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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빛' 인간이 가지는 믿음의 통로

  • 작성자 유로치카
  • 작성일 2023-10-23
  • 조회수 592

당신은 본인이 굳게 믿고 있던 대상이 옳지 않음을 깨달을 때 그것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본인이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하는 대상이 불확실하다고 느껴졌을 때의 그 허탈감은 가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가장 철학적이고 탐미적인 방식으로 그 갈등을 바라보고 있다.

 

신의 침묵

영화는 작은 교회에서 토마스가 예배를 거의 마치며 시작된다. 토마스는 신자들이자 이웃들에게 성체를 나누어준다. 오르간 연주자의 연주,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도문과 함께 예배를 마친다. 이후 예배당에 누군가 찾아온다. 요나스와 카린이다. 그들은 부부이며, 최근 들어 요나스는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있었기에 토마스 신부에게 도움을 받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토마스 역시 아내를 잃고 나서부터 흔들리고 있던 상황, 그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카린은 토마스와 요나스가 둘이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며 돌아간다. 그의 주변에는 마르타, 토마스 신부를 사랑하는 여성이 맴돌고 있다. 그녀는 토마스를 향한 애정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가 아내를 잃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감정을 무모할 정도로 쏟아내기도 했다. 그녀는 토마스에게 편지를 보냈고, 이것을 읽은 토마스는 그 편지를 그냥 책상 한편에 둔 채 엎드린다. 요나스는 다시 토마스를 찾아왔지만 그에게서 믿음을 볼 수 없었고, 자살한 체 발견된다. 마르타는 그를 떠났다. 등장인물들의 뒤섞이고 혼란스러운 서사가 토마스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결국 암울한 이 공간 속에서 예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토마스는 믿음 없는 예배당에서 예배를 시작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리에게 믿음이 있다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목적을 생각해보자. 영화는 신에 대한 신앙심, 신부의 의무 등 본질적인 면과 인간의 불안정함을 주로 나타낸다. 신이라는 존재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자신의 두렵고 나약한 부분을 감춘다. 이를 의도치 않게 드러내게 되었다면 그들은 자신이 믿는 존재의 탓으로 돌린다. 이 영화는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신의 침묵 3부작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시리즈 영화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추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 번쯤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부조리*와 한 직급에 서 있는 인간의 위치, 그것의 중요성과 자신이 있는 직급의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이 영화 속에서 토마스와 마르타의 관계도 꽤 중요하다. 아내를 잃은 토마스 입장에서는 마르타는 그저 하나의 조각일 뿐이다. 그녀는 단지 그가 보살펴야 할 어린양, 신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르타는 그 이상의 애정을 요구함과 동시에 그와 진실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내를 잃은 토마스에게 더 보이는 것은 없다. 토마스의 앞에 깔린 길은 어두컴컴하고 깊다. 그는 그것을 안다. 깨달았음에도 나아가지 못한다.

 

 

흑백에서 시작되는 감정의 조각

영화는 흑백영화다. 토마스가 마르타가 보낸 편지를 꺼내서 읽을 때, 단지 목소리로 더빙된 것이 아닌 마르타의 당시 감정을 세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마치 그가 마르타의 이미지를 떠올리듯, 그녀의 눈동자를 세세하게 하나하나 담았다. 그녀의 독백이자 토마스를 향한 애정을 보다 보면, 그녀 역시 토마스에 대해 점차 믿음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지 않는다. 요나스는 토마스의 맞은편이 아닌 그의 옆에 앉았다. 마르타는 그의 곁에 가까이 붙어있었다. 영화에는 음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예배에 사용된 오르간 음악이 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을 알린다. 구슬프고도 성스러운 그 음계는 마치 토마스에게 신이 답하듯, 토마스가 신에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듯 예배당을 잔잔히 울린다. 흑백의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절하다. 눈의 색상, 피부색, 심지어 주변의 풍경까지 알아보기 힘든 분위기에서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건 인물들의 감정선이다. 우울하고 깊은 분위기의 영화는 이것을 보는 사람들마저도 그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기독교에서 신부라는 존재는 곧 하느님과 그를 따르는 신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를 잇는 징검다리가 사라진다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영화는 사라져가는 징검다리 그리고 흔들리는 징검다리에 관해서 서술하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 의지하는 대상에게 매달리지만, 그 대상을 이해하거나 대상에 대해 연민 같은 감정을 품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무질서하고 무감각한 사회 속에서 믿음을 찾는다는 것은 어렵다. 또한 의지하고 믿는 대상이 사라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존재함으로써 서로의 믿음이 되어주는 것, 의심하지 않고 등불이 되어 밝히는 것이 당신의 어두운 길을 걷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철학 중 하나; 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적 용어로, 특히 프랑스의 작가 카뮈의 부조리 철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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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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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치카
  • 2023-05-15
어린아이의 감정으로 풀어낸 전쟁의 참상, 이반의 어린시절

해당 비평글은 영화에 대한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혹 영화를 시청하기를 고려중 이시라면, 다시한번 재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전쟁은 끔찍하다. 이루어지는 무자비한 폭력은 때로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다. 서민들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 무리 속에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이 보는 학살은 어떻게 보이는가. 이반의 어린시절은 그러한 시선을 중립적이면서 때로는 강하게 비판한다. 전쟁이 바꾼 모든 것들 혼란스러운 전쟁터, 한 참호에 어린 소년이 있다. 그는 신분도, 이름도 밝히지 않는다. 단지 어딘가로 연락을 해달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의 이름은 이반. 10살의 소년으로 그는 독일군 진영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는 소련군의 정찰병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편 그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콜린 대위, 그와 마치 친구인 것 마냥 다정한 대화들이 오간다. 그라즈노프 대령은 그런 이반을 군사학교에 보내려 하였지만 이반은 거절한채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임무를 맏고 다시 전선으로 뛰어든다. 이반은 사실 양부모와 누이동생을 잃었다. 심적으로 피폐해진 이반은 깊은 우울증 상태에 빠져 있었으나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 오로지 독일군에게 복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독일군의 군복을 보며 울분을 토하듯 소리를 질렀다. 마침내 소비에트 연방이 독일 나치에게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반은 돌아오지 않았다. 베를린을 점령한 뒤, 갈트세프는 나치의 사무실을 뒤졌고, 그곳에서 이반의 기록을 발견한다. 이반의 죽음을 알림과 동시에 영화는 이반과 여동생이 바닷가를 행복한 모습으로 달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혼란스러운 환경 속 작은 빛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또한 어린아이가 양육에 있어서 그들이 성장하는 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소년 연쇄 살인마 다머 제프리의 경우, 어렸을 적 부모님의 이혼 및 기타 환경적인 요소들이 작용하여 결국 주변의 남자들을 살해하고 식인을 하기까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위키피디아를 참고하기를 바란다. 문서 열람 시 그의 행적에 주의 바람) 이처럼 환경은 인간에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영화 속 주인공 이반은 어린 10살의 소년이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행복하게 살았어야 할 아이는 소련군의 첩자가 되어 선혈이 낭자한 전장을 누비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었다. 어머니가 죽고, 누이동생을 잃은 소년. 그 여리고 작은 소년의 마음은 망가진 지 오래다. 그런 그를 이용한 것은 정부도 어른들도 아닌 그 소년 자신이라는 사실이 더욱더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가 군사학교에 갔다고 해서 이전보다 나은 생활을 하였을까?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이것 역시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군사학교와 첩자 둘 다 그에게는 버겁고 힘든 고난일 것이다. 무엇이 이 작은 아이를 국가에 충성하는 하나의 병사이자 소모품으로 만들었나. 영화

  • 유로치카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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