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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헌팅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5-15
  • 조회수 1,716

- 홀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패를 포기하여 판이 종료되었을 때, 확인하지 않은 패를 볼 수 있는 것을 래빗 헌팅이라 힌다. 토끼를 따라서 포기한 패를 줍다 보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토끼발을 사서 허리춤에 차고 자꾸만 열리는 것들을 구경한다
진짜 토끼털은 아니지, 실낱같은 토끼 이야기와 너무 많은 털날림에 파묻힐 것 같고
구두가 딛고 있는 땅이 움푹 꺼져버린다 영화 인셉션처럼 아니야 아니지 마치 영화 파프리카처럼
자꾸만 따라가게 되는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꿈결같은 시간 속에서 찾아야 하는 걸 잊어버리게 되는
이곳은 꿈이 확실하므로 뛰어내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지방 위에서 다이빙을 하며
물렁한 복숭아 조각을 하얀 커튼 뒤로 숨겨둔다
진짜 단단한 복숭아 조각은 어디에 있을까 중얼거리며 잠긴 문을 열어본다 그림자의 형태는 울렁거리며 자꾸만 바뀐다

시계만 쳐다보는 토끼를 따라서 굴속으로 기어 들어갔지 그곳에는 전자 기타음이 팽창하는 중
악기를 다룰 줄도 모르면서 밴드를 하고 싶었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어 기타를 연주하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유튜브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무한 반복되는 펑크 록 쟤는 그런 카드야, 쉽게 버린 카드와 꿈속에서도 교복을 입고 있는 나
끝까지 채워져 있는 단추 구김이 없는 마이에 빳빳한 양말로 늘 다 아는 척을 했다 기둥이 무너진 지붕 같은 눈썹
기타도 없으면서 앰프는 어떤 게 좋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사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집에 가서 검색만 했는데
떨어지는 선율 위에 발을 올려 보았지만 저 멀리까지 뛰어가 버린 토끼 길가에는 환각 버섯의 뱉어내는 구름만 가득하다

회중 시계의 초침에 매달린 토끼의 엉덩이를 쫓고 싶었지
나는 어딜 가고 있었더라 그래 단단한 복숭아 조각을 찾고 있었지
이미 검게 변한 카드를 주울 때마다 커졌다 작아지는 몸집 실패라는 이름의 패를 뒤집으며
토끼가 남기고 간 발자국 위로 발을 겹쳐본다 내가 가지고 있던 조각들은 모두 물렁해서 일찍이 포기했지
포기하는 게 알맞았다고 속삭이는 같은 얼굴의 소녀들로부터
인조 털이 양볼에 가득 차오를 때면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떨어진 카드를 주워야만 했다
기타를 연주할 수 없어서 무반주 배경음을 길 위에 올렸지 가는 길마다 그림자는 구부러지고 춤을 추다가도 도망가려 한다

나는 자꾸만 토끼를 따라 가려고 하고 갈 수 없는 곳을 향하는 발끝은 이지러진다
우리의 이야기를 손에 쥘 수 있다면 당도 높은 복숭아일거야 쉽게 물러지는
손끝으로 망설임 많은 과즙이 흘러 내린다 아직도 카드는 뒤집어지길 기다리고 있고
커튼 뒤에서 빛나는 조각들 쉽게 숨지 못해서 자꾸만 이마를 보인다
본래 종료 종이 울리기 전에도 패를 놓쳐버리는 게 헌터의 운명
직선으로 뛰어가는 토끼 곡선으로 떨어지는 카드 잠긴 문을 열어본다

그림자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뀐다 울렁거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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