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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포항 책방수북(제1회)

  • 작성일 2023-11-01
  • 조회수 1,022

《문장 웹진》 책방곡곡 포항 책방수북(제1회)

독서모임 〈생글〉

사회, 원고정리 : 연산
참여자 : 제이필, 나경, 이슬, 지현

책 : 차성환 『딸아, 행복했으면 좋겠다』(득수, 2023)



연산 : 

한 달 만에 뵙지만 여전히 반갑네요. 추석 연휴는 다들 잘 보내셨는지요? 과식으로 고생하신 선생님은 안 계시겠지요? 음식 하느라 명절증후군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선생님도 당연히 안 계시겠죠? 벌써 일곱 번째 모임입니다. 오늘은 지난달에 말씀드린 대로 딸을 시집보낸 서른네 명 아버지들의 웃음과 눈물이 담긴 축사를 통해 아버지와 딸 그리고 가족과 가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점점 퇴색되어 가는 결혼과 부부의 참 의미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과 말씀을 기대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 모임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려고 합니다. 4월 첫째 주 목요일에 시작한 우리 모임이 나에게 어떤 변화와 실천을 하게 하였는지 제이필 님부터 부탁드립니다.

제이필 : 

벌써 일곱 번째에요? 정말 빠르네요. 저도 몇 개의 모임을 하지만 이 모임은 책과 글쓰기라는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라 기다리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숙제가 때로는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낌을 단어와 문장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점점 수월하고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좋은 문장은 바른 문장으로부터, 독서는 가장 쉬운 글쓰기 방법이다,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경 : 

사실 일상에서 스스로 어떤 책을 한 권 고르고 독서를 한다는 것은 늘 다짐이고 맹세에 그쳤지만 이 모임에 나오면서 의무감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책을 읽고 모임에서 느낌과 생각을 말하다 보니 말하는 요령과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토론을 통해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다른 선생님들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모임은 절대로 결석하지 않을 겁니다.

연산 :

나경 선생님 오늘 공식적으로 약속하셨습니다.

나경 : 

네, 약속했습니다.

이슬 : 

저도 솔직히 이 모임을 하기 전에는 책은 늘 우리 집의 또 다른 인테리어 역할에 그쳤지만 모임을 통해 집에 있는 책을 찾아 한두 페이지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모임에서 선정한 도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후회도 많았습니다. 늦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습니다. 더 열심히 읽고 써보겠습니다.

지현 : 

추석 연휴 잘 보내셨죠? 가정주부로만 살아오다 마음 편하게 책 읽고 글도 쓰는 이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 같아요.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저에게는 큰 행복이 되었습니다. 암튼 좋은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산 : 

선생님들의 말씀에 저도 더 큰 용기와 희망이 생깁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알차게 준비하겠습니다. 자, 오늘 토론할 책부터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이 책은 2023년 도서출판 득수에서 출간된 차성환 작가의 결혼식 신부 아버지들의 축사를 모은 책입니다. 언제부턴가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 성행하면서 부모님들의 덕담이 결혼식의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습니다. 대개는 딸을 시집보내는 신부 아버지께서 축사를 많이 하시더군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버지와 딸, 굉장히 서먹하고 어색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서른네 명 아버지들의 웃음과 눈물을 통해 딸에 대한 아버지의 솔직하고 세심한 마음과 감정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점차 옅어지고 희미해져 가는 결혼과 부부의 참 의미에 대해서도 이 책은 그것의 엄중함과 숭고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전체 239페이지에 아버지의 웃음 11편, 아버지의 눈물 10편,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 13편, 그리고 아버지가 신부 아버지가 되기까지 감정의 변화를 담은 ‘나는 이렇게 신부 아버지가 되었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이 책에 대한 소감이나 감상을 누가 먼저 말씀하시겠습니까?

나경 : 

이 책을 읽고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딸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한 편의 축사에 오롯이 담겨 있는 아버지의 쓸쓸함과 미안함 그리고 딸과의 이별에 대한 공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나 시집보낼 때 저런 마음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결혼을 통해 아버지와 딸, 가족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이필 : 

저도 아직 시집가지 않은 딸이 있습니다. 남편에게 미리 신부 아버지 축사 연습하라고 책을 주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과 부부에 대해 우리 때와는 너무나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져서 부모들은 솔직히 걱정이 많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지만 건강과 결혼의 실수와 실패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모와 자녀 모두가 한 번쯤 읽으며 결혼에 대한 진중한 생각, 지금까지 키워 준 부모에 대한 생각도 한 번쯤 해보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이슬 : 

독신을 고집하는 우리 딸에게 이 책을 주었습니다. 너네 아빠도 결혼식장에서 신부 아버지 축사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려라 했습니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 설령 결혼은 했지만 과연 백년해로하며 잘살 수 있을까 부모는 늘 걱정과 고민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많은 가정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리보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서른네 쌍의 신랑 신부들을 보며 아, 우리 딸도 저렇게 멋진 결혼식을 하면 좋겠다, 우리 신랑도 감동적인 축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습니다.

지현 : 

주례가 없는 결혼이 대세이다 보니 갑자기 딸이 아빠, 나 결혼식 때 아빠가 축사해야 되니 준비 잘하세요, 라고 말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 같았어요. 결혼식 같은 중요하고 큰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엄청 부담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고민과 걱정을 하는 많은 부모님들에게 좋은 교과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기획 의도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보내 주었는데 야, 이런 책도 있어, 하며 아주 좋아하였습니다.

연산 : 

책은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 국어사전의 정의입니다. 책은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에게 지식 습득에 대한 만족과 동감이나 공감을 통한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좋은 문장 하나 정도 가질 수 있는 행복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지현 : 

저는 이 책 112페이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제목부터 너무 공감이 갔어요. 연애는 순간접착제이고 결혼은 양면테이프와 같다. 연애할 때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좋았는데 막상 결혼하면 저 사람 뭐야? 연애할 때 그 사람 맞나? 라고 실망하고 놀랄 때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미처 몰랐던 서로의 생소함을 하나 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주 특이한 습관이나 버릇에 놀라기도 할 것이다, 사람은 어차피 양면의 모습을 가지고 산다, 다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만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이슬 : 

결혼은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와 믿음 그리고 인내가 있어야 하며 부부는 누군가를 평생 나처럼 나만큼이거나 나보다 더 이해하고 존중하며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104페이지의 이 문장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와 믿음 그리고 인내가 있을 때 결혼을 결심하라는 말씀은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경 : 

부부에 관한 많은 좋은 글귀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110페이지의 부부는 일심일체로 살아야 한다, 마음도 몸도 하나다,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서로의 몸이 병들지 않도록 살피고 지켜 주는 것이 부부다, 좋은 부부 건강한 부부 행복한 부부가 되기 바란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바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부부입니다. 세상 최고의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이필 :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절로 웃음이 묻어 나온 문장이 있었습니다. 156페이지입니다. 아내에게 잘하는 남자는 돈을 조금 적게 벌어도 용서가 되지만 아내에게도 못 하면서 돈까지 조금 가져오면 그것은 원수가 되는 것이다, 부부가 화목하면 가정이 평화롭고 가정이 평화로우면 자녀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하면 그 가정은 대대손손 번창할 것이다. 부부와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지현 : 

아버지들의 축사뿐 아니라 딸이 성장하여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를 알게 되고 그 남자와 결혼하기까지 아버지의 심리 변화와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나는 이렇게 신부 아버지가 되었다’도 참 좋았습니다. 아직 딸을 시집보내지 않은 아버지들에게 마음의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74페이지, 하늘나라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박수를 치고 소리도 지르고,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는 결혼식을 치르는 딸의 내용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딸에게 남편의 마지막까지도 너의 손으로 지켜 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아내가 되어 주었으면 하고 당부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아내와 어머니가 건강해야 가족이 건강하고 가정이 화목하다는 말씀도 잊히지 않습니다.

제이필 : 

네, 저도 기억납니다. 딸의 남자가 있다(복잡미묘하다), 큰 관심과 조용한 탐색(심란스럽다), 수긍과 어색한 혼란스러움(혼돈) 상견례, 그 떨림과 긴장의 여운(도근도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초대장, 청첩장(감격스럽다), 친정아버지가 되다(하잔하다), 이렇게 여섯 단계별 아버지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딸의 남자를 알아 가는 과정과 상견례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청첩장이 나왔을 때의 감격스러움, 마지막으로 나도 친정아버지가 되었다는 하잔한 마음까지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특히 상견례 분위기와 유의할 것들에 대한 정보도 좋았습니다.

이슬 : 

저는 청첩장에 관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초대장이라고 청첩장을 표현한 것에 공감이 갔습니다. 청첩장에는 그 아이의 어린 시절, 과거에서 성장하기까지 온갖 기억과 추억이 묻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딸아이의 결혼 청첩장을 받아 본 부모의 마음을 저도 미리 느껴 보았습니다. 선생님들은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나경 : 

저도 곧 결혼해야 할 딸이 둘이나 있어요, 내가 딸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저는 기쁘면서도 슬플 것 같아요. 자기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기쁨과 나처럼 어느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야 할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솔직히 아직 이 땅에서 며느리와 아내, 엄마의 역할은 그리 수월하지 않잖아요. 세상은 변했지만 여전히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고 힘든 것 같아요. 저만의 생각일까요?

지현 : 

친정엄마라는 영화와 연극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친정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아버지와 딸, 무척 어렵고 서먹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서른네 명 아버지들의 축사를 읽으면서 깊고 넓은 아버지들만의 감성과 감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 다 같이 가족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 가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연산 : 

선생님들 모두 다 성인 자녀들이 있는데 부모로서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결혼과 부부에 대한 의견도 들어 보고 싶습니다.

제이필 : 

솔직히 많이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때는 결혼이 곧 백년해로이며 이 남자와 영원히 함께해야 된다는 의무와 책임감으로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결혼에 대한 무게감과 깊이가 너무 얕고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헤어지고 이혼하면 된다는 생각들 같습니다.

나경 :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도 평생직장은 없다고 합니다. 부부도 그런 것 같아요. 결혼은 했지만 평생 부부는 없다, 그때는 서로 좋아서 결혼했고 부부가 되었지만 살아 보니 이건 아니네 하면 서로 쿨하게 남남이 되어버리는 풍토가 점점 커 가는 것 같아요. 결혼과 부부에 대한 관념과 가치가 외국의 그것을 닮아 가는 것 같습니다.

지현 : 

이젠 이혼이 전혀 부끄럽거나 남에게 숨길 만큼의 잘못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연예인들이 몇 번의 이혼과 재혼을 했다는 것을 마치 자랑처럼 여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혼을 전제로 결혼하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결혼과 부부라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제대로 공부하고 가르쳐주었으면 합니다. 장난처럼 결혼해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좀 더 진중하고 신중하며 엄중하였으면 합니다.

이슬 :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과정과 절차가 너무나 쉬워지고 간결해졌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너와 내가 만나 서로 좋아하니 우리 결혼하자,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확신만 있다면 서둘러 결혼부터 하고 보자는 풍토가 이혼 증가에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은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닙니다. 가족과 가족, 가정과 가정의 대결합입니다. 이런 큰일을 어찌 쉽고 간단히 결정하겠습니까?

제이필 : 

제 남편도 이 책을 읽고 우리 딸 결혼할 때 축사 미리 연습해야겠다고 하더군요.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참고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아버지의 축사 외 신혼여행 준비 중인 딸의 가방에 몰래 넣어 둔 아버지들의 조그만 쪽지가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원고를 준비하실 때 아버지들로부터 딸에게 건넨 쪽지까지 받아서 책에 수록했다는데 시집가는 것도 하나의 이별이라 생각한 아버지의 애틋함이 가슴 뭉클하였습니다.

나경 : 

저도 축사 뒤 아버지의 쪽지를 읽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아버지로서 무심했고 조금은 냉랭하게 대했던 딸에 대한 미안함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어느덧 훌쩍 자라 부모 곁을 떠나는 딸이 대견하고 고마우면서도 아쉬움과 허전함에 돌아서서 눈물 훔치는 아버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가슴 따뜻해지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저도 많이 울었어요.

이슬 : 

아버지들이 그 상황에서도 신혼여행 갈 딸에게 줄 조그만 편지를 준비했다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늘 무뚝뚝하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아버지도 시집가는 딸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30여 년을 오롯이 아버지의 딸로만 살다가 오늘부터는 다른 집의 며느리가 되어야 하고, 누구의 아내 그리고 어머니라는 혼자서 세 가지 역할을 해야 할 딸이 안쓰럽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지현 : 

아직도 이 땅에서 며느리와 아내 그리고 어머니라는 역할이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것이 없잖아요. 어느 아버지의 말처럼 이젠 아버지도 나이 들어 예전처럼 딸의 슈퍼맨이 되어 주지 못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잖아요. 이제부터는 너 스스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아버지들의 가슴을 더욱더 무겁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이필 : 

이렇게 서른 명이 넘는 아버지들의 결혼식 축사를 모아 놓은 책도 처음 보았어요. 정말 재미있고 슬프고 감동적인 내용이 많아서 가족 모두 읽었습니다. 책은 재미와 감동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보물 상자라고 생각합니다. 『딸아,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책도 저에게는 또 하나의 보물 상자가 되었습니다. 

연산 : 

오늘 아버지들의 결혼식 축사를 통해 우리 딸 우리 아들 그리고 우리 가족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이제 결혼은 인생의 필수와 의무가 아니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세대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이해는 하면서도 우리 아이들만은 반듯한 제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어 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결혼과 부부의 의미와 가치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나도 아버지 어머니라 불리는 삶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성공한 삶의 한 방식이 아닐까요. 귀한 생각과 말씀을 해주신 제이필, 나경, 이슬, 지현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음 모임은 좀 전에 저희들이 결정한 2023년 문학나눔 1차 선정 도서 중 강효진 작가의 책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로 결정하였습니다. 열독, 정독하시어 11월에 다시 책방수북에서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책의 내용을 조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나 자신을 오롯이 대접하는 일. 내 식탐 따위 세상 사람들이 알아채면 좀 어때. 내 식욕이 어마어마하면 그건 또 어때. 못 말리는 식탐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나니 내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를 오롯이 대접하는, p103』


〈참여자〉

연산 : 잘 익어 가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신사

제이필 : 자원봉사로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함

나경 : 배움과 가르침의 삶

이슬 : 아름답고 고운 일상을 만드는 사람

지현 : 자연과 함께 풍요롭게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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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에세이]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김용언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열심히 읽고,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 또 가끔은 관련 공모전 심사를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심각하게 척박하다는 점이다. 가장 모순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장르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다. ‘(그냥) 문학’1)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설들은 굳이 ‘장르 문학’이라고 불린다. SF, 판타지, 미스터리/스릴러, 로맨스, 공포, 무협 등의 꼬리표가 붙고 낱낱이 분류되며 ‘문학은 문학이지만 그냥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단 그 안의 장르로 명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장르 문학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그냥 문학이 아니라 ‘비장르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순문학 역시 일종의 장르임을 인정하면서 모든 작품을 ‘장르 문학’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예전 한국 문단에서는 ‘순(純)’이라는 단어가 참여 문학/민중 문학 등의 대립항처럼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참여 문학/민중 문학도 ‘그냥’ 문학에 포함된 것 같다. 아무튼 거칠게 말해서 ‘장르’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과 현실 자체에 집중하는 소설을 ‘그냥’ 문학으로 호명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장르’로 호명되는 특정한 이야기들에는 그 장르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가 있고 또 그 안에서 통용되는 특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런 약속된 구조와 규칙을 이용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그냥’ 문학으로 불릴 수 없고 장르 문학으로만 불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장르 문학도 문학임을 인정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그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장르 문학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자꾸 찾아온다. 이를테면 한국 작가의 소설이 해외로 번역되었을 때 현지 리뷰들을 찾아보면, 스릴러/미스터리/공포 등의 명칭을 명확하게 부여하면서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기존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추리적 기법을 활용한’ 또는 ‘경계를 넘어선 상상력을 발휘한’ 등의 애매모호한 문구로 시작할 때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자신들에게는 낯선 작가의 번역 작품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하기 위해 ‘이것은 스릴러다’ 또는 ‘이것은 공포소설이다’라고 알려준 다음 그 작품의 특성이 어떤 점에서 새롭고 멋진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르 문학과 장르 아닌 ‘그냥&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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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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