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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다리 경찰관의 광활한 추리역사-학교괴담

  • 작성자 탈퇴 회원
  • 작성일 2013-02-01
  • 조회수 589

프롤로그

우울하다. 어릴 적부터 내 편은 한명도 없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 난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스스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난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나도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고 싶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 난 어른이 되었고 세상은 여전히 평화롭다. 하지만 나에게 세상은 그저 내 어린 시절의 평화를 빼앗아 간 것에 불과하다. 이제 내 차례다. 드디어 내가 이 세상의 평화를 빼앗을 시간이 된 것이다.

1

대구 정의 경찰서의 거의 모든 경찰들은 제각기 맡은바 임무를 잘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의' 이다. 저쪽 구석을 잘 살펴보면 열심히 자고 있는 형사한명이 있다. 얼핏 보기에 키가 작아 경찰 같지 않고 방문객 같아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정확도 100% 를 자랑하는 김강희 경찰이다. 얼마 전만 해도 자신의 상사를 겨냥해 정확히 사건을 해결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점 한두 가지씩은 있는 법. 이 형사의 몇 가지 단점중 하나는 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좀 하려고 하면 자신이 세운 공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말이 많아 그냥 내버려둔다. 사실 앞에서 말한 사건 말고도 많은 어려운 사건을 해결했기에 징계도 못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오늘은 상황이 좀 달랐다. 김 형사가 속한 수사 A팀에 새롭게 최동우 반장이 오는 날인 것이다. 누가 뭐래도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법. 아마 숏다리 경찰은 첫인상부터 잘못 찍힐 것 같다. 최동우 반당은 소문은 들었지만 진짜 이렇게 자고 있는 경찰이 있는지 몰랐나보다. 김강희 형사를 보고는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반장의 노력 끝에 드디어 이 경찰이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뜬 뒤 ‘왜 깨웠어!’ 라고 말하는 표정을 한 김강희 형사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반장은 숏다리 경찰이 일어나자 말자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자네는 경찰일세, 그중에서도 형사라고 형사!!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라고!! 그런데 이렇게 잠만 자니 내가 어떻게 자네에게 수사를 맡이겠나?”

일어나자마자 날벼락을 맞은 김강희 형사는 오늘 새로운 반장이 온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기리고는 얼른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바꾼 뒤  변명을 하려고 하는 찰나, 최동우 반장이 선수를 쳤다.

“앞으로 내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사건이 일어나면 언제나 내 옆을 따라다니도록 해.”

주변으로 도와달라는 시선을 보내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새로운 반장임의기에 눌리기도 했지만 근무시간에 자다가 걸린 김 형사를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없기도 했다. 어떻게 이 고비를 넘길지 생각하는 사이 반장은 벌써 자신의 짐을 정리하려고 자리를 떠난 뒤였다. 어쩔 수 없이 김강희 형사는 그동안 밀린 업무를 시작했다.

시끌벅적한 소동이 일어난 뒤로 경찰서는 별일 없었다. 점심을 먹고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한 김 형사가 결국은 꾸중을 듣는 아주 작은 (?) 소동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 뒤로는 각자 맡은 임무를 잘 해나갔다. 그러자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반장님은 오늘 첫 근무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며 야근을 했고 원래 야근 조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집에 갔지만 반대로 집에 가려던 김 형사는 울상을 지으며 반장님 옆에서 조용히 야근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밤 12시쯤, 신고가 들어왔다. 두려움에 전 목소리였다.

“여……여기 사람이 죽어있어요.”

 

2

갑작스러운 신고에 퇴근했던 형사들도 사건 현장으로 갔다. 최동우 반장과 김 형사도 당연히 사건현장으로 향했다. 속속히 모인 형사들은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웬일인지 김강희 형사의 눈빛도 진진했다. 조금 뒤, 한 형사가 반장님께 얼추 정리된 사건의 경위를 보고했다.

“사망자 진세미. 대구 두남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1살의 아이입니다. 사망 추정시간은 11시 30분. 그로부터 30분쯤뒤, 주변을 지나던 한 아주머니가 발견을 하고 신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장의 지시에 따라 목격자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목격자는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왠지 죽은 사람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목격자는 43세의 신 지영씨로 본래 귀신, 영혼 등의 영적존재를 믿는 사람이었다.

“분명 봤어요. 분명히 귀..귀신이…..”

한마디, 한마디 말 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지만 그래도 증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경찰입장에서도 그만하라고 손쉽게 말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며 점차 진정 해 가는 것 같았다. 신 지영씨의 말에 따르면 신지영씨는 체중감량을 목표로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즐겨하는 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운동을 하려고 나갔는데 근처에 뭔가 못 보던 것이 있어 그쪽으로 가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싸늘하게 식어있는 세미였고 신 지영씨는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때 전 정말 놀라면 아무 말도 못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 지 공감이 가더군요.”

공포에 질려 주위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주위를 살펴보고 있는데 그때 귀신이 웃음을 짓고 있다가 사라졌다고 한다. 깜짝 놀란 목격자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ㄹ

“귀신이라, 그게 말이 되나? 목격자의 증언조차 신뢰가 가지 않으니 이것 참….”

사건 조사는 거기서 마치고 경찰서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단서도 찾지 못하고 목격자의 증언도 신통치 못한 최악의 사건이었다. 용의자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족적이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강희 형사는 신지영 씨가 말한 귀신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형사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표정과 두려움은 100%진실이었다. 김강희 형사가 의심을 품은 것은 사건 장소가 학교라는 것이다. 범인은 왜 눈에 띄기 쉬운 학교에 시신을 가져다 놓았을까? 학교와 귀신의 연관성이라면,

‘혹시 학교괴담을 이용하려는 건가? 학교에 하나씩은 괴담이 있기 마련인데.’

김강희 형사는 이 생각을 최반장에게 말했다. 자신을 말하는 김 형사는 능글맞던 보통의 김 형사와 달라져 있었다. 그 사실은 최동우 반장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김강희 형사의 말을 들은 최반장은 일리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고 나서 김 형사에게 내일 아침 대구 월배초등학교에 가서 수중에 떠돌고 있는 학교괴담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렸다.

“이번에도 실수하지 말도록. 초등학생이니 자신의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이 컷을 것이니 경찰의 신분을 숨기고 조사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 이만 퇴근해도 되나요?”

진지하던 눈빛이 이내 살아지나 최반장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보내며 허락한다는 듯 작게 고갯짓을 해 보였다.

 

3

다음날의 김 형사의 패션이 경찰서의 최고 관심거리였다. 경찰복이 아닌 음침한 느낌의 바바리맨 패션을 선보였던 것이다. 주변사람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량한 아저씨의 패션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왜 그런지 연유를 아는 최동우 반장은 오늘 아침부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경찰 신분을 숨기기 위해 오늘은 사복을 입고 오라는 자신의 지시로 평상복을 입고 온 김강희 형사였다. 그 말을 듣고 이런 옷을 입고 온 그를 다시 집에 보내 ‘선량한 아저씨’패션으로 바꾸고 오라 한들 왠지 결과는 똑같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냥 내버려두긴 했지만 그런 패션으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지금 처리하고 있는 일보다는 초등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고 그 뒤에는 멋쩍은 듯이 서있는 김강희 형사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드디어 나의 수사 기지를 선보일 시간이야. 훗훗훗. 반장님 그런 전 수사A팀의 명예를 걸고 임무를 완수하고 오겠습니다.”

자신 만만한 김강희 형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4

“여러분. 놀라지 말고 들어요. ……세미는 우리 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갔답니다. 분명 지금 보다 훨씬 더 좋은 곳에서 마음 놓고 쉬고 있을 거예요.”

나는 선생님의 그 말이 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도, 오랜만에 만족할만한 급식이 나왔음에도, 학교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오늘 하루 종일 비어있는 세미의 자리를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나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그녀였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이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니. 이건 거짓말이 분명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책가방을 싸고 학교를 나와 혼이 나간 아이처럼 걷고 있던 내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 건 그때였다.

“얘야,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 줄게. 그 대신 아저씨가 물어보는 말에 똑바로 대답하기, 약속!”

능글능글한 목소리가 멍해져 있는 내 머릿속을 울렸다. 그러나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 지 겨우 알아차렸을 때, 난 내 정신이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뭐라는 거야? 헉. 혹시 납..납치범? 세미도 이사람 한태 당한건가?”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쫓아 오는 납치범이 보였다. 납치범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도 놀란 표정만 지을 뿐  도와주는 어른이 한명도 없었다.

‘보나마나 겁에 질려서겠지. 내가 어른이 되면 그러지 않을 거야, 아 제발 어른이라도 되어 봤으면.’

다행히 근처 파출서가 보였다. 아니 경찰선가? 그런 거 따질 시간이 없었다.

“살려주세요! 뒤에 납치범이 따라오고 있어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이미 충분히 시끄러운 경찰서에 앉아 있는 경찰의 귀까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는 침착하게 손님이 없는 경찰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했다. 아무리 침착하려 해도 떨리는 목소리와 흘러내리는 눈물까지는 어쩌지 못하였다. 그 경찰관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납치범이 보이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문 옆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납치범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 소리를 지르라고 했다.

나는 침착하게 숨어서 밖을 내다보았다. 그 납치범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벌써 여기 지나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납치범이 보였다. 그리고 난 소리를 질렀다.

“저 사람이에요!”

5

“야, 이 바보야.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바바리맨도 아니고 납치범으로 오해받느냔 말이야. 경찰관이 납치범으로 오해받은 사람은 아마 네가 세계 최초일거다 이놈아!”

김강희 형사는 짐짓 억울한 표정이었다.

“저는 맛있는 거 사 줄 테니까 묻는 말에 대답하라고 했을 뿐인데요. 그러면 아이가 더 쉽게 대답해 줄 것 같아서요.”

이 이상한 형사를 만나고 나서는 하루하루 조용한 날이 없었다. 학교 괴담 좀 알아 오랬더니 바바리맨 복장을 하고 오질 않나, 그래서 바바리맨으로 오해받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납치범으로 오해를 받다니. 마음 같아선 당장 해고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공무원이라 그럴 수도 없다. 난 분명히 승진해서 이리로 오게 된 것 같은 데 어쩐지 이리로 오기 전의 생활이 훨씬 더 낳은 것 같다. 의도치 않게 내가 예전의 상사에게 대든 것이  미안해지려 그런다. 다 이 인간 때문이야. 그때는 정말 그 상사가 잘못한 거였는데.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형사에게 일을 맡긴 내 잘못이지. 이제 이 연구대상은 일단 무시하고 내가 직접 수사를 해야겠다.

“학생, 일단 진정하고 아저씨가 하나만 물어볼게요. 혹시 요즘 학교에서 떠돌아다니는 학교 괴담 같은 거 없어요? 이 사람도 사실 그거 물어보려고 한 것이거든요.”

역시 내가 물어보니까 학생이 대답 잘 해주는 군. 애초에 내가 조사하러 가야했었는데. 이런 경찰관에게 내가 너무 어려운 임무를 준 것 같았다. 어째 뜬 그 학생이 말하는 학교괴담에는 3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왠지 이번 진세미 살인사건은 학교 괴담 1에 해당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신 지영씨가 웃고 있는 귀신을 보았다고 했으니까. 만약 살인을 일으키는 방법이 학교괴담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다면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 같다. 이제부터 나의 의무는 연쇄살인사건을 막는 것! 그런데 누가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될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범인은 그냥 보이는 데로 피해자를 정해 버리는 걸까? 이제부터 학교괴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만한 동기가 있는 사람들을 추려 봐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전국에서 그런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한 숨 밖에 안 나온다.  옆에 있는 이 녀석이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6

숏다리 경찰은 반장님이 벽에 부딪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김 형사 자신도 아까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잘 몰랐다. 자신이 조사를 위해 썼던 방법은 납치범들이 썼던 방법으로 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이라면 자신을 따라 갈 이유는 없었다. 더더욱 납치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지 않았다. 마음이 편치 않은 김 형사는 일단 최동우 반장님이 조사한 학교괴담 프로필을 보면 3가지 내용이 적혀 있다.

2012월 8월 7일 수사 일지-학교 괴담

1 밤에 학교 옥상에 올라가면 귀신이 뒤로 와서 몰래 밀고는 다시 내려와 죽은 사람을 미소 지으며 바라본다.

2 자정에 학교에 가면 귀신이 손으로 목에서부터 배까지 긋는다.

3 밤늦게 쓰레기 매립지에 가면 귀신이 쓰레기 속에 사람을 넣고 나오지 못하게 하여 질식시킨다.

어느덧 김강희 형사의 눈빛이 다시 진지해 졌다. 그것을 감지 해낸 반장은 참 이 사람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김강희 형사도 최 반장님과 마찬가지로 지금 일어난 사건이 1번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반장님, 저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왜 굳이 학교에서 사건을 일으킬까? 하는 것 말입니다.”

“그 문제는 자네가 전에 학교괴담이랑 연관을 짓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지금 그걸 조사 한거고.”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왜 학교괴담이랑  범행을 연관 지을까? 범인의 독특한 범행을 저지를 때에는 항상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최 반장은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충 이유를 짐작해 말하려고 하는 찰나,

“역시 잘 모르시는 군요. 제가 말씀해 드리죠.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그것도 초등학교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시절이 자신의 삶에 큰 타격을 주었다고 할 수 있지요. 혹은 학교 괴담에 의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고요.”

최 반장은 분한 듯 생각했다.

‘나도 말하려고 했다. 이놈아. 이 녀석의 진지함은 왜 자꾸 없어지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한 최동우 반장은 아마도 범인을 추려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김 형사도 마찬가지 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의 모든 사람들을 잡아서

“혹시 초등학교 때 안 좋은 기억 있으세요? 학교 괴담 때문에 입은 피해는요?”

하고 물어 볼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럼 10시부터 두남초등학교의 경비를 강화 시킨다. 비록 이 다른 학교에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나,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범행을 저지르러 온 범인을 잡을 수밖에 없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반장님! 그런데 저 혼자 합니까?”

“네가 가서 다른 형사들한테 알려야지 이 바보야!”

최 반장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숏다리 경찰은 비실비실 거리며 소식을 전하려고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최 반장은 김 형사가 자신이 뭐라도 된 듯 뻐기며 말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고 그 모습을 상상하다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러면 안 돼.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해, 최동우.”

7

내가 정효 초등학교에서 경비 일을 하게 된지 벌써 10년이 다되어 간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해왔지만 저녁에 학교 순찰을 도는 일은 빠지지 않고 해왔다. 예전에 어떤 아이가 학교에 숨어들어 왔는데 그걸 발견하지 못하고 학교 문을 잠근 뒤 자버려서 아침에서야 그 아이를 발견했던 사건으로 해고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꼭 저녁 9시 30분만 되면 (10시에는 학교 문을 꼭 닫아야 한다) 로비를 살펴보고 1학년 1반부터 6학년 6반까지 살펴 본 뒤, 운동장도 한번 점검을 해 본다. 그때는 늦은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고 있는데 9시 반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하필 지금 울리냐, 지금 갔다 오면 라면이 퍼질 텐데. 거기 까지 생각하고 난 뒤, 결국 라면을 다 먹은 뒤에 순찰을 가기로 했다. 어차피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떠리.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어야 하는 데 학교 순찰을 해야 되서 그냥 면만 먹었다. 얼른 갔다 와서 마저 먹어야지 생각했다. 원래 식성이 많은 나는 한 끼에 라면 2개를 끓여 먹고 밥까지 말아 먹어야 배가 차는데 라면이 1개 밖에 안 남았고 다시 사러 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 1개만 끓여 먹었더니 배가 안찼다. 더군다나 한국인의 힘, 밥을 안 먹었더니 더 그런 것 같았다.

“어휴, 배고파. 얼른 돌고 와서 밥 먹어야지. 오늘은 라면을 많이 못 먹었으니 밥을 2배로 먹어야 갰군.”

평소에도 식탐이 많았던 나는 이런 생각을 하자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고이는 침의 량이 많아질수록, 내 발걸음도 빨라졌다. 1층 로비를 살펴보고 1학년 교실도 얼른 봤다. 평소보다 좀 대충 확인하는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리. 다시 말하지만, 이 일은 그냥 나 혼자 하는 일이지 위에서 시킨 일도 아닌데. 더군다나 배에서 자꾸 재촉하는 이 시점에 순찰을 도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내가 너무 대견하기 까지 했다. 밥보다 하지 말아도 될 일을 선택한 이 성실한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거야, 흐흐.

퍽! 이런 생각을 하며 길을 가고 있는데 넘어져 버렸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일이 다 일어나네. 빨리 순찰을 돌고 가려다 보니 그만 계단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계단의 중반쯤 올라가고 있을 때여서 넘어 지면서 머리를 찧은 곳도 계단, 그것도 계단 모서리였다. 손을 들어 이마를 살펴보니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제대로 운이 없구먼. 더 이상 빨리 갈 기분이 나지 않아 그냥 투덜거리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6학년을 다 확인 했을 때 아무 이상도 없자 짜증이 났다. 항상 이일을 해 왔지만 오늘ㅇ은 ‘순찰 안돌았어도 아무 일 안 일어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그 순간 운동장을 살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운동장은 경비실 바로 옆이라서 별로 귀찮지 많은 않았다. 난 눈도 좋으니까 경비실로 가는 도중 보면 되니까. 나는 운동장 순찰을 해야지, 하는 생각보다 빨리 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고 자야지 하는 생각이 훨씬 더 많았다.

도착해서 운동장을 슥 돌아보니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어, 저건 뭐지? 나는 이상한 물체가 놓여 있는 곳으로 한발 한발 움직였다. 뭔가 안 좋은 냄새가 났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시체라는 느낌을 떼어버릴 수 없었다.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가 보니 확연해 졌다. 사람이었다. 형이 의사라서 맥박을 확인하는 방법을 좀 자세하게 알아 둔 것이 다행이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맥박을 확인해 보니 이미 죽은 것은 물론 살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까지 다 들릴 것 같았다. 그래도 침착하게 도움을 구할 사람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저기 사람이 있다.

“저기요!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좀 도와주세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왠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저사람 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그 사람을 잡기 위해 미친 듯이 뛰었다. 당연히 그 사람도 재빨리 도망갔다. 왜 저렇게 빠른 거야. 나는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꾸 골목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다. 어, 어디로 갔지? 바보 같은 것. 결국 놓치고 말았다.

8

“반장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초등학교에서 일어났어요!!”

연락을 받은 한 형사가 반장님께 소리쳤다. 범인은 감시가 살벌한 대구 두남초등학교 대신에 그 근처에 있는 정효 초등학교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2번째 학교 괴담과 유사하게  어린아이를 칼로 베었다고 했다. 최 반장과 김 형사를 비롯한 수사 A팀의 형사들이 사건현장으로 출동했다. 시간은 1시 쯤 이었다. 언제 사건이 일어날지 몰라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던 터라 빠르게 사건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었다.

“사망자 민서랑. 정효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아이로 사망 추정시간은 9시 43분입니다. 목격자는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계시던 경비 아저씨입니다.”.

최 반장님은 경비 아저씨한테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낼만한 단서는 없었다.

“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 이상한 점이 있긴 했었습니다.”

“네? 그런 것이  있으면 즉시 이야기 해 주셔 야지요!”

“그게…….. 제가 범인을 뒤따라 갈 때 그 사람이 뛰는 모습이 뭔가 이상했어요.”

“절뚝거리기도 한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꼭 집어 이야기 할 순 없지만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최 반장 입장에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단서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했는데 ,이건 단서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9

최 반장은 다음 사건을 막기 위해 긴급회의를 모집했다. 그는 방해만 될 것 같은 김강희 형사만 쏙 빼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혹시나 몰라서 김 형사에게는 두남초등학교나 정효 초등학교의 공통점을 찾아오라고 시켰다. 그러면 회의를 방해하는 일도 없을 테고 혹시 공통점을 찾아낸다면 도움일 될 테니까. 그러다 보니 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고작 2이었다. 그래도 김 형사가 오는 것 보단 나을 거라고 최 반장은 생각했다.

“김 형사는 다른 업무 때문에 여기 참석하지 못했네. 그래서 오늘 회의는 수사 A팀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형사와 나 , 둘이서만 해야 될 것 같군.”

그때 최 반장의 자리의 전화기에서 전화가 울렸다.

“하필 지금 전화가 오냐. 네, 대구 정의 경찰서 수사A팀 입니다.”

“명색이 경찰이란 놈이 나 하나를 못 잡아서 쓰나. 허허허.”

“뭐? 야, 이 자식! 너 누구야?”

“왜 그러십니까, 반장님?”

“조금 뒤, 편지가 올 것이야. 나의 자그마한 선물이니 받든지 말든지.”

한 형사가 무슨 전화냐고 보채는 것도 듣지 못할 정도로  얼떨떨한 최반장이 정신을 다시 추스르기도 전에 최 반장 이름으로 편지가 왔다. 직접 범인이 전화를 거는 경우는 최 반장의 20년 형사 생활 중에 처음이라 아직도 얼떨떨한 모습으로 편지를 뜯어보았다. 거기에는 편지라기 보단 쪽지에 더 가까운 글이 있었다.

나는 이번 초등학생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다. 너희가 감을 너무 못 잡는 것 같으니 내가 힌트 좀 주지.

정적이 흐르면 유령의 수목원 나무가 불탄다.

이 편지를 받고부터 최동우 반장과 한 형사는 사람 수도 모자랐던 긴급회의는 그만 두고 이 암호를 풀기위해 온 힘을 다했다. 10분 동안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할 만큼 집중을 하던 그들 중 한 형사가 소리쳤다.

“대충 알 것도 같은데 말씀입니다. 혹시 제 추리가 틀리면 어쩌죠?”

평소 소심하던 형사인 한 형사가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최 반장의 고함소리뿐. 반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없었던 사실을 밝혀낸 한 형사가 겸손한 척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 이다.

최 반장에 고함 소리에 따라 한 형사의 추리가 시작됐다. 한 형사의 추리에 따르면, 일단 ‘정적’이란 말은 12시를 뜻했다. 12시가 되면 유령이 나오니까 유령도 그런 뜻일 거라고 했다. 또 굳이 ‘수목원’이라는 말을 적은 것을 보면 수목원 근처의 학교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무가 불탄다.’ 는 건 말은 학교가 나무로 만들어 졌으니 학교를 태울 작정이 아닐까요? 세 번째 괴담이 질식으로 죽는 거니까 불길 속에 질식으로 죽일 수도 있어요.”

소심한 한 형사의 추리가 끝났다. 최 반장은 범인을 잡을 단서와 다음 사건을 막을 수 있는 단서라고는 이 암호뿐인데, 암호조차 해석하지 못해 조바심이 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그럴듯한 추리를 듣자 더 생각해보지 않고 바로 수목원 근처에 있는 대구 영교 초등학교로 형사들을 데리고 갔다. 최 반장의 머릿속에는 12시까지 보초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 뿐 이였다. 최 반장의 지시를 받은 한 형사를 비롯한 수사 A팀에 여러 형사들은 재빠르게 채비를 마친 뒤, 속속히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5분 뒤.

“반장님. 저에게 주신 특별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 왔습니다! 그럼 이제 퇴근…….반장님?”

최 동우 반장도, 수사 A팀의 형사들도 찾아 볼 수 없는 경찰서에 김 형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러다가 테이블에 놓여 있는 범인의 암호 쪽지가 김 형사의 눈에 들어갔다. 그 순간, 김 형사의 눈빛이 다시 변했다.

“정적이 흐르면 유령의 수목원 나무가 불탄다. 이게 무슨 뜻이지?”

10

“야! 너, 왜 내말 안 들어? 내가 분명히 오늘까지 내 숙제 다 해 오랬잖아! 내가 하는 말이 우스워?”

또 시작이다. 왜 내가 너의 숙제를 해야 하는지, 왜 내가 너희들에게 당해야 하는 지, 내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그걸 물어 봤자 내게 돌아오는 것은 주먹 뿐 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그저 빨리 학교에서 나가기를 원할 뿐이다. 어릴 때는 엄마를 많이 원망도 했다. 왜 날 이렇게 낳아 주셨는지. 다른 아이들만큼만 건강한 상태로 태어나게 해 주셨으면 이런 일도 안 일어났을 텐데, 하면서. 그런데 이제 그런 생각은 안한다. 날 위해 주시는 엄마를 보면 한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엄마 잘못도 아닌걸.

“야! 너 내말을 듣는 거야 마는 거야! 한동안 가만히 나뒀더니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어김없이 시작되는 구타. 날 괴롭히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일진’이기 때문에 아무도 날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딱히 싫은 건 아니지만 그 애들이 무서웠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무표정으로 맞고 있다. 하도 맞아서 감각도 없어진 터라 그리 아프진 않았다. 그래도 내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다른 애들 사정은 알 것 같지만 내 편을 들어주는 이가 한명도 없다는 것. 그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외톨이라는 사실에 쐐기를 받는 것 같았다.

“이젠 얘 우는 거 보는 것도 지겹다. 아주 재미있는 다른 방법을 좀 생각해야겠는데?”

한동안 자기들끼리 떠들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너 11시 50분까지 우리 학교 앞으로 나와라! 우리와 함께 축복의 밤을 경험해 보자고!!”

11시 50분이면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학원도 다 끝나고 우리 가족도 다 잠자리에 가 있을 시간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만 그래도 이번은 선뜻 가겠다고 하기 너무 찜찜했다. 왠지 오늘 밤만큼은 안 될 것 같았다.

“왜 대답이 없어? 말을 너무 안하더니 말하는 방법을 까먹었냐? 아니면 성대를 너무 안 써서 썩어 버렸나? 우히히!”

아무리 들어도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더 가기 싫었다. 내가 뜸을 들이자 내 얼굴로 주먹이 날아 왔다.

“너 그 시간에 안 나오기만 해봐. 정말 가만히 안 둬!”

그 애 목소리는 꽤 위협감이 있었지만 크게 와 닫지는 않았다. 지금 보다 더 괴롭힐 수도 있을까? 이미 그 애들은 선을 넘었다.

“알…….알았어. 갈게.”

어쩔 수 없다. 약속 없이도 정해져 있는 ‘선’이란 것을 넘은 이 아이들은 이 선으로부터 더 멀리 갈 수도 있는 아이들이란 것을 깨달았다. 난 지금도 충분히 힘들고 외롭다. 지금보다 더 끔찍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11시 50분. 난 정확히 11시 50분에 학교 정문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5분 늦었다고 5대를 맞았다. 차라리 나오지 말걸 그랬나. 밝을 때도 썩 반갑지 않던 학교인데 어두울 때 보니까 더욱더 반갑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음침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학교 담을 돌더니 나같이 체구가 작은 사람도 겨우 들어갈 만한 개구멍을 찾아냈다.

“여기로 들어가서 하루 밤을 새워보렴! 중간에 나왔다간 끝이야! 우리가 지키고 있을 거니까. 경비 아저씨한테 일러 바쳐도……. 알지?”

그 말을 듣자 말자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밤늦은 시각이라 주변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없다. 차는 내가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더군다나 이 애들은 정말 끝까지 지키고 있을 애들 이었다. 나는 온몸을 벌벌 떨면서 들어갔다. 두려움에 떨며 운동장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 왔다. 경비 아저씬가?

11

나는 김강희 형사다. 난 어릴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다. 교통정리 같은 것 하는 그런 경찰 말고, 범인을 잡는 형사가 하고 싶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은 잘 사는 편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가난한 집에 더 가까웠다. 우리 엄마는 당신 먹을 것 아껴 가며 항상 날 주셨다. 그래도 성장기 아이에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키가 작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원망하지 않는다. 나의 하나뿐인 유년 시절의 증거라고 삼고 있다. 또 병약하지 않고 키가 작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나의 유년의 시절은 피와 눈물로 얼룩져 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실종되셨다. 그리고 내가 발견했을 땐 이미 내가 갈수 없는 길을 홀로 가셔 버린 뒤였다. 어린 나이였어도 단순히 사고로 당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꼭 형사가 되어서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자 했다. 그렇게 마음먹은 뒤로 죽도록 공부해서 대학가고, 죽도록 공부해서 형사가 되었다. 나는 형사의 임무를 하면서도 시간 날 때 마다 10년 전 그 사건을 조사했다. 하지만 난 실패했다. 단서를 잡지 못했다. 내심 난 실력 있는 형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 뒤로 난 삶에 미련 따위 남기지 않았다. 열심히 형사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 내가 해결한 사건들 덕에 아무도 날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 형사가  마치 진짜 나의 모습이 것처럼 착각하고 지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게으름뱅이 형사가 완벽한 형사보다는 더 편하다는 것은. 처음 게으름뱅이로 둔갑했을 때는 불편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이 너무나도 편했다. 그러나 난 인정 하고 싶지 않다. 게으름뱅이가 내 진짜 모습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2명의 아이가 죽었다. 그 애들의 유년은 나보다 더 피로 얼룩져 버렸다. 나보다 더 어린시기에 두려움에 질린 채 혼자 삶을 마감해 버렸다.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 어린 시절이 너무 아팠기에 다른 사람들은, 설사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들의 유년은 내가 책임져 주고 싶다. 그래서 지금 3번째 표적이 된 아이를 살리러 정유초등학교로 가고 있다.

12

숏다리 경찰의 암호 풀이는 한 형사의 풀이와 좀 달랐다. 정적이 흐른다. 그것은 12시에 범행을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다음 단어는 유령. 유령이 있는 곳을 생각해보면 폐가, 공동묘지이다. 폐가라고 생각을 해보면 답이 안 나오니 공동묘지라고 숏다리 경찰은 가정해 보았다. 이때까지 상황을 보았을 때, 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를 테고 학교와 공동묘지를 연상 시켜보면 정유초등학교가 나왔다. 그곳에는 학교를 세우신 분들의 신주를 모셔놓은 곳이 있다. 그 다음은 수목원. 이 근처의 수목원은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다. 쓰레기 처리장에 흙을 덮어 수목원을 만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범인은 12시 정유 초등학교의 쓰레기 처리장에서 아이를 질식사로 살해할 예정인 것이다. 이렇게 추리를 마친 숏다리 경찰은 정유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11시 45분. 범행 예정시간까지는 단지 15분 남았다. 그런데…….. 반장님이 없다. 반장님은 고사하고 주변에 경찰이 아무도 없다.

숏다리 경찰은 경직된 표정으로 최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장이 전화를 받자마자 인사도 없이 화부터 냈다.

“어디 계십니까? 조금 후면 범죄가 일어날 예정인데 어떻게 경비가 하나도 없어요?”

“무슨 소리냐? 우리는 지금 영교초등학교에서 1시간째 경비를 서고 있다. 이런 대화 할 시간 없으니 이만 전화 끊지.”

13

이럴 리가 없다. 내가 푼 추리에 의하면 3번째 범행이 일어날 곳은 정유 초등학교이다. 그런데 반장님과 한 형사는 지금 영교초등학교에 가 있다. 내 추리가 틀린 건가? 그럴 리는 없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남은시간 13분. 빨리 행동을 취하지 못하면 범행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이곳이 정말 범행 장소가 맞다면 범인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 혼자 기다릴 수는 없는 법. 이런 생각이 들자말자 나는 한 형사한테 전화를 했다.

“야, 너 지금 어디야! 왜 영교 초등학교에 있어? 정유 초등학교가 3번째 장소야, 인마!!”

“무슨 소리세요? 암호는 바로 영규 초등학교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나는 한 형사와의 전화가 끊어지기 전에 재빨리 추리를 물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한 형사가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추리를 말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말이 점점 빨라져서 듣기가 힘들어 진다.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긴 했다. 내가 한 형사의 추리를 다 듣고 좀 생각해 보니까.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잘 들어, 너의 추리는 틀렸어. 범인은 범행시간을 12시란 힌트를 2번이나 줄 이유가 없어. 범행에서 우리에게 안 들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범행시간과 장소야. 범인은 이미 범행시간에 대해 ‘정적’이라는 힌트를 주었으니까 또 줄 필요는 없지. 만약 힌트를 또 준다면 범인의 일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져. 또 범행 장소를 그렇게 쉽게 가르쳐 준다면 그건 이번 범행을 포기 했다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사건을 보면 범인은 학교를 망가트리려는 것보단 초등학생을 살해하는데 집중했어. 이제 와서 학교를 불태운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럼 네 추리는 뭔가?”

깜짝 놀랐다. 내가 전화기에 대고 말을 했던 상대는 한 형사가 아니라 반장님이었다. 언제 바뀐 거지? 그러나 그런 거 생각할 이유가 없다. 나는 빠르게 반장님께 들려주었다. 범행 장소가 영규 초등학교가 아닌 정유 초등학교인 이유를 말이다.

내말이 끝나자 반장님이 정유 초등학교로 급히 출동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소리기 들렸다. 반장님도 내 추리가 맞는다고 생각하나 보다. 시계를 보았다. 남은시간은 10분. 영교 초등학교에서 여기까진 차로 5분쯤 걸린다. 다행히 시간 내에 도착할 것 같다. 나는 곧 올 반장님이 무사히 제시간에 오기를 기다리며 쓰레기 처리장안의 모서리 끝에 잠복해 있었다.

14

뚜벅 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숏다리 경찰이 있는 쓰레기 처리장과 불과 30m떨어진 곳이다. 김 형사는 바짝 긴장했다. 아직 반장님과 한 형사가 오기도 전이었고, 시간은 11시 53분밖엔 안 되었다.

‘벌써 범행을 저지르러 온 것일까?’

김 형사는 출입구와 그 밖이 훤히 보이지만 그리자 때문에 모습이 잘 안 보이는 왼쪽 뒤의 모서리에 않았기 때문에 밖을 엿볼 수 있었다. 범인으로 추측되는 이는 1명, 입에 재갈이 물려진 한 아이가 이 남자의 손에 이끌려 오고 있었다.

그는 쓰레기통에 그 아이를 처박아 놓은 상태에서 재갈을 푼 뒤, 못나오게 했다. 질식시켜 죽이려는 것일 것이다. 세 번째 학교 괴담은 ‘쓰레기통에 사람을 넣어 질식사 시킨다’는 것이었다.

범인은 근처에 사람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듯 뒤만 자꾸 힐끗거렸다. 김강희 형사는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늦었다간 그 아이가 정말 질식으로 죽을 지도 모른다. 김강희 형사는 쪼그려 앉은 채로 조용히 나오기 시작했다. 중간을 지날 때쯤 김 형사와 범인의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경찰이다……!’

김 형사와 범인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동시에 세 가지 일이 일어났다. 범인이 도망치기 시작했고 김강희 형사도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나타난 최 반장과 한 형사가 범인을 쫒기 시작했다. 김강희 형사는 범인 쫒는 것은 다른 형사들에게 맡겨 두고 일단 인질이 된 아이를 쓰레기통에서 꺼냈다. 아이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또 아이는 쓰레기 냄새를 너무 많아 맡아서 인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설마 너무 늦은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 세 번째 살인 사건은 막았다. 아이가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한 김강희 형사는 얼른 아이의 재갈을 풀어 주었다. 아이가 너무 숨을 헐떡였다. 신선한 공기가 이 아이에겐 너무 필요했다.

“이젠 괜찮아. 침착하게 아저씨를 따라 해보렴.”

김 형사는 침착하게 아이를 복식호흡 시켰다. 아이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김 형사는 아이를 경비원 아저씨께 맡겼다. 말을 할 수 있게 된 아이는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살,,,,,살려주세요. 이젠 나,,나쁜 짓 안 할게요.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다른 아이들도,,, 안 괴롭히 ,,힐께요. 그러니까,, 사,,살려만 주세요.”

당연히 김강희 경찰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경비 아저씨에게 이 아이를 데려갔다. 경비 아저씨는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아이와, 그 아이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웬만하면 제가 데려다 주겠는데,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요.”

“아닙니다. 경비원이란 사람이 아이들이 학교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고……. 제가 더 죄송하지요. 아이는 제가 책임지고 집에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김강희 경찰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대강 적고 병원에 꼭 가보라는 내용과 자신의 신분 및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경비원 아저씨께 아이의 부모님께 전달해 달라고 하고는 얼른 최 반장에게 전화를 했다.

15

놓쳤다. 놓쳐 버렸다. 이게 다 나 때문이다. 내가 제대로 추리만 했어도. 나의 이상한 추리를 반장님께 말하지만 않았어도 사건 현장에 늦어 범인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범인은 근처의 S 백화점에 들어가 몇 안 되는 인파속에 섞여 버렸다. 최 반장님은 얼른 백화점 경비대에게 말해 백화점 입구를 봉쇄했다. 백화점이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해도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은 보통보다 많았다. 그래도 방송과 인력으로 손님은 한 곳에 모아 보니 20명은 족히 넘었다.

그때 반장님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움찔했다. 숏다리 경찰일 것이다. 나 때문에 범인을 놓쳤다는 것을 알고 날 원망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반장님은 숏다리 경찰에게 범인이 도망친 곳을 말해주고 놓쳤다는 사실은 말했다. 숏다리 경찰이 나에게 뭐라고 할 것 같았다. 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날 욕하는 김 형사의 말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형사를 할 자격이 없나 보다. 이런 범인은 잡는 것 보단 교통정리 같은 것을 하는 것이 내 적성에 맞을 것 같다.

그때 최 반장님이 핸드폰을 스피커모드로 전환하셨다.

“김 형사가 용의자를 줄일 방법을 알려 준다는 군.”

김강희 형사. 내가 알기로 그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게으르고 농담 잘하는 필요할 때만 나서는 괴짜 형사지만, 예전에 내가 알던 그는 달랐다. 지금의 모습은 내가 아는 김강희의 본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본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웬만한 형사를 뛰어넘는 사람이었다. 추리는 물론 사격 및 무술실력도 뛰어났고 무엇보다도 열정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금의 괴짜 모습으로 변했다. 아니, 내가 보기에 그냥 둔갑한 것 같았다. 내가 그 이유를 알 수도 없고 물어 보기도 뭔가 불편해 궁금함을 꾹 참고 있지만 그거 하나는 분명해 보였다. 그가 돌아왔다.

"자네, 뭐 하는가?"

"네?"

내 생각에 빠져서 반장님의 지시를 듣지 못했나 보다. 아, 김강희 형사의 추리도 놓쳐 버렸다. 가뜩에 성적이 안 좋은 난데 또 점수 까이게 생겼다. 다시 생각해봐도 형사는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 나간담? 반장님이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을 눈치 채셨는지, 못마땅한 눈길로 날 쳐다보셨다. 그리고는 내가 해야 할 임무를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셨다. 김 형사의 말에 의하면 범인은 발목 또는 다리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었다. 왜 그런지는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다. 시간이 없어서겠지. 그래도 난 의심하지 않았다. 김 형사의 추리라면 100% 맞을 것이고, 그걸 증명해 주는 사건은 많았으니까. 나는 다른 경찰과 함께 발목에 이상이 있는 사람을 찾기에 골몰했다. 사건이 심각했는지, 반장님도 거기에 합세 하셨다. 이번에는 내가 용의자를 찾아야지. 그래야 이때까지 실수한 것을 만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끝나는 즉시 나는 수사A팀을 떠나 내게 맞는 부서로 떠날 거지만 '실수만 하고 사건 현장에서 딴 생각이나 하는 형사'로 남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한명 한명의 발목을 살폈다. 발목이 정확하게 어떤 이상이 있는 줄 모르기 때문에 꼼꼼히 살폈다. 사람들도 경찰이 범인을 잡기 위해 하는 행동이니 별로 불만을 품지 않았다. 여기서 불만을 표출하면 범인으로 몰릴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찾았습니다!"

누군가가 용의자를 찾아 낸 것 같았다. 이렇게만 있어서는 안 된다. 다른 용의자는 내가 꼭 찾아야한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날 쳐다 볼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런 노력 끝에 나는 드디어 용의자 한명을 찾을 수 있었다. 기쁨에 겨워 소리를 치니 언제 와있었는지 김강희 형사가 날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실력이 뛰어난 아니, 실력이 뛰어 났었던 사람이 나에게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왜 발목이나 다리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용의자인지는 나중에 물어봐야지.

16

김강희 형사는 용의자를 찾을 단서를 찾을 때 두 번째 사건의 목격자였던 경비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뛰는 모습이 무엇인가 어색했다. 그런데 뭐가 부자연스러웠는지 찾을 수가 없다. 그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색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색함을 찾을 수 없을까? 김강희 형사는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색함이라면 그 어색함의 원인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뛸 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다리. 그렇다면 다리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그 부분이 가려져 있어서 보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발목 부분도 가능성이 있었다. ‘발목을 다쳤고 재활치료를 받아 보통은 걸을 때 별 이상이 없지만 빠른 속도로 뛸 때는 어쩔 수 없이 약간씩 쩔뚝거리게 된다.’ 는 가정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경비 아저씨는 다친 발목을 보지 못했고 절뚝거리는 정도도 아주 미세했기 때문에 어색하다는 점만 눈치를 채고 다른 점은 알지 못했다. 더 생각 해 보면 좀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단서로는 시나리오가 그것밖엔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숏다리 경찰은 최동우 반장께 전화를 해 이런 추리를 알렸고 용의자 2명을 밝혀 낼 수 있었다.

17

“두 분이 용의자로 지목되셨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지요. 여기서 사실만을 이야기 해 주시지 않으신다면 나중에 큰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저의 물음에 정확한 사실만으로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부러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수사 A팀의 반장이다. 그런데 이때까지 사건을 위해 한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내가 신뢰하지 못했고 그래서 은근슬쩍 사건에서 빼놓았던 김강희 형사가 다 했다. 범행 장소를 밝혀 낸 것도, 3번째 아이를 살린 것도, 용의자를 선발한 것도 모두.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 주변 동료들이 너무 구박하지 말라고, 이 경찰서의 히든카드라고 말할 때 믿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이젠 지난일 이니 어쩔 수 없다. 이 두 명의 용의자 중에서 누가 범인인지 밝혀내는 것을 성공함으로서 갚을 수밖에. 일단 용의자중 한명은 다리, 또 다른 한명은 발목을 다친 듯 했다. 발목을 다친 사람을 먼저 심문 할 것이다. 이제 나의 마지막 기회가 시작되었다.

18

최 반장의 물음에 용의자들이 알리바이를 말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용의자는 남한기 씨. 38세의 중년의 남자로 한 택배 업소에서 택배원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저는 여기 사장님 이름으로 택배가 왔기에 택배를 전해주려고 온 것뿐입니다. 저희 회사도 24시간 영업이란 말이에요.”

최동우 반장은 남한기 씨의 핸드폰을 받아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핸드폰 전화번호부에서 남한기 씨의 직장상사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찰입니다. 혹시 남한기 씨라고 아십니까???”

“경찰이 무슨 일로?남한기 씨 저희 직원 맞는 데요. 택배 전하러 가서 오지 않아서 전화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택배를 전하러 간지 1시간 30분쯤 지났다고 했다. 백화점까지 오토바이로 3분도 안 걸리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가 백화점 문을 폐쇄한 지 그  정도 지났으니 일단 택배원의 알리바이는 성립이 된 듯 보였다.

“왜 발목을 다치셨습니까?”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별로 심하지 않아서 지금은 별 지장이 없고요.”

그다음은 두 번째 용의자의 말을 들어 보았다. 그 용의자의  이름은 이기문 씨. 27세의 젊은 나이로 가족끼리 쇼핑을 왔다고 한다.

“왜 이렇게 늦은 시각에 쇼핑을 하십니까?”

“오후 7시쯤에 장을 보러 가족끼리 나왔는데 오랜만에 쇼핑 나온 거라 재미가 들려서 계속 있었습니다.”

그의 가족은 아내와 돌쯤 되 보인 아기였다. 아기는 아버지의 품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아내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 보였으며 불안함도 깃들어 있었다. 매서운 눈매로 용의자를 살펴보던 김 형사의 눈이 아내의 불안함을 놓칠 리 없었다.

최 반장도 그 불안함을 눈치 챈 것 같았다. 그 점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라고 생각 했던지 이유는 물어보지 않고 일단 침착하게 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런 뒤 물음을 이어갔다.

“다리는 왜 다치셨는지요?”

“저는 원래 운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운동하다가 다쳤지요.”

그 순간 아이가 잠에서 깼다. 아이의 한번 터진 울음보가 잘 그쳐지지 않았다. 당황한 아이의 아빠 즉 이기문 씨는 아이를 달래 보려 하다가 결국 아내기 아이를 안게 했다. 놀랍게도 아이는 엄마 품에 안기자 말자 울음을 그치고 곧 새근새근 잠들었다. 용의자를 상대로 조사를 하는 동안 한 마디도 때지 않았던 숏다리 경찰이 말했다.

“이기문 씨. 당신이 초등학생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입니다.”

19

이럴 수가. 나도 짐작하고 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김 형사는 그 이유를 찾았나 보다. 저렇게 당당히 범인을 말할 수 있다니. 이렇게 되어 버리면 반장인 내가 뭐가 되는가? 이번이 김 형사에게 진 빚을 갚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형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절박하게 범인을 잡고 싶어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내가 김 형사 보다 형사로서의 능력이 적은 가 보다. 휴……. 그래도 내가 반장이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반장이 이렇게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이 중요한 순간에 정신을 놓고 있으면 그게 말이 되는가? 얼른 정신 차리고 김강희 형사의 추리나 들어 봐야겠다.

20

“왜?? 내가 왜?? 내가 왜 범인이란 말입니까? 경찰이라고 이렇게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도 되는 것입니까?”

흥분된 이기문 씨의 목소리에 반해 숏다리 경찰의 목소리는 다소 차분했다.

“저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간 적 없습니다. 단지 범인을 지목했을 뿐.”

김 형사의 단호하고도 날카로운 목소리에 이기문 씨는 잠시 주춤했다. 김 형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왜 당신이 범인인지 말하기 시작했다.

“단서는 아이의 울음입니다. 지금 시간은 1시가 좀 넘었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아이가 왜 울었을까요?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울었다는 것이 첫 번째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밤 1시가 되도록 쇼핑에 정신이 팔려 갓 돌 넘은 아이의 밥을 챙겨 주지 않았다고 생각 되진 않습니다만. 어머니, 밥 챙겨 주셨습니까?

"네? 아,네. 여기 오기전에 챙겨 먹였어요. 혹시 몰라서 젖병도 들고 왔구요."

그녀는 가방에서 젖병을 꺼내 들며 말했다. 김강희 형사는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아이는 왜 울었을 까요? 또 하나의 가정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바로 귀저기에 아이가 실례를 해서 울었다.’라는 것인데요. 어머니, 한번 확인 해 주시겠습니까?”

아이를 안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에 당혹감과 불안함이 보였다. 그녀는 이기문 씨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굳게 마음을 먹었다는 듯 말했다.

“아,,아이는 실례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조금 전에도 육아실에서 귀저기 갈아 주었고요.”

“알겠습니다. 그건 나중에 cctv를 확인해 보도록 하지요. 그럼 이 가정도 아이가 밤늦게 운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군요. "

이기문 씨는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과  제가 범인이라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김강희 형사는 이런 이기문 씨의 말은 간단히 무시 한 뒤 말을 이었다.

“그럼 도대체 왜 아이는 울었을까요? 또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자 말자 울음을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가족의 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품이 아니다? 그럼 여기 이기문 씨의 가족은 조작된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기문 씨는 정애 초등학교에서 경찰의 손아귀를 피하기 위하여 사람이 많은 백화점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가족끼리 쇼핑하는 것처럼 꾸며 대기 위하여 한 가족을 매수 했지요. 아마도 가지고 있는 흉기로 가족을 협박했을 겁니다. 어린 아이를 죽인 다고 협박하며 말하는 것을 들어 주기만 하면 조용히 풀어준다고 협박을 했다면 싫다고 하는 사람은 절대 없을 겁니다.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게 무섭기 보다는 아이의 목숨이 걱정되니까요. 그렇게 해서 가짜가족을 만든 것입니다. 의심을 줄이기 위해 또 혹시나 매수한 사람이 배신을 할 경우를 생각해 아이는 자신이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감각은 예민합니다. 잘 자고 있었는데 아이는 낯선 사람의 품의 낯선 느낌을 알아차립니다.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 것을 알아차린 아기는 불안해하고 아기의 입장에서는 불안함을 표현할 방법은 울음뿐이지요. 그래서 아이가 운 것입니다.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전에 많이 운 모양이더군요. 눈에 많은 눈물자국이 있었습니다. 아까 전의 울음의 양으로는 생길 수 없는 많은 눈물자국이 말입니다. 아이가 울 때마다 엄마 품에 안겨 진정 시킨 뒤 다시 범인의 품에 안기고 아이는 다시 울고. 이렇게 많이 반복했을 것입니다.”

최 반장과 한 형사는 이런 김강희 형사의 말에 아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역시나 아이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김 형사의 말마따나 방금 전 조금 운 것으로는 절대 생길 수 없었다. 범인은 눈물자국을 씻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나 보다. 범인으로 거의 확신이 되자 경찰들은 슬슬 자리를 옮겨 아이와 엄마의 주변으로 가서 그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또 몇몇은 이기문 씨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아마 김 형사는 아이가 무사하도록 엄마 품에 안기기를 기다렸던 것이 아닐까?

“자 이제 당신이 말할 차례입니다. 왜 이런 살인을 저지르셨습니까?

21

“하하하! 결국 들켜 버렸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편지 따윈 안 보내는 건데 말입니다.”

이기문 씨는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정당방위 입니다. 절대 범죄가 아니라고요.”

생뚱맞은 이기문 씨의 말에 최동우 반장이 물었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당신이 저지른 인은 살인죄에 해당합니다.”

“일단 한번 들어보죠, 반장님”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없었습니다.”

한번 입을 뗀 이기문 씨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망설임 없이 술술 말했다. 지금부터 이기문 씨의 과거 이야기를 전하는 바 이다.

이기문 씨는 어릴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불행히도 부모님 모두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엄마가 꼭 끌어안고 이기문 씨를 보호해 전 덕분이다. 그 후 이기문 씨는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의 품에서 자랐다. 그 분들은 참 친절 하셨지만 불쌍한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그는 너무너무 싫었다. 동정이 싫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을 그냥 보통아이처럼 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였다. 그 분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을 보면 부모님이 영영 자신 곁을 떠났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때마다 자신을 꼭 껴안아준 마지막 엄마의 품에 사무치게 그리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먼 친척의 동정의 눈길보다 더 싫어했던 것은 바로 학교 가는 것 이었다. 학교에서는 그는 혼자였다. 짝이 옆에 있어도 그녀는 그를 마치 없는 것처럼 태도를 취했다. 그가 그녀에게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는 아이들에게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는 지 물어 보지 않았다. 한 가지, 너무나 분명한 단 한 가지 이유를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

“야, 엄마 아빠 없는 놈!”

“놈 아니야. 년이지. 하는 짓이 여자처럼 비실비실하잖아?”

“크크크. 네 말이 맞다, 맞아.”

바로 부모님 없다고 놀리는 한 무리 녀석들 때문이었다. 그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어린아이지만 키도 크고 몸도 단단했다. 그런 그들을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자는 드물었다. 확실한건 그의 반 친구들 중에서는 없었다. 그래서 그와 같은 반이된 아이들은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항상 그를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그는 어쩌면 다른 아이들도 자신이 고아라서 일부러 도와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는 처음에 자신을 괴롭히는 한 무리들을 증오했다. 그러다가 그를 모른 척하는 사람들을 증오했고, 곧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면서도 늘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은 늘 혼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마음의 문을 닫은 뒤 세상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세상잘못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의 잘못도 있지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증오한 당신의 잘못도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이기문 씨의 얼굴이 일그러 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당……당신들은 당해보지 않아서 몰라. 그 조그맣던 아이를, 덩치 큰 아이들 속에 갇혀 있던 그 불쌍한 아이를 생각할 때 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을 당신들은 당해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그렇겠지. 좋은 집안에서 어려움이란 모르고 자라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내가 왜 너희들에게 암호를 보냈는지 알아? 한 아이의 죽음을 지켜보는 너희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서지. 내가 어려움을 당할 때 모른 척 하던 아이들의 얼굴과 무엇이 다른지 문득 궁금해져서 말이야. 괴로움일지, 죄책감일지, 아니면 수년전 내가 끔찍이도 증오했던 그들의 표정인지. 물론 일이 좀 잘못되긴 했지만”

이 말을 하는 이기문 씨의 말속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그런 이기문 씨의 말을 듣는 경찰들도 얼굴 표정이 다 어두웠다.  순수한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마음 속 깊은 곳 속에 이런 증오를 가지고 있었다니.

“세상은 결국 내 편이 아니더군. 세상은 그 약한 아이를 결국 고등학생 자퇴서를 내고 이를 악물고 공사장에서 일을 하게 만들었어. 또 그 망할 세상은 아이의 다리까지 다치게 했다고. 그래도 그 아인 먹고 살려고 병원도 제대로 못가고 붕대로 대충 감은 뒤 계속 일했어. 매일 저녁마다 그 불쌍한 아인 퉁퉁 부은 다리를 감싸고 울곤 했지. 그래도 덕분에 그 아이는 몸이 단단해 졌지만. 그래도 내가 살인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할 땐 세상이 내 편이다, 싶었는데. 내가 2번의 살인사건을 할 때마다 다행히도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있어줬어. 초등학생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문도 잘 펴졌고. 그런데 역시 세상은 믿을 게 못 되. 난 누구보다 그 세 번째 아이를 죽이고 싶었는데. 내가 세 번째 범행 장소에 미리 가보았을 때, 어떤 비실비실한 아이가 학교 폭력을 당하는 걸 봤어. 마침 그아이가 내가 생각해 놓은 법행 장소와 법행 시각에 나올 예정이더군 , 흐흐흐”

여기까지 말한 이기문 씨는 울고 있는건지 웃고 있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 아인 잔뜩 움츠려 맞고 있었는데 신음 소리를 안내. 왜 그런 줄 알아? 너무 맞아서 감각이 없어졌거든. 내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난,, 난 정말 가슴 아팠다고! 그걸 본 순간 나의 세 번째 표적은 정해 졌어. 그 아이는 내가 일으킨 살인 사건 소문을 듣고 일부로 늦은 시각에 아이를 학교 안으로 넣더군. 난 구석에 숨죽여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에게 가서 말했지. 내가 꼭 복수해 주겠다고 그러니 울지 말고 일어나라고 내가 꼭 되갚아 주겠다고. 그런 뒤 나는 곧장 그 망할 자식들에게 갔어. 셋 다 잡으려 했는데 아쉽게 두 놈은 놓쳐버렸지 뭐야. 그래도 나는 한 놈을 잡아 학교 안으로 들어갔어. 원래 12시에 죽이려 했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거 있지? 흐흐흐. 그래서 난 소각장으로 갔지. 이게 다야. 그런데 아직 끝이 나진 않았지. 클라이맥스가 남았거든”

웃다가 화내다가 정말 반쯤 미친 듯이 말을 이어가던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가슴속에 숨겨두고 있었던 총을 꺼내며 재빨리 근처에 있던 경찰 한 명을 인질로 잡았다. 어떻게 총을 구했는지 몰라도 진짜 총처럼 보였다. 이기문 씨가 어떻게 삶은 살아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꽤 고달팠나 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약했다던 그의 어린 시절 몸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해 경찰 한명쯤은 거뜬히 제압할 수 있는 몸밖에 없었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당황한 경찰들은 이기문 씨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함부로 쏘지 못하는 것이 자신들의 동료가 인질로 잡혀있기 때문에다. 그냥 못 모르는 사람을 인질로 잡았다면 인질에 해가 되지 않게 훌륭한 사격솜씨를 선보였을 것이 지만 자신의 동료가 인질로 잡힌지라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또 자칫하다 백화점에 갇혀있는 손님들이 위험해 질수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누가 맞았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사상자는 물론 부상자 또한 없었다. 총은 김강희 형사가 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총에서 나온 총알은 정확하게 범인의 총구를 망가트렸다. 범인은 자신의 무기가 망가졌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는 것 같더니 곧이어 망가진 총을 버리고 자신의 손으로 인질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고 비켜. 안 그러면 인질은 숨 막혀 죽을 것이야.”

그의 몸의 모든 것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세상을 망가트리는 것에 목표를 둔 기계에 불과 했다.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던가? 그를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또 한발의 총이 발사되었다. 이번에도 김강희 형사의 총이었다. 이번에도 그의 총알은 잘못 발사되지 않았다. 인질의 허벅지에 바로 붙어있던 범인의 허벅지에 정확하게 총알이 박혔다. 범인은 비명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그의 허벅지는 성대만큼 견뎌주지 못했다. 결국 그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최동우 반장이 범인 앞으로 나가 말했다.

“이기문 씨. 당신의 초등학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조용히 범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22

한동안의 소동을 겪은 뒤 우리 수사 A팀은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반장님과 강희는 화해를 하였다. 사과를 하는 반장님은 정말 멋졌다. 상사로서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진심을 담아 강희에게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또 팀에서 은근슬쩍 빼놓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강희는 반장님이 자신을 때놓기 위해 맡긴 그 임무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범인이 노린 초등학교는 학교폭력이 없기로 유명한 학교들이었다. 그 사실은 정애초등학교를 뜻하는 범인의 암호를 푼 뒤에 자신의 추리가 맞았다는 근거다 되어 주었다. 정애초등학교는 행복한 학교로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그 소문이 아니라는 것은 곧 밝혀졌다.

누군가가 이기문 씨가 S백화점에서 반쯤 정신을 놓은 채 말하는 것을 녹음을 해서 인터넷사이트에 올렸고 그 일을 계기로 전국의 온 학교들은 다시 한 번 학교폭력을 예방하기에 나섰다. 이런 것을 보고 시작은 나쁘나 끝은 좋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시작이 아주 끔찍했다.

어째든 나는 강희와 더 친해 졌다. 어쩌다 문득 강희가 침착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비교를 할 것이 아니라 보고 배워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수사 A팀을 떠나려는 생각이 확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곧 나는 강희와 친해져서 선배님으로서 존댓말이 아닌 친구로서 반말을 쓰게 되었다. 나는 이제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 갈 것이다. 벌써부터 수사 A팀이 내 가족 같다.

이건 강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강희가 정애초등학교에 가서 죽을 뻔 한 아이를 찾아 가서 보니 그 아이는 180도 변했다고 한다. 이제 그 아이도 옛일은 잊고 올바르게 잘 살아갔으면 한다.

나는 사건 현장에서 이기문 씨의 슬픈 사연이 가슴 아프면서도 강희가 옛날의 추리실력과 사격실력을 되찾은 것 같아서 기뻤다. 그런데 강희는 이 사건이 끝나자 말자 괴짜 탐정으로 변했다. 그러나 곧 나는 알게 되었다. 괴짜 탐정이 강희가 현실도피를 위해 쓴 탈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바로 강희의 진짜 모습이었다. 강희도 나도 그것을 몰랐지만 강희의 진짜 모습은 모든 것이 완벽한 형사의 모습이 아니라 털털하게 잘 웃고 농담도 잘하지만 필요할 땐 한없이 진지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이젠 난 알았다. 강희도 그것을 깨달았나 보다. 괴짜 탐정의 표정이 전보다 더 편해 보였다.

에필로그

단군일보

2005년 X월 X일

대구 정의 경찰서의 떠오르는 샛별이 나타나다.

어제 김XX씨를 살해한 범인을 현장 검거한 경찰이 올해 부임한 김강희 경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몇 달 전에 일어난 초등학생 실종사건을 피해자 없이 해결한 장본인으로 뛰어난 사격실력과 무술실력, 추리실력까지 겸비한 경찰이라고 한다. 그는 서장의 돈돈한 신임 속에 앞으로 경찰서의 중요한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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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대진중 책쓰기 동아리 카페에서 올린 이야기고 비공식 출판도 되었는데,,,

어디까지나 비공식이니까 여기 올려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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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시 45분 즈음

 초기 인물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렬한 눈빛이다. 카메라가 영혼을 앗아간다는 미신이 만연했기 때문에, 그 즈음의 일반인 모델은 하나같이 강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눈을 통해 왕래하는 영혼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스스로의 구멍을 메웠다. 신념, 공포, 분노, 혹은 순수한 동경 따위로. 그런 의미에서 K의 눈은 낡아빠진 싸구려에 가까웠다. 아직 과학이 진리를 대신하기 전, 미신이 미신으로 불리지 않던 시대를 살아가는 듯, K의 눈은 기묘한 생명으로 불탔다. 그녀는 분명 이성보다 심장을 우선하리라. 촬영자로 하여금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눈이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 삼각대를 세웠다. 카메라의 노출값과 함께 호흡을 가다듬었다. 갑갑한 교복 넥타이를 연신 긁어대며, K의 알몸에게 렌즈를 겨눴다. 석고상처럼 바스라지는 신체, 그 위로 수놓아진 푸른색 멍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응시했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그녀가 진심 아닌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도, 시퍼런 눈을 치켜뜬채 나를 바라보는 것도.  K와 나는 방과후 빈 교실에서 처음 만났다. 양 팔에 아로 새겨진 멍자국이 염증처럼 부풀어오르는 탓에, 종일 묶어뒀던 팔토시를 막 벗어던진 참이었다. 나는 선생과 아이들이 빠져나간 교실에서 불어터진 흉터를 말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처가 덧나고 함부로 엉겨붙기 때문에 별 다른 수가 없었다.  “그거, 얻어 맞은거야?”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채 호흡을 삼키면서, 얼마나 지났을까. 적막이 감도는 교실에서 K의 시선을 눈치챈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뿐 차마 할 말을 고르지 못 했다. 담홍색 저녁 노을을 받은 하얀 피부가 꼭 석고상처럼 눈부시다. 교실 뒷문에서 꼿꼿이 펼쳐진 척추가 아름답다. 따위의 사고를 반추하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K가 먼저 입을 열기까지, 나는 아무말 없이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람을 죽였어.”  다만 그런 대치상황을 넘어 날아온 K의 한마디는 너무나도 뜻밖의 물건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노라 고백했다. 죄값을 치르는 건 두렵기 때문에 내일 자살을 할 것이라며, 초연한 어투로 속삭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해를 필요로하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녀는 어느새 다가와 내가 반사적으로 움켜쥔 DSLR을 검지로 쓸어올렸다. 슬쩍, 미소지었다.   나에게 처음 카메라를 건네주던 날, 아버지는 말했다. 사람의 눈동자도 카메라처럼 풍경을 담아둘 수 있다고. 잠깐 빛을 응시한 다음 눈을 감으면 눈꺼풀 속에 그 잔향이, 불꽃이, 똑똑히 보이잖아. 이게 바로 그 증거야. 보호안경 너머로 용접 불꽃을 튀기며 그는 곧잘 떠들었다. 삭으로 뜬 달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그 무렵의 나를 사진으로 이끈 매력적인 미소였다. 꼭 지금처럼, 체념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강인한 미소.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나는 양 뺨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걸 금방 실감할 수 있었다. K는 꼭 술을 마시지 않은 아버지처럼 따뜻했다.  “그러니까 내 영정사진을 찍어줘. 너, 사진 찍는거지?”  그날부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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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2
보이지 않는

 남자는 늑대였다. 손바닥만한 핏덩이로 태어난 그에게는 입술 대신 주둥이가 있었다. 남자의 어미는 탯줄도 채 자르지 않고 그 모습을 긴밀히 살폈다. 길게 뻗은 주둥이, 옹골찬 회색 눈동자, 전신을 덮은 이중 모피, 남자에게 인간 다운 신체 부위는 온전히 돋아난 다섯 손가락이 전부였다. 그 꼴이 영락없이 괴물이었기에, 남자는 버려졌다. 가문의 안위를 위해서였다.   바야흐로 이단 심판관이 악마와 마녀를 때려잡던 시기였다. 가축이 죽고, 곡식이 마르는 건 전부 악마의 소행이라고, 교회는 말했다. 달리 탓할 대상이 없어,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다. 숲속에서 홀몸으로 지내는 여성은 화형, 기형아를 출산한 일가는 몸이 찢어졌다. 단, 귀족은 예외였다. 그들은 단두대 아래서 목이 잘렸다. 최소한의 존중이었다.  버려지다시피 했지만, 남자는 부모가 기요틴 아래 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열일곱이 되는 나이에 몰래 성을 빠져나와 무법지를 거닐었다. 힘들지는 않았다. 남자는 금방 자랐다. 성을 빠져나왔을 때, 그의 신장은 이미 2m 가까이 되었다. 단단하게 솟은 송곳니는 돌을 부술 만큼 강했다. 이곳저곳을 떠돌다, 버려진 저택에 둥지를 틀었다.  "저곳에는 용이 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몸을 붙인 폐 저택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용이 몸을 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이제 30년 가까이 삶을 영위한 남자는 더는 아무것도 먹고 마실 필요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호수를 핥았다. 자기 직전, 저택 주류 창고에 남아있는 위스키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걸로 족했다. 덩치는 점점 커져, 처음 밖으로 나왔을 때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됐다. 하지만 남자는 늑대였다. 괴물이었지만, 용은 아니었다. 폐허에 버려진 정장을 손질하여 입고, 혀를 굴릴 때, 보다 고풍스러운 단어를 벼렸다. 마을의 처녀를 납치하거나, 황금을 탐하지 않았다. 다섯 손가락 달린 괴물은 조용히 죽음을 기다렸다. 누구보다 인간성을 갖춘 영혼이, 기사가 그의 심장을 꿰뚫어주길 바랐다. 남자는 괴물이었다. 괴물은 인간에게 죽어야 했다.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남자는 결론 내렸다.  폐허는 나름대로 지낼 만했다. 가구에 남아있는 문양으로 추측해 볼 때, 몰락 귀족의 저택인 것 같았다. 정장, 거대한 거울, 마찬가지로 거대한 시계.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 것들은 모두 폐허에 남았다. 남자는 그들을 입었다. 버려진 것들을 입었다. 편안했다. 몸을 옥죄는 정장 안에서 남자는 편안할 수 있었다. 시계의 먼지를 털고 기름칠을 했다. 거울 역시 관리하긴 했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닦아도 비치지 않았으니까. 본인 만큼은 절대로.  남자는 저택의 거울에 비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처음 그 앞에 섰을 때 깨친 사실이었다. 세상을 담은 조각은, 남자를 제외한 모두를 비췄다. 이따금 비를 피해 들어오는 올빼미, 토끼, 여우를 비췄다. 잘 정돈된 정장을 비췄다. 출처 모를 와인과 위스키 역시 그곳에 담겼건만,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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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9
꽃비

할머니는 소녀의 얼굴로 창밖을 보았다. 창문 너머로 쭉 이어진 벚나무의 행렬에 양 뺨을 살짝 붉혔다. 여든에 가까워 이제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이었지만 초봄의 내음 앞에서 그녀는 소녀가 되었다. 두 눈을 활짝 열고서 가만가만 떨어지는 꽃비를 응시했다. 노인답지 않은 풍부한 생기가 그 표정에 깃들어 있었다. 엄마는 종종 ‘어머니가 너무 늙으셔서 그래’하며 한숨을 내쉬곤 했으나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늙지 않았다. 다만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지금껏 놓쳐온 과거를 향해서. “너희 아빠랑 요양원 좀 알아보고 올 테니까 오늘만 할머니랑 둘이 있어.” 그 말과 함께 부모님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고삼이 된 너를 배려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슬픔이나 연민 대신 피로가 묻어나오는 한숨이었다. 최근 들어 엄마와 아빠는 자주 그런 한숨을 토했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오늘도 평소처럼, 응, 그래, 괜찮아. 짧은 세 마디로 둘을 배웅했다. 부모님의 한숨을 닮아 무거운 미소를 지었다. 시선을 돌려, 거실 탁자에 주저앉은 할머니와 눈을 맞췄다. 머리도, 눈도, 뇌도, 새하얗게 질려버린 노인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어째서 우리의 몸은 이렇게 쪼그라들고 마는 걸까요. 그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나는 창문에 기댄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올렸다. 거슬거슬한 촉감이 검지 손가락을 타고 전신에 감겼다. 젊음이 빠져나간 노인의 육체였다. 내 검지 손가락의 촉감이, 세월을 뚫고 올라온 그녀의 주름이, 그 사실을 열성적으로 증언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뇌는 그 사실이 퍽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며 몸을 웅크렸다. 시간이 흐른다는, 스스로가 늙어간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저는 솔직히 말해서 어른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시간이 흐른다는 것도 그 시간에 맞춰 자신이 점점 깎여나가는 것도 모두 당연한 거라고 다들 이야기했잖아요.” 그런 건 당연하다고 잘난 듯이 말하는 주제에, 어째서 기어코 어제를 돌아보는 걸까. 나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허공을 향해 말했다. 어제, 수업을 시작하기 직전 담임이 내뱉은 중얼거림을 떠올렸다. 그는 분명 슬프다고 말했다. 우리 때가 참 좋을 때라고 말했다. 그 시간이 지나가 버린 지금은 그저 슬프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그저 농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서 저녁 열 한시에 독서실을 빠져나오는 일상은 빈말로라도 그리워할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맨 앞자리에서 담임의 눈꺼풀이 미묘하게 떨리는 걸 보았다. 그는 그때 과연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할머니, 꽃이 그렇게 좋아요?” 나는 그리 묻고서, 잠깐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중간고사가 마무리되면 벚꽃도 지겠지. 문득 그 사실을 실감했다. 평소라면 햇빛 아래서 벚꽃을 볼 일이 없는 탓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집을 나와 해가 떨어지고서 돌아오는 나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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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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