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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셋째 주

  • 작성자 케이k
  • 작성일 2014-03-20
  • 조회수 327

도스토예프스키 3탄에 대한 제 기다림을 비롯, 게시판의 공백이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저는 요즘 잠자리에서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가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수용소의 비참함 속에서 계속 암송하려고 애쓰는 구절이 하필 단테의 <신곡>의 지옥편인데요. 어제는 프리모 레비가 그토록 집착하던 그 구절, 그리고 제가 <신곡>의 지옥편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을 다시 읽었습니다.

지옥의 여덟 번째 굴(제8원)에는 오딧세우스가 갇혀 있습니다. 그는, 가족을 두고 집을 떠나는 이유를 "세상과 인간의 악덕과 그 가치에 대해 알고 싶어 내속에 품고 있었던 열정을 이겨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구절을 이어갑니다.

"그리하여 나는 깊고 광활한 바다를 향해 오로지 한 척의 배를 타고서 떨어지지 않은 적은 무리와 더불어 나아갔다. 멀리 에스파냐와 모로코에 이르기까지 이편저편의 언덕이며 사르데냐의 섬 그리고 이 바다가 씻겨 주는 섬들을 두루 보았다. 나와 길벗들은 늙고 더디었는데, 그 무렵 우리는 그 누구도 넘어 날지 못하도록 헤라클레스가 제 표지를 꽂아 놓은 저 비좁은 목으로 왔을 때에, 나는 오른쪽으로 세빌리아를 두고 떠났고 그 반대편으로는 이미 세타를 떠나왔다. 나는 말을 꺼내, '천만의 위험을 무릅쓰고 서녘에 이른 형제들이여. 아직은 남아 있는 우리네의 감각들이 이토록 조금 남아 있다고 하여 해님의 뒤를 좇아서 사람 없는 세계를 찾아가려는 마음을 거역하진 말아다오. 그대들이 타고난 본성을 가늠하시오. 식물인간으로 살고자 태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덕과 지혜를 따르기 위함이라오.' 내 그러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나의 길벗들은 무던히도 가고 싶은 욕망에 불타 나중엔 그들을 멈추게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우리들의 선미를 아침으로 돌리고 미친 듯 퍼덕거리는 날개처럼 노를 저어 한사코 왼쪽으로 왼쪽으로 향했다. 나는 그날 밤 다른 극의 모든 별들을 보았는데 우리가 있던 극은 더욱더 낮아져 별들이 바다 밑으로부터 솟아나오지 못했다. 달 아래의 빛이 다섯 차례 커졌다가 이내 또 그만큼 꺼져 가고, 이어서 우리가 깊은 고장으로 들어간 다음에 하나의 산이 거리 탓인지 희미하게 나타났는데, 그것이 어찌나 높이 솟았는지 내 일찍이 그런 산은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기뻐했지만 금방 통곡으로 변했는데, 낯선 땅으로부터 회오리 바람이 일어나 뱃머리를 냅다 들이쳤기 때문이다. 물로써 세 차례나 온통 덮어씌우더니 네 번째에는 그분께서 좋으실 대로 선미를 추켜올렸다가 뱃머리를 푹 빠지게 하여 마침내 바다가 우리 위를 덮치고 말았다." - 단테, <신곡>, 지옥편 26곡 99~142행 (굵은 글씨는 제 표시입니다)

*

오딧세우스가 자신의 일생, 트로이 전쟁 이후 방랑을 회고하는 부분입니다. 나가본 적 없는 바다이기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바다이기에 그는 나아갔습니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자는 나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를 움직이고 살아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은 그 호기심과 미지에의 열정일 것입니다. 우리의 '타고난 본성', 즉 우리는 '식물인간으로 살고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 '덕과 지혜를 따르기' 위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는 것.. 왠지 가슴을 뜨겁게 하는 바가 있지 않나요.

일상이 늘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같고  재미 없게 느껴질 때 저는 이 구절을 떠올립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바다와 섬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것. 이런 게 생이라는 것. 그리고 이런 것을 살아보지 않고도 고전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것. 이에 저는 다시 봄기운과 더불어 고무됩니다.

여러분의 3월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P

케이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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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가 늦었습니다.

올해 첫 매미소리가 들린 날입니다. 조금 빠른 것 아닌 것 여겨집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 여름도 곧 지날 것이고 어김없이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겠지요. 지난 2년 동안 이곳에서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제 어린 시절의 모습을 많이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시절에 나는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쓰고 무엇을 생각하며 지냈는지. 여러분들의 글 속에서 지금의 저와 과거의 저의 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어서, 여러분에게 오히려 고마움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이 있고, 그것에 대한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꿈과 욕망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사람들은 종종 쉽게 지치고, 때로는 포기합니다. 무엇이든, 우리 스스로의 삶이 궁극적인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꿈, 욕망이란 그  도정에 놓인 것이고, 결국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삶을 누리기 위해 이 세상에 놓인 존재일테니까요. 글을 쓰고자 하는 여러분이 너무 조급함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무 스스로의 역량과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글쓰기이건, 어떤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건, 결국은 '완급조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창하게 '비평'이란 말이 이 게시판 제목에 붙었기는 하지만, 사실 모든 비평 감상의 첫출발에는, 내가 너무 좋아서 누군가에게 그걸 전하고 이해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욕망이 있다는 점, 부담없이 이곳에 와주기를 다시금 강조하고 싶어요. 건강, 건필하세요!

  • 케이k
  • 2015-07-10
5월 마지막 주 주장원 발표

* 배예진!! 님의  <새는 새는 나무 자고> 를 5월 마지막 주 주장원으로 선정합니다. 다루고 있는 책의 성격 때문일까요, 책의 제목 때문일까요, 글쓴이의 안정된 문장과 차분한 톤때문일까요. 따뜻한  느낌이 넘치는 글입니다. 본격적인 서평이나 감상,비평문은 아니지만, 인종,언어,종교,국적 등이 달라도 인간은 함께 공감하고 그것을 나누어야 하는 존재임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고, 더불어 산다는 것의 가치가 점점 소중해지는 지금 시대에, 소박한 일깨움을 던지는 글로 읽혔습니다.동네의 북까페도 더불어 궁금해지게 하는 글이었네요. 늦었지만 5월 마지막 주 주장원으로 선정합니다.  

  • 케이k
  • 2015-06-16
4월 넷째주 주장원 발표 및 리뷰

4월 넷째주 장원은 슈뢰딩거 님의 <진실의 파괴력(영화 ‘오이디푸스 왕’과 ‘스토커’의 비교>로 선정했습니다. 다음 리뷰 참조해주세요.   * 슈뢰딩거, <진실의 파괴력(영화 ‘오이디푸스 왕’과 ‘스토커’의 비교)> 다루고 있는 영화 두 편이 모두 어려운 영화들이었네요. 게다가 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이 사고와 감성의 동물인 한 영원히 탐구될 주제이기도 하겠고요. 그 어려움에 한 번 빠져 헤매기 시작하면 좀처럼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데, 슈뢰딩거 님의 글은 대체로 이 문제를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즉, 두 편의 영화 각각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문제, 영화 속에서 그것을 풀어가는 양상, 그리고 각각의 다른 결론과 의미. 좀더 풍부한 영화 속 사례들과 분석이 제시되면서 이 이야기들이 전개되었으면 훨씬 설득력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자체로 명료화한 것도 중요한 장점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두 영화를 각각의 방식으로 의미부여하고 주제화한 것이 큰 무리 없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더 고려했다면 논의가 더 풍요로웠을 것이고, 어쩌면 다른 결론의 글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오이디푸스의 자기 탐구와 <스토커> 속 인물들의 자기 찾기는 애초에 그 인물들의 존재 자체가 놓인 장소가 달랐다는 점인데요. 즉, 같은 ‘진실의 파괴력’으로 두 인물들이 이야기될 수 있다 해도, 애초에 그들은 다른 조건 속의 존재였다는 것인데요. 가령 오이디푸스가 애초에 신탁에 의한 정해진 <운명>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비극적 인물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 그에게 자유의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문제, 그의 내면의 고통은 단지 진실과 마주했기 때문이었는지. 이런 것이 영화 <스토커>의 현대인들과 얼마만큼 공유되는 조건인지도 비교되었다면 훨씬 더 깊이 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면 진짜 어려워졌을 수 있겠지만 말이지요) 아무튼, 이 글의 맥락에서 조금 비껴나는 이야기일지라도, 어떤 의미에서건 ‘진실’은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 우리미, <파닥파닥(padak)-홍보를 잘못한 수작> 이 게시판에서 처음 만난 우리미 님의 글입니다. 단락 구분이 안 되어 있는 것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문장도 좋은 편이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료하고, 생각도 잘 정리되어 있는데, 그것이 단편적으로 나열만 되어 있어서 어떤 <글>이라는 느낌을 잘 주지 않아요. 제목도 내용도 공감되는 바가 많은 글이었는데, 끝부분을 읽으니 이 아쉬움은 역시 이 게시판에서의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던 것 같네요. ‘절절한 감정’은 지금 이 글에서도 잘 전달이 됩니다. 그러나 역시 좀더 풍부한 영화 이야기나 인터넷 후기의 아이들 반응 등을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고요. 다음 글은 문장을 나열한 메모 느낌이 아니라, 단락으로 형성된 글을 기대해도 되겠지요?! ^^

  • 케이k
  • 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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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한번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 될거 같네요 ;;

    • 2014-03-21 20:01:2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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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k

      단테의 '신곡'의 경우 이 비장한 구절을 제외하고, 의외로 유머러스한 환타지物이란 것에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

      • 2014-03-21 21:10:52
      케이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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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아아.... 학교에 이리치이고저리치여서 못읽고 있어요..ㅜㅜ 아마 다음주에나 가능할듯 싶어요. 주말에 열나게 읽으면ㅋㅋ

    • 2014-03-21 18:59: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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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k

      학기초의 여파가 센 모양이군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올리세요~ 어쨌든 대장정을 마무리짓는 것은 중요하므로 시간에 쫓기지는 마세요~ㅎ

      • 2014-03-21 21:12:41
      케이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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