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ontwanttohearyoursong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4-01-07
- 좋아요 1
- 댓글수 2
- 조회수 359
(* 청소년 흡연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열람 시 주의를 요합니다.)
너한테서는 항상 박하 향이 났다. 하늘색과 청록색 사이, 깨물면 입안에서 파란 맛이 퍼질 것 같은 향.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거냐고 물었을 때 너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안 뿌리는 걸, 말하곤 했다. 그렇다기에는 너무 그 향이 선명한데. 정말 아무것도 안 뿌린 게 맞아? 탈취제라도 뿌렸다던가,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한사코 고개를 저으며 정말 아무것도, 말하곤 했다. 정말 그렇다는 거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머쓱한 마음에 일부러 코를 한 번 훌쩍였다. 아주 잠시 코를 스치고 가는 공기들. 차갑고 파랗다.
정말 아무것도 안 뿌렸다고….
하긴, 단순히 뿌렸다- 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향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네가 갖고 있었을 것 같은 향기. 어느 정도 퇴적되었을 것만 같은 향. 가끔은 매캐하기도 하고 가끔은 달콤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좋아. 박하 향이 나진 않지만 밝은 파란색이 눈에 띄는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서, 너와 걷는 시간이 나는 늘 좋았다. 그래.
아무래도 좋다.
*
가끔 우리는 길가의 벤치에 걸터앉아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 캔이나 비닐봉지를 빤히 쳐다보곤 했다. 바스락바스락. 덜그럭덜그럭. 성인이 되고 나면 난 꼭 락스타가 될 거야, 말하던 너는 저것들, 꼭 미니 드럼 소리 같지 않니. 묻곤 했고 나는 응, 그러게. 저기에 네가 멋지게 일렉 한 번 깔아줘야 하는 건데. 허공에 투명한 기타를 튕기는 시늉을 하면서 답하고는 했다. 근데 꼭 일렉이어야 하는 거야? 난 요즘에 통기타 잘 치는 사람도 멋지던데. 어쿠스틱, 이라고 하던가. 묻자 너는 그건 멋이 없잖아…. 했고,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그건 그렇고 밴드 만들면 키보드에는 나 세워주는 거. 잊지 말기다? 실없이 웃고는 했다.
*
너는 흰색 줄 이어폰 한쪽을 건네며 내게 말했다. 전에 말한 곡 연주해 왔어. 아직 그렇게 잘 치는 건 아니지만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같이 듣자. 나는 감동한 얼굴로 온갖 수식어구를 붙여가며 말했다. 정말? 너무 멋지다. 고마워. 요 며칠 새 즐거운 일이 통 없었는데 너 덕에 너무 즐거워졌어. 기대된다. 들어볼게, 얼른 틀어줘. 네가 휴대전화의 화면을 조금 만지작거리더니 ‘Don’t Look Back In Anger’라고 적힌 음원을 재생시켰다. 화난 채로 뒤를 돌아보지 마. 그런 뜻인 걸까, 자주 듣던 곡이었지만 오늘따라 궁금해지는 그 제목의 뜻을 곱씹으면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드럼 연주, Slip inside the eye of your mind…. 노래도 부른 거야? 얼굴을 쳐다보고 말했더니 너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피하면서 말한다. 미쳐 다 돌리지 못한 뺨이 조금 빨갛게 변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연주만 있으니까 조금 심심한 것 같았다…. 고. 등을 토닥인 후에 느릿하게 쓸어주었다.
*
어느새 하늘에서는 햇빛 대신 달빛이 하얗게 내리기 시작했고. 이제 가야겠지? 너는 공부해야 하잖아.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었다. 추우니까 너무 오래 여기 있진 말고, 내일 끝나면 또 보자. 오늘 연주 고마웠어. 짐을 챙기고 독서실로 향하면서 너와 조금씩 멀어져갔다. 시선은 항상 그쪽에 두고 있었지만. 네 뒷모습이 흐릿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그쪽을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풀 문제집 귀퉁이를 만지작거리면서, 귓가에 아까 네가 들려줬던 연주가 아직 들리는 것도 같은데…. 조금씩. 조금씩 걸어갔다. 사라지는 너의 등.
*
하루가 지나고 너는 여전히 그 벤치에 앉아서 박하 향을 풍기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더 매캐한가? 너를 놀라게 하려고 등 뒤에서 일부러 더 살금살금 걸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어깨를 붙잡고는 놀랐지! 너는 온몸을 소스라치게 떨며 짧게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놀랐잖아, 말한다. 끝을 내리며 나름 화가 난 체를 해보지만 웃고 있는 얼굴에서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게 다 티가 난다. 그래, 역시 너는 이런 느낌이지. 이런 반응을 기대했어. 오늘도 등을 툭툭 두드린다. 그나저나 목이 좀 쉰 것 같네. 감기라도 걸린 거야? 요즘 목감기가 유행이라더니….
아냐, 감기는 아니고 목 관리를 조금 잘못 했더니. 콜록거리며 잔기침을 하고는 너는 웃는다.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고마워. 그래, 혹시라도 많이 아프면 얘기하고…. 밤새 연습이라도 한 걸까? 쉰 목소리와 평소보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 탓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는 정말 락이 좋구나. 새삼 생각할 때 네가 옆에 두었던 기타케이스에서 파란 몸체의 일렉기타를 꺼내며 말했다. 오늘은 직접 들려주고 싶어서. 또 눈망울이 반짝거리고 감동에 푹 빠질 뻔했지만 네 목이 걱정되어서 물었다. 괜찮겠어? 물론 네 연주 듣는 건 정말 좋지만, 그래도 목을 조금 아껴야 할 것 같아서. 너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들려주려고 얼마나 기다렸는데. 꼭…. 들려주고 싶어. 목도 정말 괜찮은걸?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네 고집을 누가 꺾겠니. 코웃음 치며 귀엽다는 듯이 바라봤다. 오늘 연주해줄 곡은 뭔데? 너바나의 리튬. 이번엔 자주 듣지 않았던 곡이라 첫 부분의 기타 선율이 조금은 낯설다. 보통 Smells Like Teen Spirit이 더 유명하니까…. 하지만 어찌 보면 참 너다운 선곡이다 싶었고 나는 감상을 위해 눈을 감았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아이. 파란 앨범 표지. I’m so happy, 외치지만 낮은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노래. I’m not gonna crack, I’m not gonna crack, 갈라진 목소리로 그런 가사를 부르는 건 나름 들어줄 만했다. 잘 듣지 않았던 곡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그게 원곡과의 싱크로율을 높여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네가 원한다면 틴 스피릿도 들려줄게. 이미 손은 그 코드를 짚고 있는 네가 보여서 나는 스스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기분. 이런 게 정말 틴 스피릿인 걸까? 뻐킹락소울도 어쩌면 이런 치기에서 오는 건 아닐까. Hello, Hello, Hello, How low….
우리는 얼마나 낮아지고 있는지.
*
네가 연주를 끝내고 목을 조금 가다듬더니 말했다. 있지, 오늘도 독서실로 가는 거야? 안 가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어딘데? 고개를 기울이자 너는 입을 달싹거렸고, 조금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했다. 나랑 같이…. 노래방에 가지 않을래, 라고.
글쎄. 그다지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진 않지만…. 네가 가보자면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같이 가자. 너에게 손을 건네고 너는 내민 손을 맞잡았다.
*
네가 앞에서 걸어가며 계속해서 종알거렸다. 아마, 너도 노래를 좋아하니까 좋을 것 같아. 가서 락을 부르는 건 어때? 그러고 보니까 네 노래는 한 번도 못 들어본 것 같아. 그럼 이번이 처음 듣는 거네. 영광스러운 기회인걸.
작게 웃고는 어디에 있는 거야? 물었을 때 거의 다 왔어. 잡고 있던 손을 들어 올리고는 검지를 펴서 맞은편의 유리문을 가리켰다. 저기야, 들어가자.
*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부는 조금 흐릿했고 어두웠다. 머리 위의 형광등이 느릿하게 깜빡거렸고…. 연기에 휩싸여 있는 공간 같아. 낯설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너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이질적이고 무서워서. 엄지손가락으로 네가 손등을 쓸어주었고 그제야 익숙한 편안함이 찾아왔다. 그래, 고작 노래방인걸. 너랑 같이 있는데 뭐가 무섭겠어. 숨을 내쉬고는 입구보다 어두컴컴한 통로를 향해 걸어갔다. 소리지르듯 부르는 노래 사이에 정말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것만 같았고, 욕지거리. 웃고 떠들고. 아까 느껴졌던 연기가 냄새로 다가오고 있었다. 매캐하다,
그리고 미량의 알코올 냄새. 박하 향, 밀폐와 압축의 냄새. 그리고….
*
우리가 들어간 방에서는 박하 향이 유독 강하게 났다. 미러볼 조명이 머리 위에서 돌아가면서 벽에 보랏빛으로 반사되고 있었지만, 다소 혼미스러운 느낌만 들 뿐 주변이 밝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스피커에서는 목소리가 흘러내리고, 음파가 만들어내는 진동이 몸을 움직였다. 흔들리는 느낌. 조명 빛이 계속 얼굴에 닿는 것만 같아. 눈이 따가워. 너는 그 점이 이곳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연습실과는 다르잖아, 그런 반지하에서 나는…. 곰팡내도 아니고.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켜면서. 미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그곳에서 나는 점점 죽어갔어. 하지만 이곳은 정말 사랑스러워…. 눈이 따가운 것조차 아름다운 감각의 일부인걸. 그리고 이내 누군가 들어와 너에게 말을 건넨다. 손을 조금 떨면서. 옆은 누구야?
친구. 네가 나를 힐끗 보더니 아는 친구야, 덧붙이며 상대방에게 소개했다. 그래. 친구…. 맞는 말이지만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얘를 많이 좋아해, 라는 말을 삼키면서. 소개를 들은 상대방은 그래, 하는 짧은 대답 뒤에 먼저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반복적인 전자 음악이 깔리고 화면에는 파란 외곽선으로 둘러싸인 하얀 글자로, 가사가 나온다.
욕지거리와 외설의 가사, 허세에 가까운 자기 자랑. 록도 다를 바는 없지만. 너는 다음 곡을 부르겠다고 했다. 리모컨을 들고 노래의 번호를 누르면서…. 여전히 흔들리는 미러볼에 눈이 피로해진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비비는데,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네가 묻는다. 너는 안 불러? 조금 뒤에 부를게. 너 먼저 불러…. 반복적인 전자 음악도 멈추고 예약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네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 나는 조심스레 피로해진 눈을 감았다.
*
야, 너 노래 좀 친다. 잘 불렀네. 평소엔 락만 부르더니 이번엔 이런 것도 부르고, 많이 컸다? 많이 크긴. 원래 내가 너보다 컸어. 까분다. 그나저나 얘, 잠들었나 보네…. 피곤했나? 그래 보이네. 깰 동안 이거나 필래? 쟤한테 몇 개 줘도 되고. 일어나면 말이야. 박하 향인 거지? 그래, 멘솔이야. 넌 항상 멘솔을 박하라고 하더라…. 무슨 사탕같이. 사탕 같지 않아? 난 그래서 필 때마다 입에 머금어. 향 가두려고. 조금 매캐하긴 한데 끝자락에 조금 화한 게, 사탕 같다고 생각해…. 그래. 역시 좀 너는…. 특이하다. 네가 즐거우면 상관없지만. 어쨌든 라이터 빌려줄게, 불붙여.
입에 문 곳에서 가장 먼 곳부터 -그러니까 끝부터-, 조금씩 타들어 간다. 회색으로 변해가는 게 어느 쪽인지 모를 만큼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연기가 공중에 흩날리다가 사라진다. 박하 향. 입안에서 향을 계속 굴리면서, 조금씩 그을음을 남기며 타들어 가는 필터를 보면서, 보랏빛의 조명을 쬐면서 눈을 감은 너를 바라본다. 연기가 샐까 봐 끝을 살짝 지져서 끄고. 눈을 깜빡거린다. 네가 깨면 건네줄 담배를 생각하면서. 네가 피는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폐로
깊게
삼키고,
불을 붙여줘야겠다,
혈관에 니코틴이 도는 걸 느끼면서. 조금 어지럽다고 느끼면서,
입으로
얕게
내뱉는다.
*
깼어? 너 깰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줄 게 생겼거든. 박하…, 아니, 멘솔 담배야. 화하고 조금 단 맛이 나서…. 취향에 맞을 것 같아. 담배를 건네며,
입에 물어볼래? 불을 붙여줄게.
옆에서는 아까 그 사람 말고도 몇 명이 더 들어와 앉아, 입에서 연기를 뱉고 있었다. 눈을 감고. 네가 건넨 담배를 받아들고는 물었다. 이거 때문에 여기, 오자고 한 거야?
그리고는 두 손가락으로 담배를 구기다시피 꺾어버리면서. 나는 네가 목을 좀 아꼈으면 좋겠어. 다음번에는…. 못 올 것 같다. 먼저 가볼게. 공원에서 봐.
*
너를 뒤로하고 걸어간다. 독서실로 갈 때와 비슷한 작별이지만 지금은 너에게서 나는 박하 향이 괴롭기만 해. 섞여서 나는 매캐한 냄새가 그저 불쾌하기만 해…. 전혀 궁금하지가 않아. 그 냄새에 대한 것들이.
*
… 그리고 이것은 언제인지 모를 기억들.
*
바보. 나는 네 음악이 바보 같아서 좋아.
그거, 칭찬 맞지? 멋쩍은 듯이 너는 머리를 긁적이며 묻는다. 그런 모습이 더 그렇게 보인다는 건 모르니.
피크로 현을 튕길 때마다 네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들을 땐-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졸면서 책상 밑으로 손을 떨굴 땐- 볼 수 없는 그 빛을 보는 게 좋다. 공부라면 치를 떠는 네가 음악 속에서는 아인슈타인도 되고 케플러도 되니까. 그 모습이 나는 괜스레 뿌듯했다. 그래.
그런 모습 볼 때가 나는 좋아. 가끔은 천재 같지만 네 음악 속에서 너는 영원한 머저리야.
*
언제일지 모를 기억들.
*
노트에 필기를 끄적일 때마다 네가 흥얼거리던 노래가 떠올랐다.
귀퉁이에 일렉기타를 그리다가 노래방 생각이 나서. 그곳에 갔을 때 너는 사탕 대신 다른 걸 물고는 쪼그려 앉아 있고. 지금 뭐 하는 거야?
박하 향과 섞여 나는 매캐한 냄새가 지금은 그저 불쾌했다. 얼굴을 찌푸리고 코를 막으면서. 조금 떨어져서 말할래? 이런 말을 하게 될 거라곤 정말 몰랐었는데….
밴드 연습 하러 간다며. 고작 담배나 피우려고 여기로 온 거야? 여기로?
야, 락스타가 담배나 뻑뻑 펴 대다가 죽는 게 말이 돼? 무대에서 죽어야지. 네가 좋아하는 그 일렉 치면서! 얼굴에 열이 올라 아무 말이나 뱉어내는 내 모습에 너는 당황했는지 손사래를 친다. 연습, 하다가 온 거야. 정말이야, 여기 부실 사진도 있잖아! 저번에 말한 노래도 들려줄 수 있어. 정말이야…. 이제는 진짜인지조차 모르겠는 사진까지 보여주는 너. 그 와중에도 노래를 들려주겠다, 는 말이 애처롭고 우습다.
... 바보. 넌 진짜 바보 멍청이야.
네 노래 같은 거 들을 일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사진을 보여주려고 건넨 네 휴대전화를 휙 던져버리고 뒤를 돌았다. 아스팔트 바닥에 액정이 닿으면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고.
예전의 너였다면 스네어 같다, 는 소리를 했겠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너를 뒤로 한 채 나는 그곳과 멀어져 갔다.
*
그리고 언젠가. 미래.
*
나는 나름대로 이름 있는 악기 도매상이 되었다. 대학가에 있어 풋내기 뮤지션들이 많이 찾는 상가에 앉아, 일렉을 사는 사람들에겐 파란색 피크를 끼워서 건네주기도 하고.
너는 언더에서 활동하는 락밴드에서 보컬을 맡았다고 한다. 그 좋아하던 일렉을 맘껏 치면서. 골초가 되어서는 잔뜩 걸걸해진 목소리로 온갖 노래를 부르는 보컬.
그래. 뻐킹 락스타도 락스타라면.
키보드를 눌렀다. 낮은 파- 음이 울리면서 조그마한 진동이 일어나곤 했다
*
내가 듣지 않는 미래. 네가 듣지 않을 미래.
*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저도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신청곡 있나요?
객석에서 누군가 노래 제목을 외친다.
Creep? 좋죠. 오랜만에 듣네.
… 사실 그 노래, 되게 좋아했어요. 언젠가는 꼭 들려줘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담배 좀 끊는 건데…. 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다들. 이제 하루에 한 개비만 피니까.
잔기침과 탁한 소리, 목을 가다듬고,
When you were here before,
Couldn't look you in the eye
You're just like an angel
Your skin makes me cry
You float like a feather
In a beautiful world
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ckin' special
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 here?
I don't belong here.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에도 그것만큼은 확실히 안다고 생각했다. 바라볼 수 없는 것과 바라는 것,
바래가는 것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I don't care if it hurts,
하지만 아프더라도 놓을 수 없었던 것들이 있었지.
… She's running out.
점점 멀어져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야 했을까, 지금으로서는 의미 없는 생각들만 입속에서 내뱉지 못한 채 굴렸다. 미세한 박하 향. 씁쓸한 니코틴의 끝 맛. 내뱉는다. 숨만.
내뱉는다.
*
들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
그리고 입안에서는 파랗고 차가운….
추천 콘텐츠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소설 게시판에는 처음 글을 남겨 보네요... 워낙 미숙한 글인 걸 알고 있어서 꼭 담아두었다가 살짝 꺼내보아요. (*ˊᵕˋ*)ノ 잘 부탁드립니다!
소설에서 주로 다룬 키워드는 락 음악, 청소년 흡연이라고 생각해요. 락 음악은 요즘 자주 듣지 않지만 한 때 빠져살았던 적이 있어서... ㅎㅎ 적어보았구요, 중간에 삽입 된 영어 가사들도 실제 있는 곡(Don’t Look Back In Anger, Lithium, Smells Like Teen Spirit, Creep)에서 가져오되, 본 글과의 연결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락 음악을 주로 소비하지 않는 경우 다소 가사가 삽입된 부분이 이질적으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결점을 두고자 했다지만, 그게 잘 드러났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도 있고요. 이어 청소년 흡연에 대해서는... 절대 절대 옹호하지 않고요, 오히려 금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가져왔다고 말하고 싶어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익광고 키워드였던 '노담(No담, No 담배)'를 주로 생각하며 썼고... '너'의 실연 이유도 흡연에 중점을 둠으로서, 절대 그게 친구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구요. 목소리가 걸걸해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본인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걸 강조하고자 넣게 되었습니다 (•́-•̀ 。). 이런 주제를 조심히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