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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로맨스

  • 작성자 파샵
  • 작성일 2012-10-28
  • 조회수 124

 아, 저요? 저는 그이를 빗속에서 만났어요. 후훗, 너무 포장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뇨, 그건 아니에요. 정말 말 그대로, 빗속이었으니까요. 조금 이야기를 해달라고요? 네. 물론 해드려야죠, 이제는 제 차례이니까요. 그런데, 너무 기대하지 않은 편은 좋을지도 몰라요. 빗속이라 해도, 그렇게 로맨틱한 것은 아니어서요. 이미 빗속이라는 것이 충분히 로맨틱하다고요? 흠? 그럴까요. 아, 네. 빨리 해드릴게요

<그것은, 9월의 조금은 늦은 장마철이었어요. 보통은 8월이었으니 말이죠. 당시를 말하자면, 조금은 늦어서였는지, 유달리 비바람이 강했죠. 태풍? 네, 적어도 그정도로요. 다만, 우산이 뒤집히든가 그정도는 아니었어요. 아, 제가 비바람이라고 했나요? 그럼, 비만 강했다고 할게요. 예민하시네요. 음, 네. 알겠어요.

장마가 삼일째 접어든 날, 저는 당시 바이올린 학원에서 돌아오는 중이었어요. 바이올린을 배웠었냐고요? 네. 아, 제가 이 얘기는 한 적이 없던가요? 아, 뭐 바이올린이 큰 이야깃거리가 되는 건 아니에요, 잠깐이었어요. 잠깐, 조금만 이야기를 드리면, 저는 당시 좋아하는 선배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보고자, 관현악반에 들었었거든요. 사실 관현악이라고는 어렸을 때, 조금 해본 것이 다여서, 들어가는 데도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선배는 괜찮다며, 자신이 알려줄테니 걱정말라고 했어요. 관현악부의 인원도 적으니, 뭐라 할 사람도 없다면서요. 오히려, 고맙다고, 제 손을 잡으며, 잘해보라고 하더군요. 떨렸죠. 물론요.

즐거웠어요. 다만, 10월에 학교 축제가 있었는데, 그 당시까지도 제 바이올린 실력은 조금, 사실은 좀 많이 부족했었어요. 선배도 조금은 답답해했겠죠. 계속 같은 부분에서 틀리거나, 엇나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 했던 감각은 거의 다 지워져서요. 음악이라는 건, 삼사년만 지나면 거의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따로 학원을 다니기로 했어요. 방학을 끼고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그 쪽이 좋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 장마쯤은 바이올린을 다니게 된 한달째 였던 것 같아요.

물론, 장마에도 제 수업은 멈추지 않았죠. 주말이었고요. 관현악이라는 거 꽤 즐거우니 말이죠. 아니 상당히요. 선배들도, 동급생들도 매우 친절했고, 실제로 제 바이올린 소리가 그들과 함께 한다는 거 너무나 기뻤어요. 즐거웠어요.

헤에, 이야기하다보니까 상당히 길어졌네요. 하지 말걸 그랬나요. 생각보단 정말 많이 길어졌어요. 네, 그만큼 즐거웠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바이올린을 메고는, 빗속을 걷고 있었어요.네, 말 그대로 빗속이요. 비는, 바람도 없이 줄곧 아래로만 내리는지라, 빗줄기라고 하는 게 좋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장마철의 비였으니, 정말 세찼어요. 빗방울들도 굵고요. 특히, 바람이 없었다는 게 중요해요. 그 굵고 세찬 빗방울들이 바람도 하나 없이 주욱주욱, 내려오니 그 본래의 형태를 바닥에 부딪힐 때까지 유지하더군요. 아, 그렇게 상세한 것은 아니에요. 대충의 기억이에요.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저에 있어서, 가장 멜로틱한 기억이었으니, 충분히 과대하게 미화되었을 가능성도 있어요.

아무튼 제가 말한 끝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던 빗줄기들은, 지금까지 제가 봐온 비와는 전혀 달랐어요. 흰색이었죠. 네, 흰색이요. 아뇨, 흰색이 맞았어요. 그러니까 저도 말했잖아요. 그 어떤 바람의 방해도 받지 않은 비였어요. 보통의 비는 대부분 바람의 영향을 받잖아요.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도 있다고요? 네, 하지만, 그 비들은 대부분 약하잖아요. 제가 봤던 비는, 장마철의 비였어요. 우연의 우연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흰색의 비였어요. 그건 아무런 미화도 덧붙여지지 않았어요.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요? 흠, 잠시만요.>

-여자는 내게, 가방에 있는 색연필을 들고 회색의 색연필로 옅게, 도화지를 칠하더니, 그 아랫부분은, 흰색과 검은 색을 번갈아 가며, 칠했다. 아스팔트의 도로를 표현하려했다. 그리고. 대충의 건물을 그리고는, 연한 회색빛 바탕에는, 흰 색연필로 한가운데 부분을 주욱 주욱 긋기 시작했다. 흰색, 빗줄기였다.

<아, 그래서 말인데요. 당신도 그런 빗줄기를 보게 된다면 그 때 기분을 잘 느끼게 될지도 몰라요. 주변의 하나하나가 너무 예뻤어요. 물웅덩이에 빗방울들이 수직으로 내려떨어지는 모습이나, 네,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요. 이건, 미화되었을지도 모르네요. 후훗.

그렇게 한 삼십분쯤을 걷고 있었어요. 네, 학원까지 조금은 멀었거든요. 그런데도, 비는 계속해서 강해지더군요. 그래도, 바람은 불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하얘졌죠. 길 중간 중간에 있는 건물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비를 피하고 있었어요. 소수의 사람들이었죠. 장마철이라는 것을 깜빡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가끔 있잖아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제가 걷고 있을 때였어요. 중요한 순간이냐고요? 네.

비는 점점 더 세지고, 제 시야는 흰 빗줄기로 가득차고 있었을 때, 제 앞쪽으로 무언가가 후욱, 하고 다가왔어요.

깜짝 놀랐죠.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컸고, 다짜고짜 제 팔꿈치 쪽을 잡았으니까요. 소름끼쳤어요. 그 무언가의 감촉이 제 온몸을 덮는 기분이었어요. 꺼림칙하고, 불쾌하고, 아 안좋은 말은 다 붙여도 되지 않을까요. 또, 정말 놀랐어요.

"아악!"

하고, 소리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난데없이 튀어나온 무언가가, 다짜고짜 제 팔을 잡아대니 말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 무언가를 밀쳐냈어요. 있는 힘껏요. 그리고 그 사람은 뒤로 넘어지고 말았죠. 네, 그것은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그는 그렇게 넘어진 채로, 흰 비를 맞고 있었고요.

그 때는, 저도 그런 상황이 너무나 의아했어요. 그래도,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도망쳤어요. 일단은요. 조금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세게 도망쳤죠. 흉흉하잖아요. 그 당시는. 그리고, 왠만한 여자라면, 대부분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때는. 로맨틱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겠죠.

그런데, 그 무언가, 아니 그 사람은 저를 계속 쫓아왔어요. 그리고, 그러기를 계속하다가, 저는 지치고 말았어요. 우산을 들고, 게다가 우산이 아니어도, 바이올린까지 있는 데데가, 상대는 남자였으니까요. 저는 안되겠다 싶어, 거의 울면서, 근처에 있는 건물 아래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도 달리는 것을 멈추고 걸어서는 제 쪽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저는, 아, 무언가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죠. 흰 빗줄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봤을지도요. 그래서, 저는 바이올린 가방을 머리 위로 들고는 덜덜 떨고 있었어요. 왜요? 웃겨요? 아니요, 당시는 그랬어요. 정말이라니까ㅛ? 후훗, 참,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뭐... 뭐에요!!"

남자는, 걸음을 멈추더니,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헉헉거렸어요. 그도 힘들었나보죠. 남자는 꽤 당황했어요. 그러나, 저는 무서웠고, 많이 뭔가....로맨틱한 상태는 아니었지요.

남자는 이내, 허리를 펴고 제게 다가 왔어요. 저는 한발짝 물러났죠. 그리고, 그가 다가오자, 저는 바이올린 가방을 한차례 그 쪽으로 던지려했어요. 아이 참, 무서웠다니까요.

"가...가까이 오지말아요!"

"뭔가.... 오해하시나본데,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잠시만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라며, 남자는 제게 다가왔어요.

"스톱! 거기서.... 거기서 말해요."

저는 굉장히 적대적이었겠죠.

남자는 한차례 헛기침을 하며 웃었죠. 저는 그 웃음이 조소에 가까웠다고 느꼈어요.

"뭐...뭐에요."

남자는 뭔가 어색해하며 말을 꺼냈어요.

"우산 좀... 우산 좀 빌려주세요."

네. 우산요. 조금 황당했죠. 그리고 당황했고요

"우산요?"

"네. 우산요!"

조금은 빗소리가 세져서, 남자는 크게 말했죠. 아, 빗소리 얘기를 안했군요. 상당히 컸어요.

"이제 가까이 가도.... 되요?"

"네. 아, 잠깐만요. 멈춰보세요. 아니 근데, 왜 갑자기 팔을 잡고 그래요?"

"아, 그건 실수였어요. 그네, 제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셨던 것 같아서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달려갔어요. 그런데도 못 보신 것 같아서.... 일단은 다가가야할 것 같았는데, 걸어가는 건 조금 그래서 뛰어갔어요. 그러다가 그게, 그렇게 된 것 같네요."

그러며, 내게 그는 물었어요.

"이제, 가도 되나요? 아, 우산도 빌려주시고요."

아, 네....라고 대답했어요. 아무래도 그 부분은 진심인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는, 생판 모르는 남자와 한 우산 아래 빗속을 걸었어요.

네. 이게 제 이야기랍니다. 조금만 더요? 아, 물론 더 할 참이에요.

"죄송합니다. 사실, 비를 기다리는 게 보통일수도 있는데, 제가 좀 급해서요."

"아...네. 무슨 일이신데요?"

"아, 사실 그렇게 급한 것은 아니에요. 급했다면 비를 맞아서라도 가야 했을테니요. 그렇다고, 급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무슨, 일이신데요?"

아, 그는 조금 답답한 성격이었어요.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알아갔죠. 서로를요. 사실, 그 때 당시의 실정으로는 조금은 비약적이었어요. 의문의 남성과 한 우산을 쓰고, 거기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요. 대충은 바이올린을 하십니까? 식의 이야기부터, 뭐,

"애매하네요."

네, 그는 매우 애매한 일이 있었어요. 애매한 일이요. 말 그대로, 비를 맞아가면서까지 가기에는 조금 여유가 있고, 그렇다고 비가 그치기까지 기다리기는 조금은 급할지도 모르는 일요.

흠.... 글쎄요. 택배 보내기? 은행 잔고 정리하기? 동사무소 가기? 아... 글쎼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아마 관공서였던 것 같은데....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해요.

아무튼 저는, 그를 근처의 편의점으로 데려다 줬어요. 우산을 팔았거든요. 그리고, 그는 편의점에서 나와 제게, 커피 한잔을 내밀더군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폐를 끼쳐서요. 여기, 이것 좀 받으세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아, 옷도 젖으셨네요. 아까, 그 일 때문에.... 이것 어쩌죠."

그는, 흰 비 속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반복했어요.

그리고, 그는 제게 핸드폰을 내밀었습니다.

"여기, 죄송합니다만, 꼭 보답 해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별 돈도 없고, 차를 한 잔하기도 뭐해서요. 죄송합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으신다면 핸드폰 번호 좀 주시겠습니까?"

그 때 아마, 네. 라고 했겠죠?

네. 그리고, 저희는 그 뒤로 줄곧 만났죠. 관현악반 선배요? 글쎄요. 원래 사랑이란 거 다 그렇잖아요? 잘 모르겠다구요? 흐음, 곧 알게 되실지도 몰라요.

네. 거기부터는 다음에 말할게요. 글쎄요, 곧 말하겠죠.

그렇게 로맨틱한 얘기는 아니죠? 영화같은 이야기는 아닐 거에요. 그렇다고요? 아, 너무 솔직한 거 아니에요? 후훗, 됐어요. 흠, 흠. 하아...

-여자는 손을 흔들어 뺨에 있는 열기를 식히거나, 조금은 위를 향해 보기도 했다. 눈물 몇방울이 흘러...내렸다.

아뇨. 조금은 부끄러워서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네...아뇨, 미안하시기는요.

그럼... 여기서 이만 가 봐도 될까요? 네.

네. 내일 다시 올게요. 물론이죠. 네, 당신도 뭔가 이야기 하실 것 있다면 준비해주세요.

네. 요즘 꽤 많이 기억나셨잖아요. 네. 네.

-나, 온몸에 붕대를 감고 누워있다. 전치 몇 주에 병원에 누워있는 신세다. 교통사고였고, 기억 상실증에 걸려 있다. 사고 전의 기억은, 거의 모두 상실했다. 차츰, 복구하고 있기는 하다. 매일같이 이 여자가 와서, 내게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자신은,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라고 한다. 여자에 대한 원망다운 감정은 없다. 있었다 해도 거의 사그러져 갔다. 여성은 늘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것이 눈 밖에도 보인다. 늘, 열심이다. 사랑스러울 정도로. 오히려, 사랑스럽다. 그리고, 여성은 나간다.

"안녕히 가세요."

"네."

<그리고, 그게....당신이에요....>

남자의 방에서 나온 여자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아까의 감정을 미처 추스르지 못했는지, 울먹거리고 있다.

(프롤로그: 이로부터 며칠 전, 남성의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 중년의 여성은 의사를 찾아가 다급하게 묻는다. 저이의 상태가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묻는다. 의사는 기억상실증이라고, 아무래도 사고 이전의 기억은 거의 잃은 것 같으며, 당분간은, 어쩌면 장기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남성분의 안정을 위해 부인의 관계를 밝히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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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샵
  • 2012-09-30
고백의 관습

"힛꾹." 달이다. 초승달과 상현달의 사이, 어중간한 위치에 서있는 채로, 내 시야의 언저리에 걸려있다. "힛꾹." 달,인듯 하다. 요새는, 무척이나 멍해져 있는 것이 자주 있는데, 그 때마다, 내 시야의 언저리에는 꼭 이 달이 걸려있다. "힛꾹." 달인가? 조금 의아해진다. 초점을 바꿔 정말 달을 쳐다보기로 했다. 군데 군데, 불그스름한 자국이 있지만은, 분명 달인 듯하다. 뭔가 그런 확신이 든다. 같은 밝기로, 언제나 그랬듯이 저기에 서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달은 매일 같이 공전에 의해 위치를 바꾸므로, 이 모습의 달만이 저기에 서 있는 것이 맞지만. 아무튼 달이 분명하다. 그런데, 조금 뭔가가 걸리적 거린다. 실은 나는 알고 있다. 은화에게 고백을 하려고만 하면, 늘 결여되는 무엇, 긴장, 조바심 따위 때문에 늘 관두게 되는 나, 그 때문에 벌써 몇 차례나 고백은 실패했다. 그 이후론, 이렇게 멍 때리는 것이, 또 언저리에 붙은 이 달이 늘, 내 시야에 거슬리는 것이다. 몇 미터 쯤 떨어져있는 편의점의 테이블에선, 주기적으로 나이든 중년의 딸국질 소리가 들려왔다. "거 참, 허연 대낮에 뭔 놈의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본다냐," 라 한다. 그 나이든 중년이, 편의점의 테이블에선. 대낮이라니. "무슨 소리신지요?" 나는 다가가, 그에게 물었다. 코끝이 싸해지질 정도로 지독한 술냄새가 풍긴다. 몇 병의 소주가 널부러져 있고, 안주는 없다. 그는, 지독한 술꾼이다. "무슨 소리는 무슨 소리여, 젊은 놈이 멍해가지고 있응께 그렇지." 중년은 한참이나 술에 취한 듯 했다. "아뇨, 전 지금이 대낮이라는 부분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응?" "좀 전에 제게 대낮부터 뭘 하냐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나?" 그랬나라니. 분명, 내가 멍해있던 말던, 말을 걸어온 것은 저쪽인데 말이다. "크어어어억." 중년은, 소박하다해야할지, 초라해야하다할지, 정말인지 어설퍼보이는 종이 소주컵에 술을 담아 따라마셨다. "아무튼, 지금이 대낮이라는 겁니까?" "그려, 아니 그럼 지금이 대낮이지? 밤인가? 별 싱거운 사람 다보겠네." 밤이다. 밤이고, 저것은 달이다. 그럼 저것이 달이 아니면, 그리고 이것들이 달을 둘러싼 밤의 풍경이 아니면 다 무엇이라 말인가? 늦은 저녁이 만든 이 모든 것들은 다....... "아뇨, 제겐 밤으로 느껴집니다." "뭐셔?" "그것보다, 선생께서는 저 달이 그럼 뭘로 보이십니까?" 주제를 바꿔야겠다. 분명한 밤인데, 대낮이라니. "달?" "네, 저기 있는 거요." "뭔 달이여, (그리고, 중년의 입술만이 움직였다.) 가지고." "예?" "또, 뭐가 불만이여." 슬슬, 중년의 취기가 바닥을 보이는 듯 했다. 그는, 그저 이 편의점 테이블에서 술에 취하면 되던거였. 그래도, 먼저, 전혀 관계없는 남일에 말을 건것은 저 쪽인데. 하긴, 그의 '뭘 멍해있냐'하는 질문에 대해서 20대의 청년은 그저, "아, 예,"라고 말하며, 머리를 긁적이면 되는 대상이었을

  • 파샵
  •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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