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장엔 회
- 작성자 윤교
- 작성일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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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장엔 회
김은 신선 횟집 앞에 그의 누나와 친구를 기다렸다. 신선 횟집이라 쓰여 있는 간판은 깜빡깜빡 빛이 났고 간판 안에 죽은 하루살이들도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잠시 후 누나와 친구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걸어왔다. 들어간 그곳은 신선 횟집이란 간판이 무색하게 냉동 삼겹살만 팔고 있었다. 드럼통 모양의 식탁 다섯 개가 다인 작은 가게였다. 손님을 김의 무리를 포함해 총 두 팀이었다. 다시 나가기도 멋쩍어 그들은 출입문에서 제일 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김의 친구는 냉동 삼겹살 5인분을 외쳤다. 그리곤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다 덧붙이며 흥얼거렸다. 식당은 조용했기에 수저 놓는 소리마저 또렷하게 들려왔다. 김의 누나가 인상을 팍 쓰며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리곤 김에게 뭐라 한마디 하라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김은 아무 말 없이 먼저 나온 소주를 들이켰다. 누나는 쌈장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말했다.
“여기 쌈장이 맛있었는데.”
회랑 같이 먹으면 환상의 조합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은 다르냐는 친구의 질문에 누나는 주방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며 덧붙였다. 잠시 후, 주인은 냉동 삼겹살이 담긴 네모난 그릇을 가져왔다. 횟집에서나 본 듯한 도자기 그릇 위에 쌓인 냉동 삼겹살은 뜨거운 불판 위에서 연기를 뿜어냈다. 힘없이 쪼그라드는 냉동 삼겹살을 앞뒤로 번갈아 구웠다. 익은 고기를 쌈장에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왜인지 비릿한 생선 맛이 났다. 김이 주방을 향해 곁눈질을 흘렸다. 주인은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전과는 다르게 혼자 모든 일을 담당하는 것 같았다. 일 년 전 이곳에 왔을 땐 주인은 중년 여성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시켰던 회는 비릿한 맛이 올라왔고 두툼히 썰려 꽤 오랫동안 씹기를 반복했다. 회보단 쌈장의 맛이 일품이었다. 회를 먹기보다 쌈장과 함께 회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김은 반쯤 회를 먹다 담배를 피우러 뒷문으로 나갔다. 주인과 중년 여성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금 청승맞게 보였던 그와 그녀의 옆 모습을, 그들이 담배 연기를 뿜을 때 날라 온 그을린 냄새를 김은 기억했다. 그래, 그랬었지. 김은 추억을 회상하며 뒷문을 열었다. 주인은 그 자리에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고깃집으로 바꾸셨나요.”
김은 아차 싶었다. 저도 모르게 하고 싶었던 말이 목구멍 바깥으로 내뱉어졌다. 주인은 잠시 김을 지그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회를 돋보여주게 하는 쌈장을 이젠 만들 수 없어서요.”
추억을 곱씹는 듯 은은히 미소를 머금었다. 주인은 담배는 피우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을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김은 담뱃갑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는 주인과 중년 여성을 떠올리며 고기를 한 점 먹었다. 아직 비릿한 맛이 나는 것이 간판을 바꾸지 않는 것이 생각나 김은 저릿하게 올라오는 콧등을 한 번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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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님 안녕하세요. 제목이 참 유쾌한 소설입니다. 저는 간장이나 초장을 더 선호하지만요. 도입부가 건조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분량이 짧은만큼 주인의 사정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쌈장에 대한 윤교님만의 사유를 주인의 사정과 엮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다음 소설도 기대하겠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