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상처를 치료해줄 번역 어디 없나

  • 작성자 랜돌프 카터
  • 작성일 2014-02-25
  • 조회수 350

 

  옛날부터 관심 있던 소설이 바로 근처 도서관에서 소장 중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그 기쁨이란. 조용하고 재미없는 (자칭)문학소년이 환희하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다. 자전거로 비호같이 날아들어(?) 냉큼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일단 다 읽고 난 소감은...... 뭐, 만족스러웠다. 나한테는 딱 이 정도가 어울릴지도. -자세한 후기는 비평&감상글 게시판에 언젠가 쓰고 싶지만, 별로 자신은 없다. 부디 기대는 마시길- 전체적으론 괜찮은 책이었다만, 읽다가 이상한 표현이나 어색한 문장, 주석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다. 작가 탓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외국 소설이다 보니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악평과 지적이 꽤 많았다. 어떤 집요한 블로거께서 오역과 아쉬운 부분들을 모두(!) 세세하게 정리해 놓은 글을 보고 나니,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의 뿌듯함은 사라지고 복잡한 심경만이 남았다. 양장도 근사하고 문체도 볼만한 것 같았는데, 이제 이 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

 

  비슷한 경험은 더 있다. 전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소Ο출판사의 1997년 판본이었는데, 읽을 때는 각주도 충실했고 별 위화감이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한 등장인물의 이름 ‘버나드 막스’가 사실은 ‘버나드 마르크스(Bernard Marx)’라는 것이다. ‘맑스’도 아니고 ‘막스’라고 쓰여 있으니 마르크스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또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의 ‘메트로 2033’같은 경우는, 제Ο미디어의 2010년 초판본은 러시아어에 무지한 내가 봐도 정말 해괴한 번역이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용어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 읽으면서 머리가 아팠다. 알고 보니 독일어 중역판이란다. 다행히 2판은 질이 좋아져서, 정말 책을 처음 읽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내가 읽어온 외국 소설들의 번역 상태를 조사해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읽어 왔던 모든 외국 소설들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예를 들어 내가 읽은 조지 오웰의 ‘1984’는 민Ο사의 2003년 판본뿐인데, 다른 출판사 것들은 어떨까? 최근에 펭Ο북스에서 새로 나왔는데, 그쪽 번역은 어떨까? ‘오세아니아(Oceania)’나 ‘빅 브라더(Big Brother)’는 그대로 번역했을까? 문체는 어떨까? 혹시 누락된 부분이 실려 있지는 않을까? 내용은 다 아는데, 번역의 차이를 알아보려고 또 읽어봐야 하나?

 

  ……골치 아프다. 완벽한 번역은 역시 존재하지 않는 건가.

 

  물론 번역가들도 할 말은 매우 많을 것이다. 내가 듣기론 출판사들은 질이 어떻든 간에 알아볼 수만 있을 정도로 최대한 빨리빨리 번역해주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한때 장래 희망이던 번역가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다) 업계가 이러니 하나하나 정성들여 번역하는 번역가들은 흔치 않다. 비단 도서업계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자막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애초에, 같은 지역이나 나라 사람들 말도 가끔 알아듣기 어려운데, 정서부터가 크게 차이가 나는 외국어의 어조, 속담, 농담, 사상 등을 자국어로 완벽하게 옮기는 것은 어지간한 배경 지식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이름 있는 번역가나 출판사의 작품들을 찾아다니거나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일 좋은 방법은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다음에 원서를 사서 직접 읽는 거라는 난감한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나 학생에게는 절대로 무리다. 결국은 최대한 평가가 좋은 번역본을 수소문하는 수밖에 없다.

 

수많은 번역본들 사이에서 나는 헤매고 신음한다. 내용만 알 수 있으면 다른 건 어떻든 상관없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쪼잔해지는 게 내 기질인지라 이래저래 힘들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죽기 전에 바벨피쉬1)라도 생기길 바래야지.

 

1)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생물. 귀에 집어 넣으면 어떤 언어로 이야기한 것이라도 즉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괄호를 너무 많이 썼나 싶다.

결말을 흐지부지 끝낸 게 아쉽다.

제목은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를 허접하게 패러디했다.

글틴에서 쓰는 글은 각주 기능이 없나.

<2014. 2. 25>

 

 

 

  여기서 잠깐, 본문하곤 상관없지만, 딱 힌트 다섯 개로 제가 읽은 책이 무슨 책일지 알아맞히시는 분이 계실까 궁금하군요. 과연 몇 분이나 계실지?

 

1. 일본 소설

2. 장르는 추리, 미스터리(아마도)

3. 시리즈다. 미완결

4. 인지도는 옛날부터 꽤 있었지만, 한국에 정식발매된 건 최근

5.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다(결정적 힌트)

 

  혹시라도 알고 계신 분은...... 스포일러는 하지 말아 주세요.

2권까지밖에 못읽었어요. ㅜㅜ

 

 

랜돌프 카터
랜돌프 카터

추천 콘텐츠

시체를 보고도

    나는 웬만큼 중요하고 인상적인 일이 아닌 이상 순식간에 잊어버린다. 겨우 기억에 남은 일도 서서히 조각이 떨어져 나가다가 어느 순간 모두 흩어져 버린다. 민들레 씨앗처럼. 그래서 내 모든 기억은 흐릿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정도가 심한 것 같다.     흐릿하게나마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일들이 있다. 언젠가는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아주 오래오래 남아 있을 것 같은 일들. 많지는 않다. 그만큼 내가 평범하게 살아 왔다는 거겠지(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만). 어쨌든 그 중 하나를 이야기해 본다.     날짜와 시각은 모른다. 왜 그만한 일을 당시에 상세히 기록해 두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지나간 과거를 어쩔 수는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비가 내리던 날이었음은 확실하다. 산책이 하고 싶어서 우비를 입고 나갔다. 시청 앞 교차로에 가 보니 사람들 몇 명이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가갔다.     사람 한 명이 도로 위에 엎어져 있었다. 남자였고,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보도 바로 옆에 있어서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엎어져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보자마자 직감했다. ‘이 사람 죽었군.’     구경꾼들도, 나도, 무표정하게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맡에 피가 고여 있었다. 빗물은 하수구로 흘러가는데 어떻게 피는 고여 있는 것인가. 자세히 보니 무슨 덩어리가 피와 엉겨 있었다. 뇌일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도로 건너편에 부서진 오토바이가 널부러져 있었다. 배달용은 아니었다. 자초지종은 끝내 알 수 없었지만, 빗길에 헬멧도 없이 달리다가 사고를 당한 것임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느 새 경찰차가 왔다. 경찰관이 내렸는데 구경꾼들을 물리치지는 않았다. 어딘가로 무전을 했다. ‘의료원’ 한 단어를 언뜻 들은 것 같았다. 곧 구급차가 왔다. 구급대원들이 남자를 흰 천을 덮고 들것에 올렸다. 남자는, 시체는 구급차에 실려 갔다. 아까 들은 단어가 생각나, 의료원으로 갔을 거라고 짐작했다.     나는 자리를 떴다. 한참 정처없이 걷다가 사고 장소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었고, 시체가 엎어져 있던 모양 그대로 하얀 윤곽선이 그려져 있었다. 핏덩어리는 없었고 핏물만 조금 남아 있었는데, 흐르는 빗물에 쓸려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었다. 핏물이 전부 사라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기억나는 건 이것뿐이다. 이마저도 확실한 기억인지 자신이 없다.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기억은 흐릿하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이야 시간이 흘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시체를 본 그 순간에도 난 별다른 감정이나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가끔 그 일에 대해 생각할 때면, 다른 것보다 ‘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가 의문이다. 내가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생각하기도 싫다. 감정 결핍?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타인에게 무관심한 많은 현대인들(다 그런건 아니다. 절대로!) 중 하나라서? 해답이 될 수도 있겠다.

  • 랜돌프 카터
  • 2014-02-10
귀환

      다시 돌아왔습니다. 느낌상 별로 바뀐 건 없어 보입니다만, 부끄럽게도 어디에 무슨 글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생활글에 이 글을 씁니다.     돌아왔다고는 했지만, 처음 가입하고 나서도 활동은 전무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은 한 분도 계시지 않겠지요. 게다가 저도 여기 글틴의 이모저모를 거의 잊어버렸으니,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네요.     있는 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어느새 고2가 되었고, 학업에 치여 살다 보니 글틴도 문학도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어째서 갑자기 시를 쓰기 시작했는지 참 모를 일입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게 한 10월 초였나, 공책도 장만했습니다. 그냥 한줄 한줄 쓰기 시작했습니다. 쓰다 보니 시가 하나 생겨 있더군요. 그렇게 공책을 한장 한장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 시들은 '타는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왜 '타는' 쓰레기냐구요? 그냥 뭐, 종이에 쓰여진 쓰레기니까요. 그런 제 시들을 보여 드릴 때마다 친절하게 평가해 주시는 국어 선생님들께는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 외 주변인들에게는 아직 보여주지 못하겠네요.(겁쟁이 같으니라고) 그렇게 시를 하나 쓸 때마다 계속 국어 선생님들께 검사(?)를 맡으러 다니다가 너무 귀찮게 구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틴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내 머물 장소를 찾은 방랑자, 랄까요. 이런 말 하려고 생활글에 글을 쓰는 게 좀 부끄럽네요. 원래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각오를 쓰려고 했는데, 내년 수능이 마음에 걸리네요. 수험생 처지에 앞으로 시는 물론이고 글을 쓸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글틴엔 자주 들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만 줄일까 합니다. 제 모든 글이 그렇듯이 마무리가 엉성하네요. 흑흑. 아무쪼록 앞으로 제가 올리는 모든 시와 글들을 너그러이 보아 주시고 아낌없이 비평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랜돌프 카터
  • 2013-11-17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L

    퀴즈 답 혹시 빙과?? 바벨피쉬ㅠㅜㅜ엄청 공감되네요 그런 거나 있었으면ㅠㅜ

    • 2014-02-26 10:32:22
    L
    0 /1500
    • 익명

      정답입니다! 짝짝짝 애니는 아직 못 봤어요. 볼 생각도 아직은 없고... 사실 바벨피쉬는 지금도 있습니다! 야후에서 서비스하다가 bing 번역기로 바뀌었지만...... <-퍽

      • 2014-02-26 16:58:00
      익명
      0 /1500
    • 0 /1500
  • 익명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상처가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이 글에서 상처라고 느껴지는 문장은 없었던 것 같은데...

    • 2014-02-26 05:11:37
    익명
    0 /1500
    • 익명

      제 빈곤한 작명 센스의 결과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아웃사이더의 '외톨이' 가사를 어줍잖게 패러디했습니다. 굳이 상처라고 한다면 글에서 언급한 블로거께서 정리하신 글을 보고 얻은 충격 정도? 참 부끄러운 제목이네요. 나중에라도 고치고 싶습니다.

      • 2014-02-26 16:51:08
      익명
      0 /1500
    • 0 /1500
  • 익명

    랜돌프 카터님의 고민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타국에서 한국의 언어로 번역된 작품들은 많이 존재합니다. 저도 일본 추리 소설(랜돌프 카터님이 읽은 책은 아닌 것 같은)을 읽었는데, 읽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포기했습니다. 일본의 배경지식이 너무나도 없는 저에게는 벅찬 책이었지요. 물론, 유명한 세계문학은 당연히 번역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까요? 완벽한 번역은 없습니다. 항상 번역된 책이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번역된 책을 읽는 목적은 내가 모르는 외국의 배경지식, 정서 등을 그 책에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타국에서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는데, 발음의 차이로 번역의 차이가 일어나곤 합니다. 저는 번역자가 굳이 발음의 차이까지 고려해서 쓸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랜돌프 카터님은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에 잘 이끌려 가시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안 좋더라도, 랜돌프 카터님께서 좋다고 생각하시면, 계속 읽으면 됩니다. 독자들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번역본에는 비난이 있을 수밖에요.

    • 2014-02-26 05:04:43
    익명
    0 /1500
    • 익명

      언제나 장문의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에서도 말했듯이 사소한 부분에서 쪼잔해지는 기질이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 담긴 의미나 주석 등이 충실해야만 왠지 안심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소위 '공식'번역이 아마추어 번역가들의 번역보다 못한 경우도 왕왕 본 적이 있어서 되도록이면 팬덤에서 통용되는 용어를 따라가게 되고... 아무튼 번역에 관해선 까칠하게(?) 읽는 버릇을 쉽게 고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2014-02-26 16:48:06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