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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시작

  • 작성자 아마도생선
  • 작성일 2006-11-14
  • 조회수 734

 

 


 


 작가 황석영은 그의 작품 [심청]에서 한국의 문명사적 탐색의 시각을 근대사에 적용시켜 근대사의 질곡을 뛰어넘은 차원을 넘어 우리 고전의 인물을 세계사의 물결위에 새롭계실어서 문명사적 문제들을 세계사적 차원에서 보여주고있다. 우리 고유의 것이 세계서의 일렁이는 물결위에서 새로운 형질의 가치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좁아지고 있고 한국에서 머무른다는 것은 곧 좁은 세계안에 갇혀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머무르지 않는 삶의 시작은 경험으로 부터 시작된다. 바람의 딸 한비야가 그러지 않았던가, 한국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세계를 누비며 살라고,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런 삶을 준비하기엔 한국 고등학생이 일상생활 내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이는 곧 사유의 폭의 제한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내민 여행의 기회는 삶을 더 넓게 하는 기회와 동의어일 것이다. 동래고의 수학여행은 일본으로 결정되었고 한국을 벗어난 일본이란 새로운 국가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과 생경한 언어 사이에서 어떠한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 여행은 결국 자신을 찾는 것이다.

 햇볕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좋은 날씨가 머리위로 왔고 배가 바다를 헤쳐가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여객터미널 내의 우리들의 숨소리가 한명도 빠짐없이 그 숨결을 더한 후 우리는 바다를 향하는 배 위로 몸을 실었다. 잠시 후 배는 현해탄의 일렁이는 파도로 그 묵직한 뱃머리를 돌렸다. 배는 파도의 부딫침과 함께 울렁거렸다. 우리의 콧구멍 역시도 무척이나 벌렁거렸으니 이는 새로이 맞닥드리게 될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사이의 오묘한 화학반응에 연유한 현상이었다. 우리들의 벌렁이는 콧구멍의 아래에 위치한 터진 입은 끊임없이 일본에 대한 어줍잖은 지식과 자신의 감정들에 대해서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공항으로 향했다면 가질수 없었을 기다림의 기쁨을 우리는 한껏 누렸다. 기다림은 양가적이다. 이 기다림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 기다림이 촉발시킨 설레임과 흥분의 감정을 누리고 싶어한다. 밤 바다의 파도 소리처럼 깊고 서늘하게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가고있었다. 창밖으로 내려다본 밤의 바다는 전지현의 머릿처럼 검게 찰랑거렸다. 선체에와서 부딫칠때마다 두피처럼 하얀 기포를 생성시키곤 이내 사라지곤했다. 바다의 영원성과 거품의 일시성, 바다가 영원한 동안은 거품 역시도 무한히 많은 순간에 꽃처럼 피어날 것임을 보았다. 이 여행역시 우리의 삶에서 순간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그 순간이 차지할 영원의 가치를 잊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파도 위의 배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이자 해가 다시 떠올랐고 우리는 일본 열도에 서있었다.

 시모노세키에서 처음 일본임을 알려준것은 여러 가게의 간판들과 오른쪽에 있던 운전석이었다. 버스의 운전석은 우리와 달리 오른쪽에 위치해있었고 차들은 도로의 오른쪽으로 달렸다. 도로의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달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아소산이었다. 평탄한 아소산을 얼마정도 오르다보니 매캐한 유황냄새가 흘러나왔고 얼마지나지 않아 개화구가 보였다. 개화구는 활화산의 뜨거운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흔히 끓어오르는 젊음이라고 표현되는 우리는 청춘이었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한 연기를 피워올리는 아소산의 화구 위에서 생각했다. 우리 젊음의 화산이 아직은 타다만 불씨같다만 이뤄질 꿈인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만, 그 연기의 진정성만은 그 어떤 화산보다도 깨끗하다고 우리의 젊음은 언젠가 용암처럼 흘러나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이다. 아소산을 내려온 우리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깨끗했고, 부페식이었다. 원하는 음식을 원없이 먹은 우리들은 곧 구마모토 성으로 향했다. 버스는 시가지를 달렸고 우리들은 일본인들을 버스 안에서 바깥의 풍경들, 하교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온 일본 학생들을 구경했다. 정신없이 구경하다보니 버스는 성에 도착했고 우리들은 성의 모습을 보려 버스 밖으로 발을 딛였다. 구마모토성은 웅장했다. 깨끗하게 깎여있는 성벽과 그 주위를 둘려싼 해자를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존재의 궁지에서 미학적 해결을 찾는 일본인들은 잔혹한 전쟁에서의 미학조차도 유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이드 선생님을 따라 천수각으로 올라가며 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다니며 설명을 듣는 것을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한보따리 풀어내시는 가이드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한정된 시간동안에 최대의 효과를 누리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가이드 선생님의 이야기중 성주 가토 기요마사에 관한 이야기는 몹시 재밌었다. 우리나라로 보면 임진왜란때 우리를 몹시 괴롭힌 악한 장수이지만, 이 성으로 볼땐 개혁정치를 펼친 성군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참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우리에게 한편만을 가르치지만 역사의 뒤켠에는 전혀 다른 사실이 도사리고 있을수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선과 악 그 둘은 절대로 무자르듯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굳세게 하며 성을 내려왔다. 우리는 후쿠오카의 시내에 위치한 센트럴 호텔로 향했다. 후쿠오카의 센트럴 호텔은 금새 도착했다. 주변은 어둑어둑해진 20시쯤이었고 우리는 후쿠오카의 시내를 2시간정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와 우리조는 목적지 없이 이곳 저곳을 방황했다. 일본의 옷가게에 들어가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국어를 얼치기로 섞은 회화로 장난스런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했고 가게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어느 가게는 시드비셔스의 포스터가 붙여져있었고 마일즈데이비스의 엘피판이 걸려있었다. 수많은 펑크 앨범들이 자리하고있었던 재미있는 가게였다. 나는 넋을 잃고 가게를 구경했다. 더 클래쉬의 엘피판을 발견하고 탄성을 내질렀으며 밥말리의 엘피를 보고는 사진을 찍었다. 시드비셔스의 커다란 사진 아래서 정신을 차리고 앨범 몇장과 자메이카 국기 무늬의 손수건을 샀다. 그러나 밤의 후쿠오카에서 우리의 정처없는 발걸음은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게 했다. 한참을 방황하던 우리는 급박해진 시간을 보며 안면몰수하고 일본의 편의점에서 길을 물었고 점원은 친절히 길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후쿠오카의 밤을 달렸다. 거리를 걸어가는 수많은 멋지게 차려입은 일본인들 사이로 우리는 정신없이 달렸다. 꺼져있는 간판들과 켜지는 간판들, 클럽에서 가늘게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들 사이로 가로등은 우리를 비추고 있었고 밤거리는 화려했지만 우리는 절박하게 뛰었다. 길을 몰랐기에 한참을 뛰자 센트럴 호텔이 나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호텔안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유혹들 사이로 내지르듯 달리고 도착지에 다다를 때 느끼는 이 안도감이 많은 유혹들을 뿌리치고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여 이루어내는 꿈,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과 근원적으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윽고 밤은 깊어갔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더욱 깊어갔다. 쥐죽은 듯 조용히 새벽이 다가왔다. 깊은 어둠 속에서 도시의 새벽에 엉켜있는 회색빛 안개의 실타래는 태양이 사라진 동안 지어진 음모들을 내뱉던 입속에서 뿜어저나온 거친 숨결이 뭉친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밝은 태양아래서 토해질 수 없던 수많은 뒷담화들이 음험한 달빛 속에서 헉헉대며 뭉쳐진 것이다. 여명과 동시에 스멀스멀 몸을 숨기는 그들을 보면 말이다.

 깊었던 밤을 뒤로하고 우리의 둘쨋날을 시작되었다. 하우스 텐 보스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네덜란드와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깊었던 밤만큼 깊게 잠이 든 아이들도 있었다. 하우스 텐 보스에 도착한 우리는 설레는 맘으로 공원안으로 들어갔다. 공원은 일본이라고 하기엔 네덜란드 스러웠고 네덜란드라고 하기엔 또한 일본스러웠다. 안에서 수많은 학생과 관광객들이 있었고 공원은 놀랄만큼 넓었다. 여러가지 시설과 볼거리들이 있었다. 키라라라는 영상을 보며 얼마전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씨가 특강에서 말했던 '우리아이들에겐 그늘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세상의 어느 생명도 달 없이는 생명을 영위할 수없다는 생각말이다. 어둠속에서 실존의 영역을 탐구하는 불면의 밤을 거친 영혼만이 밝게 빛날 수 있다는 확신이 하우스텐보스에 단단히 박혀있는 네덜란드산 벽돌만큼 강하게 들었다. 하우스 텐 보스는 정말이지 어지러울만치 넓었다. 과연 하루안에 이 넓은 곳을 둘러볼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으므로 나는 넓은 하늘을 다 볼순 없어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라도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안치환의 노랫가사처럼 내가 보는 것마이라도 백퍼센트 즐기기로 마음 먹은 나는 곧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기구들을 즐겼다. 근데 그것도 한 두시간이지 하우스 텐 보스의 광활함에 힘을 잃은 우리는 곧 전략을 다시 세웠다. 순간의 단면에 영원을 투사시키는 사진이란 매개로 우리의 모습을 담기로 한것이다. 혼자라면 재미없다. 일본인들과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잇쇼니 샤신 토리마셍까(같이 사진 찍지 않겠습니까)를 소리쳤다. 물론 언제나 성공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찌 인생에 성공만이 자리할수 있으리, 수많은 시행착오는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참되게 할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가운데 결국 남는 것은 성공의 결과물들뿐이니,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고서 성공은 없다. 심지어 일본인과 사진찍기에서 조차 그러하니 말이다. 하루종일 하우스 텐 보스에서 사진을 찍은 우리는 오바마 호텔로 향했다. 오바마 호텔은 바다의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한적한 어촌의 한가운데 위치한 호텔은 적막했다. 오바마 호텔의 온천안에 몸을 담근 우리는 실오라기하나 걸치지않은 몸으로 검은 파도를 보았다. 커다란 창문들을 넘어 보이는 바다 역시도 적막했다. 그 적막에 몸을 담근채 눈을 감으면 어둠에서 빛이 올라왔다. 하루 종일 긴장했던 근육들이 물 안에서 풀어지며 자궁의 양수에 몸을 담근 아이처럼 한없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가을, 나사사키 한 어촌의 골목 약간 마른 몸매의 검은 고양이가 나의 뒤를 스쳐갈 즈음 부두의 파도는 철썩거리며 배에게 부딫혔고 배역시도 흔들거렸다. 그리고 내 안 깊은 곳에서 부터의 울림이 가슴으로 전해져왔다. 일본이란 나라가 내게 던져주는 울림이었다. 풀어진 근육을 매달고 침대에 누운 나는 이내 잠이들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하루, 그 태양이 얼굴을 드러냈다. 일본에서의 이틀, 그 시간동안의 하늘을 눈이 시릴만큼 파랳고 태양은 아프도록 따사로웠다.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졌던 그 날의 하늘도 이처럼 파랗게 타오르고 있었을까. 핵으로 인한 참상을 잊지않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평화의 공원으로 가는 버스안, 내가 지상의 소중한 가치라고 믿어 의심치않는 평화에 대하여 생각했다. 평화로운 마음과 평화로운 사회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전쟁, 그 광기와 비이성의 잔혹한 광극에 대해 분노했다. 인간에의 사랑을 없애고 비인간적 살인이 일상화되는 전쟁의 참상을 어떤 단어로 형용할 수 있을까. 사람의, 한 사람의 아내 혹은 애비 혹은 아들, 그들을 생각없이 죽이는 건 사람이 아닌 국가다. 국가라는 실체없는 허상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허상에 깔려 죽어가는 것이고 죽여가는 것이다. 버스는 곧 평화의 공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공원의 처음에 서있던 거대한 동상을 본 나는 갑자기 역한 느낌과 함께 구역질이 올라왔다. 거대한 남성성으로 인해 촉발된 전쟁에서 저렇게 전쟁과 잘어울리는 거대한 남성이 단단한 근육과 함께 자리한 공원의 첫머리에서 나는 이 공원의 존재의의에 기본적 회의를 느꼈다. 과연 평화의 공원이란 이름의 조각상이 저런 식으로 구역질나게 지어저야했을까. 일본의 군국주의가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 반성의 미흡함이었다. 평화의 공원이라 이름붙혀진 공원 앞에 자리한 조각상은 마치 야스쿠니 신사의 명패들처럼 어처구니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5.18묘역에 함께 묻힌 시위자들과 시위진압자들이 떠올랐다. 좀 더 부드럽고 평화로운 조각상이 필요하며 좀 더 아름다운 희망이 필요하다. 진정한 평화는 희디흰 살결과 부드러운 머리결에서 비릇하는 것이지 결코 조각상의 단단한 근육과 치켜뜬 눈에서 비릇하는 것이 아님을 나조차도 안다. 전쟁에선 그 누구도 승자일수없다. 폭력의 사용이전에 포용과 용서의 마음을 갖는 일이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이 전쟁의 주범임을 안다. 그러나 그들을 폭력으로 막은 미국 역시도 절대선일 수 없다. 평화를 위한 폭력 또한 정당화 될수 없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평화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 누구도 축출한지 않는 사랑과 애정을 기반으로 한 사회와 개인간의 관계, 내면의 사색에서 진정한 평화는 얻어지는 것이며 우리의 행복을 담보하는 가장 큰 전제인 것이다. 일본이 평화의 공원을 세우고 원폭자료관을 세울 떈 자신의 내면속 평화를 모색하는 반성의 매개가 되어야할 것이다. 우리의 국립묘지 역시도 전쟁이 앗아간 생명을 애도하면서 왜 우리의 형들은 지금 이라크에 가있는 것일까. 근본적 반성의 부재 떄문일 것이다. 어째서 이들이 죽었어야 했는 지에대한 근본적 고찰의 부재가 그들을 이라크로 보냈을 것이다. 여름날 아이스크림이 손에 엉겨붙은 듯한 찝찝한 기분으로 평화공원을 떠나 텐제부 천만궁으로 향했다. 공부를 잘하게 해준다는 신이 있다는 신사로 향했다. 일본 역시도 입시교육이 치열하다. 신사 안의 수많은 고등학생으로도 그 사실이 살갗에 와 닿았다. 경쟁을 강요하기 때문에 진정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스스로 자제해야하는 혹은 자제하기를 강요받는 기형적 교육제도 내의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우리의 친구, 동생, 형, 언니, 오빠......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무엇이....최근의 재수생이 모의고사 점수 몇점 때문에 죽음을 택하게, 매일 14시간씩 학습노동에 시달렸던 초등학교 5학년생이 '물고기처럼 자유롭워지고 싶다' 라는 말을 남기고 죽음의 길을 택하도록, 만들었는가?  우리들이 흘리는 이 절망의 소리에 이 땅의 어른들은 이미 면역이 되어서인지, 아니면'내 자식만 아니면 그만'일 죽음들잊기 떄문인지 작은 요동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불행과 우리의 고통에 비정하기 짝이 없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어버린 줄조차 모를만큼 지독한 불감증에 걸린 사회에서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하는 일상적 고통과 절망은 내일도, 또 그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신사에 내던져 지는 오엔짜리의 숫자만큼 나의 마음은 무거워져갔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상관없이 신사 내의 분위기는 또 나름대로 경쾌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별이 더욱 그 빛을 발하듯이 어두운 현실 아래에서도 찬연히 빛을 발하는 청춘의 미소들, 그 미소들이 있기에 또한 나 역시도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 미소를 생의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을 나는 희망한다. 텐제부 천만궁에서 힘들게 기도를 올려 학자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그런 교육을 만드는 데 커다란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텐제부 천만궁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시모노세키로 향해 다시 부일페리 성희 호에 몸을 실었다. 선주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녀의 이름으로 배이름을 지은 성희호 안에서 생각했다. 내 또래의 성희와 내가 향유할 미래에 대해서, 세계속에 살아갈 우리의 전지구적 사고로의 변환이 이 일본여행으로 인해서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면 그 것은 바보같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을 가는 것은 결국 자신을 찾는 일이다. 일상을 버리는 것이아니라 돌아와 더 잘 살기 위해서이다.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가만가만 걷다보면 일상이 보인다. 매일 아침 머리를 감아야하는 일상이 새롭게 다가온다. 항상 불완전한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길을 걸어가는 여정은 인생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여행을 떠난다. 배낭을 꾸린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이자 도전이며,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시작과 끝은 사실은 동의어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으로의 여정은 끝났으나 나를 찾는 머나먼 여정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맞았음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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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

아마도생선
아마도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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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은 꼭꼭 걸어 잠겨 있었어. 길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구. 그런데도 아빤 그런 것들이 있다고 믿고 있었어. 그런 게 있다 해도 내겐 애초에 그걸 통과할 힘 따윈 없어. 아빤 자신이 날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해. 아니! 내가 더더욱 그렇다는 걸 알아야해." - [BUG] 갈매기의 꿈 넌 그렇지 않았니? 네가 가고 싶은 길, 네가 가야했던 길, 네가 걸어오던 길.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니? 아무 잘난 것 없이 어른이 된 너를 반갑게 맞이해 줄 그 어떤 이도 이곳엔 없다는 것도. 이래야 하는 것. 저래야 하는 것.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 네 팔뚝에 낙인처럼 찍힌 붉은 글씨의 불합격 도장에 눈물 흘린 적은 없었니? 말끔한 차림에 웃음 띤 얼굴. 세상이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즐거운 그들의 안으로 나는 들어갈 수 없을까. 세상의 버그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의 버그인걸까. 세상이 날 망가뜨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을 병들게 하는가. 넌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니? 나도 가끔은 묻기도 했지. 분함을 참지 못해 울기도 하고, 며칠을 굶은 거지처럼 빌고 매달려 사정도 해봤어. 하지만, 언제나 그의 대답은 똑같아. 나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 듯 엉뚱한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할 뿐이지. "너에겐 꿈을 이룰 자유가 있어. 아무도 그걸 막을 순 없어" 마치 날개 부러진 갈매기에게 그런 헛소리나 지껄여 대던 새대가리 조나단처럼 말이야. 빌어먹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난 날 수 없다니까. 그리고, 날고 싶지도 않다니까. 새라고 해서 모두 날아야하는 건 아닌거잖아. 모두 하늘을 나는 꿈을 꿔야 하는 것도 아닌 거잖아.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 Choose a family. Choose a big fucking television, choose washing machines, cars, compact disk players and electrical tin openers... choose DIY and wondering who the fuck you are on a Sunday morning. Choose sitting on the couch, watching mind-numbing, spirit-crushing game shows, stuffing junk food into your mouth. Choose rotting away at the end of it all, pishing your last in a miserable home, nothing more than an embarrassment to the selfish, fucked-up brats you spawned to replace yourself. Choose your future. Choose life. But why would I want to do a thing like that?" - [Trainspotting] dear Me 나는 달리고 있었다.

  • 아마도생선
  • 200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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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도생선
  • 20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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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도생선
  • 200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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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밤바다를 전지현의 머릿결에 비유했네요. ^^ 사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 2006-11-22 17:24:1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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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메바피쉬

    준태야.....혹은 준양아! 못썼다! 하하하! 내것도 좀 보련???

    • 2006-11-15 01:30:18
    아메바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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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엑박...

    • 2006-11-15 00:44:5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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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사진같은거 올리신 것 같은데...... 엑박뜨는데 저만 그런지 모르겟네요......

    • 2006-11-14 22:55:2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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