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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손가락으로 말풍선을 띄우는 것 (수정)

  • 작성자 사즈
  • 작성일 2020-09-04
  • 조회수 313

범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어린아이로 살아가는 것은 고달프다. 인신매매 당할까 신상이 털릴까 이상한 사람을 만나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부모님들이 걱정하셔서, IT 강국에서 살며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반항심이 생기면서 부모님의 말씀을 밥 먹듯이 어기기 마련이다.

 

엄마는 인터넷으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초등 저학년 때, 카카오스토리가 유행했었다. 특히 모르는 사람과 연예인이나 만화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고 사진을 주고받는 것이 유행이었고 설령 하지 않는다고 해도 친구 수를 늘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나 또한 그 유행에 편승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그걸 막았고 나는 혼자서 속을 끓였다. 주위 친구들 다 하는데 나만 못해 속상해했지만 엄마 말을 무시할 만큼 배짱이 두둑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고 너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 말은 무시할 만큼의 배짱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나는 할머니 집에 가서 엄마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같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구 신청을 보냈다. 심장이 쿵쿵거렸고 손에 땀이 흘러 폰을 제대로 쥐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 중 한 명이 근처 동에 사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사는 지역을 물으며 자신은 ㅇㅇ동에 산다며 만남을 제의했고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한 편으론 둘이 만나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상상했다. 엄마들끼리도 좋은 만남이 될 것 같았다. 그날 밤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했고, 우리 집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진짜 글자 그대로 뒤집어졌다. 그날 엄마한테 얼마나 혼나고 눈물 콧물 뺐는지 중학생인 지금까지 생생하다. 엄마는 친구들 당장 지우라며 폰을 빼앗겠다고 윽박질렀고, 인터넷 채팅의 위험성에 대해 연설을 했다. (엄마한테 혼나며 친구 삭제를 하는 그 와중에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던 몇 사람들에게는 개인 사정으로 친구 삭제를 합니다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그때는 사람들한테 예의 없이 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엄마가 위험성에 대해 어찌나 강조했던지, 나는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어 그 사람이 진짜 나쁜 사람이면 어쩌지, 우리 집에 찾아와서 나를 납치해가면 어쩌지 몇 주 동안이나 악몽을 꾸고 두려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때는 정말 무서웠다.

 

이 년쯤 지나고 어느 게임이 유행하면서 나는 또 같은 실수를 했다. 모르는 사람과 친구를 맺고 문자 몇 개를 주고받은 것인데, 그 행동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엄마는 폰 검사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나만의 비밀이 생겼다는 기쁨에 들떠 엄마한테 지나가는 말로 살짝 그 게임에 대해 말했는데, 이번에는 할머니까지 합세해 나를 혼내셨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로 시작해 당장 그 게임 지워로 끝난 그 날의 설교는 나를 또 울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 년간 잠잠히 지내나 싶다가 나이언틱이 포켓몬고를 개발했다.

 

한때 바짝 불타올랐다 식어버린 포켓몬고에는 레이드라는 기능이 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여 포켓몬과 싸워서 포켓몬을 잡는 방식인데, 별 두어 개 짜리 레이드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별 다섯 개 전설의 포켓몬은 최소한 세 명은 모여야 잡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내 친구들은 포켓몬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

여기서 나는 또 고민에 빠진다. 엄마 몰래 지역 오픈 채팅에 들어가 레이드 할 사람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들어가지 않을 것인지. 

 

삼 년쯤 고민하다 어제 톡방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가입인사를 해야 하는지, 막 인사했는데 사람들이 아무 반응 없으면 뻘쭘할 것 같은데 어쩌지 겁이 나서 친구한테 징징거렸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오픈 채팅을 시작한 그 친구는 대부분 가입 인사는 그렇게 하며, 반응이 없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나를 달랬다. 친구의 말에 용기를 얻어 안녕하세요! 하고 가입 인사를 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 아 어떡하지 이 사람들은 가입 인사 안 하는 건가 초조해했다. 그렇게 이 분쯤 지났을까 어떤 사람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받아줬는데, 그 한 마디에 불안함이 가시면서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의외로 같은 구에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 누가 날 알아 볼까 하는 걱정 따위 할 필요가 없었고, 사람들은 정말 게임 얘기에만 열중해서 사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다. 어쩌다 희귀한 포켓몬을 잡았다고 자랑하면 서로 부럽다, 대단하다 등의 말을 주고받는 훈훈한 톡방이다. 

 

인터넷의 단 맛을 알아버린 나는, 영어 실력을 좀 더 쌓으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펜팔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초등 저학년 때 집이 한 번 뒤집어지고 오륙 년쯤 시간이 흘렀다. 지금의 나는 여러 사건 사고들을 많이 접했기에 그때의 엄마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는 엄마를 많이 원망했다. 내 친구 엄마들은 다 허락해 주는데 엄마만 못 하게 한다며 서운해했다. 친구들도 다 못하는 거면 별로 속상하지 않았을건데, 친구들은 다 하면서 나만 못 하니 더 속상했던 것 같다.

 

이런 일들을 겪고 돌이켜보니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오는, 그런 일들을 겪으며 사람이 성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입혀주던 옷을 거부하고 내가 원하는 옷을 직접 사 입고, 엄마가 떠먹여 주던 밥을 먹는 대신 친구랑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세트나 사 먹고. 하지 말라는 오픈 채팅을 하다 걸려서 혼도 좀 나보고, (거기서 부모님께 비밀은 말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도 깨닫고) 나이를 좀 먹고 나서는 그때 엄마 심정을 이해하기도 하고. 

 

전에 한번 지나가는 말로 엄마에게 '글틴에서 글을 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엄마가 별말이 없는 것은 어쩌면 엄마가 지금의 나를 믿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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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ie Peters-stay young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가사의 줄거리와 멜로디 음색을 곱씹으며 글을 읽는다면 좀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l8l_0jtE6Qw?feature=shared 처음 그 감정을 느낀 건 중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2차로 학교 도서관에서 모여 친구들과 쌓인 회포를 풀면서였다. 나를 비롯해 친구들이 다들 사서 선생님과 연이 깊었던데다, 졸업식 날이라 도서관이 한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우리는 겨울 햇볕이 환하게 드는 창가 근처에 둘러앉아 전날 약속했던 ‘랜덤선물 교환’을 했다. 다섯 명이 각자 작은 선물을 하나씩 사서 손수 포장한 뒤 나눠 가지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는 게 A가 주장한 랜덤선물 교환의 의의였는데, 정작 A 빼고는 모두 시간이 촉박하다는 변명을 대며 어이없는 선물을 가져왔다.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 액자와 손 편지, 디퓨저를 준비했던 A는 내가 당일 아침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온 유치한 립스틱 모양 사탕과 젤리 한 뭉치를 받았고, B는 C가 집에서 공수해 온 주유소 휴지와 교복 명찰 한 뭉텅이를 받았다. 그 뒤로도 이어진 황당한 선물들의 향연을 보고 이건 내가 생각한 그림이 아니라며 웃는 낯으로 절규하던 A와 그 모습을 보며 미친 듯이 웃던 친구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A는 이런 의미의 추억을 생각한 건 아니었겠지만 뭐,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긴 한 셈이다. 랜덤선물 교환이 끝나자 다들 가족과 외식 약속이 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놀기로 했다는 이유를 대며 하나둘씩 사라졌고, 친구들을 배웅하던 B는 갑작스레 -야, 나 집 가서 기타 가져올까? 하고 묻더니 정말로 도보 3분 거리 집에서 기타를 가져왔다. 나와 친구들은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미끈한 기타의 표면과 B가 디리링, 하고 현을 퉁기자 감미로운 소리를 뱉어내는 울림통을 보며 감탄했다. B는 싱긋 웃으며 뭐 쳐줄까? 하고 물었지만 기타에 문외한인 우리가 침묵으로 대답하자 최근에 배운 노래라며 기타 현을 퉁겨 연주를 시작했다.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이었다. https://youtu.be/CTtUeNabfDk?si=DMkSE7jAMjhtW08O 우리는 먹먹한 멜로디에 빠져 홀린 듯이 노래를 감상했고, 이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렬한 직감에 사로잡힌 나는 핸드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때 찍은 영상을 본다. 노출을 잘못 조절해 과하게 밝은 영상이나 기타 현을 퉁기다 ‘새끼줄이 녹슬었네’라고 중얼거리는 B의 모습, 우리는 모르지만 본인만 아는 실수를 한 뒤 연주를 멈추자 “B야 계속해!”하고 속삭이는 C의 목소리, 그걸 듣고 “뭐? 계속하라고?”하며 당황하는 B의 표정, 연주를 방해하지 않으려 잔뜩 숨죽인 그때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영상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너무도 완벽한 마무리였다. 나더러 중학교 졸업식을 소재로 소설로 쓰라고 해도 이만큼 완벽한 결말은 못 짓겠다 싶

  • 사즈
  • 2024-07-20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의 무게

얼마 전, 중학교 성적 산출이 끝났다. 3학년 여름방학 날에 받았던 꼬리표에 적힌 나의 전교 등수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성적에 자만했기 때문인지, 나는 차츰 공부를 손에 놓기 시작했고 중학교 내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학원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시험 전 날까지도 친구랑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면서도, 시험 망칠까 봐 두려워서 물 한 그릇 떠놓고 돌아가신 조상님께 빌었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물 떠놓고 이번 시험 잘 치게 해주세요, 앞으론 벼락치기 안 할게요, 간절하게 빌었다. 엄마는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했지만, 성적 강박증은 있어 미칠 듯이 불안해하는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성적 낮아도 뭐라 안 할게. 그냥 네가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해. 엄마가 살아보니 그렇더라,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공부에 미련이 남으면, 그게 정말 평생 가." 솔직히 그때는 그런 말을 들어도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내가 그런 실패를 정말 경험해 보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그때는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했어서 모로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을 믿어서 그렇기도 했다. 어디서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이번에도 잘하겠지 안일하게 생각하기도 했고. 그 말을 듣고 아, 그렇겠네, 근데 공부하기 싫다. 이런 생각이나 했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망했다. 특히 기말고사 중 몇몇 과목은 88점, 89점이 나와 몇 점 차이로 A를 받지 못했다. 내가 공부하지 않아 떨어진 성적이니 수긍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속상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리 공부를 안 했다지만 수학만큼은 놓지 않았는데 성적이 너무 안 나와 기말고사 치고 한 일주일 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울었던 것 같다. 다른 과목도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아 몇 주간 굉장히 우울했다.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을 합한 결과, 내 등수는 이제 두 사람 손을 빌려야 셀 수 있을 정도로 떨어졌다. 계속 전교권에 들다 갑자기 십 등 가까이 성적이 떨어지니 주변 사람들이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담임 선생님은 슬럼프가 온 것이 아닌지 걱정하시며 진로 캠프를 권유하셨고, 학원 선생님은 아예 그 일로 상담까지 해주셨다. 학교 수학 선생님은 잘하는 애들이 이럴 때가 있다며, 하지만 중학교 시험 끝났다고 인생 끝난 거 아니라고 위로해 주셨다. 그런 말들을 듣고 아무리 지나간 일 바꿀 수 없으니 후회하지 않을 거라 다짐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그만 후회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시험 치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라 그 정도 후회는 친구랑 어디로 놀러 갈 건지 계획을 짜거나,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빌릴 건지 고민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언제 하는지 생각하는 일로 덮어둘 수 있었다.  어제 일이었다. 시험도 다 끝났겠다, 어제는 토요일인데다 김장과 대회 준비를 다 끝내고 나니 완전 늦은 밤이 되어 공부하기도 애매하겠다, 침대에 누워

  • 사즈
  • 2021-11-28
취향

드라마라곤 초등학생 때 가족들과 왔다 장보리 보던 게 다였던 내가 본편은 물론 유튜브에 올라오는 촬영 비하인드까지 꼬박꼬박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리즈. 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의대 동기 다섯 명이 사람 냄새 풍기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뭐라고 줄거리를 쓰고 싶지만, 딱히 줄거리도 없다. 큼직한 흐름만 있다 할 뿐, 매화가 다섯 명이 자들을 보듬어주고 밴드 연습하는 내용이다. 별다른 줄거리도 없어 보이는 이 드라마에 내가 빠진 이유는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전개 없이 순하고 부드러운, '힐링' 요소들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중 재벌도 한 명 있지만 유산을 갖고 가족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지도 않고, 환자들이 '진상'을 피워도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하는 의사들이 나오는 게 이 드라마다. 이십 년 지기 의사 친구들이 옛날 노래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밴드를 한다는 것만 봐도 어떤 결의 드라마인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얼마 전 왓챠피디아(영화 리뷰도 보여주고 내가 본 영화에 별점을 주면 그걸 토대로 내 취향 영화까지 추천해주는 아주 좋은 앱이다)어플에 들어가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평점을 보았다. 예전에 블로그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았을 때는 호평이 꽤 많아서,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지루하고 오글거린다는 평도 많았다. 신기한 게 작위적이고 오글거린다는 평이 받은 좋아요 개수와 이 드라마가 삶의 낙이라는 평이 받은 좋아요 개수가 비슷했다. 나는 자극적인 전개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여줘 힐링이 된다는 이유로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은 매화 힐링을 강조하고 너무 도덕적으로 완벽한 등장인물들이 나와 힐링은커녕 오글거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나는 드라마 마지막에 항상 주인공 오인 방이 밴드 공연을 하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은 의사들이 밴드할 시간이 어딨냐고, 너무 현실성 없고 시청률 높이려고 일부러 그런 설정을 끼워 넣은 것 같다고 싫어했다. 시청률도 꽤 높고 호평도 많은 드라마라 당연히 모든 사람이 이 드라마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런 부정적인 평가를 보고 사실 좀 놀라고 이해도 안 됐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평가가 엇갈린 적은 종종 있었다. 포르투갈 펜팔 친구는 닭똥집을 좋아해서 즐겨 먹는다고 했는데, 나는 닭똥집 특유의 식감 때문에 닭똥집을 싫어하는 데다 즐겨 먹지도 않는다. 또 한번은 내가 재밌게 읽고 어떻게 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냐고 감탄을 하며 친구에게 책을 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후에 그 친구가 책을 돌려주며 내가 좋다고 한 바로 그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엄마에게 세심한 문체로 쓰인 설명이 많이 붙은 글과 간결한 문체로 쓰인 별다른 설명 없이 핵심만 간결하게 쓰인 글을 보여주며 어느 게 더 마음에 드냐고 물어봤다. 엄마는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 싫다며 놀랍게도 간결한 글을 골랐다. 나는 묘사가 섬세한 글을 좋아해서 엄마의 대답을 듣고 굉장히 놀랐었다. 아니, 이 글을

  • 사즈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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