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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8-03-31
  • 조회수 1,547

사이코

 

 

백일장에 요즘 사이코 있대.

사이코?

어. 이과인데다가 문창과도 안 갈 거 같은 앤데, 자꾸 나가서 상 뺏어 온다더라. 미치겠어. 문학특기자 점수로 다 들어가는 건데 솔직히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구는 절박해 죽겠는데 참.

 

 

Y는 토요일마다 어딘가로 떠났다. 어느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통 보이지 않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가지런히 개어 두어야 마땅할 이불은 늘 구겨져 있었고, 낡은 문제집이나 연습장 따위가 침대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기도 했다.

Y는 숨을 몰아쉬었다. 계단과 내리막길을 위태롭게 뛰어내려온 Y는 기다리고 있는 택시의 문을 익숙하게 열었다. 안녕하세요. Y는 늘 택시에 오를 때마다 조급하게 구는 습관이 있다. 기사님,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고속버스터미널이요.

평소였다면 삼십 분 하고도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한산한 새벽에는 십오 분도 걸리지 않는다. Y는 익숙하게 택시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바깥을 응시했다. 매주 보는 길의 순서를 외우지는 못했지만, 교차로는 차례로 읊을 수 있다. 사거리, 로데오, 다시 사거리, 그리고 삼거리. 제대로 빗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스스한 반곱슬 머리카락은 곧 다른 창문으로 옮아갔다.

 

고속버스 좌석에 간신히 앉은 Y는 남청색 백팩을 뒤적였다. 그럴 때마다 Y는 톱톱하고 붕 뜬, 자신이 썼던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된다. 눈썹이 묘하게 치켜올라간 Y의 손에 보라색 시집이 딸려 나왔다. 나오기 직전 서둘러 고르는 시집의 표지는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색상이 대부분이었다. Y는 자신이 무채색이기 때문에 너무 쨍한 색깔은 자신을 부술 테고, 그렇대서 색깔이 없다면 우울이 얼룩처럼 짙어질 거라는 독백을 징크스처럼 상기했다. Y는 책의 앞부분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몇 장을 넘겼다. 핏기 없는 입술이 우물우물 움직였다.

버스가 출발한 후로 Y가 책을 다시 펼치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것이 마치 부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른손으로 쥐다가, 왼손으로 옮기다가, 이따금 품에 껴안기도 하면서 잠을 청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Y의 입속에서는 금세 까 넣은 초콜릿 하나가 달콤하게 녹아갔다.

 

 

원고지를 받아들었다. Y는 강당의 불편한 의자에 앉은 채 학교와 이름을 차례로 원고지 오른쪽에 기재했다. 아무리 고속버스에서 잤다고 해도 잠의 질이 아주 뛰어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하게 짐을 챙기고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시간을 매번 확인했기 때문에 Y는 눈을 연신 비빌 수밖에 없었다. 눈을 꾹 눌렀다가 떴다. Y의 시야가 서서히 트이자 세미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럼 시제를 발표하겠습니다. 시 부문 시제는…….

Y는 화면에 크게 띄워진 시제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바쁜 발자국 소리들이 강당을 꽉 메웠다. Y는 그제야 원고지와 펜을 꽉 쥔 채 강당에서 벗어나는 무리에 합류했다. 대부분의 백일장에서 그러했듯 서정을 종용하는 시제였다. Y는 손톱이 손바닥에 자국을 남길 만큼 세게 손을 쥐었다.

도서관 열람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부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진행요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녔고, 그들이 걸어 타일이 울리는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조용했다. Y는 서정, 이라고 두 글자를 썼다. 이미 입은 바짝 말라 있었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느리게 진척되는 발상들을 이끌다가 멈췄다. 서정. 입 안 양 뺨에 시큼한 맛이 갑자기 돌았다. 이건 내 글이 아니다. Y는 혀를 깨물었다. 입이 앙다물어졌다. 원고지 사용법조차 모를 정도로 어리숙했던 첫 백일장의 기억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A 백일장은 극서정 좋아해, 리얼리즘이랑. 학생답고 적당히 잔잔한 거. 길어도 떨어뜨린데. 불교 윤회사상 참고해서 쓰면 상 탄다던데. 왜, A에서 주최하는 거면 말 다 했지.

백일장 전날에 온 메시지였다. 유명했고, 유명한 만큼 소문도 구름처럼 생겨났다. 진위여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그렇대서 그것을 아주 무시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전 수상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팁들이 있었고, 학원이나 과외에서 이 백일장에서는 어떻게 쓰라고 조언했더라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Y는 밝기를 최대로 낮춘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한참을 키패드만 누르다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뒤집었다. 휴대폰 옆면은 여전히 깜빡거리고 있었다.

 

근데 거기 심사위원 취향 안 맞추면 떨어져요?

거기가 유난히 좀 심해.

왜요?

몰라. 까라면 까야지. 걔네가 상 주는 거니까.

아.

너 보통 산문시 쓰지 않아? 그럼 안 줄걸. 너처럼 환상 끌어와서 쓰는 애들 싫어해. 사유는 없고 겉멋만 든 것 같다면서.

왜요?

내가 심사위원들 마음을 어떻게 알아. 야, 어쩔 수 없잖아.

 

 

다들 아는데, 대학 가려면. A 백일장 시험실에 앉아서도, Y는 도무지 그 이야기를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새 칠판에는 다섯 개의 시제가 가지런하게 적혔다. 물방울, 눈부시다, 흔들리다, 환승, 편지. 모두 무난한 대상들이었으나, Y에게는 전부 다르게 다가왔다. 극서정. 학생다움. 잔잔함. 불교. 운문시. Y는 스톱워치를 흘긋 바라보았다. 초를 나타내는 디지털 숫자는 멈추지도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오자 Y는 스톱워치를 뒤집었다. 그리고 세 시간을 꽉 채워, 결국 A가 원하던 시를 정성스럽게 제출했다.

죄책감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건 시상식 이후부터였다. 첫 백일장에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이름이 불리고, 단상 위에 올라가 떨떠름하게 상을 받고, 악수를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러나 Y는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자꾸만 추 따위의 무게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역 화장실에서 점심부터 저녁까지 먹은 모든 것들을 토했다.

밀고나가자. 그게 어디에서든. 타인 이전에 자신에게 떳떳하지 않은 시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Y가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연연하지 않기로 했잖아, 상에. 그렇게 다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조급해져서. Y가 상에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랬다면 편도 세 시간과 그에 상응하는 교통비를 감수하면서까지 백일장에 나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과 타협한 상장을 받는 건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싫었다. 또다시 역겨움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정말로 시를 놓게 될지도 모른다.

Y는 양옆을 두리번거렸다. 동그란 안경을 쓴 진행요원과 눈이 마주치자 Y는 손을 들고 자신의 원고지를 가리켰다. 원고지 좀 바꿔 주세요. Y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입을 뻥긋거렸다. 수정테이프로 지우기엔 너무 많아서요. 진행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금세 돌아와 Y에게 새 원고지를 건네주었다. Y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주위는 여전히 조용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Y의 머리카락이 시를 방해하기라도 하듯 종이 위로 흘러내렸다.

 

 

Y는 정식으로 글을 배웠던 적이 없었다. 다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합평을 받고 그걸 발판삼아 자신의 글을 수정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만나는 합평회에서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지망생들의 글을 읽은 후 합평했고, 받은 합평을 꼼꼼히 읽은 후 시를 퇴고했다.

가끔은 과외를 받는 친구들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Y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여러 매체를 접하고, 매일매일 추천받은 책을 읽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세련되게 다듬는 기교를 연습했다. 길잡이가 있었다. Y는 그럴 때마다 양쪽 귀에서 자신에게 속삭이는 어떤 목소리들이 한층 더 힘을 얻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는 문창과도 안 갈 거잖아. 어차피 아무리 공부해 봤자 일대일로 방향 제시받으면서 성장하는 애들하고는 못 비교해. 그냥 포기해라. 아니, 스스로 하는 공부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야지. 네가 더 많이 읽고 쓰면 시간이 더 걸릴지언정 절대 뒤떨어지지는 않을 거야. 취미로 생각하고 덤빈 거 아니잖아.

 

자신이 사이코라고 불린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Y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자신이 지금껏 해 왔던 공부들을 글로 열거하는 것이었다. 시집을 읽고 문장을 직조하고 이미지 묘사를 하고 시를 쓰고 퇴고를 하고 서사를 만들거나 꼬거나 비틀었던, 또 시를 분석하고 합평을 하고 나름대로의 시론과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고 그걸 끊임없이 부수기 위해 맨손이 발갛게 부어오르고 손목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두드리던 순간들을 차례차례 종이 위에 옮겨 보는 것이었다.

Y는 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재능이 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어렸고 그만큼 순수했던 시절도 있었다. 좌절도 여러 번이었고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재능이 없어. 감각이 없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없을 거야. 서사가 늘 같아서 뻔하고 지루해. 네 이야기를 시에 녹여 낼 수도 없잖아. 문장이 늘 끊기잖아. 늘 알레고리는 똑같잖아. 분위기도 매번 거기서 거기고, 세계에선 벗어나지도 못하고. 저 사람들처럼 네가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나 더럭 겁이 나 도망치면 글은 Y를 붙잡았다. 반대로 글이 도망치면 Y는 글을 쫓아갔다. 어디에 숨든 찾아내고 말 거라고. 이 정도의 이유로 글을 그만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Y는 늘 퇴고를 앞두고 있는, 불가연성 쓰레기 같은 자신의 너덜너덜한 초고를 쳐다보곤 말을 건넸다. 네가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으면, 애당초 내 삶에 이렇게나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그건 글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Y를 따로 불러 이야기했던 국어 선생님의 말이 Y에게 겹쳐 들려왔다. 네가 어떤 직업을 갖든 어쨌든 마지막에 글은 쓰게 될 거야. 어떡하냐. 무서운 저주에 걸렸다, 너는.

 

재능이 없으면 그걸 압도할 만큼의 연습량으로 승부하면 되지.

Y는 재능의 부재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열등감은 썩 괜찮은 연료였다. 슬퍼할 시간에 한 편의 시를 더 읽고 한 명의 시인을 더 만났다. 노트북에 저장된 한글 파일이 자꾸만 늘어났다. 발상, 혹은 문장직조라는 부제가 마지막 장에 작게 적힌 손바닥만한 공책들이 쌓였다. 자는 시간을 줄였다. 소등을 한 후에도 여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이불 밑에서 휴대폰 메모장에 활자를 이었다. Y는 더 이상 쓸데없는 절망에 시선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Y의 손이 멈추었다. 시를 한창 옮겨 적는 와중이었다. 실재와 환상의 중간에서 위태롭게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표현들이 연습용 원고지 위에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누군가는 Y의 시가 딱 Y답다고 했다. Y만이 운용할 수 있는 독특한 사유들. 별달리 특별하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Y가 생각나는 어휘들. 백일장에서 화학식으로 발상하는 애는 너밖에 없을 거야.

그건 단지 환상 위에 환상으로 하여금 각자의 논리를 갖게 하고,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고 오차까지도 기록하는 일. 환상을 지어 둔 환상이 더 무너지지 않도록 보수하는 일. 마치 세상에 외따로 떨어진 섬의 무한한 이야기를 한계가 있는 언어로 간신히 옮겨내는 일.

 

 

Y는 마음에 꼭 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부끄럽지는 않을 시를 써 두었다. 발상부터 기존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있었고, 표현들은 적당히 가벼웠으며 관념은 환상으로 치환되었고, 환상은 또다시 비틀린 채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Y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샤프를 짤깍였다. 더 이상 손이 나가지 않았다. 각질이 일어난 입술을 이로 뜯었다. 비릿한 쇠 맛이 났다. 소매로 입술을 훔쳤다. 소매에 선명한 얼룩이 남았다. Y는 눈을 찌푸리고 아랫입술을 혀로 감쌌다. 따가웠다.

너는 이기적이야. 몇 달 전의 대화는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Y는 자꾸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환청인지 아니면 이명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식은땀이 그늘진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떠오르는 기분. 혹은 추락하는 기분. Y는 둘을 동시에 만질 수 있었다. Y는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제출 마감까지는 삼십 분 가량이 남아 있었다.

 

 

문특 쓸 거 아니면…… 백일장 가지 마. 예선도. 네가 애꿎은 기회만 뺏는 거야.

왜?

왜긴 왜야. 예선 한 자리도 걔네한텐 정말 소중한데 네가 가면 한 명이 못 가게 되잖아.

나한텐 안 소중해?

대학이 달려 있잖아, 걔네.

 

너는 아니고. Y는 휴대폰을 고쳐 들었다.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휴대폰 너머에서 한숨이 전해져 왔다. 툭툭 튀어나온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가벼운 미열이 맴도는 것을 매만졌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Y가 더운 눈꺼풀에 자신의 마른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그래. Y는 간결한 어투로 몇 마디를 더 하고 입을 닫았다.

마우스를 움직여서 파일을 다시 다운받았다. Y의 소속 학교와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는 백일장 예선 합격자 명단이 일렁이다가 뿌옇게 차올랐다. 존재만으로 해가 되는 존재. 글을 쓰는 행위가 죄가 되는 이야기. Y는 문득 이곳이 자신이 서 있을 공간이 아닌 것만 같이 느껴졌다. 한두 번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양보하라는 말. 그건 민폐라는 말. 글은 마치 환상의 네버랜드처럼 Y에게 다가왔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했다.

영영 잡히지 않을 꿈이라면 어쩌지?

 

 

Y는 손목에 힘을 주었다. 손목과 팔꿈치가 뻐근하게 아파왔다. 그러나 원고지에 한 자가 옮겨질 때마다 Y는 각자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되새겼다. 각자의 싸움. 각자의 길. 당장 앞에 닥친 목표는 다르지만, 끝내는 모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그러므로 그들은 틀리지 않았으나, 나도 틀리지 않았다.

Y는 마지막 온점을 찍었다. Y의 까만 눈동자가 제목을 오래 응시했다. 끝까지 흔들리는 건 어느 백일장이나 변함이 없었다. 미련하게 구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곧 손을 떠날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이것은 가장 증오하는 나. 그리고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나. 시에는 한 방울도 들어있지 않으나 조각을 맞추면 울퉁불퉁한 결을 따라 미끈하게 쓰다듬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손길로도 죽어버릴 수 있고 그 조금이 치사량이 될. 슬프지 않되 슬플 수밖에 없는, 이상하지 않되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이상하고 축축한 Y.

Y는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펜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원고지를 제출했다. 잘 정리된 원고지를 건네고 인사를 하면 꼭 울 것만 같았으나 Y의 입술은 더 이상 혀나 소매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Y는 알았다. 그들에게 백일장은 큰 기회고 놓치지 말아야 할 숨이다. 때때로 문예창작과에 진학하지도 않을 자신이 백일장에 가는 게 죄라고 여겨져 짓눌리는 밤도 있었다. 그럴 때면 Y는 곧바로 기숙사 책장 한 칸을 가득 메운 시집 중 한 권을 집어들었다. 아무 페이지나 펼친 후 침대에 몸을 던지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다가 시집을 덮으면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누군가 Y에게 너는 글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소중하다고 답할 자신이 있었다. 백일장도 마찬가지였다. 확신이 필요했다. Y는 자신을 가장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혼자 공부하는 와중엔 퇴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잘못 공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불쑥불쑥 시를 비집고 나왔다. 그 생각에 잠식되면 오랫동안 글을 읽는 것조차 힘들었다. 적어도 너는 나쁘지 않게 공부하고 있다는 위로가 필요했다. 필사적으로 외로운, 온전히 집필하는 혼자의 시간에 아주 찰나라도 개입해 이 정도면 괜찮네, 하고 툭 던지는 응원이 필요했다. 그 수단이 백일장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중력이 너무 강해서 글을 쓰기 힘들 때 푹신한 이불을 몸 아래 깔아 주며 좀 쉬었다가 해도 괜찮다는 표정과도 같았고, 전부 그만하고 싶을 때 조금만 더 해 보자고 끌어올리는 손과도 같았다. 강했다. 희박한 가능성에 Y가 매달렸던 이유였다. Y에게는 그랬다.

 

 

의자에 쓰러지듯 걸터앉았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한정된 시제에서 환상의 궤도로 확장하는 건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했다. Y는 시상식을 보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가 요란하게 울었다. Y는 가방 앞주머니에 손을 넣어 초콜릿을 꺼냈다. 들쑥날쑥한 손톱 아래 더 들쑥날쑥한 살이 다 하얗게 뜯겨 있었다. 오늘의 위로는 어떻게 될까. 상관없지, 언제는 내 시가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대강당 안으로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Y는 다 먹은 초콜릿 껍질을 구겨 가방에 집어넣고 지퍼를 닫았다. 아침에 보았던 남자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Y는 가방을 껴안고 가방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괴고 무대를 응시했다. 마이크 테스트 소리나, 심사위원 총평 후의 박수나, 수상자 발표 직전의 긴장감은 Y에게 이제 익숙했다.

Y의 학교 이름이 대강당에 울렸다. 그 학교에서 백일장에 참가하는 건 Y가 유일했다. Y는 무표정하게 가방을 의자 아래로 떨어뜨렸다.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건 백일장에서 수상하지 않겠다고 선포하는 것과도 같다는 걸 Y는 알았다. 그걸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이, 가장 낮은 등위였다. 실력으로 압도해 시풍이 달라도 보란 듯이 잘 써 수상해 보이겠다는 건 애당초 치기였다고, Y는 생각했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M고등학교? 거기서 백일장에 왔다고? Y가 일어났다. 그리고 기꺼이 사이코가 되겠다고 했다.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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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7
연극이 끝나기 전에*

연극이 끝나기 전에* 어쨌든 공연은 올려야 한다. 그게 이학년들끼리 비상회의를 소집해 나온 결과였다. 축제까지는 이제 고작 이 주밖에 남질 않았고, 원래대로라면 소품까지 전부 준비되어 들고 동선을 맞춰야 하는 시점이었다. 박스도 몇 번만 더 주우면 그만 주워야 할 정도로 꽉꽉 차 있어야 했다. 그러나 대본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은 전년도 축제를 준비한 입장에서 보자면 축제에 공연을 올리고 싶기는 한 건지, 귀신의 집을 운영하려고 하는 건 맞는 건지 의문을 품기 충분했다. 저녁에 삼학년 선배들이 내려왔다. 동아리 시간에 삼학년 기장 선배가 내려와 한바탕 혼이 난 후였다. 수능까지 남은 기간도 동일하게 이 주일이었다. 이학년 기장 Y에게 문자를 받은 순간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머리에 직격했다. 삼학년뿐 아니라 이학년들도 거의 개입하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이학년들이 매달려 도와주는 것도 모자라 삼학년 선배께서 직접 내려와 상황을 체크하고 최선의 방도를 함께 강구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는 선배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본래 회의를 소집하면 텅텅 비어 있곤 하던 큰 강의실은 어쩐 일인지 이학년과 일학년들로 꽉 차 있었다. 차가운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학년 기장 Y가 울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이년간 걱정 될 정도로 연극부를 위해 헌신한 건 Y였고, 맨 땅에 헤딩을 하려던 일학년들에게 완충작용을 한 것도 Y였고, 의욕 없는 일학년들을 어르고 달래 그나마 대본을 쓰게 시키고 지속적으로 찾아갔던 것도 Y였다. Y는 할 만큼 했고, 짊어질 만큼 짊어졌다. 우리는 둘로 갈라졌다. Y를 위로했고, 그 후의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남자작가 H와 배우장 G와 부원 J를 비롯해서 대여섯 명이 모였다. 일학년들은 학교 편의점 앞의 공간에서 저들끼리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일학년들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이상 볼 수 없을 법한 벽 뒤에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침울하게 타일을 불규칙적으로 밟는 소리만 들렸다. “대본도 아직 안 나왔다며.” 내가 운을 뗐다. “일단 장면 전환 아홉 번은 미친 짓이야. 절대 못 올려.” “너희가 계속 같이 봐 주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봐 줬지, 봐 줬는데…….” 약속하기라도 한 듯 우리는 마른세수를 했다. 그 뒤에 나올 이야기는 안 봐도 뻔했다. 우리는 그 전 주 일요일 아침에 모여 비상회의를 했던 적이 있었다. 일학년 기장 S와 다른 부원들 간의 불화에 대한 문제가 주 안건이었다. 한 시간 반 동안 힘 빠진 논쟁이 오갔고, 연극부 특성상 이번 무대를 어떻게든 올린다고 하더라도 불화가 지속된다면 당장 다음 무대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그 애들이 자생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 확신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라면 오리엔테이션 무대를 올리지 못하고 동아리는 폐동되고야 말 것이다. 아찔한 감각이 목 뒤편부터 꼬리뼈까지 타고 내려갔다. “Y는 이제 우리가 손 댈 수 있는 거 없다고 했지.” “그렇다고 놓고 있을 거야?”

  • 윤별
  • 2017-11-30
숨의 기억

숨의 기억     숨을 쉴 수 없을 때 머리를 처박는 법을 배웠다.   ─너 도서관 안 가? ─거기 자리 맡기 힘들잖아. ─그래도 더 집중은 잘 되잖아. ─으음, 그냥 기숙사에서 할래. 귀찮아.   기숙사는 조용했다. 으레 방문을 뚫고 복도에서 들리던 수다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이들은 모두 실어증을 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의적으로 입을 다물고 책상 앞에 몸을 붙인 채 펜을 놀리는 행위의 연속이었다. 망가져가는 오른손에 고무줄을 감았다. 프로그래밍 된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처럼 반복되는 세계는 시계와 닮아있었다. 문득문득 치솟는 생각이 있었다. 시계초침을 부러뜨리고 싶다. 언제나 같은 리듬의 삶에서 벗어나 죽음의 문을 두드리고 싶다. 다섯 명이 함께 지내는 호실에는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열댓 권의 책들을 의자 밑에 쌓아두고, 그 책들이 한 번씩 손을 거치고 나서야 자신의 호실로 잠시 돌아가 책을 바꾸어 올 뿐이었다. 수학과 과학 책을 잔뜩 가져와 무리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하던 시절이었다. 언어를 머릿속에 C언어처럼 입력하고 올바른 답을 도출하기 위해 잠을 줄였다. 비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되풀이되었다. 언제나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었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교재를 잡았다. 책을 바꾸기 위해 호실로 들어가던 찰나, 숨이 들이켜지지 않았던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출력값이었다. 내뱉은 단어들이 없어 들어올 것도 없었다고 판단했을까. 아니면 쓸모없는 몸뚱이가 연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까. 어느 쪽이든, 공기의 유입을 폐가 거부하는 중이었다. 나는 바람 빠진 풍선인형처럼 침대 옆에 주저앉았다. 숨을 들이켜기 위해 하늘을 보고 막힌 공깃구멍을 뚫기 위해 애썼다.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이 끌어내려지고, 삶을 갈구하는 몸짓만을 반복했다. 목을 쭉 빼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처절했다. 죽음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무렵들과 삶의 밧줄을 추악히 그러쥐는 몸뚱이가 겹쳐보였다. 역겨웠다. 그렇게 생의 중단을 꿈꿔왔으면서. 나는 발버둥치기를 멈추고 무릎 사이로 머리를 처박았다. 숨구멍이 트여 죽음의 수갑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힘든 날이 있다. 할 일들은 자습실 책상 위에 형체를 갖추고 쌓여 있는데, 마치 아지랑이처럼 금세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에 빠져 버리는 날. 몸을 웅크린 채 심장소리를 듣는 중이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찰나들이 연속적으로 찾아온다. 몸이 떨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제어하면 발끝부터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는 것들이 있다. 마치 환청처럼, 아른아른. 세상의 아름다운 인식과 상반되는 추악한 섬뜩함. 밖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 문 쪽을 바라보았다. 룸메이트가 슬리퍼를 끌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애는 자신의 노트북을 침대 위에 던져두고 여러 색깔의 책을 챙겼다. 방 안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시간은 단 일 분이 되지 않았다. 오직 따뜻한 공기뿐이 남은 기숙사 방 안에서 나는 도망가는 나를 보았다. 고

  • 윤별
  •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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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반갑습니다! 일 년 동안 잘 부탁드려요.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부터 글을 쓰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었는데, 자꾸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뤄 두었었어요. 소설이든 수필이든 시든요.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네요.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쯤 제 안에서 나올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첫 발을 내딛고 나니까 조금 신기하네요.

    • 2018-03-31 23:35:13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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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성현

      안녕하세요. 윤별님! 전성현입니다. 첫 만남 반갑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윤별님 글은 진작 읽었는데요, 어떤 답글이 좋을까 고민만 하다 늦었습니다. 어떤 글을 주로 썼는지 궁금해 다른 게시판 글들도 일부 읽었습니다. 백일장에 대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깊이 있게 잘 써주었네요. 백일장을 통해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Y의 모습이 보입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M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공부로 해소되지 않는 감정과 욕구들을 글을 통해 달래고 백일장 결과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러한 모습이 평범하지는 않겠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Y가 어떤 직업을 갖든 계속 글을 쓰고, 글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살거란 생각이 듭니다. 윤별님, 다음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2018-04-08 22:28:32
      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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