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내일을 수집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2-26
  • 조회수 648

링거의 약물이 계속 남편의 몸 속에 떨어진다. 약을 맞고 있는 그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하다. "종길씨 괜찮아?"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90 먹은 늙은이가 아프지 않은 당신까지 걱정하게 만드는게 미안할 뿐이여." 힘없는 목소리로 답을 했다. 그리고 작은 신음을 흘렸다. 나는 간호사를 호출할까 생각을 해서 호출 버튼을 누르려는데 그이가 내 손을 떠는 손으로 막았다. "요즘 간호사들 바빠. 이정도는 아픈 것도 아니야." 남편의 힘이 욺튼 목소리가 내 팔을 막았다. 나는 속상한 마음에 "여보 그래도"라고 말을 했지만 그이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남편이 날 막고 본인보다 간호사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유 는풋풋한 청년 시절 그이의 직업이 보호병동 보호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남편을 보면 매번 "이 미련한 영감아.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해야지."라고 말을 했다. 물론 오늘도 자신보다 간호사들을 먼저 챙기는 남편이 얄미우면서 불상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잠시 병실을 나가 공용 쉼터에서 숨을 크게 내뱉었다. 공용 쉼터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의자에 앉았다. 커피는 어제도 그렇지만 오늘도 참 달고 쓰다. 그러더니 잠시 남편과의 옛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정신 건강 의학과는 간호사 수가 적다. 그래서 간호사 한 명이 처리를 해야 할 업무가 다른 병동보다 많다. 또한 액팅아웃{스스로 인식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갈등이 나타나는 증상} 환자들이 발생하기도 하여 간호사들은 매일 전신의 긴장 상태를 유지 하고 있다. 남편도 젊은 시절 병동에서 일할 때 많은 환자들을 돌보며 한 사람 한 사람 심여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면 기가 모두 빨려 있는 상태다. 그래서 아들과 놀아주지도 못하고 매일 밤 술 한잔, 두잔 하고 잠만 잤다. 특히 딜루전{망상}환자를 처음 맞는 간호사가 환자 대응 방식을 잘못하는 그런 날이면 소주 세 병을 까고 잤다. 하지만 겉으로는 힘든 표정을 하지 않았다. 몸은 혹사 당하고 있는데 남편의 표정은 생명수를 먹는듯 밝고 힘찼다. 그렇게 약으로만 알았던 소주가 살아오던 어느날 그이에게 독으로 찾아왔다. 간은 언제부터인지 힌트를 주지 않고 갑자기 암이라는 덩어리로 남편에게 찾아왔다. 아님 힌트를 줬지만 나와 아들에게 아픔을 말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하다. 그이는 그런 사람이니까. 본인보다 남 그리고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잠시 숨을 돌리고 골골거리는 병실에  들어갔다. 그 곳에는 그이를 제외하고도 많은 환자들이 있다. 환자들은 모두 비실비실 말라만 갔다. 옆자리 손여사의 남편인 김영감도 오늘보니 더 말랐다. 물론 내 남편도 많이 말랐기는 했지만 김영감은 더 말랐다.  곧 삼도천을 건널 느낌이다. 물론 그런 생각조차 하면 않되지만 저승사자가 우리 그의 말고 차라리 김영감을 대리고 갔으면 좋겠다. 나는 참 나이를 헛 먹었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같으니라고:::: 나는 한숨을 쉬며 남편에게 다가갔다. "지금은 좀 어때?" 내가 조심히 물으니 남편은 "나야 뭐." 조용히 답을 했다. 


 그렇게 남편의 옆을 지키고 있는데 왠 훈남 선생님이 우리 병실로 들어왔다. 검은 모자의 검은 옷 거기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를 가진 사나이가 걸어왔다. 모든 병실의 대부분 여인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배드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벌벌 떨고 있었다. 호흡기에서 나오는 숨의 안개가 더욱 빠르게 피어났다. 그러나 우리 그이의 호흡기는 차분했다. 내 오래된 직감이 맞다면 그는 저승에서 온 차사님일 것이다.  그의 눈빛은 여인들이 아닌 오직 누워 있는 환자 뿐이었다.


 그는 차분한 걸음거리로 우리 병실을 돌아다녔다. 한 명, 한 명 병자를 보다 우리 그이와 김 영감의 사이에 섰다. 그리고 말을 했다. "난 당신들의 내일을 먹는자다."그들의 차가우면서 자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내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잘생긴 외모 때문일까? 아님 차오르는 분노 때문인가? 나는 굳었다. 그는 병실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 되는 것 같았다.  모두 차분하게 앉고 누워있지만 표정은 모두 굳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모르는지 기분 나쁜 찟어진 웃음을 하고 병실을 나갔다. 병실에서 내일을 먹는 자가 나가니 모두들 얼음에서 풀렸다. 모두들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손과 몸을 안았고 보호자들은 누워있는 환자의 몸을 한 번 만졌다. 물론 나도 만졌다. 다행히 아직 그의 몸은 따뜻했다. 그러나 옆 손여사는 웃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손을 붙잡고 쉼터로 올라갔다.


 쉼터에 올라온 나는"무슨 일이에요? 손여사. 일단 이거 마셔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여사가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렸다. "우리 남편 오늘이 고비일 것 같아요.자식인 두 놈,년들은 아비 간이 좋지 않다는데 때주지 않네요. 물론 이제 준다 해도 늦었지만." 나는 울며 말하는 손여사에 손을 잡으며 "우리도 똑같아. 이 곳에서는 누구나 평등해. 누군 죽고 누군 살고가 아니라 그 날이 정해진 것이니까." 말을했다. 손여사의 눈 폭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나에게 한 마디했다.  "언니, 우리 남편이 뭐라도 인생에 있어 내일을 수집했으면 좋겠어. 남의 내일을 빼았더라도."나는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났다. 그이가 다른이의 내일이라도 수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안았다. 그리고 내일을 수집하는 자에게 꼭  빼앗은 내일을 남편에게 달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한참의 눈물의 라디오를 틀고 나와 손여사는 다시 눈물을 닦으며 병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이의 팔을 한번 스다듬었다. 링거에서 흐르는 방울, 방울이 내 팔에 전도 되었다. 얼마나 그이가 떨고 있을지 느껴졌다. 그러자 그이가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팔을 만졌다. 그이의 숨결을 한번 더 느꼈다.  오늘을 완벽히 수집하든 내일을 완벽히 수집하든 남편이 무엇이든 하나를 수집했으면 좋겠다. 남의 내일을 빼앗더라도. 그러나 이는 내 욕심일까? 그이의 따뜻하지만 차가운 얼굴을 보니 이 생각이 든다. 얼굴은 날이 갈수록 병마에 찌들어 웃음을 잃는 것 같은데 그렇게 이어진 삶이 진정 행복할까? 나는 그저 물음만 던질 뿐이었다. 이것이 내 이기주의일까? 정말 모르겠다.


 밤이 되었다. 나는 바닥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요! 사람 죽어요!" 손여사의 목소리였다. 나를 포함한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김영감 자리에 시선이 집중됬다. 간호사들은 모두 뛰며 김영감에게 달려갔다. 전공의인지 인턴인지 모르겠는 의사가 와서 CPR을 하지만 김영감의 반응은 무음이었다.  손여사는 무음으로 답하는 김영감에게 화를냈다. 그 화가 얼마나 큰지 옆에 있는 내 고막이 찟어질 것 같았다.  의사는 무심하게 "02시 14분 김수로 씨 사망하셨습니다." 차갑지만 깊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김영감의 피부는 얼어붙은 얼굴이었다. 매섭지만 편해보였다. 내가 지금까지 본 김영감의 모습 중 제일 편해보였다.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내일을 수집하지 못하는 것이 그리 행복한 것일까? 김영감의 편함이 날 우리 그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 때 내일을 수집하는 자가 병실을 나오는 것을 받다. 나는 그를 멈춰 세웠다. "거기..." 그러자 그는 날 보더니 "넌 내게 원하는 것이 있구나? 그래서 내가 보이는 것이고." 라고 말했다. 나는 무음의 답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그가 웃었다. 아주 호탕하게 말이다. "이 내일 가지고 싶지? 네 남편 주고 싶지?" 라고 나에게 대물었다. 난 또 무음으로 답을 했다. 아니 무음으로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내가 가지면 그이가 힘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여기." 그가 나에게 말하며 내일들을 모두 구슬로 만들었다. 그 구슬이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받고 싶었다.  마음 속에서는 계속 지진이 일어났다. 받을까지 말지 이 고민이 계속 생겨났다. 그러자 내 눈 앞에서 내일을 수집하는 자가 없어졌다. 내가 간절하지 않아서인가? 그의 모습은 수증기가 되었다. 근처에 있는 것 같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후회를 하며 병실로 들어갔다.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은 오늘도 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미우면서 자랑스러웠다.  그를 보낼려고 갈등했던 내가 미웠지만 결국 이 선택이 그이를 위한 길이었으니까. 병원 배드에 누워있는 그이 옆에 난 잠시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 생각하는 딜루전 아니 헤리성 기억 상실을 겪는 것 같았다.

추천 콘텐츠

봄날을 먹을까요?

"형,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그 때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희준이는 울면서 형 희정이에게 말을 했다. 희정은 어떤 표정도 희준이가 읽을 수 없게 얼굴을 뒤돌렸다. 그리고 종착지 없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희준은 떠나가는 희정을 잡으려고 했지만 미안함과 죄책감이 그의 발을 잡아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희준은 떠나가는 희정을 보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지만 희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의 길을 갔다. 희준은 비명을 질렀다. 그의 비명을 듣고 엄마 준선이 방으로 뛰어들어 왔다.그녀가 희준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희준은 놀란 동태 눈을 하고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기침을 계속했다. 그런 희준의 모습을 보고 준선은 그에게 달려갔다. "희준아, 괜찮아?" 준선의 말에 희준은 눈물을 흘렸다. 눈물방울이 눈에서 몸으로 내려갈 때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했다. 그의 호흡은 점점 그를 잡아 먹었고 그 때문에 희준은 기침을 멈출 수 없었다. 이런 희준의 모습에 준선의 마음이 무너졌다. 준선은 희준을 다독이며 그에게 호흡기 벤토리 에보힐러를 줬다. 희준은 호흡기 덕분에 기침이 조금 사그라 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준선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미안해, 엄마 잘못이야." 준선의 말은 희준의 마음을 부셨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서 서로를 무너뜨렸다.서로가 서로에게 무너졌을 때 울음의 정적도 깨졌다. 그들은 아침밥을 먹고 각자의 자리를 향해 출근 준비를 했다. 준선은 교회갈 준비를 했고 희준은 학교갈 준비를 했다. 희준은 늘 그랬듯이 학교를 불안한 심정으로 갔다. 그의 마음은 모친인 준선도 잘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예수님이 너와 함께 있을거란다. 오늘도 하나님의 축복을 믿으렴"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의 불안은 잠들 생각을 하지 않고 뛰고 또 뛰었다. 그러면서 기침은 더욱 강해졌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희준은 늘 불안했다.그럼으로 기침이 계속 나왔다. 기침의 원인은 불안이었고 불안의 원인 안에는 희정과 친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희준은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매일 학교 가는 길이 무거웠고 힘들었다. 매일이 죄책감의 무게로 가득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죄책감을 덜라고 했지만 덜리지 않고 더욱 크게 물들었다.그가 죄책감으로 몸이 물든 이유는 1년 전 그가 중3 시절 베스트 프랜드 성현, 상준이 가족과 여행을 갔을 때 일어났다. 그들은 뻘이 있는 서해안의 바닷가로 여행을 갔다. 희준과 희정 그리고 성현,상준은 갯벌에서 조개,소라 등을 잡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불행은 행복과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는 법이었다. 그날 밤 그들은 해루질을 하기 위해 16살 먹은 아이들과 희정은 부모들에게 허락을 받았다. 허락을 받고 해루질을 하러 갯벌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모두들 즐거워 했다. 해삼도 잡고 골뱅이도 잡고 신바람이 났다. 그 때문일까? 그들은 물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16먹은 희준,성현,상준,17먹은 희정까지 모두 휴대폰 어플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 잡고 잡기

  • 송희찬
  • 2024-10-02
언젠가 엄마를 다시 만나

"지구한테 어떻게 그래? 엄마가 제일 예뻐한 아이잖아. 우리 가족이라며." 눈을 떠보니 치료실에 앉아 있었다. 치료제 향기 사이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꿈일까 생각하여 엄마를 불렀다. 그러나 엄마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보다. 나는 꿈인 것을 직감하고 내 다리를 보았다. 내 다리는 꿈인데도 빌어먹게 다리가 망가져 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이를 갈았다. 얇은 이들 넘어 잇몸까지 갉아지는 느낌이었다. 입에서는 피맛이 났다. 나는 그래도 꿈인줄 알고 계속 갈았다. "어머, 지구야 이 그만 갈아." 간호사가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할 수 없이 이를 가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안겨 엄마에게 갔다. "한지구 보호자님 지구 일어났어요." 간호사가 엄마에게 말하며 나를 넘겼다. 엄마는 전화하던 휴대폰을 잠시 주머니에 놓았다. 그리고 나를 안고 병원비를 계산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에 나오면서 나는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겨울의 추위가 내 빰을 흘러내리니 이 고통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해줬다. 나는 엄마 품에 안겨 태연한 척을 했다. 내가 아픈 것을 들키면 엄마의 마음이 무너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웃으면서 엄마의 품에 안겼다. 평소 다니던 길이 오늘따라 달라 보였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떨려 있었고 내 뺨에 엄마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엄마에게 "울지마."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나의 언어는 엄마에게는 외국어라 알아 듣지 못했다. 우리는 익숙한 거리를 어색한 분위기로 걸어갔다. 엄마가 몇 걸음 걸었을 때인가? 탕후루 가계 옆에서 갑자기 나의 몸에 몸을 움추리면서 말을 했다. "지구야, 조금 있으면 봄이니까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만나자." 엄마의 말은 내 귀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엄마는 기쁘지 않은가보다. 엄마의 눈에서 뜨거운 물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나는 그런 엄마를 달래기 위해서 나는 성대와 몸을 일체화 하는 운동을 했다. 엄마의 몸이 내 운동으로 진동했다.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엄마의 몸은 진동했다. 나와 엄마는 하나의 유기체로 이어져 있었다. 집으로 들어와서 우리의 몸은 분리됬다. 나는 안아서 편하게 왔지만 바람을 너무 많이 맞았는지 피곤했다. 그래서 천천히 발을 내 방으로 갔다. 방은 어두웠고 나는 누웠다. 바닥은 겨울이라 차가웠지만 길바닥보다는 따뜻했다. 나는 몸이 나른해졌다. 눈이 감겼다. "잘자라, 지구야."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 스며들었다. 잠 속에 이동을 하니 엄마와 나의 유기 관계는 높아졌다. 엄마의 불안이 내게도 느껴졌다. 나는 이 불안을 알 것 같다. 내가 이 느낌을 왜 알까?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잊고 있었던 또 다른 엄마의 기억을 만나게 되었다. 길에서 살았던 기억들이 머릿 속에서 폭발했다. 그렇다. 나는 죽음으로 버려진 아이다. 길가에서 생활은 어느 삶보다 위험하다. 이름도 없고 그저 1호, 2호 등 숫자로 불렸다. 나는 그 중 3호로 불렀다. 내가 3호로 불린 이유는 엄마 배 속에서 제일

  • 송희찬
  • 2024-08-10
끼끼

"천사는 언제나 긍정의 에너지를 하고 있어서 좋아" 9살짜리 내 동생이 입에서 꺼내는 말이다. 긍정이라 참 좋은 말이다. 근데 나는 요즘 왜 긍정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까? 나의 천사는 어딘가에 가출해서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인가? 나는 동생의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요즘의 나는 볼 수 없는 순수함이 그립다. 내가 지금 왜 이런 말을 머리속에서 말하고 있을까. 독립할 준비가 바쁘고 한창인데 말이다. 계속 물건을 싸고 버릴 물건을 버리고 있는데 이런 잡생각이 드니 아직 나는 사춘기의 감성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사춘기 감성과 함께 짐을 싸고 있는데 9살 동생이 내게 달려와서 물었다."이 원숭이 인형은 뭐야?"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네가 가져"동생에게 말했다. 동생은 신나서 원숭이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아주 크고 아주 헌 그런 원숭이 인형을. 계속 짐을 치우고 치었다. 10년동안 산 집에는 그 세월만큼의 많은 흔적들이 있었다. 오래전에 가지고 논 장난감, 기억에 잊혀진 숨겨둔 구몬 학습지 그리고 내 흑역사 저장고인 사춘기 일기장 기타등등이 이 집에 있는 화석처럼 잠들어 있었다. 나는 하나,둘 버리고 구몬은 찢고 찢어 숨겨서 버렸는데 일기장은 한번 궁금하여 열어봤다. 그 일기장은 열면 않되는 하나의 판도라의 상자였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와 선생님한테 혼난 이야기, 삼촌 결혼식 간 일, 할머니가 우릴 공격했던 일 그래서 내가 매일 밤 시달린 악몽 그리고 내 옆에서 항상 날 따뜻하게 안아준 원숭이 인형 끼끼가 그 안에 있었다. 나는 순간 아까 희철이가 가지고 간 인형이 떠올랐다. 그리고 난 잠시 마음 속 한 구절들이 울림을 줬다. 할머니는 엄마와 나를 괴롭혔다. "딸 낳은 년은 죄인이다." 옛날에 유행했던 가치관에서 할머니는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엄마는 이런 할머니에게 매번 하녀처럼 살고 있는데 나는 이런 엄마를 볼 때마다 화가난다. 그러나 할머니가 드는 효자손 앞에 나는 그저 작아지고 약해질 뿐이었다. 내 인생에서 할머니란 존재 때문에 안에 천사는 자라지 못했다. 기쁨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내 안 구석에 있었고 나에게는 불안과 슬픔이 가득 차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숨어서 우는 버릇이 생겼다. 방에 들어가 인형을 가지고 울거나 화장실에 들어가 눈물을 훔친적이 있다. 그런 나를 위로해 준 것은 엄마도 아빠도 친구도 아닌 끼끼였다. 끼끼는 커다란 팔을 가지고 있고 이로써 나를 크게 안아줄 수 있었다. 끼끼의 팔로 눈물을 닦고 마음에 부스러기를 치우면 내 감정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었다. 끼끼 덕분에 나는 불안했던 초등학교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 내가 중학생이 되던 날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할머니 장례식에 들어갔는데 울고 있는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역으로 슬픔이란 감정보다 기쁨이란 감정이 맨 앞으로 나왔다. 나는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천사는 좋고 순한 존재지만 타락의 긍정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마음 속으로 깨달았다. 그

  • 송희찬
  • 2024-06-29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