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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니?

  • 작성자 난바다
  • 작성일 2023-10-18
  • 조회수 1,017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는 산에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차로 몇 분이면 바다가 보였다나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할머니 말로는 내가 유독 바다를 좋아했다고 한다언니가 모래성을 쌓을 때에 나는 모래성을 쌓기 보단 늘 바다에 발을 담구고 있었다고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일 년에 한 번씩은 바다를 보러갈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 수필은 내가 최근에 갔다 온 바다 여행에서 엄마가 내게 한 말씀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써 본다먼저 내 특이 사항 하나를 말하자면 영어보단 수어를 먼저 배운 사람이라는 것물론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내게 처음으로 꿈을 준 사람이 수어를 알려주었기 때문일까수어를 안 본지 몇 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기에도 어설프게나마 수어를 할 줄은 안다되돌아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책도 잘 안 읽고 어휘력도 부족한 내가 수어부터 무턱대고 배웠다는 사실이그렇게나 가족들친구들에게서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들었음에도 꿋꿋이 안 읽던 내가 수어를 배워보지 않겠냐는 물음에 무턱대고 배우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린 것이아마 우리 엄마아빠는 이 사실을 알면 기함을 치지 않을까사실 그 때의 내가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아이는 그저 책을 참 좋아했고 사서 선생님이랑 친했던 아이라 늘 도서관에만 있던 아이였는데반에서도 조용했던 그 아이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잘 모르겠다어렸을 적의 나는 활발했던 아이였는데 말이다어쨌든 나는 그 작은 호기심 때문에 잘 읽지도 않을 책을 보러정확히는 그 아이를 보러 쉬는 시간이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제일 편한 소파에 앉았다그 소파 바로 앞에는 그 아이가 늘 앉는 의자가 있었다도서관에서 제일 불편할 것 같은 의자였는데 그 의자에 앉고서도 책은 늘 잘만 읽었다내가 다니던 학교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지 학교에 비하면 도서관이 매우 컸는데 그 큰 도서관에는 늘 나와 그 아이그리고 사서 선생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어린 시절의 나답지 않게 나는 그 공간이 주는 고요함을 좋아했던 것 같다눈을 감으면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것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와 비슷했다가끔은 깜빡 졸았던 적도 많아 아마 사서 선생님은 날 깨우느라 고생이었을 것이다물론 그렇게 해서 그 아이와 첫 번째 말을 했던 거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서서히 맑아지는 도서관 배경 속그 중심에 선 아이는 내게 말했다수업 시간이야반으로 가자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응이란 짧은 대답과 함께그 시점을 시작으로 나와 그 아이는 반에서 자주 말을 했다일방적으로 내가 말을 했던 형태였지만 그 아이는 그런 내가 지겹지도 않은지 늘 웃고만 있었다사서 선생님도 그런 우리 둘에게 간식을 몰래 몰래 갖다 주시곤 하셨다


그러다 그 아이에게서 그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던 거였다수어를 배우지 않겠냐는 그 물음을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여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 아이가 제안하는 모든 것이 나는 좋았다꼼지락 꼼지락손이 작아서 피아노도 그만 둔 나에게 수어는 어려울 것이 뻔했건만 그 아이와 대화하던 그 순간과 시간마저 나에게 있어 바다와 있는 것만 같았다쉬는 시간 종이 치면 늘 재빠른 발놀림으로 우당탕탕 계단을 내려가 그 아이에게서 수어를 배우고 덤으로 사서 선생님에게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웠다수어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운 건 내 의도는 아니었는데 사서 선생님께서 도서관에서 책을 안 읽는 대신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감상문을 쓰라고 하셨기 때문이다그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온 독서 감상문을 보시고 선생님께서 제안을 하셨다글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아주 간결한 물음물론 그 아이가 글 쓰는 방법도 가르쳐 주겠다고 옆에서 덧붙여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생각해서 보면 그 두 사람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하면 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나는 그 두 사람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그 친구가 수어 몇 가지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몰랐지만 그 아이로 인해 내가 성장했음은 확실했다


여전히 그 아이와 헤어지던 날이 생생했다그 아이가 갔던 시기는 가을에서 이제 막 초겨울로 넘어가던 시기전학을 간다고 그 전날에 말하던 그 아이를 눈앞에 두고 엉엉 울기도 전에 내게 편지를 건넸다초겨울이었는데도 이른 눈이 내렸다빵 모양의 편지아마 편지가 울퉁불퉁한 걸로 보아 종이를 그냥 빵 모양으로 자른 듯갈색 색연필이 열심히 색칠된 편지였다그 애 앞에서는 안 울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난 엄청 울었던 것 같다주변 어른들이 다 빨간 코를 하고 날 놀라는 눈으로 보며 가는데도 말이다하긴 작은 여자애가 길거리에서 엉엉 울고 있으면 그 누가 놀라지 않을까눈이 차가운 지도 모르고 울었던 것 같다그 편지의 글씨가 내가 못 알아볼 정도로 형편없어서 그리고 열심히 읽은 그 글자들이 참 하나같이 이 추운 겨울과는 달리 따뜻해서사람을 울게 만드는 편지였다나는 그 날 부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울릴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따뜻한 사람이지 않을까하고. 이렇게 무언가를 좋아했던 적은 처음이라 놀라웠던 순간이 한, 둘이 아니었다. 여전히 난 서투른 문체로 글을 쓰고 있다. 


문득 그럴 때면 그 아이가 생각이 났다최근에 간 바다 여행에서도 그랬다발을 담구고 있던 엄마 옆에서 나는 말했다. 날 글 쓰게 만든 사람은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그러자 엄마는 내게 대답했다

첫사랑이니? 

그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해가 뜨는 바다를 바라보았다엄마는 덧붙여 말했다. 첫사랑은 바다와 같아 모르는 새에 밀려 들어왔다가도 어느 순간 빠진다고. 그 말을 끝으로 그저 끝이 보이지도 않는 평행선 너머로 밀려들어오는 파도를 엄마와 바라보았다나의 첫사랑은 글자요이 애틋한 마음은 영원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 나의 첫사랑은 글자뿐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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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람은 그냥, 사랑으로부터 -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

나는 ‘사랑’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사람’이란 단어 역시 좋아한다. 꽤나 뜬금없는 말이지만 나는 사랑과 사람이란 단어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랑의 받침을 바꾸면 사람이 되고. 사람에서 또 받침을 슬며시 바꾸면 다시 사랑이 되고.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사랑이란 감정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나는 사랑 없이는 성숙한 사람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아직은 성숙한 사람이 아닌 한낱 고등학생인데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열심히 탐구해 나가는 과정을 밟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글은 섣부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사랑만 있다면 그냥, 사람이 되기에.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이라는 이 책은 그러한 내게 있어 사랑과 사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욱 잘 알려주었다.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꽤나 단순한 이유였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지금은 떠났지만 유독 책에 열정적인 선생님이 있었고 그 선생님과 나는 꽤나 친한 사이였던 것 덕분이었다. 자연스레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조교와 같은 역할을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책과의 연은 시작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과의 연이 이리 오래 갈 줄은 몰랐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도 보고, 생기부도 채울 수 있겠다는,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이었다. 선생님은 그런 내 마음을 아시기라도 하셨는지, 아마 너 이 책을 보면 평생 기억할 걸?, 이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나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앞으로의 내 미래를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냥, 사람」에 대해 말하기 앞서, 이 책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홍은전 작가의 삶, 그니까 작가님이 노들야학 (장애인 야간학교)에서 활동하며 쓴 글을 이어붙인 글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장애인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은 적이 없었던 탓에 이 책이 더욱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만 다룬 것이 아닌, 홍은전 작가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월호, 젠더, 아이 등 사람에 관한 이야기뿐만이 아닌 동물의 문제들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 나는 장애인이라는 그냥,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글을 전개해 나가고 싶다. 1. 장애인이라는 이름의 사람. 일단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나의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나의 할아버지가 장애인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선천적 장애인이 아닌 후천적 장애인. 장애를 얻게 된 사정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할아버지가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그 시절, 일본 군인에게 총을 맞아 거동이 불편하게 되셨다는 것도, 거동이 불편한 탓에 걸으시다 그만 크게 넘어져 장애를 얻게 되었다는 사실도. 꽤나도 아닌 많이 어두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의 할아버지는 그러한 사정과는 달리 밝은 사람이었다. 늘 산책하시는 걸 좋아하여 매일같이 할머니가 끌어주는 휠체어를 탔고, 카페에 가 언니와 내게 줄 과자를 구경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전동 휠체어를 탄 이후에는 할머니 없이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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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바다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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