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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가는 사람

  • 작성자 녹두
  • 작성일 2020-12-29
  • 조회수 209

앞으로 가는 사람

'오스텅스 블루 - 사막' 이라는 시를 읽고 재구성해 써본 것입니다

 

 

뜨거운 태양빛이 전부인 모래사막 속.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린다. 조난자 블루,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이 노인은 며칠 간 이 사막을 홀로 배회해 왔다. 정신은 자꾸만 흐려졌고, 피부는 갈라져만 갔다. 추운 밤이면 이따금씩 야생 들개소리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다 죽어가는 청력이 감지하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그는 이제 그 앞에 놓인 죽음에 어렴풋이 순응하고 있었다. 몇 시간 째 뜨거운 모래 바닥에 잠자코 누워 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음이 들리자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끌리듯 그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한들, 호기심의 수명까지 정해져 있지는 않은 법이니까. 멀지 않은 곳에 부서진 작은 헬기의 잔해들과, 다소 젊어 보이는 한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블루가 이름을 묻자, 그는 자신을 ‘오스텅스’라는 파일럿으로 소개했다. “이런 사막에도 사람이 다 있군요. 할아버지도 조난을 당하신 겁니까? 이러나저러나 반갑습니다.” 오스텅스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요청하자, 블루는 지친 기색으로 허공에 손을 저으며 거부했다. 꼭 저는 됐으니, 피차 기운 빼지 말자는 성 싶다. “젊은이. 어차피 곧 죽을 놈들끼리 악수는 뭔 악수인가? 삶은 어차피 혼자이고, 곧 끝을 맺을 거라네.” 냉소적인 블루의 시선에도 괘념치 않고, 오스텅스도 빈정이 상해 블루에게 한 소리 한다.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죽기는 누가 죽습니까? 할아버지의 삶은 저보다 훨씬 길었고, 그 생을 오갔던 사람들도 저보다 훨씬 많았겠지요. 저는 삶이 혼자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남아 돌아갈 겁니다.” 블루는 고개만 설레설레 저을 뿐이다.

둘은 같이 걸었다. 블루는 걷고 싶지 않았으나, 오스텅스에게 야생 들개들에 대한 조언을 해 주자, 오스텅스가 경악하며 블루를 일으켜 세웠다. 걸으며 조용한 쪽은 오히려 오스텅스였다. 블루는 시시콜콜한 근거를 대며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떠들어 댔다. 처음에는 일일이 반박하던 오스텅스도 나중에는 질린 모양인지 한 귀로 흘려 들었다.

초저녁이 되자, 둘은 드디어 나란히 앉아 쉬기 시작했다. 오스텅스는 더 이상 허기를 참을 수 없어져, 스스로를 타박하면서도 블루에게 먹을 것이 있냐고 넌지시 물었다. 블루는 이번에도 고개만 저었다. 저도 굶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들개들을 사냥하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오스텅스가 한숨섞인 말투로 말했다. 청년의 삶을 향한 의지에 기가 질려 버린 것은 블루도 마찬가지였다. 사나운 들개들이 두렵지도 않은 걸까? 청년이 살고자 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블루는 잠시 지나 온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해가 다 질 때쯤, 이렇게 말했다. “들개들이랑 싸울 바엔 나를 죽여 먹으라네. 어차피 죽을 목숨, 자네가 그리 살고 싶다면 차라리 그게 낫지.” 오스텅스는 혼란스러웠다. 평소의 상식이라면 절대로 부인했을 것을 그리하지 못하는 자신이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노인의 제안만큼 당장 더 합리적이고 안전한 제안이 어디 있겠는가.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세요?” 오스텅스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여러 차례 그리했고, 블루는 그때마다 고개만 끄덕였다. 오스텅스는 블루가 과묵한 노인임에 감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오스텅스의 인생 계획에 살인 따위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직접 목을 조르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주저하는 젊은이를 위해 블루가 아이디어를 냈다. 폭파한 오스텅스의 헬기 부품들 중에 무기로 쓰일 만한 것을 주워 오는 것이다. 처음의 그 장소까지 되돌아가려면 꽤 거리가 되었지만, 오스텅스는 점점 더 강한 허기를 느꼈고, 시간을 끌수록 둘 모두 기운이 사라질 것이뻔했다. 그래서 별만 무수한 사막 아래를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한참을 걸어 헬기의 잔해 근방에 도달한 그들은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옆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모래와 함께 불었고, 눈을 비비면서도 참을 수 없는 한기에 둘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그런데 잠시 정신을 팔고 있자, 블루에겐 익숙한 낮은 으르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빛나는 눈동자들이 있었다. 들개들이 출현한 것이다. 폭발음을 듣고 모였다가, 오스텅스와 블루처럼 진을 취고 쉬고 있었던 성 싶다. 인간들은 당황했고, 들개들은 인정사정없이 달려들었다. 대치. 오스텅스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노인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당한 걸까?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오스텅스는 여러 마리 들개들에게 둘러싸여 물어뜯긴다. 온 살점이 마구 찢어져 나감을 느끼며, 어라, 마지막으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헬기 부품을 개떼 무리에게 있는 힘껏 던지며 달아나는 블루의 모습.

사막의 아침이 또 다시 밝는다. 강한 햇살은 전날 밤이 아무리 고되었다 한들 낮잠을 용납하지 않는다. 모래 한 복판에서 눈을 뜨는 오스텅스. 쇤 목소리로 “오늘도 걸을 셈인가? 그만 포기하지.” 하고 묻다가,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는다. 노인은 낮은 욕짓거리를 내뱉는다. 다시 눈을 감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노인이 일어서 걷는다. 걷다가, 앞을 향해 뒤로 걷는다. 비틀거리는 걸음은 어쩐지 불만스러워 보인다. 그는 가만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본다. 찍히는 무수한 하나의 새로운 발자국들을...

녹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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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두
  •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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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두
  • 2020-12-26
파도의 손길

  "나를 사랑하세요?" 매일 아침이 밝으면 스텔라는 장의 옆에 우뚝 멈춰 서곤, 그리 질문하곤 했다. 그러면 장은, 길게 하품을 하면서, 혹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닦으면서, 혹은 눈을 부빗거리면서 "그럼, 우리가 왜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겠어, 이 여편네야." 하고 되려 훈수하곤 했는데, 그럼 스텔라는 군말 않고 움직여 부산스레 아침 준비를 했다. 아침마다 그런 궁금증에 답해줘야 하는 이유는 뻔했다. 오십 년을 함께 살면서도, 둘은 혼인 신고 한 번 제대로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을 때야 부모님의 반대나 재정 상황등의 이런저런 것들로 미뤄 왔다지만, 장의 검은 피부 위에 덮여 있는 머리칼들이 하얗게 샌 지금까지도 둘은 서류상 남남이었다. 그러나 스텔라는 맨 정신으로 결혼 신고 얘길 꺼내기엔 장을 내심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고, 장은 결혼이라니, 죽을 날도 머지 않았는데 새삼스레, 란 핑계로 스텔라의 그런 심정을 외면해만 왔다. 장은 아침 식사를 마치면 늘 동네 호숫가에 앉아 낚시를 했다. 홀로 하는 날도 많았지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의 동네 노인네들부터, 가끔은 학생들이나 청년들,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 옆에 누군가 앉아 있는 날도 있었다. 다만 스텔라가 옆에 있는 날은 없었다. 스텔라는 집안일을 돌보고, 손님을 맞고, 장에 가느라 바빴다. 그래서 스텔라는 자주 장의 낚시 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곤 했다. 그러면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호숫가에 기러기 같은 것은 있을 리 만무한데도. ​   장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여섯 시 언저리였다. 몸을 씻고 나서, 스텔라가 해 둔 저녁을 먹었고, 허술한 오두막의 벽과 닮은 재질의 테이블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낚시대를 보살폈다. 그동안 스텔라는 집의 온도를 살폈고, 장이 몸을 누일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장이 늦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스텔라가 요리를 마치는 시간도 일정했다. 하지만 예외인 날도 있었다. 어느날 밤, 장은 밤이 다 되는 시각에 집에 도착했고, 피곤에 절어 식탁으로 향했다. 웬일로 조리된 음식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지 않아, 장은 목청 높여 스텔라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스텔라는 침실 입구 앞에 쓰러져 숨을 쌕쌕 뱉어내고 있었다. 전신에 열이 올라 펄펄 끓고 있었다. 장은 스텔라의 한 팔을 제 어깨에 두르고, 침대 위로 옮기려 기를 썼다. 스텔라는 작은 목소리로 괜찮다며 신음했지만 장은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열 두시가 다 될 때까지도 스텔라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장도 잠을 청하러 침대에 누웠고, 다음 날 아침 마을의 의사 선생을 불렀다. 의사 선생은 스텔라를 이리저리 진찰해 보더니, 단순 감기는 아니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도심의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 종종 낚시를 함께 하던 정육점집 아들의 트럭을 빌렸다. ​   스텔라의 검사를 기다리며 장도 건강검진을 했는데, 도심에 나올 일도 드물 뿐더러 아주 늙은 노인들의 검진료는 매우 쌌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책이니 보험이니 하는 단어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아무

  • 녹두
  •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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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현

    원작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이 글은 또 새로운 주제로 읽힙니다. 다만 노인과 블루가 같은 인물인지 헷갈리네요. 글의 도입부에서부터 혼란이 야기되어 온전히 글의 이미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의도한 혼란이 아니라면 인물의 호칭을 통일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2021-01-12 01:56:45
    송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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