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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거울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2-03
  • 조회수 513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내 나이 30 중반 주변에는 건전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편의점 알바에 전전긍긍하며 하루, 하루 연명하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집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가는 길은 새벽인지라 어둡고 축축하다. 풀잎들은 모두 젖어 고개를 접고 검은 점박을 제 팔에 박혀있다. 그 모습을 보면 이상한 동정심이 느껴진다. 내 인생이 저 작은 풀 때기보다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저 작은 풀들이 같은 동일 선상에 올라와 있는 것일까? 오른쪽 팔 위에있는 기다란 팔 문신을 보면 내 삶이 저 풀 때기 사이에 숨어 들어간 인간이라는 풀 때기라는 생각이든다. 청소년 시절 이 문신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리 되지는 않았을텐데.


 중학교 2학년 아버지는 유전병인 헌팅턴 무도병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고귀하고 아름다운 춤을 추며 죽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나비 한 마리가 꽃잎에 앉아 꿀을 먹다 날라오는 벌과 싸워 결국 죽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날 이후 난 엄마와 둘이 살았다. 엄마는 나를 제일 많이 걱정했다. 그 이유는 나도 아빠처럼 30-40대 때 무도병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유전이 약 15% 뿐이니까 걱정마."라고 말했다. 그러나 걱정마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 했다. 아빠가 죽고 우리 가정이 무너지니 친구들 사이에서 나를 공격하는 아이들이 나타났다. 패드립은 기본이요. 폭행은 옵션으로 달려올 정도였다. 또한 아이들이 날 피했다. "저 새끼 유전병있데. 조심해." 이런 말들은 내 귀에 들어왔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은 나를 공격하는 1찐 아이들 뿐이었다. 나는 결코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모아서 타투 샵에 가서 타투를 했다.


 그러나 이 타투의 효과는 단기간 뿐이었다.  심지어 "야 2반의 최홍덕 팔에 문신했는데 사실 조폭 가입했데." "정말로? 애비 없는 티 꼭 나요."라고 소문이 학교에 퍼졌다. 담임과 타반 교사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은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차라리 학교에서만 이런 대우를 받았으면 이렇게 까지 후회는 않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서 직장에 들어 갔는데 문신을 그렸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매번 탈락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자존감을 잃어갔다.  그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읽기만 했다. 그러면서 한번 책 출판을 해볼까? 라는 생각을 문득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나를 막았다. "차라리 취업을 해. 네 아빠처럼 창작하지 말고. 그러다 네가 결혼을 해서 마누라에게 구박 받지. 창작은 절대 않돼!" 나는 그 말 주눅이 들었지만 내가 직접 쓴 시를 가지고 출판사에 찾아갔다. 시인이었던 아버지 덕분인가? 내 시는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출판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대중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분명 실력은 있는데 많이 난해한 것이다. 이를 보고 난 작가 이상이 떠올랐다.


 우리 아버지가 제일 존경했던 선배 작가가 바로 이상이었다. 이상도 초반에는 모더니즘을 추구하여 다른 이들에게 무시 받고 외면 당했다. "이상은 박제 된 천재야. 그의 작품은 볼 때마다 놀라워. 하지만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것은 진짜 아쉬워."아버지가 매일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이런 말을 계속 들으니 나는 이상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 읽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 작품도 그의 작품 세계에 동화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내 인생도 이상의 거울이 된 것 마냥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집에서 나오고 편의점 도착이 가까워진 공터 앞에서 내 눈이 핑 돌았다. 풀잎들이 나를 보고 웃고 박수를 칠 것만 같았다. 내 몸이 내 뇌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몸은 마치 아버지가 그랬듯 나비처럼 우아한 움직임으로 벌과 싸우고 있다. "쓰러지면 안돼. 쓰러지면:::" 혼잣말로 중얼 중얼 거리니 풀 때기가 놀라 몸에 붙은 땀방울을 바닥에 흘린다. 내 몸은 그런 풀 때기의 땀과 본체가 있는 그런 곳에 눕게 되었다. 나는 이를 보고 헌텅틴 무도병이 깨어난 것을 인지했다.나를 누가 발견해주면 좋겠지만 목격자는 풀 때기 뿐이니 괜한 희망은 가지지 말자.


향기로운 냄새에 눈이 떠졌다. 그 곳은 마치 작은 하늘의 공간인 것 같았다. '이 곳이 천국인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이상한 화장실 안에 있었다. 화장실에서는 향긋한 냄새와 거울 하나만 있었다. 나는 순간 당황하여 말을 하지 못했다. 왜냐 거울 안에 내가 있어야할 자리에 내가 존경하는 시인인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은 기침을 하며 피를 쏟았다. 그 모습이 폭포수 아래 훈련을 하다 추워 떨고 있는 동자 신선인 것 같았다.  이상은 나의 눈치를 쓰윽 보더니 입을 열었다. "죽고싶지? 오감도 제 15호의 화자처럼."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히키코모리로 살기는 이제 싫었다. 편의점 생활을 접고 싶었다.시인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외면 받는 내가 너무 싫었다. 이상은 그런 나를 보고  "그럼 널 죽여."라 말하고 이상은 살아졌다. 


눈이 갑자기 떠졌다. 그러나 아직도 그 화장실 안이었다. 그런데 아까와 다르게 총 하나가 거울 앞에 있었다. 나는 내 총을 내 머리 위에 올렸다. 그 때 난 거울을 봤다. 내 얼굴이 죽고싶지 않아했다.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이상의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오감도 제 15호는 자신의 아픔을 죽이는 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방아쇠를 거울을 향해 두고 쏠 준비를 했다. 그러자 거울 안에 있던 놈은 도망을갔다. 얼마나 제 빠른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방아쇠를 당겨 그 놈의 머리에 명중시켰다. 쾅,쾅 거울은 부셔졌고  파편이 하늘에서 내 쪽으로 날라오고 내 얼굴은 유리 조각에 의해 빛나는 피의 색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상과 닮아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일어났다. 새싹이 막 피어나는 아침이었다. 출근하는 사람들과 경찰들이 와서 나를 깨웠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편의점이 아닌 내 집으로 달려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쓰기 시작했다.무도병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남은 생명을 글에 쓸거다. 내 작가 이상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직도 이상의 거울 앞에서 그의 길을 이어가 나의 거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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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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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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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위에 나온 헌팅턴 무도병은 마에스트라에서 나온 레밍턴 병의 모티브가 된 병이에요~^^

    • 2024-02-16 11:43:09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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