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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 작성자 아마도생선
  • 작성일 2007-01-24
  • 조회수 721

 

입시를 핑계로 한동안 뵙지 않았던 할아버지 댁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틈에  간 것 이었다. 짙은 아스팔트 빛 굴다리의 컴컴한 어둠을 지나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가 황동빛 문을 두드리며 할머니를 부른다. 이층집의 창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작은 동전지갑에서 열쇠를 꺼내 그 좁은 골목의 안으로 열쇠를 떨어뜨린다. 나를 향해 수직강하하며 추락하는 열쇠를 손바닥위에 얹는다. 가느다란 구멍사이로 열쇠를 밀어넣어 굳게 잠겨있던 황동빛 문을 연다. 눈앞에 나타나는 사람 한명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좁고  롱다리 이휘재라 해도 두 칸씩 딛을 수 없을 만큼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할머니가 반갑게 나를 맞아 주신다. 예의바르게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복창하며 안방으로 들어가면 할아버지가 자리하고 계신다, 두 평 남짓한 안방과 한 평 남짓한 마루와 부엌, 부엌문의 윗 틀엔 오래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초상화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걸려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익숙함. 다만 그 익숙하고 일상적인 풍경 속에 할아버지만이 낯선 뒷모습으로 돌아누워 계신다. 할머니가 놀란 눈치를 느끼셨는지 ‘아이고 영감태기가 똥을 싸사서 죽긋다.’라고 말씀하신다.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할아버지의 얼굴, 알아보기조차 힘들만치 수척해지신 얼굴, 가슴으로 소스라치게 놀란다. 다만 얼굴은 늘 그렇듯 미소를 띄우며 ‘안녕하셨어요 할아버지’ 익숙함 속으로의 도피를 꿈꾼다. 투명한 유리처럼 깨지는 꿈에 깨진 유리조각들 사이로 나지막한 쇳소리 섞인 할아버지의 목소리‘아이고 왔나 오랜만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는 듣기 싫을 정도로 언성을 높이던 할아버지가 어느새 기운 없는 노인이 되어있었다, 할아버지는 기뻐하셨다. 나도 예 하고 대답한다. 계속해서 나는 불경처럼 슬펐다. 할아버지의 변화에 난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할아버지는 다짜고짜 돈을 쥐어주신다. 그리고 다시 언제나처럼 한참동안 당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서면 도로위의 나이트전단지같이 이질적인 쇳소리들이 익숙함을 낯설게 바꾸고 있을 뿐이다. 할머니가 들어오신다. 똥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할아버지가 똥을 쌌던 얘기를 힘겹게 애기하신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몸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 할머니에 대한 미안함에 불현듯 눈물을 흘리신다. 아스팔트처럼 메말라 윤기를 잃어버린 피부 위 길게 패인 주름사이를 따라 그것의 불가피성이 흐른다.이야기를 끝마치고 할아버지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신다. 자리를 잡으신 할아버지가 나에게 손을 달라고 하신다. 나의 손을 마주잡은 할아버지가 어젯밤 자신의 꿈속에 나왔던 사슴에 대해 말씀하신다. 해몽책을 찾아보니 사슴은 귀물이라고 되어있다고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다. 자신을 잃은 자의 맹신에 가까운 목소리가 굴다리 안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처럼 둥글게 들린다. 아주 오래전부터 보았으나 단 한번도 눈을 맞추며 얘기할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얼굴을 본다. 부엌문 윗 틀에 걸린 초상화보다 훨씬 늙어버린 얼굴 위에 아스팔트위에서 오랜 시간 견고히 다져져온 껌자국 같은 검버섯, 그 안에 역시 오랜 고난의 세월 속에서 켜켜이 퇴적되어왔을 아집과 독선위로 이젠 물이 흐르고 있다. 당신의 고집에 늘상 마음고생을 해왔을 당신의 아내, 할머니가 너무나 고맙다며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19년동안 내가 할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을 본것을 처음이다. 눈물과 콧물을 손수건으로 닦던 할아버지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우리에게 노래를 시킨다. 초등학교 때부터 불러왔던 동요를 좀 더 크리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할아버지는 박수를 치신다. 잘일어서지도 못하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춤을 추자고 하신다. 힘겹게 일어서 덩실덩실 어찌할 줄 모르는 당황한 나도 덩실덩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덩실덩실.

아마도생선
아마도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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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배자가 될꺼야

하지만 문은 꼭꼭 걸어 잠겨 있었어. 길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구. 그런데도 아빤 그런 것들이 있다고 믿고 있었어. 그런 게 있다 해도 내겐 애초에 그걸 통과할 힘 따윈 없어. 아빤 자신이 날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해. 아니! 내가 더더욱 그렇다는 걸 알아야해." - [BUG] 갈매기의 꿈 넌 그렇지 않았니? 네가 가고 싶은 길, 네가 가야했던 길, 네가 걸어오던 길.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니? 아무 잘난 것 없이 어른이 된 너를 반갑게 맞이해 줄 그 어떤 이도 이곳엔 없다는 것도. 이래야 하는 것. 저래야 하는 것.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 네 팔뚝에 낙인처럼 찍힌 붉은 글씨의 불합격 도장에 눈물 흘린 적은 없었니? 말끔한 차림에 웃음 띤 얼굴. 세상이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즐거운 그들의 안으로 나는 들어갈 수 없을까. 세상의 버그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의 버그인걸까. 세상이 날 망가뜨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을 병들게 하는가. 넌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니? 나도 가끔은 묻기도 했지. 분함을 참지 못해 울기도 하고, 며칠을 굶은 거지처럼 빌고 매달려 사정도 해봤어. 하지만, 언제나 그의 대답은 똑같아. 나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 듯 엉뚱한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할 뿐이지. "너에겐 꿈을 이룰 자유가 있어. 아무도 그걸 막을 순 없어" 마치 날개 부러진 갈매기에게 그런 헛소리나 지껄여 대던 새대가리 조나단처럼 말이야. 빌어먹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난 날 수 없다니까. 그리고, 날고 싶지도 않다니까. 새라고 해서 모두 날아야하는 건 아닌거잖아. 모두 하늘을 나는 꿈을 꿔야 하는 것도 아닌 거잖아.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 Choose a family. Choose a big fucking television, choose washing machines, cars, compact disk players and electrical tin openers... choose DIY and wondering who the fuck you are on a Sunday morning. Choose sitting on the couch, watching mind-numbing, spirit-crushing game shows, stuffing junk food into your mouth. Choose rotting away at the end of it all, pishing your last in a miserable home, nothing more than an embarrassment to the selfish, fucked-up brats you spawned to replace yourself. Choose your future. Choose life. But why would I want to do a thing like that?" - [Trainspotting] dear Me 나는 달리고 있었다.

  • 아마도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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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도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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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도생선
  • 200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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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덩실덩실' 이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덩실덩실'이기도 한...

    • 2007-01-30 03:37:2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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