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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_명작에서 괴작까지] 비틀즈와 안나 카레니나

  • 작성일 2013-04-15
  • 조회수 711


비틀즈와 안나 카레니나

 

정세랑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비틀즈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1963년 이후 아주 많은 것들이 비틀즈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노웨어 보이(2009)〉는 존 레논의 유년 시기를 다룬 영화다. 그토록 불안정하고 애처로운 유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존 레논의 노래들도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랐을 것이다. 영화는 아름답고 빛나는 것들이 자주 상처와 균열로부터 태어난다는 점에 대하여 돌아보게 한다. 그 어린 존 레논을 연기한 소년 배우가 있다. 1990년에 태어났으니, 존 레논이 살해당하고도 10년 후에 태어난 셈이다. 그런데 이 어린 배우, 너무나 완벽하게 존 레논을 연기해냈다. 심지어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존 레논과 얼굴도 체형도 같은 구석 없이— 존 레논이라고 하기엔 어깨도 지나치게 실팍하고 손가락도 두꺼운데, 그런데 존 레논이다. 게다가 영화가 끝나고 영화를 감독한 23살 연상의 샘 테일러 우드와 결혼한다. 갓 스무 살에 마흔세 살의 여성과 사랑에 빠지다니, 어딘가 내내 위태롭고 이질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배우다웠다. 두 사람 사이의 일은 두 사람만 안다지만 어쩐지 그럴 듯했다.
   애런 존슨. 이름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노력에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배우는 흥미로운 각본들을 골라나갔다. 슈퍼 히어로물 애호가들에게 큰 충격을 준 〈킥 애스(2010)〉는 도무지 잊히지가 않는 영화다. 어떤 사람들은 ‘병맛 영화’라 고개를 흔드는 괴작이지만, 초능력도 없고 부자도 아닌데 신념만으로 히어로가 될 수 있는가 묻고 있다는 점에서 전에 없던 영화다. 신념, 신념만으로—조금 더한다면 맷집만으로—믿는 바를 실천할 수 있을까. 주제가 묵직한 것과는 별개로 스타일이 근사했다. 영상의 질감 역시 매우 뛰어난 영화였기에 후속편을 기다리고 있으나 감독이 〈엑스맨〉시리즈를 동시에 맡고 있어서 몇 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 올해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그 사이에 얼굴이 약간 바뀔 정도로 성장한 애런 존슨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파괴자들(2012)〉에서 또 한 번 독특한 캐릭터를 맡는다. 이 영화를 두고도 감독이 노망이 났네, 졸작이네, 말들이 많지만 나는 굉장히 좋게 봤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캘리포니아 정서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캘리포니아에 가본 적 없어도 캘리포니아의 햇빛, 하늘, 바다, 느낌을 누구나 쉽게 떠올린다. 그게 캘리포니아의 힘 아닐까? 오필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주인공을 동시에 사랑하는 두 친구, 특A급 마리화나를 재배하지만 범죄자라고 말하기엔 너무 순수한 젊은이들, 그들이 휘말려가는 끔찍한 사건들이 비정하지만 감각적으로 그려진다. 삼각관계인데 평화롭고, 또 촌스럽지 않다. 촌스럽지 않은 삼각관계라니 열대 과일 맛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언젠간 정말 캘리포니아에 가볼 날도 있겠지.
   캘리포니아의 햇빛을 떠나, 러시아의 눈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자. 최근에 개봉한 〈안나 카레니나(2013)〉 얘기다. 캐러멜처럼 탄 피부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모르겠지만, 애런 존슨은 제정 러시아의 장교 브론스키로 변신한다. 예고편을 보고 나서 이 영화를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보다 완벽한 브론스키는 없을 것 같았다. 한없이 무구하면서도 한없이 폭발하는 존재. 인생을 끝장낼 것 같은 젊은 유혹으로서 그보다 나은 얼굴이 어디 있겠는가. 기대는 완전히 충족되었다. 사랑은 살해당할 각오로, 기차에 깔릴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안나 카레니나〉는 윤리와 용서 같은 굵은 주제를 충분히 말하면서도 사랑과 신경쇠약 사이의 어딘가를 정확히 짚고 있다. 사실주의적인 장면 전환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일관적으로 무대를 연상시키는 전환 장치들도 흥미로웠다.
   어떤 영화가 싫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쉽다. 사실 가끔은 정말로 싫은 영화들도 있다. 하지만 괴상하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좋은 영화들은 좀 더 애정 어린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산으로 갔구만.” “킬링 타임용이네.” 그런 말들이 쏟아질 때 “그래? 난 그 영화 좋았는데.” 하고 말하기가 더 어려운 건 어째서일까. 그래서 오늘의 이 글도 그렇고 앞으로 쓸 글들도 그렇고 그런 괴작들을 자주 언급할 것 같다. 명작은 아니지만 자주 떠오르는 영화, 전체적으로는 기이할지 몰라도 빛나는 한순간 때문에 자꾸 생각나는 영화들 말이다. 영화 취향 나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내가 영화 칼럼이라니, 아연할 뿐이다.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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