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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06-27
  • 조회수 96

선생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저는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목적이어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차라리 독재시대 때 태어나 민주화 운동이나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소년병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민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하나의 총탄이 되어 적군의 숨통은 끊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하루종일 갇혀있는 것은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닙니다. 

사실 저는 문학과 예술을 하고 싶습니다. 예술이라는 불꽃에 몸을 바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며 섹스하고 고뇌하며 몸을 부수고 불멸한 작품을 낳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제가 재능이 없단걸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이창동 감독님은 제 나이 때 온갖 백일장을 다 먹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변변찮은 상 하나 받은 적 없고 맨날 방구석에 박혀 쓰레기 같은 글이나 끄적입니다.  

그런 제가 감히 문학을 꿈꾸겠습니까? 

그저 명작이라 소문난 소설 찔끔찔끔씩 읽고 이동진 평론가가 4점 이상 준 영화나 찾아보겠죠. 그리고 꿈을 꾸겠죠. 그리고 스스로 예술을 꽤나 사랑한다고 우쭐되겠죠. 아 한심해. 스스로 비웃음이 납니다.

근데 제가 어디서 들었는데 남이 나를 까기 전에 스스로 먼저 까는 것은 자기애랍니다. 남에게 고작 그정도 영화보고 그정도 소설보고 아는 척 하냐고 까이기 싫어서 저는 스스로 까는 겁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소설의 냄새가 전혀 안나는데 소설이랍시고 쓰고 있는 이 것 조차도 그냥 이렇게 솔직하게 쓰면 뭐라도 주지 않을까 하는 비겁한 생각으로 쓰는 겁니다. 저도 압니다. 저는 창의적이지도 못하고 글을 잘 쓰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씁니다. 할 수 있는게 솔직한 거 밖에 없거든요.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까이기 싫어서 그런겁니다. 참으로 비겁하죠. 저는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게 소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저는 이토록 나약하고 비겁하고 열등감에 쩔어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항상 법조인이라 되라 하시지만 역시 저는 문학이 하고 싶습니다. 영화가 하고 싶습니다. 

물론 변호사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변호사 멋지잖아요. 근데 제가 과연 가능할까요. 그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하고 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불확실하고 제가 과연 변호사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맞습니다. 희피하는 거에요. 

맨날 스스로 재능있다고 자위하지만 저이기에 저는 압니다. 제가 어중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항상 어중간한 창의성에 어중간한 성실성 어중간한 암기력 저같은 사람이 있어야 중산층이 생기는 거 겠지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슬픕니다. 

저는 사실 예술을 하고 싶으면서도 평범한 문학을 하며 평범한 영화를 찍으며 살다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불멸한 작품을 만들고 죽어 불멸히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이 언제쯤 죽고 싶냐 물어보면 항상 대답합니다. 나는 안죽을꺼야. 영원히 살꺼야. 

그렇게 말합니다. 이 말을 할 때 특별히 보이고 싶은 마음 반 진심 반입니다.  

그리고 그 진심에는 진짜로 육체적으로 불멸한 삶을 산다는 마음 반 불멸한 작품을 남겨 영원히 산다는 것 반입니다. 

즉 제가 나는 안죽을꺼야 라고 말할 때는 4분의 1의 비율로 나는 영원 불멸한 작품을 만들 것이야 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저는 재능이 없어 항상 말 뿐이죠. 슬슬 같은 반 친구들도 제가 그리 특별한 놈이 아니란 거는 더 뽀록 났겠죠. 아 슬프네. 처음에는 진짜 신비로운 척 엄청했거든요. 근데 천성이 소시민이라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참으로 웃긴 놈이죠. 저는. 

사실 저는 작가가 아닙니다. 저랑 작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저는 글과 공부에 어중간한 재능이 있고 교우관계는 꽤나 좋거든요. 그래서 삶의 목적이라는 배부른 소리나 하는 거죠. 

근데 이걸 쓴 작가는 꽤나 불쌍하죠. 일단 작가는요. 학교 같은데 보면 뒤에 맨날 업드려 자는 그런 자에요. 친구는 없고 맨날 머리카락이 떡진 채로 와서 학교는 자다가는 거죠. 그런 작가에게

작가는 선생님의 조언은 필요 없어요. 걔는 어차피 삶의 목적이 궁금하지도 어중간한 재능을 불행히 여기지도 않으니까요. 웃음이 나왔네요. 사실 저는 작가의 삶도 부러워요. 저를 만드신 작가님은 일단 담배를 피우시고 없는 살림에 토토에다 돈을 다 꼴으시고 부모님은 이혼 직전이시니까요. 저는 때때로 불행이 부럽거든요. 앞서 말했든 민주 투사나 소년병이 되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도 거기서 나온 말이죠. 

불행은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선생님.

선생님도 불행한 어떤 것을 겪었겠죠. 근데 저는 도통 불행이랄게 없거든요. 

부모님은 소개로 각자 조건 보고 결혼했고 평범한 집에 평범한 방 평범한 학교 평범한 얼굴 도통 특별할게 없거든요. 굳이 특별한게 있다면 이런 생각하는 정도. 

권태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이런 삶이기에 예술에 몸을 바치고 싶은 거겠죠. 스스로 특별해질 길은 이것 밖에 없으니까. 작가는 꽤나 특별하거든요. 문학에 투신하는 사람 중에 빈곤층은 많이 없다고 작가는 자신만만하네요. 

아 역시 불행한건 저뿐이겠죠. 

선생님 어차피 선생님은 답을 해주시지 않을걸 압니다. 선생님은 제 상상 속의 존재사니까요. 저는 사실 소설 속의 존재가 아니에요. 제가 작가죠. 작가는 존재하지도 않아요. 빈곤한 삶을 사는 작가는 사실

제가 창작해낸 존재에요. 저랑 동떨어진 가짜 작가를 만들면 약간이라도 소설 같아질까 하고 한번 만들어본 존재였어요. 역시나 제가 아니다 보니 실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저는 그냥 평범한 증산층 가족에게서 태어나 멀쩡히 공부하고 문학에 투신이라는 생각 조차도 못하는 비겁한 놈이 거든요. 저는 그저 학교 기숙사 방에 누워 핸드폰 타자를 두드리고 있어요. 저는 너무 행복하게 자라고 여행도 많이 다녀와서 불행한 삶을 몰라요. 그래서 겪고 싶어요. 미안해요. 불행과 빈곤 잔쟁과 억압을 겪으신 분들을 존경해요. 그들을 놀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아마 기분 나쁘게 들리시겠죠. 이런

제말은 배부른 돼지의 헛소리 일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분명히 당신들의 삶을 갈망해요. 이겨내는 삶. 결핍된 삶. 원래 가지지 못하는 걸 갈망하잖아요. 거지가 돈을 원하듯. 불행한자가 행복을 원하 듯 저는 부와 가난 둘다 가지지 못했기에 둘다 갈망해요. 

가난을 부를. 행복을. 불행을. 

중간은 참으로 지겨운 걸요. 제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을 것 같네요. 

쓰다보니 저는 작가가 아니게 되네요. 분명히 저는 작가였는데 어느순간 저는 글에 갇힌 존재가 되었네요. 작가는 나아가고 저는 멈춰있거든요. 

존재하지 않는 선생님. 

문득 진짜 작가는 생각하네요. 선생님이 존재할 것만 같다고 저는 동의도 부동의도 하지 않아요. 

저는 5월 28일 10시 53분에 갇혀 있는 존재가 되었네요. 모두 잘 살길 바래요. 가난하고 빈곤하고 불행한 가짜 작가도 그냥 저냥 사는 중산층 진짜 작가도 이런 헛소리를 들어주는 선생님도.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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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백석님 축하해요~^^ 백석님 시를 계속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소설도 좋네요^^ 월장원 선정 된것 축하드려요.^^늘 건필하시길 응원할게요.~^^

    • 2024-06-29 18:39:41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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