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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고 시극 경연대회-취재기]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 작성일 2014-10-17
  • 조회수 1,455


[안양예고 시(詩)극 경연대회 ‘눈.시.울’ 현장 취재기]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이병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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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고등학교 시극 경연대회 ‘눈과 시의 울림’ 현장]


늦여름의 뙤약볕이 뜨겁던 지난 8월 29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안양예술고등학교(교장 최은희·이하 안양예고)를 찾았다. 문예창작과 학생들의 시극 경연대회인 ‘눈과 시의 울림’(이하 ‘눈시울’)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잰걸음으로 달려간 것이다. 운동장 공사 관계로 학교 밖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야말로 ‘헐떡고개’를 낑낑대며 걸어 올라갔다. 매일 그 오르막을 오르며 등교할 안양예고 학생들의 체력이 웬만한 체고생 못지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 청소년 시낭송 나눔’이 피워낸 열매


오후 1시 30분, 강당은 이미 학생 및 교사, 학부모를 비롯한 관람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호기심과 기대감이 어린 눈빛이었다. 이번 시극 경연대회 ‘눈시울’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이하 문체부)와 (사)한국시인협회(회장 문정희?이하 한국시협)?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이하 문예위)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기획한 ‘2014 청소년 시낭송 나눔’(이하 시낭송 나눔)의 일환으로 진행된 행사다. 학생들이 직접 쓴 대본을 가지고 연기와 무대, 의상과 소품, 음악 등을 스스로 연출하며 3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학교 수업과 창작만으로도 여력이 없었을 텐데, 바쁘고 소중한 시간을 쪼개 시극을 준비한 학생들이 참 대견했다. 막이 오르기 전, 핀 조명의 스포트라이트가 드리워진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극을 준비한 학생들의 설렘이 내 가슴에까지 전해졌다. 시가 종이에 인쇄된 문자 예술만이 아니라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을 자극시키는 복합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시의 새로운 가능성이 청소년들에게 있음을 아홉 개 참가팀의 시극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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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시인의 시 「0번」을 극으로 표현한 ‘운김’팀의 「비꽃」]



사회 문제부터 인간의 본질 탐구까지… 다양한 주제 담아


이병일 시인의 시를 극으로 만든 ‘사나래’팀의 「꽃제비」를 시작으로 시극 경연대회의 막이 올랐다. 그 뒤를 이어 ‘운김’팀이 이혜미 시인의 「0번」을, ‘푸른소리’팀이 김혜순 시인의 「희망」을, ‘실망’팀이 박연준 시인의 「뱀이 된 아버지」를, ‘물동이’팀이 김행숙 시인의 「귀신 이야기 7」을, ‘모꼬지B'팀이 조지겸 시인의 「개떼들」을, ’글여울‘팀이 보들레르의 「썩은 송장」을, ’큐플러스‘팀이 김승일 시인의 「대명사 캠프」를, ’모꼬지A‘팀이 안현미 시인의 「비굴 레시피」를 각각 극으로 표현했다. 풋풋한 연기와 어색한 동작, 대사의 실수가 나올 때마다 객석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지만 경연에 참가한 모든 팀들은 자신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극을 통해 시의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동시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탈북자와 북한 인권문제(「꽃제비」), 오늘날 예술가의 가난한 초상(「희망」), 갑과 을의 수직관계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개떼들」), 비굴함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단상(「비굴 레시피」) 등 사회 현실을 담아낸 작품들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문제(「0번」), 삶과 죽음의 공존이라는 아이러니(「썩은 송장」), 인생에 대한 비극적 인식(「뱀이 된 아버지」), 환상과 현실의 경계(「귀신 이야기」) 등 인간과 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들, 그리고 언어와 실재 대상 사이의 모순(「대명사 캠프」)을 그린 작품까지 다채로운 시극들이 무대를 수놓았다. 각기 다른 아홉 편의 시를 소재로 만든 시극들은 저마다 시와 연기, 노래, 춤, 영상, 음악을 접목시키며 참신한 상상력과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을 표현해냈다. 관객들은 어떤 장면에선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장면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학생들의 시극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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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시인 초청 강연]



시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


1부 시극 경연대회가 끝나고 이어진 2부 시인 초청 강연에서는 이수명 시인이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이수명 시인은 “문학은 그 어떤 것보다 오래 가는 강하고 힘센 것”이라며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400년 넘도록 영국 최대의 수출품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어 “시는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또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며 시를 쓰고 문학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시극에서 시를 쓰는 남자친구의 무능함을 타박하는 여자친구 역할을 맡았던 한 여학생은 강연이 끝난 후 이수명 시인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다. 이수명 시인은 “시가 죽었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 청소년들이 시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고 있는 것을 보았다”며 ‘눈시울’의 성과를 칭찬했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시극 경연대회 현장을 찾은 안양예고 선배 이혜미 시인과 안양예고 영재반 교사 황종권 시인 역시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아낌없이 들려주었다.


‘눈시울’을 기획하고 지도한 안양예고 윤한로 교사는 “3개월 넘는 준비 기간 동안 잘 따라와준 학생들에게 고맙고, 행사를 지원해 준 문체부와 한국시협, 문예위에 감사를 드린다”며 시극 경연대회가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을 표했다. 이번 시낭송 나눔 행사와 별개로 안양예고는 ‘행복한 시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매달 한 편의 시를 선정해 전교생이 암송하도록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을 지나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왔다. “시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라던 이수명 시인의 말과 학생들의 대사 하나 하나가 목숨을 다해 우는 매미 소리를 뚫고 내 귓전에 날아와 박혔다.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시를 통해, 정말 살아 있는 눈빛과 음성, 몸짓들을 보았다.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보다 더 숨이 가쁘고 벅찼다. 근처 찜닭집에서 이수명 시인과 늦은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안양예고 강당에 두고 온 내 눈시울이 자꾸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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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시인)


1984년 서울 출생. 2014년 《시인수첩》 신인상 등단.
한국시인협회 2014년 청소년 시낭송 나눔 진행팀장



《글틴 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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