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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포춘

  • 작성자 카임
  • 작성일 2024-03-16
  • 조회수 491

스물의 3월이다어렴풋하던 성인의 경계가 조금 더 선명해지기 시작한다글틴에 더는 글을 올릴 수 없어지는 날도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카임이라는 닉네임과도 작별이다글틴 헌정의 수필을 쓰고 싶어졌던 건 그래서이다글틴에 존재하는 나의 모든 행운들에게.

 

나는 나의 닉네임을 아주 많이 불러보았다대개 이름이란 상대가 자신을 호명하기 쉽도록 붙여진 것으로정작 그 이름을 지닌 본인은 그것을 불러볼 일이 적다는 게 특징이지만카임이란 닉네임의 유래는 처음 글틴에 가입하던 당시읽고 있던 웹소설에서 시작된다그 웹소설의 주인공은 오래오래 (작품 내에서미움을 받았던 아이돌 캐릭터였고 카임은 그의 활동명이었다한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도 사주팔자를 모두 고려하는 마당에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를 나의 이름으로 내세운 까닭은 단순했다카임이 작품 속에서 받지 못했던 모든 사랑을 내가 대신 받아주겠어!

그를 생각하며 썼던 시는 아직도 글틴의 데이터 속에 남아있다제목은 <동경>.

 

언제부터인지 저는 소설 속 인물을 동경하였습니다.

무엇에 끌렸던 걸까요.

비현실적인 풍경비현실적인 사건비현실적인 캐릭터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영영 죽어버렸지요.

그러나 그 인물이 독자의 마음속에 영영 살아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죽어도 죽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아마도 저는 이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소설 속 인물을 동경했던 것 같습니다.

죽지 않았음에도 모든 이들에게 잊히는 내가

죽었음에도 모두의 마음속에 품어진 그들을 동경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요.

 

아아차라리 내가 사는 이곳이 소설 속 어느 한 페이지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마음속에 홀로 남아 내 이름 석 자 새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아직 카임이란 이름으로 그 어떤 것도 쟁취하지 못했던 때마지막으로 치달은 소설의 끝에서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명백히 새겼다그것이 부러웠다본래 의도와는 달리 내가 그의 이름 버프를 받으며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인지 아직도 나는 카임이라는 이름이 나의 것이라 느껴지지 않는다여전히 (진짜)카임을 동경하고 부러워하며 실은 카임이 아닌 내 이름 석 자로 활동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하지만 (가짜)카임으로서의 그 모든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행복했고 후련하다이제 카임으로서 모든 숙명을 다 해낸 것 같다.

 

글틴을 떠나기 전 그간의 기록들을 살폈다잊었던 작품은 없다그 어떤 것도 지금의 나를 구성하지 않는 글이 없다처음 올렸던 소설은 <여름의 초상>이다열여섯의 내가 쓴 열여덟 소년의 이야기당시에는 일상의 로맨스를 담았던 소설인데 다시 읽으니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어 어쩐지 판타지 소설로 읽힌다하지만 자주 가출의 충동을 느끼는 주인공 의현의 모습은 여전히 반영이 잘 되어 있는 듯하다나는 열여덟은 무슨스무 살이 되고도 종종 가출을 했고부모님 속이 다 썩어갈 때쯤 집에 돌아오는 게 취미였다.

반면 <종의 기원>은 주인공의 처지가 나의 처지와 아주 비슷할 때 써낸 글이다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두렵기만 했을 때그간 판타지적으로 써냈던 고등학생의 일상에 대한 엄청난 반성과 성찰로 글을 줄줄 써 내려갔다글에 나오는 야자의 풍경이나 선생님의 모습은 리얼리티를 추구해 나의 현실에서 그대로 가져왔는데 사실 난 여전히 미술 입시나 옥상의 풍경을 모르고매점을 들락거리는 사람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재연아.

…….

너는 꼭 성공할 거야분명 서울대 갈 거야너는 공부를 잘하니까.

…….

그러니까너를 나쁘게 말하지 마내가 좋아하는 너를.

 

나는 고등학교 3년을 재연처럼 다녔다그 애처럼 공부를 잘했다는 뜻은 아니고 잘하지 못하면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숨이 막힐 때까지 몰아세우며 살았다근데 말했듯 공부를 그렇게까지 잘한 건 아니라서…… 잘하지 못하면 죽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잘하지 못해서 죽어버릴 뻔한 적이 종종 있긴 하다.

그렇지만 재연은 분명 서울대에 갔을 것이다글을 쓸 때 내가 생각한 재연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아주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그가 원한다면 분명 그곳까지 도달했을 것이다왜냐하면 그 애는 꼭 성공할 거니까.

 

초반에 쓴 글들에는 유독 우울감이 묻어나는 글이 많다창작의 원동력이 우울일 때라 그렇다. <물고기가 되고 싶어>를 쓸 땐 정말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

 

()누군가가 동경하던 삶은 어째서 더럽혀졌는가익숙하게 쥔 칼은 오늘도 손목에 몇 개의 아가미를 남기고 사라진다어쩔 수 없는 아가미의 무한굴레였다.

 

하지만 당시에 썼던 <아가미>라는 시를 읽어보면사실 나는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기보단 아가미를 갖고 싶었던 것 같다유독 상처가 자주 나던 시절이었고 차라리 이 상처들이 전부 아가미로 변모하여 내 숨통을 틔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숨통이 꽉 틀어막힌 상태에서는 불행한 것들을 주로 쓰고 싶어졌다불행은 나누면 반이 되고 그러면 조금은 숨을 쉴 수 있게 된다물론 읽는 사람이 덩달아 불행의 절반을 가져가게 되는 것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와 위로를 나누기 위해 쓴 글도 있었다. <너는 록을 듣지 않아>가 그렇다그때 나는 지독한 공부 슬럼프에 빠져있는 평범한 입시생이었고소설 속 주인공인 나오는 지독한 록 슬럼프에 빠진 록스타였다구구절절 힘들었던 나의 슬럼프 이야기는 수필 <번아웃 신드롬즈의 노래를 좋아하다 번아웃이 온 사건>에 설명되어 있다슬럼프가 얼마나 힘들었고 그걸 버텨내기까지 몇 번이나 죽음을 생각했는가그런 사사로운 것들에 대해선 수필로 정리했다. <너는 록을 듣지 않아>에는 그 슬럼프 상황에서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 무엇인지를 정리했을 뿐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내몰린 곳에도 낙원은 없어어차피 돌아오게 될 테지만 그래도 일단 도망치고 보란 말이야너무 괴로우면.()

도망칠 곳 필요하면 나라도 써먹어그러라고 너 밴드에 넣은 거야.”

 

도망쳐도 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나에게는 공부가나오에게는 음악이 그러했다대학을 목표로 하는 내가 공부에서 도망쳐선 안 되었고전공 드럼 취미 드럼 특기 드럼 정체성 록스타인 나오가 음악으로부터 도망쳐선 안 되었다그걸 나도 나오도 모르지 않는데그래도 도망치란 말을 듣고 싶었다그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나는 알았고 그래서 나오에게 건넸다여름의 입을 빌려서 말이다그 목소리가 위로가 필요했던 다른 독자에게도 전달되었길 바란다.

 

<무의 세계>를 쓴 건 열여덟의 야자시간 때이다나는 야자를 신청해 텅텅 빈 교실에서 혼자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그때 나는 나의 책상을 셰익스피어 책상이라고 불렀다지금은 셰익스피어 책상을 졸업하고 혼자 자취방에 앉아 탁상을 펴고 쪼그려 글을 쓰느라 아주 많이 퇴화해버렸다일부러 어른이 되어서도 학교 책상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요즘이다.

 

3월 18일이었다그렇다는 소문이 돌았다날짜 같은 건 잊은 지 오래였는데누군가 오늘이 삼월 십팔 일그러니까 시팔 일씨발이라는 말을 했고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고갤 끄덕이며 그렇구나오늘이 18일이구나했다.

 

이때 나는 18로 이루어지는 언어유희를 무척 좋아했다시팔 살에 쓰는 시팔에 대한 이야기라니내 인생에 시팔이 너무 많다시팔하는 시팔 중독 글을 몇 번이고 써낼 지경이었으니까그런 언어 변형에서 오는 유머를 지금도 좋아하는 편이다. 18에 대한 것은 이때 많이 써먹어 너덜너덜해지는 바람에 현재 수선하고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날짜가 3월 18일인 이유는 내 생일이 3월 17일이라서인데그래서 원래 이 글의 첫 문장은 ‘3월 17일이었다.’라고 시작한다하지만 17로는 이루어낼 수 있는 언어유희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하루 연장했다이 글의 연도는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서 매년 내 생일 다음 날을 주시하고 주의해야만 한다언제 좀비 아포칼립스가 발발할지 모르니까그 무더위가 3월일 리는 죽어도 없지만.

 

<청춘>은 무의 세계와 함께 쓴 글이다학교 야자 책상은 정말 셰익스피어 책상이 맞다한동안 야자시간이 아니고서는 글을 쓸 수가 없어 곤란했던 적이 있을 정도다.

사실 청춘이라는 제목을 단 청춘주의적인 글을 쓴 사람치고는 청춘이란 단어에 회의적인 편이다따지자면 청춘반대론자에 가깝기도 하고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다면 왜 <청춘>을 써낸 거냐!”하고 항의를 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제가 말하는 청춘이 정말 靑春일까요?

 

나는 너를 청이라고 불렀다맑을 청푸를 청아무거나 해라말하니 너는 뒷간 청이라는 한자를 어디서 알아와 가지곤 그걸 제 이름 삼았다.()너는 나를 춘이라고 부른다형은 저기 저 들꽃처럼 살아라따뜻한 사람이니까그렇게 말하며 넌 나를 봄 춘 자로 불렀지만 나는 도무지 그 이름을 받을 수 없다나는 네가 지어준 봄 춘 자를 버리고 어리석을 춘芚 자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은 圊芚에 가깝다.

 

최근에 문득 열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가던 청이의 모습이 떠올랐다이 수필은 그 이미지로 시작된 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청이는 술을 마시면 행복해지는 사람이라고 했다그 말이 이상하게 밟혔다처음 글을 쓸 땐 크게 생각지 않았던 설정인데도 그랬다아마 경험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청이와 같은 나이가 된 나는 이제야 술을 마시면 행복해진다던 청이를 이해할 수 있다.

 

아저씨들이 저녁 먹을 때마다 옆에 소주병 끼고 마시는데내 앞에 앉은 대장 아저씬 그거 마시면서 죽을 듯이 울고 내 옆 앉은 동이 아저씨는 미친 듯이 웃는 거야같은 장소에 있는데씨발누구는 끝도 없이 우울해지고 누군 하늘을 날 듯이 행복해지는 거야고작 그 초록색 술병 하나에 사람이 불행했다 행복했다 절망했다 희망했다 죽을 것처럼 하다 살고 싶은 것처럼 굴고막 그러는 거야.

()

그런데 나는 그걸 마시면 어떤 모습일지 모르잖아그게 두려웠어나도 동이 아저씨처럼 엄청 행복해지면 어떡하지아님 대장 아저씨처럼 엄청 슬퍼지거나.

 

그리고 이건 정말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나도 청이와 동이 아저씨 루트를 밟는 사람이었다엄청 행복해지는 건 기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게 첫 월장원의 기쁨을 안겼던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부서 내 연애 금지>를 쓸 때 나는 방송부였다방송부의 분위기를 거의 베껴와 밴드부의 이미지를 구상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밴드부의 형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아무도 나를 밴드에 끼워주지 않아서다그래서 내겐 여전히 소설 속 밴드부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텅텅 빈 합주실을 둘러보고 있자니 박재현은 조금 억울했다. (그래서 이렇게 됐다고작 4명인 밴드부에서 2명 탈퇴하는 바람에기타 빠지고 베이스 빠져서 이 꼴 났다박재현은 이마를 짚었다부서 내 연애 금지박신우와 강민규의 동시 탈퇴 사건 다음 날 빨간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써둔 경고문이 박재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내가 박재현이 될 줄은 몰랐다고등학교에 올라가 부장을 맡았던 동아리에선 부원 10명 중 5명 동시 탈퇴 사건이 발생했고 그때 눈물을 질질 짜면서 부서 내 탈퇴 금지 선언을 했었다남은 우리 다섯 명은 아주 똘똘 뭉쳐서 누구 하나 나가는 일 없게 하는 거다하고 외쳤는데 사실 그렇게 똘똘 뭉쳐지진 않았고 졸업할 무렵엔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와해하였다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강민규가 되어 제일 먼저 탈퇴할 걸 그랬다.

첫 월장원의 맛은 달콤했고 부서 내 동시 탈퇴 사건의 맛은 씁쓸했다최고의 밸런스를 가진 작품이다.

 

이제 정말 작별이다그간 글틴에서 받았던 사랑은 고이 접어 내 안의 (가짜)카임에게 전달할 것이다그리고 이제부턴 누구의 사랑도 대신 받아줄 수 없다사주팔자에 따라 정해진 크게 빛날 운명인 나로서2부의 막을 연다이제부터는 내 이름 석 자로 앞을 향해 나아갈 차례.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마지막 글을 남긴다2024년 3월 16일에.


Dear my fortunes.

카임
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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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즈

    안녕하세요 카임님 :) 부서내 연애금지를 비롯한 카임님의 소설들을 좋아하던 독자입니다. 21년도쯤 크레이지 엑스 읽고 와 어케 이런글을 쓰지 하고 놀라서 주변사람들한테 이것 좀 읽어보라고 얘기하던게 엊그제같은데, (세상에 21년도라니!) 벌써 3년전이라는게 참 기분이 묘하네요ㅎㅎㅠ 시간이 참 빠르죠.. 저는 고등학교 입학이후 글틴에 글을 잘 올리지 않았지만, 가끔 접속해서 글을 읽곤 했거든요.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 까는 느낌으로 몇주에 한번씩 접속해서는 좋아하는 작가님들 닉네임을 검색해서 작품읽고 그랬는데.. 카임님이 그중 한분이었어요. 제가 활동하던 시절 글 쓰시던 분들이(2,3년전에 고등학생 신분인 분이 대다수였으니!) 다 성인이 되고 졸업해서 이제 검색할 사람도 얼마안남았는데ㅠ 카임님도 이제 졸업하시다니 굉장히,, 아쉽네요,,,,ㅠㅠ사실 이 댓글을 쓴 본래 목적은 제가 예전부터 카임님 글을 너무 좋아했고 덕분에 많은 위로를 얻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였는데요.. 어쩌다보니 사담이 너무 길었네요ㅎㅎ 제가 카임님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는 뭐랄까 등장인물들이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해보여서였던거 같아요. 상황이든 등장인물의 성격 자체가 원래 그래서이든 항상 등장인물들은 갈등을 겪고 어딘가 불완전하더라고요. 사실 청소년기에 내가 대단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ㅎㅎ 전 그런점에서 등장인물들 보고 좀 위로를 받았던거 같아요. 그리고 마냥 우울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카임님 특유의 해학적인(?) 문체가 읽으면서 웃음짓게 만들어서 좋았기도 하고, 각자만의 힘듦이 있는 인물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위로받는 과정이 사랑과 연대라는 지점도 마음에 들었고..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에서 주인공이 좀비에 물린 야구하던 유아교육과,, 걔한테 붕대감아주면서 괜찮다고 너는 좀비 안 될거라고 했던 (그런 비슷한 장면이 있었던것 같은데 맞을까요..) 장면이 제 취향형성에 한 획을 그었다...는 말씀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이 소설 이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저는 이런 느낌의, 가슴저린 망사랑(?) 글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는데,, 아마 취향의 근원에 이 소설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ㅋㅋ 너무 TMI였나요..?ㅎㅎ 수필을 읽으면서도 굉장히 많이 위로받았는데 하나하나 열거하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만 줄이겠습니다...ㅎㅎ글이 굉장히 두서가 없어서 제가 하고싶은 말이 잘 전달되었으련지 모르겠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줄 요약도 남겨봅니다ㅋㅋ카임님 글이 넘 재밌었어요! 위로도 많이 됐고요.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언젠가, 어디선가 카임님 글을 다시한번 접하게 된다면 참 좋을거 같아요. 항상 응원할게요 :)

    • 2024-04-06 14:12:22
    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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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즈

      글이 너무 길어져서 분명 단을 나눴는데ㅠㅠ 모바일이라 그런지 벽돌댓글이 되어버렸네요.. 양해해주세요...

      • 2024-04-06 14:13:57
      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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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임

      @사즈 안녕하세요, 사즈 님! 벽돌 댓글이라도 좋아요.. (아니 벽돌 댓글이 좋아요...♥♥) 크레이지 엑스랑 이 세계는 사랑 없이 살 수 없어는 정말 초창기에 업로드한 작품인데다 아는 사람도 적을 텐데..(후자는 사실 저도 잊고 있었어요.... 본문에서 잊은 작품 없다는 말 취소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그 이름들을 듣게 되어 깜짝 놀랐어요! 감사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사실 조금 울컥했어요. 이렇게 내 작품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또 어디 가서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글을 쓸 때 제 취향을 가득가득 담아 글을 쓰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제 지독한 취향인 '암울하지만 사랑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자주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런 제 취향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사랑은 모든 걸 이기지요...>.<사즈 님이 <이 세계는 사랑 없이 살 수 없어>를 언급해주셔서, 오랜만에 그 글을 읽어보았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쓴 글이었는데, 내가 중3 때 추구했던 스타일과 취향이 무엇인지.. 정말 여실히 드러나는 글이더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마주해서 너무 반가웠어요. 이 글이 사즈 님의 취향 형성에 한 획을 그었다니,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정말 나의 취향과 사즈 님의 취향이 비슷하겠다 싶기도 하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망사랑을 정말 좋아합니다..)제 글을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떠나기 전에 더 많은 글들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 아쉽네요ㅠㅠ.. 하지만 저는 계속 글을 쓸 거니까요! 어디선가 계속 글을 쓰고 올리고 있을게요. 사즈 님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글을 쓰는 저를 찾아주세요!..:) 글틴을 떠나는 마지막 길에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꼭 다시 만나요!

      • 2024-04-06 20:26:38
      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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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졸업이시라니 지난 시상식 때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는데 이 수필을 읽으니 많이 슬프네요.ㅠㅠ 개인적으로 <청춘>,<어스>,<너는 록을 듣지 않아>를 좋아했고 <내 장례식장엔 당신이 오면 좋겠어>를 감동하며 읽은 독자로서 더 아쉽고 슬프네요. 위 수필이 글틴의 끝이면서 문인의 시작으로 인생이 열리시길 바랄게요^^(너무 주제 넘은 말이었을까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전 지금 카임님께서 <종의 기원>을 쓰셨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3주가 된 지금도 두렵고 무서워요. 저도 다시 소설을 쓰고 싶네요.(지금은 힘이 없지만요.) 제 안에 남아있는 작은 불씨를 깨워주셔서 고마워요~^^ 다시 한번 더 좋은 글 투고하셔서 제게 힘을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의 인생이 빛나고 달달한 금가루가 첨가된 아이스크림 인생이길 바랄게요~^^

    • 2024-03-19 21:36:23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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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임

      @송희찬 안녕하세요, 송희찬 님! 전혀 주제 넘지 않았어요. 글틴을 졸업하지만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제 글을 좋아해주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더 좋은 글들을 남기고 떠나고 싶었는데 저의 게으름 때문에 여기까지가 한계더군요...ㅎㅎㅠㅠ 희찬 님은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맘껏 글을 올리시길 바라요. <종의 기원>과 비슷한 심경이라면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것이겠네요?! 일단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걸 정말 축하드려요. 저도 처음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글 쓸 시간도 현저히 줄어들고 익숙지도 않은 공간이라 많이 힘들었어요. 근데 돌이켜보면.. 그때 제일 성장했고 많은 글을 써낸 것 같아요. 힘들 땐 그 마음을 글로 써봐요!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시겠지만요...ㅎㅎ 글로 써내면 많이 풀어지더라고요. 저도 <종의 기원>을 썼을 때 그랬어요. 물론 당장 쓰라는 뜻은 아니에요. 저도 초반엔 기력이 딸려서 전혀 글을 쓸 수 없었어요. 조금 익숙해지고 난 후에야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 날이 올 거예요. 희찬 님도 앞으로 더 많이 좋은 글을 써내길 바라요!! 응원할게요.

      • 2024-03-23 02:37:24
      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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