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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 작성자 난바다
  • 작성일 2024-01-31
  • 조회수 426

글틴을 알게 된지 6개월글틴에서 글을 쓰게 된 지는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열여덟어떻게 보면 입시에 집중해야 할 나이에 글틴을 알게 된 것은 꽤나 늦은 나이였다. (매일같이 내가 하루라도 빨리 글틴을 알았더라면이라는 말로 후회하고 있다.) 사실 그 때의 나는 공모전을 알아보고 있었고 글틴에 글을 꾸준히 올리는 것은 꽤나 힘들다는 것을 알았음에도왜인지 모르게 그 때의 나는 글틴이라는 사이트에 당당히 내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아마 내가 처음에 글을 쓰게 된 것도 문학이 아닌 웹소설이었기에 더욱 그랬던 거일지도 모르겠다웹소설 역시 훌륭한 글의 장르라 생각하지만 순수문학에 빠진 이후로 그와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었으니까그 날로 당장 글틴에 가입을 하고 난바다라는 어떻게 보면 유치한 필명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그니까 순전히 나의 호기심과 모험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글을 쓰는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이고 열여덟이라는 나이에 입시 스트레스와 글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겹치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걱정도 있었다그러나 나는 지난 5개월 동안 글틴을 통해 글을 쓰며 글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정의내리기 위해 노력했다그러다 보니 그 5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나라는 사람은 참 많이도 바뀌었다모태 게으름이었던 내가 글을 꾸준히 쓰기 시작하고전에 쓰고 싶다고만 막연히 생각하던 소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늘 생각만 해오던 일들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내가 지금껏 써오던 글은 소설과 시뿐이었는데글틴에 오고 나서부터는 감상과 비평과 수필에도 맛이 들려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것만 같아 흡족하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역시 수필이다.)

 

예를 들어 감상과 비평이라는 부문은 나라는 사람이 쓰기엔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다사실 나는 어휘력도 좋지 못하고 배움도 짧은 사람이라아직까지도 글을 쓸 때에 어떻게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전에 멘토님께 지적을 받았던 것처럼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거나또는 굳이 높은 표현을 써서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것처럼내 글에는 나 역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흠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그 지적을 받았을 때처음엔 정말 그런가 당혹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었고 다시 살펴보면 정말로 그 부분이 이상하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여 놀랄 때가 많았다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감상과 비평 부문에 글을 쓰면 오히려 책의 본질을 내가 흐리게 만들 것만 같아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감상과 비평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만큼이나 책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글을 읽는 것이 좋았고그 글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으며 나 역시 글틴에서 올라온 감상과 비평 글을 보며 많은 감명을 받기도 했으니필연이라고 생각했다아마이 야심한 밤에 내가 잠 대신 글을 쓰기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글을 사랑하는지 대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글틴에 오고 나서 힘들었던 기간도 있었다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어서 원래는 장원 후보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장원이 되기를 바라고그러다 보니 글을 쫓기면서 썼다예로 지난달에만 소설 부문에 글을 엄청 올린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9월부터 12월까지계속해서 소설 부문에선 월 장원 후보에만 들었다언니는 4개월 연속이나 후보에 들다니 대단한 걸!, 이라는 말로 나를 추켜세웠지만 심사평을 보며 나는 나의 글을 다시 되돌아보기 바빴다이번엔 무엇을 잘못한 걸까내가 또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던 걸까라며 나의 글들의 부족함을 찾기 급급했다.

 

되돌아보면 12월의 나는 글쓰기에 있어 방황의 끝을 찍었던 것 같다글을 쓰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삭제를 시킨다거나 혹은 인물을 내 입맛대로 바꾼다거나글을 즐기지 못했다어느 순간부터 내가 쓴 글은 예쁘게 포장만 하고 속은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글이 되어 버렸다문득 그것을 깨달은 그 순간에 내게 조언을 했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전에는 즐거움만 가득하고너만의 따뜻함이 있었던 너의 글에 지금은 즐거움은 사라져 보인다는그 말내게 뼈를 때리는 것만 같았다친구에게 있어서는 네가 내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냐며 화를 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친구의 말은 내 지금 상황과 딱 떨어 맞았다속상했지만 맞는 말이었고 친구에게 화를 낸다는 그 모습마저 내가 글을 즐기며 쓰지 못한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지난달은 내게 있어 많이 힘든 추억으로 남아있다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 있어서는 글 금지령을 받았으며 가고자 했던 캠프 역시 엄마에게 며칠간 졸라보았지만 내게 되돌아온 안 돼라는 두 글자에 괜스레 예민해져 내 글을 좋아해주고 응원해 주는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속상했다글을 아직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는지라 이번이 아니면 글을 배우지 못할 텐데하고매일 밤 힘들어 했다글틴에 오고 나서는 내 글을 응원해 주는 글티너분들도 많이 만난 터라 그 분들과 만나고픈 욕심도 있었다특히 내가 글틴에서 재밌게 보았던 글을 쓰신 분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글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이들과 글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이번 기회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엄마에게 말했을 때에는 대학 공부를 해야지최저는 맞출 수 있겠니?, 와 같은 말이 내게 되돌아 왔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엄마는 아직 내가 철이 없다며 웃으셨지만 나는 여전히 그 때 더 밀어붙일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고로 나의 캠프는 이번 수능이 끝나고 난 후에 가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올해 열아홉을 맞이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엄마의 말처럼 올해에는 정말 글은 쓰지 말고 공부를 해야 하나싶기도 하고 아니면 몰래 몰래 글을 쓸까싶기도 하다하지만 12월의 나를 거치고 난 후로 내가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은 것이 있노라 한다면 나는 역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내가 글에 대해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그저 이 글이 나를 숨 쉬게 만들고 내 인생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이 중요했다우울함을 해소시키고자 시작했던 이 글은 어느 새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되고 말았다어딜 가든 글이 생각났다좋은 카페에 가면 여기서 글을 써도 낭만적이겠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바닷가에 놀러가도 친구들이랑 잠시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를 해도이 모든 나의 일상적인 일들을 글로 기록하면 나에게 큰 추억으로 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인 나의 할머니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네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과 너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그 말은 맞았다할머니의 말대로 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솔직해 져야 한다는 점과 세상과 더욱 가까이 지내며 무엇보다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설이나 수필이나하다못해 비평에서도모든 글에는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어야 하고 충고가 들어있어야 한다고 전에는 그리 생각했었다하지만 글이 그리 무겁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모순적이게도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죽음이 잔뜩 묻어져 나왔던 내 글에는 이제 삶의 흔적들이 가득했다그저 빵집에서 갓 나온 빵을 먹고 행복했던 일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모의고사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고전 소설을 읽었던 일 등등사소한 일이 나를 일으키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내 글에는 죽음의 향이 어느 새 사라지게 되었다.

 

일상적인 일들이 어떤 사람들은 시시하게 느껴질지도아니면 오늘도 반복되는 일이라며 무심코 넘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아니 앞으로의 나에게는 모든 것들이 소중한 것들이었다전에 내가 그저 넘겼던 일들도 글에선 아름다울 수 있고 또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어머니에게 보낸 아버지의 러브레터 속글자가 아무리 형편없어도 문장구조가 이상하게 느껴져도 참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무래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글에는 글쓴이의 감정이 잘 담겨 있으면 됐다가독성이 좋지 못해도 아무리 글이 안 예뻐도 상관없다글에 행복과 사랑과 그리고 희망만 있다면아무리 작은 꼬마가 쓴 글이라 할지라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면그니까 글을 쓴 사람이 글을 쓰면서 행복했더라면그 글은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글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글을 쓰는 사람에게예술가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모든 이들에게그니까 이 글틴에서 나의 이 형편없는 글을 끝까지 본 모두에게.

 

앞으로의 당신의 나날들도 찬란할 것이며 나는 그 나날들을 늘 기대하고 있노라고짧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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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매미 소리가 내 귀를 괴롭히고, 꽃 향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을 때. 나는 나와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작년에 많이 만나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다소 많이 만나지 못한 친구였다. (그 당시에는.) 우리는 카페에 앉아 자연스럽게 음료를 하나 시켰고 그 친구가 음료를 주문하러 간 사이에 나는 창가를 바라보았다. 아마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때의 계절은 딱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의 경계선. 그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 개월이나 된 이야기라 어찌 보면 시시해 보일 것이고 너무 늦은 글이라 느껴질 수도 있을까 봐 이 글을 쓰면서도 사실 걱정이 많다. 이제 와서 이 글을 쓰는 이유가 궁금할 수도 있고 말이다. 굳이 이 글을 쓰게 된 까닭을 말하자면 단순히 변덕 때문이 아니라 이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다름 아닌 내 친구이니까. 나는 이 글에서 철저한 관찰자 시점에 놓인 사람이다. 그리고 이 글은 많이 아프고 또 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내 친구와 나의 많이 아픈 상처들. 아물었다고 하기 보단 우리끼리 그냥 덮어두고 모른 척 해 두었던 그 많은 자잘한 스크래치들. 나는 이 글을 통해 나의 상처들을 말하려고 한다. 일단 그 친구와의 만남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고 하면 사실 그 전부터 이상한 점들이 많이 있었다. 일 월 달부터 그 친구가 나의 무수히 많은 연락들을 무시했던 것과 갑작스레 학교가 끝난 뒤에 연락한 것. 그리고 우리가 중학교 졸업 후에 왔었던 작은 카페에 온 거까지. 단순히 넘길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난 그럴 수 없었다. 만난 친구가 그 찝찝한 날씨에도 긴 팔을 입어서인지. 아니면 그 긴팔 사이로 흰색 붕대가 보여서인지. 알 수 없다. 나는 최대한 웃는 낯짝을 유지하며 창가 자리에 앉아 친구에게 물었다. 잘 지냈어? 그러자 친구는 웃으며 답했다. 아니. 곧이어 우리가 주문한 음료가 도착하고 나는 차가운 에이드를 한 입 마셨다. 너의 음료는 이 계절과는 맞지 않는 따뜻한 핫초코였다. 김이 나는 핫초코를 너는 홀짝 들이키고는 담담히 말했다. “나, 죽으려고 했었어.” 일상생활을 얘기하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너의 자태에 나는 무심코 그 말을 넘길 뻔했다. 얼음이 얼음과 부딪히는 소리가 그리도 큰 줄은 그 때, 처음 알았다. 와그작, 와그작. 입 안에 들어온 얼음이 너무 차가워 나도 모르게 얼음을 씹고 말았다. 이가 차가웠다. 그리고 아팠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더 차가웠던 것은 너의 표정, 말투였다. 그리 슬픈 말을 하면서도 너는 무덤덤해 보였다. 너는 평소와 다름없었고 한 가지 딱 한 가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하자면 너의 긴 팔 안에 감춰진 그 상처들일 것이다. 네가 이어 말하기를, 죽으려고 했는데 죽지 못하였고. 죽고 싶었는데 죽기 싫었다고. 네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순 덩어리이건만. 나는 그 말에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너의 얼굴만을 쳐다보았다. 울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너는

  • 난바다
  • 2023-12-27
바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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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바다
  • 2023-12-02
밤하늘에선 위성도 빛이 나겠지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본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세상을 가진 작가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비록 이과들로 점령된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 추상적인 부분이 많이 있는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나의 가족들은 계산적인 면들이 다소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들을 즐기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돌연변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어째서 너 하나만 이렇게 눈에 띄는 것이냐며 놀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이런 나만의 특별함을 소설보다도 더 좋아한다. 일단 내가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 전에 같이 지내던 친구로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이 이어지게 된 것은 소설만이 가진 매력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매력에 사로잡힌 나는 중학교에서도 소문난 소설 광으로 유명했다. 그 당시, 지금보다도 나는 더 소설에 열광적이었고 그 결과, 나는 선생님께 찾아가 당당하게 소설 동아리를 만들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주장은 단칼에 거절당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누구고 부원들은 누구고 우리는 무슨 활동을 할 것인지 말도 하지 않고 무작정 ‘소설 동아리를 만들어 주세요!’ 라고 주장하다니. (심지어 나는 그 때 이미 생물부에 가입한 상태였다.) 아마 선생님 눈에는 작은 생쥐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치즈를 달라고 외치는 꼴이 아니었을까. 이런 발칙한 행동 탓에 같은 교무실을 쓰시던 독서 선생님께 나는 눈도장이 당당히 찍혔다. 독서 선생님의 일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한 뒤, 그 책을 독서 감상문으로 쓰도록 하는 업무였다. 물론, 초등학교 졸업에 불과한 아이들이 독서 감상문을 진심으로 쓰는 일은 많진 않았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뭐가 재밌었고 뭐가 슬펐고 뭐가 무서웠습니다, 라고 쓴다거나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독서 감상문을 그대로 베끼거나. 책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아이들 가운데에서 유독 열심히 쓰던 내 독서 감상문과 학교에서 가장 무섭기로 유명한 선생님 앞에서 당돌하게 고개를 치켜 든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으신 모양인지 그 날, 독서 선생님께서는 따로 수학 시간에 나를 부르셨다. 애들의 부러움 섞인 눈빛을 받으며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독서 선생님을 따라갔다. 독서 선생님이 내게 쥐어주신 것은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였다. 선생님께서 그 후, 뱉으신 말씀은 딱 한 마디였다. ‘다음 시간까지 이 책으로 독서 감상문 써서 가지고 와볼래?’ 나는 짧게 ‘네’라고 대답했다. 중간 중간 독서 감상문을 쓰면서 사서 선생님께 조언도 듣고 틈틈이 책을 읽었다. 「아몬드」를 이미 읽었지만 사서 선생님께서 감상문을 쓰면서 한 번 더 보는 것은 어떠냐는 말씀을 따라 난 처음으로 같은 책을 두 번 읽었다. 분명 첫 번째 읽었을 때에 울지 않았건만. 나는 두 번째 읽었을 당시, 엉엉 소리 내어 울면서 보았다. 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워낙 요란하여 엄마가 놀라 나를 달래 주기도 했다. 그러다 왜 우냐

  • 난바다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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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너무 따뜻하고 좋은 글에 대하여 쓰면서 좋은 글을 쓰시는? 글이네요 ㅎㅎ물론 해외입시생이지만, 비슷한 상황에 공감이 되는 포인트가 한두개가 아니었어요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데 당연히 계속 쓰셔야지요! 딜레마같은 상황들을 잘 돌파하시길 응원합니다!

    • 2024-02-20 21:48:09
    위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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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글 잘 읽었어요.~^^ 1월 들어온 이후 난바다님의 소설이 글틴에 1편만 올라와서 걱정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저도 비평 게시판에서 한번 장원한 이후 더 잘 쓰고 싶어 글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해서 글을 써도 좋은 글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멘토님의 조언에 따라 공부했던 글에 대하여 비평을 썼어요. 또한 시도 똑같은 이유로 몇몇 시의 비유,상징이 잔인해져 모모코님의 조언을 받아 시 쓰기 전 노트를 쓰고 있어요. 글을 읽다보니 이것이 생각이나네요.^^ 그리고 수능 끝나고 다음 캠프에 참여하겠다 다짐을 하셨는데 저도 이번에는 한번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 2024-02-01 08:00:41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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