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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 작성자 보풀
  • 작성일 2013-01-25
  • 조회수 824

 누군가 씻는듯한 물소리가 났다. 나는 잠을 깻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무대나 뻗었는지 살이 맞닿은 바닥이 찼다. 슬쩍 눈을 떳다. 싱크대와 탁자가 있는 걸 보니 부엌이였다. 간밤에 숙취 때문에 목이 탔다. 나는 몸을 잃으키기 위해  손을 잡아 당겻는데 어딘 가에 걸려 당겨지지 않았다. 침침한 눈을 크게 뜨고 손목을 쳐다봤다. 손목에 전선이 감겨 바닥 가까운데 달린 수건 걸이 두곳에 각각 묶여 있었다. 나는 일단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부엌도 우리집 부엌이 아니였다. 내가 어째서 여기 묶여 있는거지.
 어제 저녁, 나는 그동안 일해 오던 회사에서 짤렸다. 회사 사정이 안좋아 지면서 능률이 낮은 회사원을 몇명 가지 쳐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고졸 학력으로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이고 나름 열심히 했다고도 생각 했는데 다 허사였다. 회사 사장이 나의 출신 성분을 보고 자른 것이다. 그날 밤 근처 선술집에서 서러움에 기억이 끊길 정도로 과음을 했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지금 이모양이 되어 있었다.
 혹시 납치 당한  걸까 생각 해 봤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성인 남성이다. 납치는 보통 여자나 아이를 납치 해가는게 얻을 것도 많고 정석이지 않은가. 성인 남성을 납치 해서 도대체 무슨 메리트가 있느 것일까. 물론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는 어디로 보나 평범한 가정집이다. 단언컨데 절대로 성인 남성을 납치할 메리트는 없는 장소라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왜 여기 이모양 이꼴로 묶여있는 걸까. 어쩌면 어떤 개념없는 중,고딩들에 사악한 장난 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로 봤다. 요즘 중, 고딩들은 정도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잠자코 있었다. 장난이라면 나의 얼빠진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즐거워 하겠지. 그런 장난에 동조해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아까까지 들려오던 물소리가 멎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제 다 씻은 모양이다. 사람을 이 꼴로 해놓고 태연하게 씻으로 들어 가다니. 강심장이 따로 없다. 일단 녀석의 얼굴부터 봐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물 소리가 들렸던 쪽을 계속 응시했다. 이윽고 수건만 걸친 누군가가 부엌 옆 사각에서 부터 걸어나왔다. 근데 맙소사, 사각에서 부터 걸어나온 사람은 여자였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헐벗고 있는 여자 때문에 얼결에 시선을 회피했다.
 "어라? 깻네? 깼으면 소리라도 치지 그랬어?"
 여자가 창피함도 모르는지 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여자가 나와서 당황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찾고 물었다. 물론 고개는 아직 돌린 상채로.
 "당신이 절 여기 묶어 놓은 건가요?"
 "기다려봐 나도 옷좀 입고."
 여자가 내 말은 관심 없다는 듯 무시하고 이동했다. 발소리가 아까 나왔던 욕실과 반대되는 곳으로 향했다. 아마 거기가 안방인가 보다.
 여자가 옷을 입으러 가있는 동안 나는 상황을 정리하려 애썻다. 아까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전제에 여자를 대입하니 공식이 혼란 스럽게 엉켜만 갔다. 도데체 여자가 성인 남성을 납치해서 어디다 쓰려는 걸까. 그런데 상황은 어쩌면 내가 생각 하는 것 보다 간단하고 괜찮게 흘러 가는 지도 모른다. 여자는 날 납치하고 씼고 나왔다. 그말은 혹시……. 날 강간 하려는 게 아닐까? 지금 이런 꼴을 하고 그런 생각 을 하는 것도 한심하지만 어쩌면 가능성 있는 얘기일 지도 모른다. 실제로 외국에서 여자가 남자를 감금해놓고 강간했다는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쩌면 안방에서 이상 야릇하 옷을 입고 올지도 모르지. 욕실에서 걸어나올 때 잠시 봤던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꽤나 준수하고 예쁜 얼굴이였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안방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살짝 기대되는 마음으로 안방쪽을 쳐다봤다. 여자는 츄리닝을 쫙 빼입고 나왔다. 나는 실망감과 함께 내 자신이 무척 한심하게 여겨졌다. 상황 파악도 못하고 말도 안되는 망상에 혼자 좋아하는 꼴이라니.
 "안녕? 잘잤지? 왜 너는 이렇게 말이 없어? 묶인거 풀어 달라던가, 이러는 목적이 뭐냐든가. 물을 거 많지 않아?"
 여자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묶여있는 개한테 말을 걸어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좀 발끈 하기도 하지만 현재 나는 불리한 상황에 있다. 일단은 신경은 거스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네, 잠시 생각 좀 하느라고요. 근데 진짜 왜 제가 여기있죠?"
 내가 최대한 예의를 차려 말했다.
 "내 집앞에서 술취해서 빌빌대길래 부축해서 우리집까지 데려왔지. 그렇게 거나하게 취한 사람을 혼자 걸어가게 하다니 원. 그래도 내가 이렇게 잘 데려다 줬으니 괜찮지?"
 여자가 다행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나는 살짝 안도 감이 들었다. 단순히 도움을 줬을 뿐이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담 이 손목에 줄은…….
 "그러니깐 취해서 빌빌대는 저를 아가씨 집에서 재워주는 호의를 배풀었다는 거죠? 그럼 이줄은 제가 혹시 뭔짓을 할 지 모르니깐 일단 묶어둔거고요?"
 내가 고개짓으로 손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것 같다. 요즘 호의를 배풀다 되려 봉변만 당하는 사례가 많으니. 도움은 주고 싶고 후환은 걱정됐겠지.
 "아니."
 그러나 여자가 딱잘라 말했다.
 "호의를 배푼 건 맞는데 그 줄은 못 도망치게 묶은 거야."
 여자의 말에 나는 다시 엉켜버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썻다.
 "도망을 못 치게라니 왜죠? 단순히 도와주신 것 뿐이잖아요?"
 내가 지금으로써 최선의 길을 열어놓는 미끼를 던졌다. 그냥 도와 준 거일 뿐이잖아. 그렇지?
 "왜냐면 널 납치한 거니깐."
 젠장! 길이 막혀버렸다. 역시 저 여자는 날 납치한거다. 근데 왜지? 대체 뭘 하려고?
 "왜 절 납치한거죠?"
 "그냥. 취해서 비틀거리길래 잡아오기 쉽겠더라고. 요즘 묻지마 범죄가 그렇게 유행이라며?"
 이유가 없다니. 하지만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모른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일을 벌인 거라면 잘 설득해서 장난 정도로 무마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하하, 재밋네요. 괜찮은 장난 이였어요. 취한 절 데려와 주신 건 감사 합니다. 하지만 전 이만 가봐야 겠네요. 풀어주시지 않겠어요?"
 여자는 내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냉장고에 가서 뭔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저기요, 이 장난 이제 그만 하자니깐요."
 여전히 묵묵부답인 여자는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 내앞에 던졌다. 물체는 사람 손 모형이였다.
 "니가 처음은 아니야."
 여자의 그 말에 나는 내앞에 던져진 손 모형의 디테일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제길. 내눈이 이상한 게 아니라면 이건 진짜 사람 손이였다.
 "슬슬 긴장 되지 않아?"
 여자가 재밋다는 듯 눈 웃음치며 말했다. 사실이였다. 내앞에 물체를 확인 한 순간 등에서 부터 식은 땀이 베어 나왔다.
 머리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한 장난 정도가 아니였다. 내앞에 죽음의 가능성이 던져진 뒤 부터 상황은 극악으로 치닫았다. 잘못하면 죽는다. 머리 속에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데 문득 어제 회사에서 짤린 일이 기억났다. 나는 대학교를 포기한 고졸 자인데다. 배워둔 기술도 없어서 취직도 힘들다. 그리고 어렵게 얻은 직장도 학력 때문에 다시 짤렸다. 이런 내가 더 살아서 좋을 일이 있을까?
 "절죽이실 건가요?"
 "이런 상황까지 와서 존칭이라니 신념있네. 아마 그러지 않을까?"
 "어떻게 죽이실 건데요?"
 "교살."
 왠지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여자가 보여준 손목 토막을 봤을때 토막 쳐 죽이는 줄 알고 조금 쫄아 있었는데.
 "근대 넌 왜 이렇게 침착해?"
 여자가 물었다. 내가 침착했던가. 뭐 중간중간에 생각 하느라 멍하게 있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치거나 나에게 욕을 내뱉거나 그러던데."
 "왠지 현실 성이 없어서일까요."
 "뭐가? 내가 칼이라도 들고 니가 입 놀릴 때마다 칼집이나 하나씩 수놓아줘야 현실 감이 있겠어?"
 여자가 장난스레 말했다. 확실히 그정도면 내가 죽는 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모자란 감은 없겠지.
 "네,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살인마가 여자라는 점이 조금……."
 그 때다. 아까 까지만 해도 이상황이 즐거운 듯 대화하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내 옆구리를 가격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몸이 저절로 웅크려 졌다.
 "그딴 소리 하지마."
 힐끗 바라본 여자의 표정이 무서워 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장난인듯 여유를 부리던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여자는 아직도 성에 안차는듯 씩씩 거렸다.
 "제,제가 뭘 잘못 했죠?"
 내가 물었다. 아까의 고통 때문에 말이 잘 안나왔다.
 "몰라서 물어? 여자라는 게 어때서? 여자는 이런 일 못 할 거 같에? 여자도 남자 만큼 할 수 있어."
 이게 무슨 투정인가. 물론 여자도 남자만큼 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 한다. 나는 다만 이런 일이 여자에 의해 이뤄지는 게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의외라고 말하려고 했다. 이 여자는 남녀차별에 대한 피해 의식이라도 있는 걸까.
 "자, 아쉽지만 우리 대화는 여기서 끝이야. 자기 목숨을 쥔 사람을 자극하다니. 너 생각보다 머리가 안좋구나?"
 여자가 선반을 뒤적거리더니 밧줄을 꺼내들었다. 이제 죽음이 가까워 진것 같다. 계기가 좀 어의없긴해도 괜찮았다. 이런 같잖은 인생 이만큼 살다 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 했다.
 "죽이려면 죽이시던가."
 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뭐? 뭐라고?"
 여자가 되물었다. 누가 자기 욕이라도 했대? 나는 오기가 생겨 크게 말했다.
 "죽일 거면 죽이던가요! 어처피 나도 더 살아서 좋을 거 없으니깐."
 여자는 어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들고있던 밧줄을 탁자 위에 놓고 내앞에 끌고 왔던 의자에 다시 앉았다.
 "뭐해요? 죽어 준다니깐."
 "왜 죽고 싶은데?"
 여자가 물었다. 나는 여자의 질문에 어의가 없어졌다.
 "왜요? 죽이겠다는 사람이 죽어주겠다는데 그냥 죽이면 되지 죽는 이유는 물어서 어디다 쓰려고여?"
 "난 살인을 하려는거지 자살을 도와주려는 게 아냐. 죽어주는 입장에서 그러면 재미 없어."
 악취미다.
 "어처피 제인생 꼬일대로 꼬여서 어떻게 풀어 나가기도 힘들었던 참인데. 차라리 끊어 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내가 도리어 씩씩 되며 말했다.
 "너도 참 답없다."
 여자가 말했다. 왜? 죽이고 싶은 거 좋아라 죽어 주겠다는데.
 "뭐가요?"
 "젊은놈이 말이야. 이런 저런 도전도 없이 조금 힘들다고 죽겠다고 말하는게."
 여자가 딱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살인마 한테 들을 만한 얘기는 아니네요."
 "조언 하는 데 직업차별있냐? 옛말에 배울게 있으면 아이한테도 배우라 그랬다. 너야말로 살인마한테 그런 소리나 듣고.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 들지 않아?"
 "몰라요, 전 인생 포기했으니 알아서 해줘요. 이왕이면 고통없이."
 여자는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난 말이지."
 갑자기 여자가 말했다.
 "어렸을 때 부터 한살 많은 오빠랑 많이 비교 당했어. 부모님이 남아 선호 사상이 짙은 분 들이셨거든. 여자는 그냥 좋은데 시집가면 그만이라고 생각 하는 구닥다리 사고 방식에 사로잡혀 사는 분들이셨지.뭐 좋은 거 있으면 아들 먼저 챙기고 학원도 오빠만 챙기고, 대학도 오빠만 보내고 나는 안 보내려고 했어. 오빠는 등록금 내주면서 나는 안 내주겠다고 알아서 벌어 쓰라고 했지. 그래서 나는 악착같이 공부했어 대학도 반액이지만 장학금 받아 가고. 알바에서 남자만 구한다고 번번히 퇴짜맞았어도 계속 면접보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지금 이렇게 좋은 직장에도 다니고 괜찮은 집에다가 이렇게 취미 생활도 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뭐든 악착같이 해봐. 그럼 뭐든 될거라고."
 하, 이 살인마가 뭐라고 말하는 거야. 애도 못 타이를 만한 진부한 얘기다. 그리고 그 취미생활이란 게 뭔데? 인생 성공 했으면 이런거 하지 말란말이야.
 "어때? 살아갈 맘이 좀 생겼어?"
 웃기는 얘기다.
 "지금 제 상황이 이런데 그런 맘이 생겨서 뭐하게요."
 "그러네."
 여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또 걷어 차이는 건 아닌지 움찔했다. 여자는 내 손목을 잡더니 묶인 줄을 풀기 시작했다.
 "뭐하는거에요?"
 "뭐 하긴 줄 풀어 주잖아."
 "갑자기 왜요?"
 "그냥, 네가 나랑 비슷 한 점도 있고 해서 죽이기 싫어 졌어."
 갑자기 이래도 되는건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여자는 한쪽 손을 한참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다. 진짜 신경 써서도 묶어 놨네.
 "풀리면 제가 무슨 짓을 할 지 알고요?"
 "웃기네, 너정도는 제압할 자신 있거든? 괜히 이런 위험한 일 하겠어?"
 하긴. 아까 발로 가격당할 때 자세를 봤는데 무술 자격증 하나는 따놓은 듯한 폼이였다.
 한쪽 손목이 풀렸다. 시원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여자가 반대쪽 손목을 풀어주러 이동했다.
 "풀려나면신고 할 거에요."
 "해봐."
 여자가 상관없다는 듯 가볍게 답했다.
 "여자가 남자를 납치 했다고 하면 퍽이나 믿어 주겠다. 안그래?"
 맞는말이다. 그런데 남녀차별에 대한 피해의식도 있으면서 이건 왜 오케이인데.
 반대쪽 손도 풀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묶여있었던 탓에 몸이 좀 저릿 했다. 나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여자가 갑자기 등짝을 후려쳤다. 반동으로 살짝 앞으로 밀렸다. 발에 이상한게 밟혔다.
 "짜식, 특별히 살려주는 거니깐 열심히 살아라."
 여자가 인심 썻다는 듯이 말했다. 등이 저릿저릿 했다. 나는 발을 들어 밟힌 물체를 보았다. 사람 손이였다. 옛날부터 비위가 강하단 소릴 많이 들었던 나는 손을 주워 들었다.
 "저기, 이거."
 내가 누군가의 손을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별 표정변화가 없었다.
 "왜? 갖고싶어?"
 "아뇨, 이런거 있으면 신고 당하실 수도……."
 "당연히 너 가면 처리 해야지. 그리고 걱정마. 오늘부러 이런거 재미 없어졌으니깐 다시는 안해."
 "네……."
 나는 어색한 상황을 벗어 나려고 대충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자가 문앞까지 배웅해줬다.
 "열심히 살아!"
 여자가 말했다.
 나는 도로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니 아까의 일은 뭔가 꿈은 꾼듯한 기분이였다. 죽음에 문턱까지 갔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살게됬다. 하지만 딱히 기쁘거나 하진 않았다. 내가 처한상황을 생각 했을 때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살게됬다. 이렇게 된거 앞으로도 살기 위해 뭔 일이라도 해야 된다. 나는 앞일이 막막 해졌다. 뭘 해야되려나. 그 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일단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살아돌아온 내 몸을 위해 배나 실컷 채워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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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는 법.

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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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꽃

 어느 섬에 하늘색 꽃과 분홍색 꽃이 살았다. 두 꽃은 서로 쌍둥이 처럼 닮아 있었다. 섬에는 꽃이 아닌 다른 동식물도 많았다. 그 중에는 꽃을 도와주는 나비나 벌 같은 이로운 생물도 있는 반면 두 꽃의 생명을 위협하는 해로운 동식물도 많았다. 하늘색 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키우고 몸에 가시를 두르고 독을 품는등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방어막을 만들었다. 반면 분홍 꽃은 자신의 꽃의 모습만 신경 쓰고 살았다.  세월이 흐르고 분홍색 꽃과 하늘색 꽃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분홍색 꽃은 아름다운 꽃을 가진 예쁜 꽃이 되었고 하늘색 꽃은 비록 예쁘진 않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튼튼한 꽃이 되었다.  하늘색 꽃은 분홍 꽃이 부러웠다. 분홍 꽃은 예쁜 덕에 많은 벌레와 동식물이 찾아와 어울리는 반면 하늘색 꽃은 가시덩쿨과 괴이한 모습에 아무도찾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하늘색 꽃은 튼튼 했기에 분홍색 꽃이였으면 감당 못할 일들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비록 하늘색 꽃은 분홍색 꽃이 가끔 부럽더라도 자신의 강한 생존력과 힘을 뿌듯하게 여겼다.  세월이 더 흐르고 난 후에는 분홍색 꽃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지만 하늘색 꽃은 강한 생존력으로 섬에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이 왔다. 하늘색 꽃은 자신의 선택이 가져온 긍적적인 결과를 보고 뿌듯했다. 분홍색 꽃처럼 모양을 안 가꾸고 혼자 쓸쓸했던 세월들이 보상 받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이였다. 섬에 처음보는 이족 보행 짐승이 상륙했다. 그 이족 보행 짐승은 걸리적 거리는 하늘색 꽃을 배어가며 섬으로 들어와 분홍색 꽃을 채취해서 가져갔다.  그날부터였다. 섬에 이족 보행 짐승들이 자주 상륙했고 하늘색 꽃을 자꾸 배어 없애고 섬 곳곳에 분홍색 꽃을 길러 심었다.  얼마후 섬은 이족 보행 짐승들의 휴식터가 되었다. 섬에는 온갖 예쁜 식물 들과 분홍색 꽃이 있었다. 하지만 하늘색 꽃은 어디에도 없었다. ==================================================================== 초~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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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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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풀
  • 2013-01-30
거울

 고개를 들었다. 오후에 나른한 햇살이 창틈으로 비치고 있다. 잠시 엎드려 있는 사이에 깜박 졸았나 보다. 의자에서 몸을 조금 틀었다. 창가 쪽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다. 모두들 점심 먹으러 나가서 나혼자만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 했지만 배가 아파 혼자 교실에 남아있기로 했었다. 한숨 더 잘까? 나는 뭐 할거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나와 같이 점심을 안먹고 있는 애를 발견했다. 미라였다. 미라는 교실 뒤 큰 거울에 손을 대고 멍하게 거울을 바라보고 았었다. 꼴에 자애적인 성향이라도 있는 걸까?  미라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어째서 인지 우리반 일진들 한테 괴롭힘을 당하곤 했고. 그런 미라의 상황을 우리는 못 본척 하며 넘어가곤 했다. 미라가 어디가 모자라거나 이상한 점이 있는건 아니였다.. 때문에 조별 활동을 할때나 어떤 도움을 받을 때는 조용히 끼여서 자기 할 몫을 다하곤 했다. 물론 같은 짝이 될 사람을 구한다면 말이다.  나는 미라 한테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일진들도 다른 애들도 아무도 없고, 마침 심심하기도 했다.  "뭐해?"  미라한테 사뿐히 다가가 물었다. 방해 안되게 덤덤히 묻는다 했는데 미라는 화들짝 놀랐다.  "왜 거울을 뚫어져라 보고 있어?"  내가 재차 물었다. 미라는 조금 당황하는 듯 했다. 아마 이유를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하는 눈치다. 그래서 조금 닥달 해봤다.  "무시하는 거야?"  "거,거울"  공격적인 말에 미라는 급히 대답했다.  "거울속에 있는 다른 공간말이야."  공간? 거울속에? 무슨 소리지?  "거울속에 들어 갈 수 있을 까 해서."  거울속에 들어가? 나는 잠시 거울에 눈길을 줬다. 거울에 미라와 나, 그뒤로 텅텅빈 교실이 비추고 있었다. 미라는 거울에 비치는 교실을 보고 또다른 공간이라 말하는 걸까. 나는 다시 미라를 쳐다봤다. 미라는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이 몹시 재밋게 느껴졌다.  "어떻게 들어가는데?"  내가 물었다. 그러자 미라가 멍하니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 보았다. 아마 맞장구 쳐줄거란 생각은 못했나 보다. 미라는 다시 안절부절 하다 거울에 손을 짚고 말했다.  "여,여기 거울속에 내가 막지 않고 비켜 줄 때."  미라의 손을 따라 거울을 봤다. 거울에 비친 미라가 진짜 미라랑 똑같이 손을 뻗어 서로 손을 포개고 있는 모양이 되었다.  "그러니까 거울속에 내가 이렇게 막는단 말이지?"  나도 따라 손을 거울에 댔다. 역시나 거울 속에 나도 따라 손을 대어 막았다. 그와 동시에 미라는 거울에서 손을 때고 내 눈치를 살폈다. 미라가 되게 재밋는 아이로 여겨졌다. 나도 손울 땟다. 시계를 보니 곧 있음 다른 애들이 하나, 둘 들어올 시간이다. 슬슬 빠질까 생각 했지만 이 모처럼에 이상한 대화를 끝내긴 아쉬웠다.  "너 있잖아. 내번호 모르지?"  "응?"  "7523에 ○○○○야 기억해둬. 저녁쯤에 문자 할테니까. 괜찮으면 이 얘기 계속 나

  • 보풀
  •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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