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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 컴플렉스

  • 작성자 파샵
  • 작성일 2012-09-30
  • 조회수 281

아이가 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자꾸만 나와의 거리를 좁혀온다. 확실히, 라고는 단언하지 못하겠으나, 나는 잠시 버스를 기다리느라 벤치에 앉아있다. 그리고 저 아이는 길가 저 쪽에서 나와의 거리를 좁혀온다. 그런 듯하다. 아이는 초등학교 삼사학년 정도의 나이인 것 같고, 크고 똘망똘망한 눈에, 오똑한 코, 작고 귀여운 입으로 전형적인 초등학생들 중의 귀여운 얼굴에 속하는 아이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 그럴듯한, 그런 얼굴이다. 아이를 보니, 잠시 초등학생 쯔음에 내가 사랑(?)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여자아이의 얼굴이 비추어 보인다. 닮았다. 그것도, 매우.

아무튼 아이는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다. 땅을 한참을 쳐다보다가도 갑자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더니, 이제는 가게들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으며, 특히 지금은 빵집의 차례인 듯하다. 아이는 무언가에 매료되어 있다. 소보루빵과 크림빵, 모카빵, 대충 그런 것들이 갓 구워져서는 제빵적인 냄새를 가득 풍기고 있다. 이윽고 아이의 아주 조그마한 성대부근이 잠시 내려졌다 올라간다. 아이는 배가 고픈가 보다. 아니면, 단순히 저 냄새가 참을 수 없거나, 실은 나도 저 냄새에는 실컷 매료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아까부터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를 기웃거리고 있는 저 아이는, 배가 고픈 쪽이 맞는 것 같다. 게다가, 두 손을 쫙 펴 유리 문 쪽에 착 기대어 서는 꼴깍 거리고 있는 모습을 봐도, 또, 분명하다. 그러나 분명 구걸은 아니다. 구걸은 분명 아니다. 아이에게서는 빈티 비슷한 무엇도 있지 않다. 오히려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초등학생다운 귀여움이나 앙증맞음 따위다. 옷이 그렇다. 아이의 옷은 먼지나 얼룩 때, 따위로 물들여져있지도 않고 잘 다려져 있다. 또, 한 참 유행이 지난 옷도 아니고, 요즘 나오는 옷인 듯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다들 이렇게 입고 다니나 싶다. 짧아도 너무 짧다. 다분히 초등학생이라는 나이에 비해 짧다는 것이다. 중 고등학생들이야, 어느 정도 시대가 변했으니 그렇다 쳐도 요즘 초등학생들도 저렇게 입고 다니는 것인지.... 아무리 아이라 쳐도 짧은 바지를 중심으로 짧게나마 뻗은 다리가 눈에 보인다. 희고, 깨끗하다. 탄력도 있다.

아이가 붙어있던 빵집의 문이 아주 세게 열린다. 잘 생겼다고, 다정하게 생겼다고 말하긴 어려운 외모의 남성이 흰 주방장용 모자를 쓰고 나온다. 주인인가 보다. 남자는 아이에게 삿대질을 하다니, 손으로 아이의 눈가에 맞추어 손을 휙휙 젓는다. 아이는 잠시 움찔거리더니, 이내 풀이 죽는다. 남자는 다시 자신의 가게로 들어간다. 그래도 아이는 주방장의 손짓을 거부한 채 계속 남아 있다. 다시 붙는다. 아까와는 달리 많이 위축된 표정과 몸짓이다. 문이 다시 열린다. 남성의 표정이 거칠어진다. 매상방해 대충 그런 정도의 이유일 것이다. 조금 화가 많이 난 얼굴이다. 아이가 움칫거린다. 왠지 울것 같은 뒷모습이다. 나의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다. 어?

버스를 기다리던 나. 어느 새 빵집 앞에 서 있다.

남성이 묻는다. 뭐요?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끓어올라 조금은 급하게 왔던지라, 조금 버벅거린다. 남성은 의아해 하면서도 표정을 풀지 않는다.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 친다. 닮았다. 십 몇 년 전의 그 아이와. 매우.

나는 묻지 않고 돈을 내민다. 저 빵좀 사겠다고, 내가 대신 내겠다며.

주방장이 묻는다. 아빠요? 얼굴은 그래 보이지 않는데... 아는 애요?

나는 별 대답하지 않고 돈을 두어 차례 흔든다. 아, 됐고 빵이나 달라고.

주방장은 뭔가 탐탁지 않아 하며, 아무튼 빠르게 들어가 대충 빵을 담아서 가져 온다.

나는 아이에게 빵을 내민다. 먹...으렴.

아이의 눈이 빵을 향해 깜빡이거나, 혹은 나를 향해 있다.

분명, 무언가에 확 끓어 올랐다. 그저 감정적으로 달려 왔고, 이성적으로 봐도 조금은 무리가 있는 전개이다. 괜찮아... 그냥 주는거야. 나는 말을 덧붙인다. 거의 구걸에 가깝다.

아이는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그냥 받는다. 그리고 두 손으로 빵을 잡고만 있다.

어색하다. 아니, 이런 아이에게 어색하다는 말을 써도 되는건가. 먹어도 돼.... 나는 말을 흐린다.

찌이익 하고, 빵 봉지가 벌려진다. 나를 적게나마 매료시켰던 제빵적인 냄새의 일종이 난다. 아이의 후각에만. 아이는 빵을 베어 문다. 그리고 오물조물 입을 다물고는 먹는다. 수 차례 그것을 반복하더니,

“고맙습니다!”

란다.

이상하게도, 나는 무언가에 끓고 있다. 또, 십여년 전의 그 아이의 얼굴이 이 아이에 붙여져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나를 끓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무언가가 깊숙이 나를 끓게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제빵적인 냄새 따위는 아니다.

“괜찮아요?”

나. 무언가에 목이 막힌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한다.

아이는 다시 오물조물 빵을 베어 먹는다. 어느 새 아이와 나는 걷고 있다. 아마, 내가 데려다 준다고 말했었나.

왜 혼자 있니? 라며 내가 묻는다. 아이는 잠시간 고민하더니,

“엄마랑 아빠가 일하러 갔어요.”

라며 말한다.

그런데? 라고 내가 묻는다. 빵이 줄어들었다.

“엄마가 밥을 안 해놓고 나갔어요.”

그래서? 라고 물을 필요는 없겠지...

집은 어디니? 다분히, 정상적인 말이다. 분명.

“조금만 더 가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골목으로 가면 돼요. 그리고 거기서 좀 더 가서....”

라고 말한다. 빵은 꽤 많이 줄어들었다.

아, 그래..... 나와 아이 걷는다.

조금만 더 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골목이 나온다.

그럼 이제 집에 가? 라고 내가 묻는다.

“네!”

라고 아이가 말한다.

골목은 너무나..... 어둡다. 아니, 뭔가 그렇다. 어둡다기 보다는.... 위화감이 들도록 조용하다. 기분 나쁘다. 이렇게... 어두웠었나. 위화감이 든다. 모든 것이.

내가 걸음을 멈춘다. 동시에 아이가 걸는 것을 멈춘다. 조용하다. 하지만, 빵집 앞 어색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아이가 빵 부스러기들만이 남은 빵 봉지를 들더니,

“이 빵, 맛있어요. 아저씨도 꼭 먹어보세요. 나중에 만나면 내가 사줄게요.”

라고 말한다.

어두운 골목 안에서 아이는 위화되어 있다. 너무나도 이 아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골목이다. 아이는 깨끗하고 귀엽고 순수하며,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것이 그렇다. 눈, 코, 입, 머리카락, 그리고... 조금은 많이 파였다고 할 수 있는 옷으로부터 나오는 팔과 다리들까지.

위화되어 있다. 그렇게 나도 끓어 오른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아이의 입 주변에 빵에서 나온 크림들이 묻어... 있다.

끓는다. 끓어오른다. 아....뭔지 알 것 같다. 아니, 실은 알고 있었다. 온몸이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한 부분만은 그것을 격렬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심지어 즐기려하는 추세이다. 아이의 입주변의하얀 생크림이 더욱 그것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여러 이미지들이 요동치며 그 아이와 겹쳐 보인다. 사랑스러운, 첫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아이부터 시작한다. 그 때 그 아이는 얼마나 귀여웠던 걸까. 왜 나는 그 때 그토록 어설펐을까. 그러나 사랑스러운 것, 순수한 이미지들은 훅훅 지나가고, 점차 오염된다. 흰 생크림이 점차 오염된다. 진한 냄새를 풍긴다. 역겨운 냄새다. 그래, 그것.

오직 상상 속에서만 즐기던, 그리고 한참을 즐거워하던 모습이다. 쾌락, 미친 쾌락, 미쳐도 한참을 미친 쾌락이다. 그야말로 반짝이고 큰 눈을 가진 만화 캐릭터들, 로리 캐릭터들. 온갖 귀여운 행동으로 마음을 파고들더니, 수줍어하며 옷을 벗는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의아해 하고, 역겨워 하지만, 오직 나의 그것만은 즐거워한다. 로리타 콤플렉스. 작은 가슴으로 만화 캐릭터-아이는 봉사 비슷한 것에 열중하며, 몸을 비비며, 나의 그것을 조금은 놀란 듯 처다보고, 만진다. 한껏 즐거워하는 나, 그리고 나의 그것이 한껏 흥분해있자 아이는 기뻐하며 온몸으로 나의 그것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모든 것이, 부.서.지.는.데.도. 하긴 부서지는 것은 아무래도 관계없다. 나의그것은.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아이는 입가에 나의 그것의 산물을 묻히고 고맙다는 표정을 한 채 웃음을 짓고, 꿈틀거린다.

역겹지만, 즐겁다. 다들, 그렇잖아?

일차적인 쾌락, 그 곳 안에서는 모든 게 위화되어 있다.

“아...아저씨?”

아이가 당황스러워하자, 더욱 더 그 감정에 충실해진다, 이대로...이대로.... 벗긴다.

“안돼요!”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빠르게 나의 바지를 내리고, 그것을 들이민다. 너무나 갑작스럽다. 분명, 너무나 갑작스럽다.... 갑작스럽지만.... 즐겁다. 쾌락이다.

(그 순간 무언가가 툭 떨어진다. 어? 그물이다.

남자, 아이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성기를 내밀다, 그물에 덮인다. 그물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윽고, 여경들이 줄을 맞추며 뛰어 온다.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다. 남자는 그물 안에서 요동치더니, 의아해하고, 당황해하고, 두리번거리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 무언가 큰 소리로 떠든다. 남자의 성기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채 덜렁거린다. 경찰들은 줄을 맞추어 그물을 잡고 거두어 준비된 승합차에 태운다. 남자는 이내 조용해지더니, 머리를 감싸고 절규한다.

아이. 전혀 당황해하거나, 동요하지 않으며, 여경이 건네주는 코트를 받는다. 제복이다. 익숙한 듯, 경찰차에 탑승한다.

경찰들. 무전기를 주고 받는다.

“제 780 구역. 피실험자 백십삼만 이천백 십칠번. 현장 검거 완료. 현장 검거 완료.”

“알겠다. 실험참여자는 잠시 대기시키고, 20분 후에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알겠다.”

여경은 무전기를 끄더니, 아이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한다.

“잘했어. 다음도 괜찮겠어?”

아이. 생크림을 닦으며 말한다.

“네. 할 수 있어요.”

여경. 굉장히 인간적인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본다.

여경. 조용히 한숨을 쉬며, 승합차를 타는 남자를 보고, 경멸한다.

“하아...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

“네?”

아이가 여경의 혼잣말을 듣고 묻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20xx년 9월 31일...)

2012년 9월 31일... 많은 아이가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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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로맨스

 아, 저요? 저는 그이를 빗속에서 만났어요. 후훗, 너무 포장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뇨, 그건 아니에요. 정말 말 그대로, 빗속이었으니까요. 조금 이야기를 해달라고요? 네. 물론 해드려야죠, 이제는 제 차례이니까요. 그런데, 너무 기대하지 않은 편은 좋을지도 몰라요. 빗속이라 해도, 그렇게 로맨틱한 것은 아니어서요. 이미 빗속이라는 것이 충분히 로맨틱하다고요? 흠? 그럴까요. 아, 네. 빨리 해드릴게요 <그것은, 9월의 조금은 늦은 장마철이었어요. 보통은 8월이었으니 말이죠. 당시를 말하자면, 조금은 늦어서였는지, 유달리 비바람이 강했죠. 태풍? 네, 적어도 그정도로요. 다만, 우산이 뒤집히든가 그정도는 아니었어요. 아, 제가 비바람이라고 했나요? 그럼, 비만 강했다고 할게요. 예민하시네요. 음, 네. 알겠어요. 장마가 삼일째 접어든 날, 저는 당시 바이올린 학원에서 돌아오는 중이었어요. 바이올린을 배웠었냐고요? 네. 아, 제가 이 얘기는 한 적이 없던가요? 아, 뭐 바이올린이 큰 이야깃거리가 되는 건 아니에요, 잠깐이었어요. 잠깐, 조금만 이야기를 드리면, 저는 당시 좋아하는 선배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보고자, 관현악반에 들었었거든요. 사실 관현악이라고는 어렸을 때, 조금 해본 것이 다여서, 들어가는 데도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선배는 괜찮다며, 자신이 알려줄테니 걱정말라고 했어요. 관현악부의 인원도 적으니, 뭐라 할 사람도 없다면서요. 오히려, 고맙다고, 제 손을 잡으며, 잘해보라고 하더군요. 떨렸죠. 물론요. 즐거웠어요. 다만, 10월에 학교 축제가 있었는데, 그 당시까지도 제 바이올린 실력은 조금, 사실은 좀 많이 부족했었어요. 선배도 조금은 답답해했겠죠. 계속 같은 부분에서 틀리거나, 엇나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 했던 감각은 거의 다 지워져서요. 음악이라는 건, 삼사년만 지나면 거의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따로 학원을 다니기로 했어요. 방학을 끼고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그 쪽이 좋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 장마쯤은 바이올린을 다니게 된 한달째 였던 것 같아요. 물론, 장마에도 제 수업은 멈추지 않았죠. 주말이었고요. 관현악이라는 거 꽤 즐거우니 말이죠. 아니 상당히요. 선배들도, 동급생들도 매우 친절했고, 실제로 제 바이올린 소리가 그들과 함께 한다는 거 너무나 기뻤어요. 즐거웠어요. 헤에, 이야기하다보니까 상당히 길어졌네요. 하지 말걸 그랬나요. 생각보단 정말 많이 길어졌어요. 네, 그만큼 즐거웠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바이올린을 메고는, 빗속을 걷고 있었어요.네, 말 그대로 빗속이요. 비는, 바람도 없이 줄곧 아래로만 내리는지라, 빗줄기라고 하는 게 좋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장마철의 비였으니, 정말 세찼어요. 빗방울들도 굵고요. 특히, 바람이 없었다는 게 중요해요. 그 굵고 세찬 빗방울들이 바람도 하나 없이 주욱주욱, 내려오니 그 본래의 형태를 바닥에 부딪힐 때까지 유지하더군요. 아, 그렇게 상세한 것은 아니에요. 대충의 기억이에요. 아무래도,

  • 파샵
  • 2012-10-28
고백의 관습

"힛꾹." 달이다. 초승달과 상현달의 사이, 어중간한 위치에 서있는 채로, 내 시야의 언저리에 걸려있다. "힛꾹." 달,인듯 하다. 요새는, 무척이나 멍해져 있는 것이 자주 있는데, 그 때마다, 내 시야의 언저리에는 꼭 이 달이 걸려있다. "힛꾹." 달인가? 조금 의아해진다. 초점을 바꿔 정말 달을 쳐다보기로 했다. 군데 군데, 불그스름한 자국이 있지만은, 분명 달인 듯하다. 뭔가 그런 확신이 든다. 같은 밝기로, 언제나 그랬듯이 저기에 서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달은 매일 같이 공전에 의해 위치를 바꾸므로, 이 모습의 달만이 저기에 서 있는 것이 맞지만. 아무튼 달이 분명하다. 그런데, 조금 뭔가가 걸리적 거린다. 실은 나는 알고 있다. 은화에게 고백을 하려고만 하면, 늘 결여되는 무엇, 긴장, 조바심 따위 때문에 늘 관두게 되는 나, 그 때문에 벌써 몇 차례나 고백은 실패했다. 그 이후론, 이렇게 멍 때리는 것이, 또 언저리에 붙은 이 달이 늘, 내 시야에 거슬리는 것이다. 몇 미터 쯤 떨어져있는 편의점의 테이블에선, 주기적으로 나이든 중년의 딸국질 소리가 들려왔다. "거 참, 허연 대낮에 뭔 놈의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본다냐," 라 한다. 그 나이든 중년이, 편의점의 테이블에선. 대낮이라니. "무슨 소리신지요?" 나는 다가가, 그에게 물었다. 코끝이 싸해지질 정도로 지독한 술냄새가 풍긴다. 몇 병의 소주가 널부러져 있고, 안주는 없다. 그는, 지독한 술꾼이다. "무슨 소리는 무슨 소리여, 젊은 놈이 멍해가지고 있응께 그렇지." 중년은 한참이나 술에 취한 듯 했다. "아뇨, 전 지금이 대낮이라는 부분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응?" "좀 전에 제게 대낮부터 뭘 하냐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나?" 그랬나라니. 분명, 내가 멍해있던 말던, 말을 걸어온 것은 저쪽인데 말이다. "크어어어억." 중년은, 소박하다해야할지, 초라해야하다할지, 정말인지 어설퍼보이는 종이 소주컵에 술을 담아 따라마셨다. "아무튼, 지금이 대낮이라는 겁니까?" "그려, 아니 그럼 지금이 대낮이지? 밤인가? 별 싱거운 사람 다보겠네." 밤이다. 밤이고, 저것은 달이다. 그럼 저것이 달이 아니면, 그리고 이것들이 달을 둘러싼 밤의 풍경이 아니면 다 무엇이라 말인가? 늦은 저녁이 만든 이 모든 것들은 다....... "아뇨, 제겐 밤으로 느껴집니다." "뭐셔?" "그것보다, 선생께서는 저 달이 그럼 뭘로 보이십니까?" 주제를 바꿔야겠다. 분명한 밤인데, 대낮이라니. "달?" "네, 저기 있는 거요." "뭔 달이여, (그리고, 중년의 입술만이 움직였다.) 가지고." "예?" "또, 뭐가 불만이여." 슬슬, 중년의 취기가 바닥을 보이는 듯 했다. 그는, 그저 이 편의점 테이블에서 술에 취하면 되던거였. 그래도, 먼저, 전혀 관계없는 남일에 말을 건것은 저 쪽인데. 하긴, 그의 '뭘 멍해있냐'하는 질문에 대해서 20대의 청년은 그저, "아, 예,"라고 말하며, 머리를 긁적이면 되는 대상이었을

  • 파샵
  •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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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감사합니다. ㅎ... 최재혁님의 글 매주 잘 보고 있어요.

    • 2012-10-02 17:24:2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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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재미있네요 ㅎㅎ 특이한 소재를 잘 풀어내신 듯

    • 2012-09-30 21:48:3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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