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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잠자리

  • 작성자 청춘
  • 작성일 2024-06-15
  • 조회수 93

“올여름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이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

주말의 이른 오후 , 티비  뉴스에서 딱딱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대사를 읊는 기자를 소파에 앉아 멍하니 주시하다가 겨우 시선을 떼어 주변을 둘러보니 엄마는 빨래를 개고 있고 동생은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하기야 매년 이맘때 쯤이면 지금의 것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의 뉴스가 변함없이 반복되니 이를 배경음 삼아 각자 할일을 하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광경은 아니었다.

  전까지만 해도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곳에 설치된 초록색 그늘막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눈에 걸렸다. 친구들에게 ‘여기는 그늘막이 없었는데 생겼네?’하는 말을 하며 신기한 티를 내봐도 돌아오는 반응은, 몰랐던 사실이지만  관심 없다는 듯한 아, 그래, 정도가 다였다.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나뿐인  같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항상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주기적으로 교육받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의 창체 시간도  수많은 교육 시간들 중의 일부였다. 밀린 숙제를 허겁지겁 해치우기 바쁜 친구들은 교육 영상이 나오는 화면 속이 아니라 문제집이 있는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시간을 그저 부족한 수면 시간을 채우는 시간으로만 생각하는 듯했다. 운도 지지리 없는 나는  뒷자리에서  지독할리만치 현실적인 장면을 그대로 직관하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말로만 열심히 실천하는 환경 보존이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이런  진짜 의미없지 않아?”

별로 친하지 않아 학기 중간이  때까지 데면데면했던 짝꿍이 갑작스레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 불평을 하는 사람은 흔했기 때문에 나는 대충 어, 그러게, 하는 영혼 없는 공감을 하며  대화가 깔끔히 끝나길 바랬지만  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들은 우리 학교 앞에도 파라솔 같은  설치된  모르는  같아.”

해결책 없는 문제에 대한 어제의 상념이 떠올랐고 내내 어딘가 몽롱하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제서야 티비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애의 눈으로 옮겼다.  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너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나도 그렇거든. 혹시 오늘 시간 있어?”


그래서 나는 대충 아프다고 둘러대고 야간자율학습을   그를 따라 버스를 탔다.  알지도 못하는 친구의 약간은 부담스러울  있는 제안을 이토록 쉽고 어찌보면 필사적으로 수락한 것은,  같은 사람을 인터넷 카페가 아닌 현실에서 만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감이라곤 믿을 구석이  군데도없을만큼다틀리는게 특징이었지만 이번에는 왠지 정말 친한 친구가   있을  같은, 가슴뛰는그런감을 믿고 싶었다. 그에게 어디를 가는지 묻고 싶었으나 대답해줄 기미가  보이길래 얌전히 입을 다물고 엄마에게 자율학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10시까지 어디를 전전해야 할지나 열심히 고민했다. 해가  여름이라는  새삼 실감나는 창밖 풍경을 한참 바라봤다.


그가 데려다준 곳은 자신의 집이었다. 거리가  있는 곳에서왜도심의경계선속에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는지 의심하다가도 낡고 낮은 아파트 단지밖에 없는 주변 모습에 어쩐지 납득이 되었다.

“넌 언제부터 잠자리를  봤는지 기억나?”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날아다니다가 풀숲에 앉은 잠자리의 날개를 살포시 잡아 실컷 관찰하다가 풀어주는 것이 하나의 놀이였는데 요즘은 좀처럼 잠자리를 보기가 힘들었다.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내가 잠자리를 잡는 놀이 따위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으니까, 라는 까닭에서라고 생각했는데  멍청이였다.

“여기는 우리 고등학교가 있는 곳보다는 좀, 자연과 가깝지. 근데 여기에서조차도 어느 순간부터 잠자리도, 달팽이도, 밤에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풀벌레 소리조차 모습을 감췄어.”


뿌옇고 희미한 하늘이 시야에 걸쳐졌다.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인 것을 보는 날도 드물어졌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흐려져가는 하늘 사이로 보이는 회색 건물들이 문득 감옥처럼 느껴졌다.

“우린 사라진 잠자리를 찾아야지. 그게 우리가  일인 거야.”

사라진 잠자리는 전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없을 터였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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