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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물 (海, 水)

  • 작성자 난바다
  • 작성일 2023-09-13
  • 조회수 769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개인 사정으로 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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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연극배우 일을 그만 두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안 되어서. 지극히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인 이유. 하지만 내가 만약 이성적이고 현실만 계산하는 사람이었더라면 애초에 연극배우 일을 하기로 마음먹지 않았을 것이므로. 그니까, 어쩔 수 없다는 소리다. 내가 몇 십 년간 내 삶을 바쳤던 극단이 망한 것도, 이제 내게 남은 것은 투잡으로 뛰던 편의점 알바와 십 만원이라는 종이 쪼가리라는 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결정된 사항들이었다. 그 사항들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있었다면 차라리 내게 말해주길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만큼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뭐, 내가 이렇게 말해봤자 사람들은 이것 역시 세상의 이치이며 핑계라고 말하겠지만 그냥. 말이라도 하는 건 가능하니까 해보는 거였다.“크.”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어가는 소주의 맛은 썼다.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후부터는 술 같은 건 마시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술을 마시진 않고서야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몇 년 만에 마시는 거였다. 늘 컵라면으로 버티던 내 몸뚱이는 오랜만에 맛보는 소주가 어색한 모양인지. 파르르 떨어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라면 돼지 껍데기로 끝났을 내 안주 역시 이번만큼은 곱창! 일인분에 삼 만원. 소주 하나에 사천 원. 평소 같았으면 덜덜 떨며 애써 외면할 것들. 그러나 오늘만큼은 호쾌하게 질러보았다. 나와 같이 곱창을 이것저것 주워 먹고 있던 김씨 아저씨는 그런 나를 보며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글쎄. 김씨 아저씨야말로 소주를 연달아 마시고 있었으므로 오히려 아저씨가 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아, 처음 본 사이인 사람에게 곱창을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로 깡다구를 지닌 사람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걸까. 잘 모르겠네. 의식이 흐릿해지니 김씨 아저씨와 어떻게 곱창을 먹게 되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저 김씨 아저씨가 자신을 ‘김씨 아저씨’라 부르라고 한 것만 어렴풋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성이 김씨냐는 내 물음에, 제 성은 김씨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로 많은 성이 김씨이니 그렇게 불러달라고 말하던, 괴짜 아저씨. 평소 같았으면 동석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거지만 오늘이 날이라 그런 건지. 그냥 누군가와 술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그 거지꼴을 보고도 흔쾌히 좋다고 말한 거일지도 모른다.우리는 한참을 곱창을 주워 먹다 진로 한 병과 참이슬 한 병, 그리고 곱창 일인분을 추가로 시켰다. 평소 술은 두병까지 최대인 내가 이렇게나 많이 마시다니. 곱창을 한 번에 세 개는 밀어 넣던 김씨 아저씨는 소주만 연신 마시던 나를 슬그머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어디서 뭐하다 왔나?”“그냥 배우 일하다 왔습니다.”그래 라고 말하고는 김씨 아저씨는 말없이 소주를 입에다 털었다. 그 모습을 본 나도 아저씨를 따라 소주를 입에다 털어냈다. 소주는 썼다. 크. 김씨 아저씨와 내 입에서도 동시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다른 테이블과 달리 유난히 고요하게 곱창만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김씨 아

  • 난바다
  • 2024-07-24
무명

개인사정으로 글 내립니다

  • 난바다
  • 2024-06-24
물거품

비가 오면 망할 반지하 방에는 물이 스며들어왔다. 비는 멈춘 지 오래이건만. 이미 반지하 방으로 들어오는 물줄기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물을 푸는 와중에도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물줄기를 보며 숨이 턱 끝까지 막혔다. 역시 이 놈의 가난은 내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내 턱을 타고 흐르는 물이 새어 들어오는 물줄기인지, 아니면 내가 흐르는 눈물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이 망할 가난은 물줄기와도 같아서 퍼내고 퍼내어도 끝이 없이 쏟아지고. 결국엔 이 방을 무슨 어항처럼 만들고는 우리를 다 익사시키지는 않을까, 하고. 창문 바로 밑에 주전자를 두고 다시 테이프를 덧붙이며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은 동생이 풀어야 한다고 떼를 썼던 문제집과 내 소설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맨 위 선반에 두었다는 점일 것이다. 불행은 동생의 교복이 쫄딱 젖었다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그러면 불행이 너무 큰가? 알 수 없다. 하필이면 오늘이 또 일요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아마 아빠가 지어주신 민주라는 이름은 총명할 민慜에 모일 주輳가 아닌 망할 민泯에 살 주住겠지. 내 인생이 이렇게 망한 것을 보면 말이다. 아, 아니지. 주는 살 주住가 아닌 젖을 주澍인가? 물에 빠진 쥐새끼마냥 쫄딱 젖은 내 꼬락서니를 보면 말이야. 사실 잘 모르겠다. 뭐, 어느 쪽이 되었든 내 인생이 시궁창 인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으니 별로 상관할 필요도 없긴 했다. 어떨 때는 시궁창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제 처지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으나 그것도 옛말. 지금은 시궁창 인생에라도 머무르려고 몸부림치는 중이다.물론 어렸을 때부터 운이 더럽게 없는 놈이라는 소리는 자주 듣고는 했었다. 태어나 보니 집은 반지하에 어머니라는 사람은 빚을 잔뜩 진 채로 내 나이 열하나에 소리 소문 없이 도망쳤다는 사실은 어지간히 운이 더럽게 없지 않고서야 일어나긴 힘든 일이었다. 아버지가 그나마 민환이와 나를 챙겨주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셨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 세상을 뜨셨다. 사인은 영양실조. 현대 사회에서 웬 영양실조가 사인인 경우도 있냐고 하지만 그 경우가 우리 가족이었다. 30대 청년이 아사로 사망했다는 뉴스에 요즘 누가 영양실조나 아사로 죽냐는 댓글을 바라보며 그래, 그 경우 여기 있더라, 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지막 인사할 때는 웃으면서 인사하고 싶다던, 삐쩍 말라붙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손으로나마 인사하고 싶었지만 또 그러지 못했다. 엉엉, 또 울면서 아빠, 아빠 가지 마요, 라고 떼를 썼다. 내 나이 열아홉, 민환이 나이 아홉. 영장사진을 겨우 드는 민환이의 손을 꾹 붙잡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네 손에는 물 안 묻히게 해 줄게. 누나가 민환이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라고. 엉엉 우는 민환이의 귓가에 손을 대고 다짐과 같은 말을 뱉었다. 그 다짐, 아직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교복을 말리러 밖에 나선 이 순간에도 민환이

  • 난바다
  •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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