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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풍부달콤과자같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

  • 작성일 2006-04-02
  • 조회수 826


 

-영화시나리오작가 김희재선생님과의 만남-



"평소 책읽기와 문학, 그리고 문화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이 장래에 도전해 볼 만한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모든 이들이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이즈음의 우리 사회는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고 있기도 한데... 이런 관점에서 평소 문학과 책읽기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이 이후 나름대로 흥미를 느끼고 또 평소 쌓아온 자기만의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갈 만한 여러 직업의 세계를, 이미 그 업종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듣는 시간을 만들어 본다" (편집자주)


 

왠지 모르게 … 그와 나 사이에 ‘영화’가 낀 사이라면 좀 특별한 사이가 아닐까 의심이 가고 ‘영화’가 끼어있는 사연들은 왠지 모르게 너와 나를 ‘낭만 속으로’ 떨어뜨린다고 기대했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옛 생각. 작금의 ‘영화’는 이미 ‘영화를 넘어서’ 그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힘센 ‘탱크’와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이것이 요즈음의 내가, 일천만 관객을 심심풀이로 넘기고 있는 ‘영화’에 대해 무릎을 치는 생각이다. 나는 그 작은 탱크가 밀고 지나간 길을 찬란히 지켜보고 있는 관객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제 팝콘처럼 뜨겁게 터져서 이곳저곳에서 심심하면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는 ‘과자’처럼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 영화가 어떤 경로와 땀방울로 완성되었는지를 안다면, 경악이다. 오늘 만나기로 한 분은, 내 식으로 이해하자면, ‘영양풍부달콤과자같은’ 영화의 영양사이자 조리사가 아닐까 싶다. 이 과자의 매력은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은근한 걱정이 따라오던 일들을 즐겼던 이가 아니던가. 그도 7월에 있을 ‘한반도’ 개봉을 앞두고 ‘은근히’를 지금 즐기는 쪽이 아닌지 궁금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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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 안녕하세요.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활동은 익히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는데요. 오늘 이곳에 와서 뵈니,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으로서의 면모도 대단하신 것 같네요. 강의실에서의 선생님 모습이 궁금하네요.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런 ‘강의’는 솔직히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담이 많은 일이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교수실 한쪽 벽면을 채운 학생들 시나리오 원고 파일을 가리키며) 저는 대략 한 학기에 30~40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또 그 작품들을 첨삭, 지도해야 해요.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죠. 다행히 이번 학기는 원고 파일이 많지 않은 편이에요. 작가로서 젊은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하지 않는 한 제 것을 외려 쏟아놓아야 할 입장에 있어요. 적어도 그들과의 관계에서 제 몫은 ‘쏟아주는 쪽’이죠.



시나리오 창작과 관련한 선생님의 강의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강의를 시작한 지는 시간 강사와 겸임교수 등을 합쳐서 6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이곳 추계예술대학에서 전임으로 강의를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고요. 한 주에 12시간을 학생들과 만나고 있어요. 한국 영화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제일 부족한 부분이 시나리오 작가 쪽이에요. 작년에 한국영화는 대략 70여 편, 또 올해는 100여 편 정도가 만들어질 예정인데,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배우도 부족하지만, 먼저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영화시장의 몸집이 커진 만큼, 좋은 시나리오를 정확하게, 자본의 로스(loss) 없이, 시간의 로스(loss) 없이 공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어요. 이런 점을 생각하면  제가 맡고 있는 ‘시나리오 창작 강의’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시나리오 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요?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좀 해주시죠. 또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시나리오 작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시나리오 작가는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설계도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생명을 탄생시키는 ‘친부모’의 역할을 담당하죠. 감독은 그 친부모가 낳은 아이를 입양해서 잘 키워야 하는 ‘양부모’의 역할을 맡은 분들이고요. 그저 ‘읽기용’ 시나리오가 아닌 이상 한 편의 시나리오는 작은 영화라고 해도, 최소한 10억 원 이상의 거금이 ‘투자된’ 영화로 태어나죠. 이정도가 되면 시나리오는 시나리오 작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죠. 투자자를 비롯해서 적어도 100여 명 정도의 사람이 일시에 움직이는 일의 첫 시작이라고 봐야 해요. 그 첫 시작이 시나리오고요. 이런 내막을 생각하면 사명의식이 없이 내가 좋다고, 마냥 글을 써댈 수는 없지요.



선생님은 대학에서 ‘영화연출’ 공부를 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해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나요?



=이전까지는 만화 시나리오를 한 상황이었는데, 어느 날 대학원 선배가 만화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소재라고 하면서 제의를 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죠. 전 지금 하는 일과 영화연출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 시나리오 작품을 본 사람들은 특히 ‘장면전환’ 등을 유심히 본 이들은 영화 연출적 개념이 많이 들어간 시나리오라고 얘기해요. 이 말은 곧 ‘영상적인’ 시나리오라는 의미겠죠.



지난 시절을 되짚어볼 때, 가장 힘이 되어준 것들은 무엇인가요?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선생님 자신에게 걸었던 어떤 ‘암시’ 같은 게 있었나요? 이를테면, ‘나는 무얼 해야 한다’ 와 같은 암시요?



=자기 암시 같은 것은 없어요. 다만 저는 크리스천으로서 하느님이 제게 주신 사명이 있다고 믿어요. 하느님은 제게 대중문화 안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라고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분이 그만 쓰라고 하실 때까지는 별달리 좌절하거나 중단한 일 없이 그냥 쭉 달려온 것 같아요. 이 일은 하느님이 제게 주신 직업이기 때문에 저한텐 천직이죠. 제 목표는 유명작가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작가도 아니에요. 이를테면 그것은 하느님이 제게 주신 ‘달란트’ 같아요. 제게 어떤 재능과 소명을 주었기 때문에 저는 그 길을 걸어가며, 하루하루 주어진 분량의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김희재 선생님의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들>


<나비>, <예스터데이>, <국화꽃 향기>, <누구나 비밀은 있다>, <공공의 적2>, <실미도>, <로망스>, <홀리데이> 등등 선생님의 작품은 그동안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과거, 제가 만화 시나리오 작업을 한창 할 때였어요.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신 분이 계셨는데요. 그때 그분이 저에게, 이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게 해달라고 축복해 주셨어요. 그때의 말이 저에게 크게 각인이 되었던 거 같아요.
이후 작가로서 저는 시나리오가 적어도 한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세를 가질때,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수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최소한 지금 논의하고 보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점이 제겐 중요했던 거 같아요.



선생님이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플롯이라고 봐요. 영화가 ‘정신세계’의 내면만을 좇는 작품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확한 플롯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작자가 구성적으로 짜놓은 카타르시스 지점이 수용자가 생각하는 카타르시스 지점과 일치할 때, 감동이 일어요. 그것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구성력(플롯)인 것 같아요. 제가 강의시간에 가장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기쁨과 즐거움이 많을 듯싶은데요. 어떤 점들이 ‘그래도 나는 시나리오 작가가 돼서’ 행복하다고 느끼시는지요?



=글을 쓸 때가 행복해요. 문장이 편안하게 흘러가거나 구성이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면 수용자도 그걸 거의 비슷하게 느껴요. 저의 일차적 수용자는 언제나 연출자죠. 제가 연출자를 흡수하고 그 연출자가 만든 영화가 대중을 흡수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사실 연출자를 설득해내면 돼요. 그리고 그것을 갖고 연출자가 대중을 설득해낸 것을 만들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유려하게 쓰면 감독도 그걸 알아요. 그 경우는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죠. 그리고 그것은 제가 제 일에 대해서 사명을 다했으니까요.



그 반대로 시나리오 작가를 자처했기에 따라오는 ‘고통’ 도 있을 듯싶은데요?



=따라오는 고통이 있죠. 창작이 잘 안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특별히 영화 쪽은 시나리오 작가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랑 TV는 반대구요. 거꾸로 방송작가들에게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제 경우 그런것은 별로 없어요. 어떤 권리라는 것 또한 주장한다고 해서 바로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다른 분야의 일을 선택한다 한들 그 정도의 고통이 없겠어요. 전 제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관에 걸릴 때쯤이면 벌써 다 잊어버려요. 극장에서 관객들과 똑같이 웃고 똑같이 민망해하고 그냥 그렇게 보내요. 그게 축복인 것 같아요. 집착도 없고요.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시나리오는 잘 읽었는데 영화가 잘 안나왔다’ 하면서 누가 말을 걸면, 저는 그냥 ‘그래요’하고 무덤덤 대답해요. 전 제가 쓴 시나리오를 빨리 지워요. 예전에 ‘실미도’ 관객이 천만을 넘어갈 때였어요. 모 기자가 전화를 걸어 기억에 남는 명대사 10개를 꼽아달라고 하는데, 순간,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때, 부랴부랴 남들한테 전화해서 ‘야 너 인상 깊었던 대사가 뭐야?’ 한 적도 있어요.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이, 시간이 지나도 모두 기억에 남아 있는지 궁금하네요. 선생님의 작품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 듯 싶은데요? 각각의 작품들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고요?



=<국화꽃 향기> 개봉 무렵이었어요. 그리고 <실미도> 막바지 시나리오 작업 중이었고요. 그날은 설 전날이었는데, 작품 마무리에 신경을 너무 썼는지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 빠져서 암 환자처럼 보일 때였어요. 거기에 위경련 증세까지 찾아와서 배를 붙들고 데굴데굴 굴렀던 상황이었죠. 섣달그믐이라 병원가기도 그렇고 구르다 구르다 혼자서 언뜻 한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이러다가 죽으면, ‘국화꽃향기가 대박 나겠다!’ 여주인공 이름이 나와 동명이인데다, 위암으로 죽었거든요. 만약에 ‘동명이인 작가가 일 때문에 죽었다’, 이러면 대박이 나겠구나 이런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날을 그렇게 아픈 배를 쥐어짜면서 새벽을 맞았던 거 같아요. 설날 식구들 떡국 음식 먹을 때, 저 혼자 죽 먹고 아무튼 2003년 설날을 잊을 수 없네요.



좋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시고 싶은가요.



= 목숨 걸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아주 여러 명,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적어도 현장에서의 감독은 목숨을 걸어요. 현장에서 자기 영화를 찍으면서 ‘대충 찍어라’ 하는 감독은 한명도 못 봤거든요. 영화의 수준차는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에서 비롯하지 노력부족 때문은 아니에요. 우리나라 영화시장 그렇게 만만치 않아요. 물러설 곳 없는 현장에서 100여 명의 스텝이 200개의 눈을 가지고 누군가의 결정을 기다라고 있는데, 그 결정을 내리는 이가 감독이잖아요. 그런 작업을 시작하게끔 만드는 것이 또 시나리오고요. 그러면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감독에게 쥐어주지 않는 것은 그 감독을 죽이는 거예요. 더군다나 있는 재산 다 털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든 사람을 생각해봐요. 결국은 그 영화 망해서 보따리 싸고 이산가족 되는 사람, 직업을 잃는 사람도 생길 수 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거든요. ‘영화 망했다’ 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이미 고료는 이미 다 받아 챙긴 거구요. 남을 사지에 몰아넣으면서 자신은 목숨을 걸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안이한 생각이죠.


선생님이 좋아하는 시나리오 작가들은 어떤 분들인가? 궁금하네요.



=제 경우는 영화보다도  시나리오 작품을 더 많이 봐요. 김대호 감독님의 작품을 정말 좋아요. 어찌보면 저와 정 반대의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분이지요. 정서적이고 또 멜로 작가라서 좋아요. 아주 물기가 많은 시나리오들을 쓰셨죠. 구성도 참 훌륭하고요. 또 장진 감독의 작품들도 좋아해요. 그의 유머러스한 감각이 좋아요. 그밖에 요즘 젊은 작가들 중에서는 ‘투맨즈’ 같은 작품들을 좋아해요.



최근까지 이슈가 됐던, 스크린쿼터와 관련하여, 한 말씀 하신다면요?



=스크린쿼터 문제는 제국을 만들려고 하는 미국의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상황이에요. 전 세계를 상대로 진출하고 있는 그들의 영화산업에서 한국은 2%가 안 되는 시장이에요. 그들은 멀리로는 곧 개방될 중국과 인도네시아 시장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국내영화시장마저 그들이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봐요. 왜 우리가 그 시기와 날짜, 방법까지를 미국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화 ‘킹콩’이 조기종영 되는 나라는 바로 한국뿐이에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거나 없앤 나라의 영화시장은 5년 이내에 무너졌어요.



선생님의 경우는 ‘문학과 영화’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저는 추계예술대학원 1기로 들어왔어요. 그때의 정확한 명칭은 ‘영상문예대학원’이었어요. 그리고 저희 커리큘럼이 ‘시와 영상 연구’였구요. 또 실제 대학원수업도 문학박사께서 강의를 하셨구요. 저희는 정확하게 소설과 영화가 닮아 있다라고 대학원에서 배웠고 그것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기호학을 배웠고 그래서 영화가 갖고 있는 영상문법이 시의 문법과 닿아 있다고 인식하게 되었죠. 문학적인 뿌리가 없이 MTV 같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요. 인문학적인 베이스를 갖추지 못한 채로 감각만 뛰어난 아이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경향을 저는 경계하고 있어요. 인문학적 베이스가 없는 작가를 기르는 것은 한국대중문화의 질적 저하를 가져와요. 적어도 제가 있는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현재 구상중인 작품이 있는지요? 가까운 날 곧, 영화로 소개되는 선생님의 작품은 어떤 것인지요?



=7월에 ‘한반도’가 나와요.



일과 관련한 선생님의 ‘수입’이 궁금한데요. 억대 작가라는 칭호가 따라붙고 있잖아요. 게다가 인센티브까지 합쳐서, 보상받고 있는 걸로 아는데, 수입은 넉넉한 편인가요?



=시나리오 한 편에 1억 받고요. 인센티브 계약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모든 시나리오를 1억씩 받는 것은 아니고요. 강우석 감독님께서 ‘공공의 적2’ 다음 작품인 ‘실미도’에서 1억을 주셨어요. 다른 영화사와 계약을 할 때는 그걸 기준으로 해서 계약을 해요. 인센티브가 없는 경우는 고료를 높이는데, 제가 먼저 제안을 하거나 조정을 한 적은 없어요. 그냥 ‘알아서 주십쇼’ 하죠. 1억 정도면 사실 넉넉한데, 제 경우는 다른 시나리오 작가에 비해서 작업량이 정말 많아요. 중년의 샐러리맨들 노동시간보다 적지 않게 일하고 있어요. 하루 2~3시간 자고 5분, 15분 단위로 끊어서 움직이고 있어요.



창작이다 강의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꾸벅)

 


< 김희재 (金希才) 선생님 약력 >

 


2001년 7월 아미그달라 (imbc / 이현승외 4명의 감독)
2002년 6월 예스터데이 (미라신 코리아 / 정윤수 감독) 윤색
2002년 12월 H (봄 / 이종혁 감독) 각본
2003년2월 국화꽃향기 (태원 / 이정욱 감독) 각본
2003년 5월 나비 (태원/ 김현성 감독) 각색
2003년 12월  실미도 (한맥 / 강우석 감독)  각본
2004년 6월 페이스 (태원 / 유상곤 감독) 각색
2004년 7월 누구나 비밀은 있다 (태원 / 장현수 감독) 각색
2005년 1월 공공의 적2 (씨네마 서비스 / 강우석 감독) 각본
2006년 2월 홀리데이 (현진 씨네마 / 양윤호 감독) 각본
2006년 3월 로망스 (엘제이필름(주) / 문승욱 감독) 각색
2006년 7월21일 한반도 개봉예정 (씨네마 서비스 / 강우석 감독) 각본

2003년 1월 시나리오 창작 회사 베네딕투스 창립 이사
2004년 6월 제41회 대종상 각색 부문 수상

2006년 3월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영상문화학부 영상시나리오 전공 전임교수

 

*** 인터뷰 후기 ***

김희재 선생님이 계신 추계예술대학교에는 층층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긴 나무계단이 있다. 그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는데, 갑자기, 내가 지금 공룡 뼈의 어디쯤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계단 끝에서 나는 공룡의 입을 통해서 툭 뱉어졌다. 둘러보니 이 곳은 아직 약육강식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지구. 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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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2-10-27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 _ 제4회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 이성아 소녀는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물방울이 맺힌 소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고, 고양이도 막 목욕을 마친 듯 털이 보송보송했다. 보송보송한 털의 유혹이 너무나 강렬해 나도 모르게 쓰다듬을 뻔했다. 소녀는 나와 또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의 사람들처럼 어색했다. 아파트 하수구 관이 막혔는데, 지금은 밤중이라 공사를 할 수 없으니 아침에 공사할 때까지 물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지구 반대편의 언어라도 되는 듯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소녀는 나보다는 고양이와 더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영물이야. 공연히 곁을 주면 나중에 해꼬지나 당한다니까.” 아줌마가 내게 하던 말이다. 고양이는 소녀의 품에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고양이에게조차 수모를 당한 듯 명치끝이 짜르르 아려왔다. 나에게도 고양이가 있었다. 높은 담을 사뿐히 뛰어올라 얼음사니처럼 우아하게 걸어 다니던 고양이에게 나는 다미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두었다가 다미에게 주면 아줌마는 소리를 꽥 질렀다. “고양이 밥 주지 말란께. 야가 뭔 똥고집이래.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이.” 식당 알바는 힘들었다. 처음엔 청소하고 설거지나 하면 된다고 하더니 술손님들이 많으면 서빙에서부터 고기 잘라 주는 일까지 이것저것 가릴 여유가 없었다. 취한 남자들이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아래위를 훑어보거나 손이며 엉덩이를 쓰다듬으려고 할 땐 온 몸의 솜털이 다 곤두서고 구역질이 나오려고 했다. 그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 같은 아줌마의 목청이었다. 내 평생 목소리가 그렇게 큰 사람은 처음이었다. 고작 17년밖에 안 산 내가 평생이란 말을 쓰긴 좀 그렇지만, 아마 평생을 곱절로 살아도 그렇게 목청이 큰 사람은 만날 것 같지 않았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아줌마는 고함을 질러댔다. 간혹 뭔가 날아가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깨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양은냄비나 플라스틱 바가지, 물통이나 양푼, 철판 뒤집개나 슬리퍼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살얼음판 위를 걸어 다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일했다. 수돗물을 세게 틀면 안 되고, 설거지할 때 개수대 밖으로 물이 튀면 미끄러지므로 안 되고, 식탁은 젖은 행주로 닦은 다음 반드시 마른 행주로 닦아야 하고, 기름 묻은 그릇은 오래 두면 안 되고, 안 되는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걸을 때 엉덩이를 흔들어도, 무표정해도, 큰 소리로 웃어도 아줌마는 고함을 질렀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화낼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많이 나온 전기세와 갑자기 오른 임대료, 갑자기 쏟아지는 비, 햇빛이 들이치는 창, 똥 마려운 것처럼 끙끙거리는 개새끼, 시끄러운 오토바이소리, 그리고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생선 구잇집 아줌마. 소정은 아줌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 웹관리자
  • 2012-10-16
단 한 번의 기회

청소년 테마소설 성취와 좌절_제4회 단 한 번의 기회 이명랑 자식을 바꿀 수 있을까? 나라면…… 절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아빠, 엄마라면? 나는 빠르게 주위를 훑어본다. 운동장을 둥글게 에워싼 광장식 계단을 꽉 메운 사람들. 대부분 오늘 테스트에 임하는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열심히 자녀들을 응원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아빠,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차가운 은빛으로 빛나는 안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다. 아빠 옆으로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도 앉아 계신다. 컥, 숨이 막힌다. 우리 가족이 앉아 있는 곳을 확인하자마자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혀온다. 흰 현수막 위에 금빛으로 화려하게 새겨진 글자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VIP. 금빛으로 빛나는 VIP라는 글자들 옆으로 봉황 두 마리가 이제 곧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이 날개를 펼치고 있다. 그 활짝 편 날개 옆에 우리 가족은 앉아 있다. 비좁은 자리에 앉아 서로 어깨를 부대끼며 자식들을 응원하다 말고 어른들은 가끔씩 VIP석을 곁눈질한다. 대놓고 쳐다보지는 못하지만 이따금 VIP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훔쳐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부러움과 질투심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어야 VIP석에 앉을 수 있는 거야? 아들아! 봤지? 네 눈에도 저기 VIP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너만이라도 제발 저 자리에 앉아다오! 사람들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들과 느낌표들을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옆에서 아빠, 엄마보다 더 태연하게 발밑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바로 내 가족이다. 어른이 되면 나도 저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나는 우리 가족의 일원일 수 있을까? “자! 전원 출발선 앞으로!” 사회자가 붉은 깃발을 번쩍 들어올린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수많은 아이들이 출발선 앞으로 달려간다. 나도 질세라 뛰어간다. 시작이 절반이다, 라고 아빠는 늘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시작에서부터 뒤처지면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고 달리는 아이들 두, 세 명을 어깨로 밀치며 앞으로 뛰어간다. 누군가 내가 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내 어깨를 밀치고는 빠르게 내 앞을 스치고 달려 나간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키가 큰 녀석이다. 누가 너 따위에게 질 줄 알고! 나는 어금니를 악문다. 간신히 내 어깨를 치고 달려간 녀석보다 한 발 앞서 출발선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정중앙이다. “모두 집중! 첫 번째 미션이다! 참가 인원은 모두 100명, 카트는 50개! 먼저 뛰어가 카트를 잡는 사람만이 장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사회자의 설명이 끝났다. 사회자는 번쩍 들어 올렸던 붉은 깃발을 밑으로 내리고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아

  • 웹관리자
  • 201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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