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오면 죽는 선인장
- 작성자 세빈
- 작성일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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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72
선인장 같은 네 머리는
때 아닌 장마날이면
삐죽삐죽 서곤 했다
너는 항상 머리의 축을
우산의 다리밑에 고정하고
물 먹은 삐죽한 머리칼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내보이며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기어코 허물을 다 벗어주고는
머리칼과 다르게
서글서글한 눈매로 웃어 보이고
그런 기억 속 너는
어깨에 푸른 멍을 달고
이제는 색을 가지지 않는
오른편 어깨
그리고 푸석한 여름
나는 어깻죽지를 더듬다가
우산을 유기하는 날이 잦았어
몸을 온전히 가리는 일인용 우산이
버거운 날이 잦았어
우리 집 선인장이 장마를 피한 건
네가 비를 내렸기 때문이잖아
그래
이제 나는 선인장이고
너는 내 목숨을 쥐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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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빈
-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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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빈
- 2024-06-29
기억하는 것은 하늘을 향했던 깃과 아프게 스치던 바람 비상하는 철새들 뒤로 긴 겨울의 초입에서 푸른 잎을 기다리던 둥지 힘차게 했던 날갯짓은 진창이 된 젊음을 질질 무는 그늘이 되었으니 곧 다가올 황혼의 노래는 철새의 비상을 연주하는 그늘의 곡조
- 세빈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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