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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상

  • 작성일 2019-04-01
  • 조회수 848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감상&비평]



제14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상



물개맨(신유진)




<Rogue One : 신화가 역사가 되는 순간>


대개 영화를 비평할 때에는 영화에 반영된 현실의 무언가를 주목하기 마련이지만, 간혹 세상에 자신을 반영시키는 작품들이 분명 있다. 어느덧 시작한 지 40년이 넘은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가 현실의 문화를 지배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외전 격인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논하기에 앞서 '스카이워커 가문'에 얽힌 이 거대한 사가(saga)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의 신화이다. 스타워즈를 격상하기 위한 꾸밈말이 아니라, 별다른 건국 신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 시리즈는 정말로 일종의 대체 신화로써 여겨진다. 실제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그리스 신화, 아서왕 전설 등 전 세계의 영웅 신화를 분석하였고 조지 루카스는 이를 적극적으로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에 적용했다. 고전적인 선과 악의 대립을 다룬 스타워즈는 놀라울 만큼 단순한 플롯과 인물들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결국 이 작품은 수많은 신화의 원형적 본질, 인간의 무의식적 열망에 접근해 엄청난 흥행을 이끌어냈다.
그런 의미에서 흔히 3대 SF 프랜차이즈로 불리는 <닥터 후>, <스타 트렉>, <스타워즈> 중에서도 스타워즈 시리즈는 독보적인 위치와 상징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인물들이 그렇다. 능력을 비교적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최근의 '히어로'들과 다르게 스타워즈 영웅들의 능력은 매우 모호하게, 마치 '신'처럼 그려진다. 히어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초능력이나 기술과 달리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포스'는 정확한 위력과 발동 조건을 전혀 알 수 없는 매우 신비한, 신적인 힘이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대립하는 클래식 3부작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전형적인 오이디푸스형 인물이다. 눈여겨볼 만 한 점은 1~3편에서 아버지 아나킨의 이야기를, 4~6편에서 루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개봉 순서는 루크의 4~6편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 전복된 계보는 흔하디 흔한 '출생의 비밀' 서사에 서스펜스를 더하며, 상상도 못 했던 적의 정체를 알게 된 루크의 절망과 관객의 충격을 극대화하고, 작품 전체에 비장미를 감돌게 함으로써 매우 성공적으로 신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시공간적 배경 역시 마찬가지이다. 짙은 영국적 색채를 숨기지 않으며 현실의 이슈들을 적절히 반영하는 <닥터 후>, 23세기 미래 지구라는 공간을 빌려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사회의 다양성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스타 트렉>과 다르게 <스타워즈>는 어딘가 동떨어져 있는 듯한 신화적 배경을 택하고 있다. 첨단 우주선과 칼싸움이, 웅장한 군대와 이동수단으로써의 동물들이 혼재하는 세계관은 흔치 않다. 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프닝 타이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래전 멀고 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라는 두루뭉술한 말은 사실 스타워즈를 관통하는 정보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 외적으로도 스타워즈는 영화산업의 영원한 전설이다. 첫째로 스타워즈는 '인기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시초나 다름없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 시리즈의 기반과 전성기 모두 영화라는 매체 위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성기를 꽃피운 해리 포터, 007, 반지의 제왕,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는 모두 소설이나 코믹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스타 트렉>이나 <닥터 후>는 애초에 브라운관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므로 영화의 세계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타워즈 시리즈가 단단히 떠받치고 있는 상상력의 세계를 어떻게든 지나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영화들은 이제 더는 단일 영화 자체로만 평가할 수 없게 되었다. 너무나 거대한 팬덤과 단단한 기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시리즈와 달리 '팬서비스용' 컨텐츠를 생산해낸다고 해도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없는 것이다. 대중들은 스타워즈의 번외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40년 동안 검증받은 기존의 문법을 그대로 이어갈 그저 그런 정도의 팬서비스용 영화를 기대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영화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한 무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리즈의 전통적 문법인 '신화'의 구조를 완전히 탈피해 '역사'를 그려낸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 라는 작품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종류의 것이다. 클래식 삼부작인 4~6편과 프리퀄 삼부작인 1~3편 가운데 비어있는 시간의 틈을 메우는 <로그원>은 일종의 '비트윈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그원>의 주인공은 진 어소라는 젊은 여성 인간이다. 진 어소의 어머니 라일라는 은하 제국에 의해 살해당하고, 아버지 겔런 어소는 납치당해 은하 제국을 위해 '데스 스타'라는 행성 파괴용 병기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진은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행성 제다의 지역 반군 곁에서 자라게 되지만, 독립한 뒤 다시 제국군에게 감금당한다. 이때 반군 연합은 제다의 반군과 교섭할 목적으로 진 어소를 구출하고, 겔런을 죽임으로써 '데스 스타'가 완성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그러나 진은 곧 아버지가 보낸 비밀 메시지를 발견하고 데스 스타의 설계도 속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순간 데스 스타는 제다 행성을 공격하여 산산조각낸다.
탈출한 진은 반군 연합 회의에서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빼앗을 계획을 제안하지만, 반란 연합은 진의 말을 믿지 못한다. 게다가 행성 하나를 순식간에 없앨 수 있는 데스 스타의 엄청난 위력에 겁을 먹었던 반군 연합은 끝내 위험부담이 막중한 진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의 계획에 동의한 일부 반란군들은 '로그원 특공대'를 결성하고, 설계도를 탈취하기 위해 몰래 스카리프 행성으로 떠난다. 반군 연합은 로그원 특공대의 상황을 알게 된 뒤 뒤늦게 공격에 참여하고, 제국군 역시 참전하여 스카리프 전투의 규모는 점점 커진다.
결국, 로그원 특공대 대부분의 희생을 딛고 살아남은 진과 일부 조력자들은 무사히 설계도를 반군 연합으로 전송하는 데에 성공하지만, 그 순간 데스스타가 나타나 스카리프를 소멸시킨다.
그러나 그들이 목숨을 바쳐 전송한 데스스타의 설계도는 스타워즈 4의 주인공 레아 공주에게 전해진다. 그녀는 이 설계도를 '희망'이라고 부른다. 스타워즈 4의 부제가 '새로운 희망' 이라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 '줄거리'는 최대한 주인공 진 어소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스타워즈의 줄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요약되었지만 엄청난 결함이 있다. 사실상 관객은 진 어소의 일대기로 이 영화를 짧게 요약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내몰린다.
왜냐하면 <로그원>은 최초로 '스카이워커 가문'의 이야기에서 벗어난 작품이며, 스타워즈 클래식이나 프리퀄과 달리 주인공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감금되었던 진을 구출해준 카시안, 겔런의 비밀 메시지를 전달해 준 보디, 제다 행성에서 진이 탈출하도록 도운 치루트와 베이트, 로그원 특공대의 일원들, 결국 로그원 특공대를 지원한 반군 연합의 수뇌부…. 이들을 그저 주인공 진 어소의 '조력자'라고 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먼저 비중 면에서도 진 어소와 그의 주변인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영화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모든 인물을 굉장히 보잘것없는 일반인처럼 묘사한다. 이 묘사를 위해 <로그원>은 스타워즈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광선검 액션'까지 포기했다. 즉 <로그원>은 온몸으로 이 영화가 기존과 아예 다른 노선을 택했음을, 진짜 주인공은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얻어내는 데 힘을 보탠 모든 인물들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이렇듯 <로그원>은 인물을 서술하는 방식에서 기존의 계도적 영웅 서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가 하면 배경 역시 좀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후반부의 스카리프 전투는 스타워즈 클래식보다는 오히려 2차 세계대전 영화와 더 유사해 보인다. 또한, 시리즈 최초로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액션 장면과 은하 제국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비참한 모습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만 같은 비참한 역사를 함께 체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주요 배우들의 구성은 무려 여성, 히스패닉, 동아시아인, 남아시아인, 흑인 등으로 영화의 역사에서 항상 주변인에 머물렀던 소수자들이다. 초대형 프랜차이즈인 스타워즈는 'OO계 미국인'들이 아닌 강문, 견자단, 디에고 루나, 리즈 아메드 등 다양한 문화권의 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써 기존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에 꾸준히 가해졌던 '보여주기식 다양성'이라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본 캐스팅은 다양성이라는 테마를 간판으로 내세운 <스타트렉 : 비욘드>보다도 더 파격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처음부터 '포스(기)', 제다이 등 동양의 문화에서 많은 설정을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인 배우에게 비중 있는 역을 배정한 것은 <로그원>이 처음이다. 이러한 인물 구도는 대단한 함의를 가진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기존의 단점을 정확히 직시하고 동시에 시대에 발맞추며 스토리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잊혀진 인물들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영화의 내용과 그것을 담아내는 도구가 일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서술했듯, 스타워즈 시리즈는 신화이다. 그러나 동시에 20세기의 흔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은하 제국은 누가 보아도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악의 집단이고, 이와 맞서 싸우는 반란군은 의심의 여지 없는 선한 집단이다. 1·2차 대전과 미국의 믿음을 엿보지 않을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반란군이라는 단체의 일원들보다 훨씬 더 비중 있게 그려지는 특정 '영웅'들의 모습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미국의 신화 스타워즈는 민주적인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개개인이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각자의 모습으로 세상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는 민주 국가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강력하고 정의롭고 완벽한 영웅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를 은근히 바라기 때문일까? 스타워즈는 제국의 독재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지만, 정작 맞서 싸우는 주인공 역시 매우 강력하고 또 독자적인 인물이다. 따라서 스타워즈는 진정 과거의 신화처럼 재미있고 통쾌하지만, 현대의 역사적 맥락과 이 영화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도구가 어딘가 따로 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거대한 21세기의 신화는 <로그원>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스타워즈의 승리는 영웅 몇 명이 이루어 낸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개개인이 서로 토론하고 논쟁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또 투쟁하여 얻어낸 것이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영화 한 편을 할애하면서까지 상기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고대의 영웅 신화를 보면 주요 인물들을 제외한 일반 민중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옛날에는 '중요한 사람들'에게만 이름이 있었다. 중요한 사람들만이 역사 속에서 살아남았으며 잊혀지지 않았고 기록 속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민중들은 기록 속에서 지워진다. 지워진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이야기 속에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로그원>은 잊혀진 인물들에게 이름을 주었다. 현대의 신화인 스타워즈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로그원>은 완벽한 영화인가? 그렇지 않다. 초반부는 엉성하고, 당위를 설명하는 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했으며,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군데군데 비어있다. 기존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코드 역시 상당수이며, 동시에 기존 시리즈 팬들이 환호했던 요소들은 많이 빠져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스타워즈'라는 영웅의 그림자 속에 가려졌던 사람들을 기꺼이 조명하며 일종의 역사물로서 기능한다. <로그원>을 영화로써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의의를 생각해 역사로서의 <로그원>을 보면, 재미가 있다 혹은 없다의 단순한 감상으로 본작을 평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Rouge one'은 원래 반항아, 불량배, 튀는 무언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로그원>은 제목처럼 유난히도 '시리즈 최초'로 많은 것들을 시도하며, 스타워즈 시리즈가 놓친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항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그원>을 보며 "'로그원 특공대'는 스타워즈의 또 다른 영웅들이다."고 평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그것은 명백한 오독이다. 이들은 절대 영웅이 아니며, 영웅일 필요도 없다. 다만 이제야 이름을 부여받은 민중들일 뿐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가소개 / 신유진

안녕하세요. 신유진입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글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장웹진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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