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쌈장엔 회

  • 작성자 윤교
  • 작성일 2021-05-12
  • 조회수 179

쌈장엔 회

 

김은 신선 횟집 앞에 그의 누나와 친구를 기다렸다. 신선 횟집이라 쓰여 있는 간판은 깜빡깜빡 빛이 났고 간판 안에 죽은 하루살이들도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잠시 후 누나와 친구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걸어왔다. 들어간 그곳은 신선 횟집이란 간판이 무색하게 냉동 삼겹살만 팔고 있었다. 드럼통 모양의 식탁 다섯 개가 다인 작은 가게였다. 손님을 김의 무리를 포함해 총 두 팀이었다. 다시 나가기도 멋쩍어 그들은 출입문에서 제일 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김의 친구는 냉동 삼겹살 5인분을 외쳤다. 그리곤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다 덧붙이며 흥얼거렸다. 식당은 조용했기에 수저 놓는 소리마저 또렷하게 들려왔다. 김의 누나가 인상을 팍 쓰며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리곤 김에게 뭐라 한마디 하라며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김은 아무 말 없이 먼저 나온 소주를 들이켰다. 누나는 쌈장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말했다.

“여기 쌈장이 맛있었는데.”

회랑 같이 먹으면 환상의 조합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은 다르냐는 친구의 질문에 누나는 주방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며 덧붙였다. 잠시 후, 주인은 냉동 삼겹살이 담긴 네모난 그릇을 가져왔다. 횟집에서나 본 듯한 도자기 그릇 위에 쌓인 냉동 삼겹살은 뜨거운 불판 위에서 연기를 뿜어냈다. 힘없이 쪼그라드는 냉동 삼겹살을 앞뒤로 번갈아 구웠다. 익은 고기를 쌈장에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왜인지 비릿한 생선 맛이 났다. 김이 주방을 향해 곁눈질을 흘렸다. 주인은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전과는 다르게 혼자 모든 일을 담당하는 것 같았다. 일 년 전 이곳에 왔을 땐 주인은 중년 여성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시켰던 회는 비릿한 맛이 올라왔고 두툼히 썰려 꽤 오랫동안 씹기를 반복했다. 회보단 쌈장의 맛이 일품이었다. 회를 먹기보다 쌈장과 함께 회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김은 반쯤 회를 먹다 담배를 피우러 뒷문으로 나갔다. 주인과 중년 여성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금 청승맞게 보였던 그와 그녀의 옆 모습을, 그들이 담배 연기를 뿜을 때 날라 온 그을린 냄새를 김은 기억했다. 그래, 그랬었지. 김은 추억을 회상하며 뒷문을 열었다. 주인은 그 자리에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고깃집으로 바꾸셨나요.”

김은 아차 싶었다. 저도 모르게 하고 싶었던 말이 목구멍 바깥으로 내뱉어졌다. 주인은 잠시 김을 지그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회를 돋보여주게 하는 쌈장을 이젠 만들 수 없어서요.”

추억을 곱씹는 듯 은은히 미소를 머금었다. 주인은 담배는 피우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을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김은 담뱃갑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는 주인과 중년 여성을 떠올리며 고기를 한 점 먹었다. 아직 비릿한 맛이 나는 것이 간판을 바꾸지 않는 것이 생각나 김은 저릿하게 올라오는 콧등을 한 번 문질렀다.

 

 

윤교
윤교

추천 콘텐츠

냉장고, 구비

  냉장고, 구비     울리는 알람을 끄고 난 구비는 냉장고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원한 냉기를 맞으며 그는 시계를 보았다. 예전 같으면 출근 시간까지 꽤 여유롭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지각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대로 한 시간은 냉장고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어야 하는데 회사가 멀어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삼십 분 채 있지 못하고 그는 출근했다. 한 달 전쯤이었다. 아침에 일어난 구비는 손으로 얼굴을 한 번 매만졌다. 아이스크림처럼 끈적한 무언가가 그의 손에 묻었다. 그것은 상한 음식처럼 퀴퀴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러왔다. 구비는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썼다. 화장실에서 재빨리 손을 씻고 거울을 보자 구비는 얼굴을 싸쥐었다. 최대한 압력을 가해 얼굴이 흘러내리지 않게 막아냈다. 때마침 그의 룸메이트인 고애가 화장실로 왔다. 고애는 코를 막으며 눈이 동그래진 상태로 구비를 냉장고 앞으로 데려갔다. 잠시 냉장고에 머리를 집어넣었던 구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누구나 겪는 증상이잖아요.” 고애의 말에 구비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구비를 따라 웃자 파인 눈은 더 깊게 들어가 버렸다. 그 덕에 그녀의 눈은 한층 더 답답해 보였고 구비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안면 근육을 양옆으로 힘껏 당겼다. 고애의 말처럼 누구나 겪는 증상이었다. 원인은 제각각이었기에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열 명 중 아홉 명은 얼굴이 흘러내리는 증상을 겪었다. 구비는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고애의 이야기를 들으며 구비는 살집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비는 살며시 시계를 확인했다. 일곱 시 십오 분. 그가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천천히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본 고애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손뼉을 한 번 치며 말했다. “아무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 ‘곧’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구비는 그럴 것이라 맞장구쳤다. 결국 휴가를 낸 그는 하루 세 번 8시간 간격으로 냉장고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는 동안 그가 느낀 것은 냉장고 안은 김치 쉰내가 나 시큼하게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곧 익숙해졌지만, 그가 원하는 다른 ‘곧’은 찾아오지 않았다. 휴가가 끝나고 출근을 했지만, 여전히 구비의 얼굴은 나아질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구비를 짙은 향수를 여러 번 뿌렸다. 썩은 내가 나지 않도록, 직장 내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말이다. 삼십 분 밖에 냉장고에 얼굴을 들이민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곧 밖으로 나갔다. 더운 열기가 얼굴을 훅 들이밀어 구비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직 괜찮아. 구비는 속으로 생각하며 가슴을 두 번 가볍게 쳤다.   구비가 탄 지하철은 분명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하철만의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암내가 구비의 숨을 텁텁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인사하는 대상은 앞 사람이 될 때도 있었고, 옆

  • 윤교
  • 2021-04-12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송지현

    윤교님 안녕하세요. 제목이 참 유쾌한 소설입니다. 저는 간장이나 초장을 더 선호하지만요. 도입부가 건조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분량이 짧은만큼 주인의 사정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쌈장에 대한 윤교님만의 사유를 주인의 사정과 엮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다음 소설도 기대하겠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06-16 07:30:00
    송지현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