느낌이 약간 있었는데 몰아서 읽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하루하루 곱씹어서 아껴 읽으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 텐데. 아무튼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이수진 : 저는 이 책을 오디오북을 통해 한 편씩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잠이 오지 않을 때 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신 읽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진우 : 수진 님의 목소리로 읽어 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이수진 : 맞아 맞아!! (일동 웃음)

 

이지혜 : 저도 처음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너무 좋았다가 중간부터는 주제들이 제 감성과 맞지 않았는지 조금 별로였다가 뒷부분부터는 다시 좋아졌어요. 제가 표시해 둔 부분을 보니 처음하고 끝만 표시되어 있더라고요. 특히 뒷부분에 문장만 모아 놓은 Ⅱ. 밤의 문장들(270쪽~) 이 글의 결은 비슷한데 덜 난해해서 더 편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20쪽의 단어들만 적혀 있는 속표지에 제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이진우 : 맞아요. 특히 이 페이지 구상이 너무 좋지 않았나요? 낱말이 밤하늘의 별처럼 흩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출판사 이름도 너무 좋았어요. 아침달!

 

사회자 : 그러면 저번과 같이 모임 전 미리 보내 주신 질문에 답해 보며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첫 번째 질문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편이나 문장은?’입니다.

 

이지혜 : 저는 「낙엽」(142쪽). 옛날에 나뭇잎 줍는 걸 너무 좋아했는데 비 오는 날은 낙엽을 줍지 않거든요. 그런데 ‘비 오는 날 낙엽을 주워 가서 말리기 위해 책에 올려놓았는데 그 종이가 낙엽색으로 물들 것 같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너무 좋았어요. 낙엽색으로 번지는 모습이 상상되었어요. 그리고 143쪽에 ‘그 위에 무어라도 적어야 할 텐데 이미 너무 늦은 밤이라 내겐 말이 남아 있지 않았다.’라는 표현, 그리고 다음날에 ‘내게는 새로이 말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라는 표현도 좋았어요.

 

이진우 : 저는 「장대비」(78쪽)와 「우산」(80쪽). 둘 다 우산을 소재로 했는데 누군가를 우산으로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고 읽어 보니 제가 과거에 느꼈던 생각, 감정들이 떠올라 공감이 갔어요. 물론 글 그대로 단순하게 우산의 입장이라고 생각해도 재밌고 신선해요. 우산이 사람을 기억하고 우산 입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거쳐 가는 이야기요.

 

이지혜 : 284쪽에 우산에 관한 글이 또 나오는데 저도 이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우산을 잃어버리면 몹시 속상하잖아요. 글에서처럼 사용하지 않고 간직하는 우산이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산 하니 생각났는데 제가 얼마 전에 서울까지 일부러 가서 영화를 보고 왔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04.28. 개봉)라는 영화인데 제가 좋아하는 소재인 편지를 다루더라고요. 우산도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나와요.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부분을 읽었는데 정말 감동적이고 와 닿았어요. 그런데 정말 영화 강추! 제 인생 영화를 밀어내고 1등이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다 넣었더라고요. 저 또 보러 가려고요. 저 로맨스 영화는 잘 안 보는 거 아시죠? 로맨스 영화인데도 강추!

 

박세영 : 이거 홍보 냄새가 나는데요? 너무 강추하시는데?

 

이지혜 : 강하늘의 약간 덤벙거리는 연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게다가 편지를 소재로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전개돼요. 영화 속 캐릭터 하나하나가 전부 개성 있어요.

 

이수진 : 영화 보러 가요. 제가 쏠게요. 보고 싶은 사람 붙어! 날 잡아요!
(※ 이후에 날 잡아서 정말 영화를 보러 갔다.)

 

박세영 : 저는 「왼편」(34쪽)! ‘나의 기척은 당신의 오른편에서 안녕한지’ 표현이 너무 좋았어요. 나의 기척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옆에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에는 이 사람이 불편한지 계속 신경 쓰게 되다가 점점 서로 편해지고 익숙해지는 기척에 대한 문장이 좋았어요. 인상 깊게 본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서 이선균이 마지막에 아이유에게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하고 이야기해요. 지안(志安)이라는 한자가 ‘편안함에 이르다’라는 뜻이래요. 이 글을 보면서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최다은 : 저는 「주인」(54쪽)요. 제가 막연히 느끼던 감정이 글로 구체화된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전체적으로 예쁜 문장이 많았어요. 나중에 써 보려고 적어 두었어요.

 

이수진 : 저는 112쪽 「늦잠」이요. ‘밤이 조금 더 깊었고 작은 소리들이 들린다. 나는 그것이 꿈의 부스러기라고 생각한다.’ 꿈의 부스러기라는 표현이 정말 예쁘지 않아요? 잠들기 전에 잠이 들락 말락 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고.

 

박세영 : 저는 부스러기라고 하면 과자 부스러기밖에 생각 안 나는데. 어떻게 꿈과 부스러기를 연결시킬 수 있죠? 역시 시인은 다른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최다은 : 감성이 달라. 갑자기 감동 파괴네요. 과자 부스러기.

 

박세영 : 부스러기 하면 과자 부스러기지. 과자 부스러기가 얼마나 맛있는데. 부스러기라는 단어가 그다지 긍정적인 단어는 아니잖아요. 남아 있는 조각이니까. 그런데 그 앞에다가 꿈을 붙이니까 정말 예쁜 표현이 되었어요.

 

이진우 : 약간 비슷한 표현이 30쪽. ‘세상이 너를 재운 거야. 아주 작고 사소한 일마저 빠짐없이 모여서 너를 재우면 꿈을 꾸게 되는 거지. 꿈은 오늘 네게 찾아온 감정들이란다. 오늘의 감정들은 가루처럼 흩어져서 날아오지, 가만히 너의 이마에 쌓여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너를 사랑한단다.’ 부분 너무 좋았어요.

 

이수진 : 안주가 필요 없네. (일동 웃음)

 

최다은 : 문장을 안주 삼아.

 

이지혜 : 멋있다 그 표현!

 

사회자 : 저는 148쪽에 「사직서」.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깊은 공복감이 있었다. 오전 볕에 말라가던 이불을 힘껏 거두고 몸을 일으켰다. 뭐든 맛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음식을. 아니, 무엇이든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 첫 아침 식사처럼.’ 와 닿았기보다는 이 부분이 눈에 밟혔어요.

 

박세영 : 책을 읽는 사람의 그때그때 기분이나 환경에 따라서 와 닿는 것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사회자 : 다음 질문은 ‘반짝이는 밤의 낱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낱말과 그 이유는?’입니다.

 

박세영 : 저는 별이 떠올라요. 항상 별을 보던 지인이 있었어요. 달 사진이랑 별 사진도 거의 매일 찍던 친구. 그 친구가 떠올라요. 그래서 난 별.

 

최다은 : 저는 밤공기. 그런데 낱말이라기보다 냄새랑 촉각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촉촉하면서도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밤공기의 느낌이 떠올라요.

 

이진우 : 저는 밤에 자기 전 그날 하루를 잘 보냈으면 미소 지으면서 잠이 드는 그 기분이 되게 좋거든요. 그래서 저는 미소. 자기 전 미소.

 

박세영 : 그날 자고 일어나면 주말이야 평일이야? 금요일 밤이야? (일동 웃음)

 

이진우 : 주말이면 더 좋은데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최다은 : 또 감성 파괴야 감성 파괴. (웃음)

 

이지혜 : 저는 반짝이는 밤이라고만 하면, 별이 떠올랐을 텐데 밤의 낱말이라고 하니까 약간 전달하지 못하는 말들. 혼자서 밤에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떠올라요. 예를 들어 자려고 누우면 첫사랑이 생각나고 그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들이 생각나고. 저는 첫사랑을 너무 좋은 사람이랑 해서 그 사람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어요.

 

이수진 : 저는 지혜 님이랑 진우 님이 생각나요. 두 분 덕분에 요즘 밤하늘의 별도 올려다보고 달도 올려다봐요. 땡큐! 고마워요!

 

이지혜 : (감동의 눈물) 정말 감사해요.

 

이수진 : 저 진짜 진심으로 얘기한 거예요. 나도 눈물 나려고 그러네.

 

이진우 : 누군가가 밤에 기억해 준다는 것은 누구한테도 듣기 힘든 말인데 감사해요.

 

박세영 : (한글 파일에 글을 써서 카메라로 비춤 : 울지 마~ 길어지니까.) (일동 웃음)

 

사회자 : 저는 고흐가 생각났어요.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그림이 떠올라요. 어떤 생각을 하고 그렸을까, 어떤 낱말을 가지고 그렸을까 궁금해요.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사회자 : 다음 질문은 ‘책 속의 표현 중 가장 이해가 안 되었던 표현은?’입니다.

 

박세영 : 171쪽의 「연필」. 화자가 다른 사람이 쓰던 연필을 수집하던 사람이었잖아요. ‘당신’이라는 사람이 연필을 새로 깎아서 글을 적고 난 연필을 받았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적었던 글자들이 궁금해지고 뭘 적었는지 물어보지도 못했으니 ‘당신이 무엇을 적었는지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나는 연필을 모으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왜 연필을 모으지 않게 된 건지 인과 관계를 잘 모르겠어요.

 

최다은 : 저는 화자가 사람들의 생각과 사연이 담겨 있는 연필을 가짐으로써 그 생각과 사연 속에서 그 사람들이 느낀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필을 모아도 그걸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더는 모으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사연은 연필만 가져도 충족될 정도지만 ‘당신’은 더 알고 싶고 적어낸 글이 더 궁금해진 상황. 연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사회자 : 그러면 이제 이 화자는 연필이 아닌 메모를 모으게 되었을까요?

 

박세영 : 그런데 이 사람이 모으고자 하는 다른 사람의 그 물건을 사용할 때의 감정이나 생각이라는 것은 사실 모을 수 없는 거잖아요. 전 이 사람이 무엇이든 무언가를 모으는 행동은 이제 멈췄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

 

이지혜 : 저는 「전생」(76쪽). 다양한 구름을 그리는 이야기요. 구름이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게다가 77쪽에 ‘생은 눈부시도록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그중 몇몇은 전생으로 돌아가 아름다웠겠지.’ 이 문장이 정말 아름다운데 구름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진우 : 사랑, 희망, 꿈 이런 것들이 떠올라요. 어떤 사람의 꿈이 작고 소박했다가 점점 변질되기도 하고.

 

박세영 : 정말 이런 것은 나중에 작가님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최다은 : 그런데 작가님들은 특히 시인들은 작품의 의도를 잘 말해 주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두시더라고요.

 

이수진 : 저는 130쪽 「노크」요. 귀신인가 약간 무섭기도 하고 술에 취한 건가 싶기도 했어요.

 

박세영 : 저는 ‘똑똑’ 두드리는 것이 내 마음에 있는 “나”에게 두드리는 거라 생각했어요. 집이란 휴식처 또는 안심되는 공간이잖아요. 집에 들어가려고 노크를 하는데, 내 마음이 불안하니까 “나” 자신이 그 공간에 못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진우 :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문을 꼭 닫고 있는 내면의 나를 똑똑 두드려서 나오게 하고 싶은데 자꾸 안에만 있는 거죠. 하지만 ‘언젠가는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회자 : 저는 212쪽 「국수」의 글 말미에 오늘 밤엔 아삭한 반달이 떠 있다는 표현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이수진 : 단무지!

 

최다은 : 헉! 저는 단무지인지 전혀 몰랐어요! 갑자기 단무지가 왜 나와요? 이렇게 상대방을 생각하고 아파하고 마음이 아릿아릿한 감성에 젖어 있다가 갑자기 단무지로 끝내다니! 감성 와장창!

 

박세영 : 국수 먹고 계산하고 나가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입가심할 겸 단무지 먹었겠죠!

 

이진우 : 단무지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러고 보니 심지어 ‘아삭한’ 반달이네요.

 

최다은 : 그런데 국수를 보통 단무지랑 먹나요? 김치랑 먹지 않아요?

 

사회자 : 보통 김치도 주고 단무지도 주는데 김치는 밤하늘에서 연상시킬 수 있는 것이 없잖아요. 반달을 보면 단무지를 연상시키기에 좋아서 이렇게 표현한 것 같아요.

 

박세영 : 그런데 ‘아삭한 반달’이라는 표현 참 예쁘지 않아요? ‘아삭한’은 형용사고 ‘반달’은 명사인데 우리가 명사를 어떤 형용사로 꾸밀 때 떠오르는 형용사가 한정적이잖아요.

 

최다은 : 이게 공감각적 표현이잖아요. ‘아삭한’은 청각, ‘반달’은 시각.

 

사회자 :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잘 이해 안 되던 표현이 이해되네요. 혼자 읽었으면 그냥 지나칠 부분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요. 이것이 독서 토론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사회자 :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221쪽 「사연」을 읽고 떠오른 질문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써 본 편지가 있나요?’

 

박세영 : 2000년대에 친구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낸 기억은 나는데 장문의 손편지를 쓴 기억은 없네요.

 

이진우 : 써 본 적은 없는데 받아 본 적은 있어요. 사진 붙이거나 꾸미고 수첩처럼 만들었던 거요. 중학교 때 유행했던 것 같은데.

 

이지혜 : 맞아요! 친구들이랑 같이 했어요! 러브장! 우정장! 제가 한 통의 편지를 가장 오래 쓴 것은 일기장에 쓴 저 자신에게 보낸 편지예요. 쓰는 데 2시간 이상 걸린 것 같아요.

 

사회자 : 오랫동안 쓴 편지는 아니지만, 편지 이야기 하니 저번에 지혜 님이 손편지 받는 것 좋아한다고 하셔서 회원님들에게 오랜만에 편지 썼던 기억이 나네요.

 

이진우 : 그러고 보니 저는 고백할 때 편지를 많이 이용한 것 같아요. 말로 하기는 약간 부끄러워서 편지를 준비해 갔었어요.

 

사회자 : 다음 질문. ‘부치지 않을 편지를 써 본 적이 있나요?’

 

이지혜 : 저는 자기 전에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부치지 않지만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최다은 : 어떤 대상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원망하고 화내는 편지를 써 본 적이 있어요. 부치지 않았지만 제 마음을 털어냈어요.

 

이진우 : 저는 어릴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표현을 잘 못해서 저만 알 수 있는 기호 또는 글자를 특이하게 바꿔서 나만 알 수 있는 장소에 썼어요. 서랍 밑에 숨겨 두기도 했고.

 

이수진 : 저도 자기 전에 누워서 어떤 사람한테 말하지 못했던 것을 핸드폰 메모장에 적곤 해요. 어차피 안 보낼 테니까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거죠.

 

사회자 : 다음 질문은 ‘현재 일기를 쓰고 계신가요?’입니다.

 

이지혜 : 저는 중학생 때부터 쭉 써왔는데 요즘은 바빠서 못 쓰고 있어요. 매일 썼는데, 요즘은 쓸 것이 많으면 길게 쓰고 짧게라도 계속 쓰려고 해요.

 

사회자 : 저는 작년 12월 중반부터 열심히 쓰다가 마지막으로 3월 15일에 썼네요.

 

이진우 : 저는 일기를 쓰고 있는데 매일은 아니고 무언가 마음에 확 와 닿을 때 써요. 매일 쓰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이나 2주에 한 번 쓸 때도 있어요.

 

박세영 :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쓰고 안 썼어요. 일기 대신 이벤트가 있을 때 좋든 안 좋든 술을 먹는 것 같아요.

 

최다은 : 저는 스케줄러는 쓰는데 일기는 쓰지 않아요. 생각해 보니 저는 인스타그램을 일기처럼 띄엄띄엄 쓰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봐줬으면 해서 “봐라” 하며 일기장 펴놓고 있어요. 정도의 차이지, 인간은 누구나 관종이라고 했어요.

 

이수진 : 저는 핸드폰에 특별한 날의 감정들을 적어요. 특히 기분이 안 좋은 날 많이 적는 것 같아요. 고민이나 생각할 것들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얘기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적어요.

 

사회자 : 다음 질문입니다. ‘밤 또는 새벽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나요?’

 

이지혜 : 저는 계절 냄새를 맡아요. 계절마다 냄새가 있어서 계절이 바뀌는 걸 아는데 한 친구는 그런 저를 외계인이나 미친 사람이라고 놀리기도 해요. ‘시즌 스멜(Season Smell)’을 줄여서 ‘즌멜’이라고 별명도 붙였어요. 추상적인 느낌이 아니고 정말 냄새가 다른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못 맡는 사람도 있고 맡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사회자 : 저는 계절 냄새보다 사람 냄새를 잘 맡는 것 같아요. 체취는 아니고 사람이 지나갔을 때 순간적으로 나는 냄새. 대부분 향수 냄새인 것 같기도 하네요. ‘냄새가 나는데? 누가 지나갔나?’라고 민감하게 알아채요.

 

이지혜 : 다들 좋아하는 자연의 냄새가 있나요?

 

최다은 : 전 습기에 젖은 풀 냄새요. 흙냄새랑 섞인 풀 냄새도 좋고.

 

이진우 : 저는 요즘 꽃 냄새가 너무 좋아요. 얼마 전 맡은 등나무꽃 냄새가 너무 좋았어요. 요즘 한창이잖아요. 또 아침 자연의 냄새가 너무 좋아요.

 

최다은 : 등나무 꽃향기 고등학교 이후로 못 맡아 봤어요. 그래서 기억도 안 나네요 이제.

 

사회자 : 저는 집에서 키우는 식물 냄새가 좋아요.

 

박세영 : 저는 비린내 나는 바다 냄새요. 생물이 썩어서 나는 그 비린내가 살짝 있는 바다 냄새가 좋아요. 비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는 바다는 정감 있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내항에서 낚시하고 생선을 산 추억이 있어서인지 비린내가 살짝 있는 바다 냄새가 좋은 것 같아요.

 

이진우 : 어릴 적 이야기를 하니 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가면 그 동네만의 냄새를 맡아요. 분위기에 취해서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맡던 냄새 그대로요. 요즘에도 그 동네에 가서 냄새를 맡으면 옛날 생각이 나요.

 

이수진 : 어렸을 때 밖에서 어두워지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놀고 있으면 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셨잖아요. 집에 가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엄마가 맛있게 해놓으신 밥 냄새. 그 냄새를 맡고 ‘이제 저녁이구나. 밤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최다은 : 냄새란 주제로 이렇게 추억에 잠기게 되네요. 사람이 제일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냄새라고 하더라고요. 후각에 대한 기억이 제일 오래간대요.

 

사회자 : 다음 질문은 ‘책에서 “당신”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당신이란 대상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입니다.

 

이지혜 : 저는 모든 대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르는 사람도 당신이라고 하기도 하고. 미래에 만날 누군가이기도 하고.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또 나 자신을 당신이라고 표현한 것 같은 부분도 있었어요.

 

이진우 : 처음에는 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는 거고 그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한테 실연을 당했나?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나? 집착하고 잊지 못하고 있나?’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뒤표지를 보니 “나는 적요를 당신으로 여기곤 합니다.”라고 쓴 문장이 있더라고요. ‘당신’이 사람이 아닐 수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의 의미가 넓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다시 읽어 보니 감상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누군가가 그리워서만 쓴 글이 아니고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싶어서 우울하거나 외로운 사람들의 감정을 빌려서 그 사람들의 감정을 공감해 주기 위해서 진심을 꾹꾹 담아 글을 썼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지혜 : 저는 헤어진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감정이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헤어졌어도 그 사람과 좋은 추억이 있었을 것이고 그 추억을 떠올리는 과정이 자신에게 행복으로 온다면 그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으로 읽었어요. 작가가 외로워서 이런 글을 썼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대체로 글이 잔잔하고 무겁기는 하지만 우울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최다은 : 저도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감정인 슬픔이나 그리움을 담담하게, 잘 애도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박세영 : 이 글들이 향하는 특정 대상은 없는 것 같아요. 작가가 글을 쓸 때 ‘당신’이라고 하면 책을 읽는 독자가 당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당신’이라는 단어마다 글에 따라 그 ‘당신’이 다르게 그려졌어요.

 

이수진 : 당신이라는 표현은 너를 정중하게 표현할 때 쓰는 거잖아요. 여기에서 나오는 ‘너’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사물, 자연일 수도 있어요. 모든 것을 정중하게 대하고 표현한 느낌이 들어요.

 

사회자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나에게 ‘청춘’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요?

 

최다은 : (노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박세영 : 그만 해~ 흑흑~ 그만 하라고~ 엉엉

 

이지혜 : 저는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저도 청춘이고, 우리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이수진 : 전 현재진행형.

 

박세영 : 저에게 청춘은 갖고 싶은데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것. 물론 저도 지금 청춘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나 20대 초반 청년들과 비교해 보면 내 청춘이 조금 낡은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무언가 점점 저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저도 ing입니다.

 

이지혜 : 그런데 청춘이 좋은 말인가요? 저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거든요. 왜냐하면, 청춘은 힘든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사회에 나와서 무언가 계속 배워야 하고.

 

사회자 : 저는 젊었을 때 많은 것들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청춘은 그런 때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해야 할 때’. 아까 수진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도 청춘 진행 중이고 계속 청춘이라고 생각할 건데 어느 정도 마음속에 마지노선이 그어져 있긴 해요. 40대 전까지만.

 

이진우 : 저는 청춘은 나이나 시간과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 요즘 청춘이거든요. 요즘 안 좋은 날이 없어요. 청춘이라는 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가만히 두면 사라져요, 어느 순간에. 청춘은 점점 낡아 가거나 사라지는 것은 분명해요. 가만히 두면 사라지고 지키려고 노력하면 채워지는 것이죠.

 

사회자 : 마지막 질문은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낭독해 주세요. 한 편을 다 읽으셔도 되고 짧은 구절만 읽어 주셔도 됩니다.’입니다.

 

이진우 : 저는 책 속 문장은 아니고 제가 예전에 쓴 것이 있는데 그것을 읽어 드리고 싶어요.
 

“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바라만 보아도 벅차오르는
별을 품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가만히 있어도 가슴 벅차오르는”


또 거미를 보다가 생각나서 써 본 시도 있어요.

“누가 헤집고 간 것도 아닌데 한 가닥도 남지 않았네요.
다 제 탓인 줄은 알지만 잠이 오질 않네요.
감정의 선이 서로 맞닿아 거미줄을 이뤘었는데
외로운 밤 나의 감정선은 침대 밖을 벗어나지 못하네요.”


 

사회자 : 저도 진우 님께서 말씀하시니까 갑자기 옛날에 쓴 시가 생각나서 읽어 드릴게요. 오늘 아니면 읽어 드릴 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정말 짧아요. 제목은 ‘빛’입니다.
 

“어둠 속으로 들어온 빛
당신 같아라.
언제나 볼 수 있기를”


 

이수진 : 이 시에도 ‘당신’이 나오네요? (일동 웃음)

 

박세영 : 저는 책 속에 있는 글을 낭독해 보겠습니다. ‘벚꽃’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저렇게 만발하여 작별을 예비하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은데 당신을 생각하면, 그 봄은 짧았어, 너무.”

 

이진우 : 저는 227쪽 「언덕」 맨 밑 문단이요.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느릿느릿 밝혀 오는 어떤 창문을 본다. 그곳에서 울고 있는 이는 이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한 번쯤 지나쳤을 사람일지도 모르지.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우는 까닭을 알겠기 때문도 아니고 알고 싶기 때문도 아니며 그저 누군가 울고 있을 때 그 몰래 가만 서 있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지혜 : 전 266쪽 「이야기」의 첫 번째 문단이랑 세 번째 문단이요.

 

“당신이 편지를 쓰는 동안 눈이 내린다. 한 자 한 자 불러와 붙이는 사람처럼. 당신은 백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눈은 조용히 내린다. 바람도 없는 짙은 밤. 소복해지는 마음.
세상이 다 하얗게 변했다. 사람들의 눈썹도 하얗게 변하고, 누군가 부스럭, 이불을 끌어당겼다. 구름의 끝자락에서 당신이 적어낸 단어를 닮은 눈이 방금, 태어나 떨어진다. 아득히 먼 지상을 향해서. 하늘하늘.”

 

이수진 : 저는 288쪽 「색 너머 떠오른 채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한 문단이요.

 

“청춘, 빛을 물고 있는 단어. 저녁의 온도 곁에 비스듬히 서서, 막연히 기다리는 나이. 당신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어린 네가 웃으며 걸어올, 어쩌면 뛰어올 그래서 기다리고 걱정하는 그런 계절. 도무지 돌아올 것 같지 않은 건너편에서 내 쪽으로 오는 그 빛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시간.”

 

최다은 : 저는 276쪽 「나는 주로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중 대화와 수다를 비교한 문단이요.

 

“대화는 수다와 다릅니다. 대화는 느려요. 대화는 드러내는 것보다 숨기는 게 더 많지요. 드러내려고 할수록 숨어요. 대화를 할 때는 언제나 인내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찾으려 합니다. 그렇게 찾아내는 것들은 대개 값진 감정들, 그러니까 진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는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주기가 맞을 때, 그날의 기분과 날씨, 앞에 무엇을 두었느냐에 따라서 대화는 가능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이진우 : 저희는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 거겠죠?

 

최다은 : 그럼요. 우리 선데이북은 매 순간 대화를 하고 있어요. 책을 내야겠어요. ‘선데이북, 그들의 책 대화’ 이렇게.

 

사회자 : 이제 이 책의 총평을 내려 볼까요?

 

이수진 : 이 책을 읽은 내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된 것 같다.

 

이진우 : 수많은 당신이 만들어 간 이야기. 뭔가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진짜.

 

이수진 : 제가 정말 우리 독서모임에 고마운 것이 제 마음이 많이 메말라 있었는데 여러분들하고 몇 개월 같이 책모임을 하고 시간 보내며 마른 마음에 단비가 적셔진 느낌이에요. 감사해요.

 

최다은 : 저도 모두에게 정말 고마워요. 너무 행복해요.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박세영 : ‘밤 편지’ 어때요?

 

이지혜 : ‘가장 오래 걸려 쓴 편지’ 어때요? 십 년에 걸쳐 쓴 글들이래요.

 

이진우 : 책 제목이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이니까 우리 6명 하나씩 해서 6개의 낱말을 모아 보는 건 어때요?

 

최다은 : 낱말을 모은다니, 갑자기 이병헌의 로맨틱. 성공적이 떠오르네요. 전체 문장이 뭐지? 내일. 너. 로맨틱. 성공적.

 

이지혜 : 악! 하지 말아요!

 

이진우 : 감성 파괴다.

 

사회자 : 저는 ‘당신에게 띄우는’.

 

이진우 : 저는 ‘적요한 밤’. 작가의 단어를 써서.

 

이지혜 : ‘적요한 밤, 당신에게 띄우는 오랜 시간 담아낸 편지’.

 

일동 : 좋아요!

 

이지혜 : 그런데 여섯 명이 한 낱말씩 다 넣기로 한 거 아니에요?

 

최다은 : 이 정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제 로맨틱. 성공적. 넣어 주시든가.

 

사회자 : 이 책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으신가요?

 

박세영 :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요.

 

이지혜 : 개인도 되나요? 군산에서 만난 분들 중 저랑 글 취향, 음악 취향 모두 비슷한 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한테 추천하고 싶어요.

 

이진우 :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지혜 : 그리워서 아픈 사람에게는 역효과 날 것 같고,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요.

 

사회자 : 3개월간의 《문장 웹진》 책방곡곡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네요. 모두 애쓰셨습니다. 그동안의 소감이나 느낀 점 한 마디씩 말씀해 주세요.

 

박세영 : 먼저 《문장 웹진》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제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은 굉장히 생소했으나, ‘선데이북’ 회원님들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나에게 참 의미 있는 사람들과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고 대답하며 함께 대화라는 것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에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곤 했습니다. 2021년 4월에 시작하여 6월에 마무리되는 이 여정에, 우리가 청춘으로 돌아가 나눴던 유희경 작가님의 글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저렇게 만발하여 작별을 예비하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은데 당신을 생각하면, 그 봄은 짧았어, 너무.’ (「벚꽃」, 44쪽)

 

이진우 : 저희 '선데이북' 모임도 그동안의 모임을 기록으로 남겨 왔습니다. 회기 담당이 그 모임의 기록을 적고 카페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유해 왔습니다. 그러나 근 3개월 동안의 기록은 좀 달랐습니다. 기록할 파트를 서로 나누고, 각자 맡은 부분을 들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나갔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가다 보니 녹음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30분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서 2시간을 내리 작업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2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토론의 현장감을 다시 느끼며, 많이 웃고 때론 진지하게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날것 그대로의 '선데이북'을 못 보여드렸다는 점입니다. 저희의 엉뚱함과 사적인 이야기를 모두 지면에 담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성도 있는(?) 토론과 기록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문장 웹진》 덕분입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함으로써 저희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희 이야기가 풍성해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문장 웹진》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지혜 : 우리 모임의 ‘나눔’이 좀 더 체계적인 기록으로 남게 되어 기쁩니다. 모임 자체도 물론 좋은 시간이었지만, 녹취록 작성을 위해 함께 나눈 이야기를 다시 들어 보는 시간이 저에겐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저희의 ‘나눔’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특별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수진 : 더는 낯선 이가 아닌, 이제는 익숙하고 따뜻한, 소중한 선데이북 회원님들과 좋은 책을 함께 나누며 함께 기록한 시간이 제 기억 속 큰 자리에도 소중하게 기록되었습니다.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한 저희 회원님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 이야기를 만나실 독자님들의 기억에도 따뜻하고 행복한 미소가 자리하길 바랍니다. 다가오는 선데이북 1주년에 앞서 뜻깊은 참여의 기회를 주셔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게 선물을 주신 《문장 웹진》 관계자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아름다울 청춘들과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처럼 빛나는 독서모임이 되길~*****

 

최다은 : 저희 모임이 또 다른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문장 웹진》, 한길문고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데이북 사랑해요♥♥ 이 멤버 리멤버 포에버!

 

사회자 : 독서모임 활동에 동기부여를 더해 준 《문장 웹진》 〈책방곡곡〉에 감사를 표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눈 것들을 글로 타이핑하면서 저희가 이렇게 많은 대화를 했다는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그간 함께 나누던 2시간이 알찬 시간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꼈고 나눈 것을 되새기며 저 자신 또한 통찰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문장 웹진》을 구독하는 분들께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올라올 다른 글들도 기대 됩니다. 3개월 동안 감사했습니다!!

 

사회자 : 오늘 모임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모임 때까지 잘 지내시고 다음 책과 함께 만나요!

 

 

 

 

 

 

 

 

 

 

 

 

김우섭
사회자 / 김우섭

한길문고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는 중인 책방지기.

 

박세영
참여자 / 박세영

속기사.

 

이수진
참여자 / 이수진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 배움의 자세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지혜

참여자 / 이지혜

꿈꾸는 사람, 꿈 하는 사람으로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이진우

참여자 / 이진우

책이 주는 작은 깨달음들을 좋아합니다. 책모임이 주는 큰 즐거움은 더 좋아하고요.

 

최다은

참여자 / 최다은

이것저것 배우고 알아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경험을 긍정하고 주변에 좋은 기운을 주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문장웹진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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