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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 나는 없었다.

  • 작성자 sisis
  • 작성일 2020-08-09
  • 조회수 329

 

 

 

그날에 나는 없었다.

 

 

 

강우는 어두운 골목을 달렸다. 강우의 두 손에는 현금 15만 원이 들려있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다 못해 찢겨나갈 즈음 누군가 휴대전화의 전등으로 강우의 얼굴을 비췄다. 강우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곤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리며 반대편 골목을 향해 뛰었다. 강우의 등을 향해 누군가 소리쳤다.

 

“야! 이강우!”

 

그에 강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강우가 뒤를 보며 소리쳤다.

 

“김하나! 네가 왜 여기 있어?”

 

하나는 중학생 때 강우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귄 친구였다. 강우는 하나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하나가 강우를 향해 뛰어오며 말했다.

 

“한참 찾았잖아. 너 정말로 돈 훔친거야?”

 

“그게 걱정돼서 온 거야?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왜 뛰는데.”

 

강우는 얼굴을 구기며 하나의 손을 잡고 뛰었다. 모퉁이를 돌고, 큰길로 나와 횡단보도를 몇 번 건넜다. 그러자 더 이상 못 뛰겠는지, 하나는 강우의 손을 놨다. 그리곤 얼굴을 구기며 소리쳤다.

 

“정신 차려 이강우.”

“차리긴 뭘 차려.”

 

강우가 얼굴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하나가 무슨 말을 꺼내려 하자 강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집을 나와? 안 그래? 부모가 날 고소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 그래. 왜 네가 유난이야?”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조금만 더 기다리라 했잖아. 곧 월급 들어온다고.”

 

그러자 강우가 미간을 좁혔다.

 

“언제 들어오는데? 벌써 두 달 치 밀렸다며. 넌 그쪽 사장이나 신고해. 그리고 나는 너한테 손 안 벌려.”

 

강우는 그대로 뒤를 돌아 어딘가로 걸어갔다. 하나가 소리쳤다.

 

“내가 아니어도! 어쩌면 도와줄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강우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어두운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강우가 집을 나오기로 결심한 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강우는 부모라는 사람들의 폭언과 폭행, 방치에 진절머리가 나있었다. 당시 18살이었던 강우는 어떻게든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만 참아보자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터졌다.

 

 

강우는 여느 때와 같이 독서실에서 나와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서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늘 위태로워 보였던 친구로부터 온 고민 상담이었다. 강우는 성심성의를 다해 답을 해주었고, 버스를 잘못 탔다. 꼴에 종점 가까이까지 가버린 강우는 한밤중에 길을 잃었다. 난생처음 보는 건물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강우에겐 택시를 탈 돈도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아무도 없는 새벽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우는 112로 전화를 했다.

 

‘길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길을 잃었다고 해서 학생을 순찰차로 집까지 데려가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였다. 중요한 신고가 올 수 있는데 이런 일로 전화를 했냐는 말은 덤이었다.

 

강우는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로 길을 검색했다. 다행히 몇 시간 정도 강줄기를 따라 걸어가면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강우는 전화기로 음악을 틀고는 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자, 산모퉁이를 이어 만든 흙길이 나왔다. 오른쪽으로는 나무와 돌덩이밖에 없었고, 왼쪽으로는 낭떠러지인데다 큰 강이 있었다. 가로등은 한 개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앞뒤로 어둠이 길게 이어질 뿐이었다. 강우는 계속 걸었다. 걷고 걷자, 강우의 두 손이 얼어붙었다. 그러던 중 휴대전화가 울렸다. 경찰이었다.

 

 

강우는 부모의 신고로 경찰차를 타고 인근 서로 가게 되었다. 체온계로 잰 강우의 체온은 32도였다. 곧이어 누군가가 강우를 찾으러 왔다. 온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부모의 지인이었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강우의 부모는 이날 술을 마셔서 취했으니 경찰서로 올 상태가 아니라 했다. 그래서 자신이 대신 온 거라며 강우를 집까지 인계했다.

 

강우가 집에 들어오자, 강우의 부모 중 한 명은 강우의 머리채를 잡고는 마구 때렸다. 강우는 덤덤하게 그걸 맞다가 부모가 진정되자 소리쳤다.

 

“날 때려? 날 때렸어?”

강우가 부모를 노려보자, 부모는 강우를 향해 주먹을 들어 위협하면서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강우는 그날 잠을 자지 않았다. 그저 이불로 몸을 감싸곤 휴대전화로 좋아하는 것을 봤다. 그날 새벽, 3년 동안이나 활동하지 않았던 가수가 노래 한 곡을 올렸다. 강우가 좋아하던 가수였다. 강우는 그 노래를 몇 번이나 돌려 들으며 무언가 결심했다.

 

강우는 집을 나와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향했다. 오합지졸의 단체는 아니었다. 마땅한 규칙이 있는 곳이었으며, 보호자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사는 아이들은 그 보호자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강우는 부모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이곳이리라 여기며 살아갔다.

 

하루는 그곳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너는 여기 왜 왔냐?”

 

보호자가 물었다. 그러자 강이는 자신의 사정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보호자가 다시 물었다.

 

“너는 집에 돌아갈 생각은 없냐?”

“없어요.”

 

“그래도 돌아가. 여기는 너보다 더한 사연을 가진 애들이 많거든? 애들이 말 안 해줘?”

 

“제가 안 물어봤어요.”

 

“아무튼 돌아가. 정 가기 싫으면 네가 부모에게 착한 아이인 양 가면을 쓰는 거지. 어때? 그러면 너도 그 부모한테 복수할 수 있는 게 아니냐? 최고의 복수지 않냐?”

 

 

그 후로 보호자와의 얘기는 얼마 가지 않아 끝났다. 강우는 그곳에서 몇 달을 버텼다. 그러던 중 크고 작은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강우는 깨달았다. 그곳의 보호자는 내 상처를 보듬어 줄, 내 인생의 방향에 있어 조언을 줄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보면 폭언과 폭력만 없을 뿐 집과 다르지 않다고 강우는 생각했다. 그래서 강우는 제 발로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

 

강우가 집으로 돌아간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오고 싶다는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부모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복수를 하고 혼자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하나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우야 잘 지내?”

 

“아니. 지금 가출했다가 다시 집 들어가는 중이야. 그마저도 금방 나올 거라 의미가 없지만.”

“너 집에 가는 거 엄청 싫어했지 않아?”

“응. 그런데 내가 그 사람들한테 복수를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아. 그래서 가는 거야. 나는 그 사람들을 고소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거든. 마련해 놓았던 게 없진 않았어. 늘 마련해놓고 다시 지우길 반복해서 지금 남아있지 않은 거지.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너 지금 어딘데? 뭘 하려고?”

“그냥 작은 거. 누굴 죽인다거나 하진 않아.”

 

“그게 뭔데?”

 

“그 사람들 지갑에 있는 돈, 다 가져오려고.”

 

“뭐?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나 곧 월급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기다리면 돼.  일단 진정하고 나 좀 만나. 응?”

 

강우는 전화기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강우가 그동안 집을 나가 있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어쩌면 그 이상의 보복이 강우에게 행해졌다. 강우는 여전히 참았다. 그리고 강우는 제 부모의 의식이 완전히 잠길 때까지 기다렸다.

 

강우는 제 부모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부모의 지갑을 차례대로 열었다. 지갑에 든 돈은 두 개를 모두 합쳐서 고작 육천 원이었다. 육천 원. 강우가 당장 집을 나가 홀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인 돈이었다. 순간 강우의 뇌리에 무언가가 스쳤다. 강우는 곧장 안방 구석에 있는 서랍을 향해 다가갔다. 서랍을 열고 무수히 많은 통장 더미 사이에서 부모의 이번 달 생활비가 들어있는 흰 봉투를 꺼냈다. 봉투에 들어 있는 돈은 십사만 사천 원이었다. 강우는 돈을 꺼내 집을 나왔다. 강우가 막 집의 현관문을 나섰을 때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렸지만, 강우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달리고 달려서 골목 사이사이를 지날 무렵 누군가의 휴대전화 전등이 강우의 얼굴을 비췄다.

 

 

 

 

 

강우는 하나를 뒤로하고 한참을 걸었다. 덕분에 강우는 자신이 모르는 한적한 동네까지 오게 되었다. 그동안 날은 밝았고, 강이는 잠시 아무도 없는 골목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졸음이 몰려왔다. 강우는 그대로 땅바닥에 누워서 손에 쥔 돈이 사라지든 말든 간에 잠을 자고 싶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장대비였다. 강우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우의 바로 맞은편 쓰레기 더미 사이에 전신 거울이 놓여있다. 강우가 비쳤다. 강우는 그 거울의 경사면을 따라 수많은 자신이 되어 거꾸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날에 진짜 강우는 없었다.

s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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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형

    안녕하세요, sisis님.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수많은 자신이 거꾸로 낙하하는 장면이요. 이 소설은 강우의 가출과 복수를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폭언과 폭행과 술 취한 부모가 있는 집에서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가출을 한 강우는 부모의 돈을 훔치기를 결심하네요. 글을 엮는 솜씨가 매끄럽습니다.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일단 소설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하나의 역할이 소설 전반에서 모호해요. 또 부모님 또한 이런 류의 서사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부모의 이미지를 전형적으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소설이 구조적으로 짜여져 있다기 보단 돈을 훔친 강우의 사연을 자유롭게 기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많지 않은 돈인 14만원을 훔친 강우의 복수와 가출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강우는 어떻게 가짜인 내게서 진짜 욕망을 찾아낼까, 강우의 서글픈 모험을 좀 더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분량을 더 늘려 써보기를 추천해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 소설도 기대할게요.

    • 2020-09-14 08:53:24
    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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