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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 작성자 백군♪
  • 작성일 2011-01-17
  • 조회수 133

 
   춥다. 너무 추워서 손이 얼어간다. 유난히 추위 타는 나는 손과 코와 귀가 벌게져서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입김이 하늘로 올라간다. 입김이 왜 흐릿해 보이지. “어이, 지호. 지호 맞냐?? 지호 맞지??”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나는 멈춰 섰다. “누구세요??” 어딘가 낯익은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나 현식이야 현식이. 짜아~식 오랜만이다. 뭐하고 지냈냐?? 후하하핫” 현식이라. 현식이가 누구더라?? 특이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젠장”하고 혼잣말을 해야 했다.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아, 지금 좀 바빠서 다음에 만나면 또 인사하자” 내가 생각하기에도 느닷없는 작별을 고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현식이 그 미친자식이 손을 잡아끈다. “왜? 뭐 바쁜 일 있어?? 후하핫 이봐 친구 좋다는 게 뭐야. 30분만 같이 있어주라구 내가 따뜻한 차 한잔 얻어먹을게 하하핫” 그게 재미있나 이 인간 정말 짜증 난다. “먹고 싶은 건 너니까 니가 사 그리고 나 지금 어디 좀 가야해” 현식이 내 눈을 들여다 본다. 십분 뒤 결국 나는 근처의 찻집에 들어갔다. 만날 사람이 있는데 너무 일찍 나와서 시간이 남았다나 뭐라나... 30분의 봉사활동 끝에 받은 것은 ‘정신건강 상담원  강 현식’이란 명함 하나였다. “뭐 상담할 일 있으면 와. 찻값만큼 공짜 진료야 후하하핫 심심하면 그냥 와도 돼. 내가 바빠서 같이  있진 못 하겠지만 하하하핫” 네깟놈 진료 받을까보냐.
 

  나는 기술자다.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중 이다. “지호씨, 여기하고 저기 회로도가 잘 못 됐는데요.” 옆자리 직원의 타박이다. “네” 짧게 대답하고 재빠르게 고쳐 낸다. 나는 이놈의 회사가 싫다. 적응도 영 안 돼고, 주변 동료들은 모이기만 하면 내게 빌붙어 게으름을 피운다. 커피같은 잔 심부름은 내게 시키고 막상 업무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나도 그렇다. 왜 남의 것에 참견하겠는가?? 방금 옆자리 직원은 그냥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은 것이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 실수 한 걸 자주 봤다. 하지만 한 번도 지적한 적은 없다. 그게 내 삶의 미덕이다. 나는 평범하다. 특출나게 잘 하지도 못 하지도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딱히 지적할 부분은 없었다. 야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 이 회사 이 위치에선 아니다. 일을 하다보니 현식이의 명함이 눈에 띈다. 아 정말, 이건 또 왜 여기 있는거야. 명함을 서랍 속에 넣고 세게 하지만 다른사람이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만 힘 줘서 닫는다. 이제 생각하니 현식이 그 녀석은 나랑 같은 반 한번 된 적이 없었는데.. 왜 아는척 한걸까?? 갑자기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안돼, 안돼 고개를 두어번 세차게 흔든다. 오늘 할 일이 많을거야. 스스로 할 일을 찾는다. 이런, 낭패다 보고서 하나가 있을 뿐 별 다른 건 없다. 현식이 생각에 마음이 어지럽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들이 많았다. 현식이는 두 친구 건넌 친구 일 뿐 직접적으로 만난 적도 별로 없다. 분명 그때는 태권도 관장 아들로서 태권도 사범이 될거란 이야길 들었는데 왜 상담이나하고 있을까? 여러모로 현식이답지않다. 나 역시 지금 나답지 않다. 성실 직원 범 지호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 머리 아퍼.

   결국 나는 정신건강 상담원인지 뭔지 하는 곳 문 앞에 도착해있다. 이런 일에 스스로 엮이려는 나를 보니 한심해 죽겠다. 벌써 3일째 궁금증에 시달리다 이곳에 왔다. 아니, 꼭 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 현식이를 찾는 건 쉬웠다. 문을 열자마자 “흐핫핫핫”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들어서자마자 현식이가 외친다. “여, 왔냐?? 찻값?? 아님 심심해서??” 나는 무시하고 말했다. “왜 웃고 있어? 보아하니 혼자 있는 것 같은데. 여긴 다른 직원들도 없어?” 현식이가 악동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심심한데 잘 왔다. 오랜만에 손님이 없는 참이거든. 후하하핫 이 퍼즐을 맞춰보고 있었지. 막 다 맞춘 참이야. 자 그럼 상담을 시작 해 볼까!!” 당황스러워진 나는 급하게 말 했다. “무슨 말이야. 내가 왜 상담을 해?” 못 버티겠다. 나는 얼른 문 고리 쪽으로 달아난다. 묵직한 손이 내 어께를 잡아 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놈아!! 이거 놔!!” 태권도 관장 아들답게도 큰 키에 건장한 덩치로 날 잡아 누른다. 한참이나 버둥대다가 결국 포기 하고 만다. “손님, 이왕 오신 거 상담은 받고 가셔야죠. 하하핫” 이 자식 게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내 삶이 이렇게 더러워지는건가!! “무슨 상담인데??” 미친놈이 대답했다. “그냥 내 말에 대답만 하면 돼.” 한숨을 몰아쉬고 “알았어” 라 대답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이 자식 한테는 걸리면 안 돼는 거였는데... “직업은 뭐야?? 뭐 직장 동료들 하고는 잘 지내?? 어렸을 때처럼 야망은 여전히 크신가?? 하하하핫 그러니까 뭐 요새 어떻게 지내냐는 거야” 조금 김이 빠졌다. 정말 일상적인 질문이군. “옛날 꿈대로 엔지니어 됐어. 그러는 넌 왜 상담사하냐?? 뭐 야망이랄 건 없고 보잘것없는 꿈이지.”  내 질문은 쓰레기 통에 던져버렸나.  다시 묻는다.  “사람들이랑 관계는 어때??” 나는 대답했다. “알아서 뭐하게?? 그저그래, 내 원칙대로 살고 있다 이거야.” 현식이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진지하게 바라봤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른다. “알았어, 그렇게 바라보지마. 너 잘 이러냐? 왜 게이라는 소문이 났는지 알겠네. 회사사람들이랑은 글쎄, 그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을 안 줘. 나를 심부름꾼 정도로만 생각을 하지. 옆자리고 앞자리고 사장이고 다 그냥 날 투명인간 취급해. 이렇게 성실하고 묵직한 이 나를 말이야 무시한다고 글쎄 그 사람들이. 응? 난 분명히 말도 걸고 해달라는 일도 잘 해준단 말이야. 그 사람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난 회사밖에 모르는데 말이야. 어떻게 하면 일 잘할까, 어떻게 하면 잘 보일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는데 왜 그러냐고... ” 내가 왜 이러지 말을 시작하니 불만이 자꾸 나온다. 한참을 떠들다가 현식이 말에 막힌다. “여여, 멈춰멈춰. 그래서??” “뭐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그만둬.” 정말 어이가 없다, “너 상담해주는거 아니였어? 이게 상담이냐?? 이깟 상담소 잘 될 리가 없잖아. 이 새끼 기분 나쁘게 친한척만 해놓고.” 현식이가 말했다. “맞아 잘 안돼. 근데 넌 답이 나와있는데 굳이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현식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이런 녀석이 날 이렇게 쳐다본다니 참을 수 없다. “ 이 자식이”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려는데 일말의 궁금증이 일어났다. “ 답이 나와 있다니 무슨 소리야? ” 강 현식이 가볍게 내 손을 떼어내며 말을 이었다. “뻔 하잖아. 피해망상. 넌 지독한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는거야. 꿈 깨 자식아. 그날 길거리에서 울면서 다니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겨우 피해망상증 환자였어. 흐하하핫” 더욱 의아해진 나는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이야 울다니 내가? 언제? 피해망상이라니 무슨말이야!!” 이상한건 네 녀석이야! “얼굴 빨개져가지고 울면서 걸어갔잖아 니가. 신경써줬더니만. 한 번생각해봐 하하핫 세상 살아가는 기본이 뭔지 잘가라. 크하하하핫”

   집에 돌아와서 자려고 누웠다. 뭐야 강 현식 미친놈이 뭐라는거야. 눈을 감는데 피해망상이란 단어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 진짜,” 울다니 무슨 말인가. 설마 내가 그때 정말 울고있었을까? 코와 귀가 빨간건 추웠기 때문이 아니라 울었기 때문인거야?? 이번엔 창피로 얼굴이 빨게졌다.  이불 뒤집어 쓰고 있어서 다행이다... 뒤집어 쓰고서 한참이나 생각을 했다. 피해망상, 피해망상 피해망상이란 단어를 몇 백번을 곱씹었다. 차츰 차츰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해왔는지 깨달았다. 동료가 날 따돌린게 아니다. 내가 따돌린 것이다. 세상에 지금 생각해 보니 나름 직장 상사란 사람들에게 인사 한 번 건낸 적이 없다니. 이기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기적인 것 이였다. 아니 미움받을까봐 두려워서 피하기만 한 현실 도피자였다. 강 현식이 그럴만하다. 피해망상증. 이번엔 이불을 걷어내 버리고 깨달음의 눈물을 흘린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가는데 결국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다. 그러다 다시 이불을 걷어내 버린다. “더 이샹 피햐지 아흔 거햐 악악 끄윽 끄윽” 목에 떡 걸린 새마냥 밤 새도록 울어댔다. 나는 눈물 콧물을 세숫물삼아 얼굴을 한껏 닦아내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에는 인사도 제대로 하고 사과도 하리라. 자기전에 흐하하핫 하고 한번 웃어본다.  
     

백군♪
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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