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거울을 보는 습관

  • 작성자 해파리
  • 작성일 2024-06-06
  • 조회수 114

난 한 가지 습관이 있다. 바로 거울을 자주 보는 것. '거울을 자주 보는 게 습관이라고?'라 생각하겠지만 그냥 자주 보는 것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본다는 게 문제다. 왜 이런 습관이 드러 졌냐고 물으면 상당히 복잡한데, 먼저 두 가지 질문을 해보겠다. 당신은 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의 마음을 쓸 수 있는가? 또, 다시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해 마지않던 이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의 마음을 서술하라 하면, 나는 기꺼이 쓸 수 있었다. 나의 그늘, 나의 우산이었던 그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란. 정말이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평소에 표현은 많이 하진 않지만 나를 사랑함이 분명한 그가 술에 못 이겨 내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렸을 때, 그때 처음으로 사람이 너무 당황하거나 놀라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대로 굳은 채 그의 행동을 보며 왼쪽 손이 오른쪽 손으로 바뀐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귀에서 강한 경고음이 들렸다. '삐이이이-----...'덕분에이라 하기도 뭐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빌었었다. 손을 파리처럼 싹싹 비비며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사실 귀는 들렸지만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더 때릴 것 같았다.)그러나 술 마신 사람에게 귀가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지, 오히려 위협을 가하며 이제 들리냐고 소리쳤기에 나는 거짓말쟁이가 돼야 했다. 그 후 상황이 좀 잠잠해지고, 나와 그, 둘만이 있는 공간에 그녀가 들어왔을 때 난 그녀를 방패 삼아 밖으로 빠져나왔다. 근데 참 이상했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주변의 소음이 귀 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귓바퀴를 돌며 웅웅 거리는 게. 그땐 '귀를 맞으면서 공기라도 들어갔나 보구나'라는 천진난만한 생각 따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기지 않는가?

그러나 다음날 병원에 갔을 때 구멍이 숭숭 뚫린 고막을 보면서, 의사의 말을 듣고 청력검사를 하면서 더 이상 그런 생각 따위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울고 싶었다. 밖이었기에 입안의 여린 살을 물으며 참아야 했지만 그날 집으로 돌아온 후 아픔이 물밀듯 밀려오고 뺨이 화끈대는 것 같아 중학교 들어오고 처음으로 그녀의 품에서 소리 내어 울었었다. 고작 14살이었다. 부모는 자식의 우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어느 우산이 이렇게 찢기고 널브러졌냐고 묻고 싶었다. 이런 게 부모라면 없었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고막에 구멍이 난 탓에 다시 아물 때까지의 시간, 1년 동안 나는 샤워할 때는 항상 귀마개를 끼고 씻어야 했다. 그 1년 동안, 아니, 그날 이후 2년 동안 나는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때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어릴 때 이혼하여 따로 살았으면 어땠을까..라는 터무니없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땐 그런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아비라고 그의 평소 모습을 다시 사랑하게 된 나를 봐버려서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해 다른 생각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평소에 날 때리고 싫어했더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미워할 수 있었을 텐데..'가족'이라는 단어가 이리 결속력이 강할 줄은 몰랐다. 아니,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의 증오심도 같이 흘러가버렸기 때문인가? 정확한 이유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질문에 '네'라 대답할 수 있다. 이건 진실이다. 처음엔 이런 내가 너무나 싫었지만 그날, 그때의 모습만 싫어하기로 했다. 물론 그를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게 왜 거울을 보는 습관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지금부터 답을 해 주겠다. 갑자기 엉뚱한 소리겠지만 난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해서 4차원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참고로 나는 시력이 짝짝이이다. 그래서 언젠가 나는 '내 청력이 다르면 어떤 느낌일까?'는 생각과 함께 귀를 만지작거리기도 했었다. 근데 정말 한쪽 귀의 청력이 달라질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서 그날 이후 무언갈 먹을 때나 휴대폰을 보거나하면 항상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을 관찰했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내 표정과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 만약 눈을 다치게 된다면 내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깐.. 그래서 난 항상 내 가까이에 거울을 두고 살고, 지금도 침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내 곁에는 새까만 거울이 존재하고 있다.

해파리

추천 콘텐츠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