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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해서 아늑한, 익숙해서 따뜻한.

  • 작성자 강완
  • 작성일 2024-02-01
  • 조회수 273

노스탤지어는 이제 뻔하다고들 하지만

익숙해서 더 이해하기 쉬웠어.


요샌 감정을 강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자연스럽게 치솟은 입매만 욱신거렸거든.


오랜만에 심장에서 오는 잔떨림.

가슴은 진정한 입꼬리의 인도자. 강요되지 않는 감정은 우러나와야만 한다.


들어봐.


시간의 한 지점에서 영원한 어떤 거울.

우린 그걸 사진이라고 불러.


늙지 않는 과거를 마주한 순간엔

찰나지만 맑은 웃음소리가 귀에 머물렸어.


너무나 선명한 선율이였기에

노쇠한 시곗바늘이 주는 먼지에도

때탄 자국 하나 없더라.


얼굴의 잔털 하나에서도 들어나는

안온한 보듬음의 자국들.


허구한 날 구웠던 쿠키마저

분명 여름 맛이 났었을 거야.

산뜻한 여름, 2016년의 바람 내음.

비밀 재료는 사랑.. 그리고 쿠키 믹스.


난 괜히 거울의 순간을 내것이라 불러보고 싶어져


그리고 무의식 속 생겨난 그 염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결국 웃음 짓고 말아. 거울의 웃음은 나의 것과 동의어. 거울 속 행복은 나의 것이였고 나의 것일 것이다. 어쩐지 증명해야만 했던 그 순간.


낭만과 혼돈스런 인간 관계의 교차점에서,

아스라한 애정의 잔상과 현재가 만나는 사거리에서

잠시나마 따뜻했어. 행복했어. 아늑했어.


그치만

달빛과 물이 하나 되어 세상을 비추는 순간 흔치 않아 마음에 남듯, 매일같이 짓는 똑같은 웃음은 습관으로 격하돼. 매일같이 느끼는 향수는 히스테리에 불과해.


사진에 손때가 묻으면


웃음소리은 점점 옅어질테지


그래서 우린 새로운 웃음을 찾아야 해. 매일같이 새로운 바람을. 새로운 윤슬과 새로운 아침과 새로운 입꼬리의 각도를. 감정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회유할 새로운 방안을.


이미 U 모양으로 고정된 과거의 입술이 아닌,

어쩌면 입을 n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는 오늘치의 고난을 이겨내야지. 우린 매일 늙어가는 인간이니까.


마지막 한가지.

먼 훗날, 지치고 닳아 도저히 버티지 못하겠을 땐

다시금 익숙한 사거리 위에서 익숙한 순간들과 만나겠다 약속하겠어.

진부해서 아늑한, 익숙해서 따뜻한 무수히 많은 나의 조각들.


그리고 종국엔..


오늘도


잔잔한 웃음을 나누는


그 거울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겠지.

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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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

찰나를 전하기 위한 말들은발음하기에 그보다 오래 걸리곤 합니다.심장이 터질 듯 우는 누군가내뱉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더라도결국 말줄임표가 유일한 선택지라고 해요, 삶 대신 말을 줄여나가는 수단들태양에 붙는 셀수 없는 수식어들어떤 사랑은 적외선까지 막아줄지도 모르고...있잖아요 난죽고 싶어 해본 적 없고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에 회고할 사랑도 없습니다감기약과 수면제와 박제가 되어버린 누군가는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다가 빠져나오고 말고...느지막한 방안의 공기공기 속을 빽빽하게 채우는 공백공백이 외로움을 뜻하는 것은이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언제나 한 쌍이기 때문일까요?그렇다면 오늘 내 방을 뒤덮었던 뭔지 모를 기체는말줄임표와 같은 것을 의미했을테고 ...시에게 동조했던 모든 것은 날카로웠고고작 은유 한번 찾아내고 싶었던 난그 대가로 날카로운 것들을 심장에 박아넣어야만했고이해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는 나에게 아픔만을 전도시켰고어쩐지 그때만큼은 이국적인 것들이 고팠던 것 같기도 하고...

  • 강완
  • 2024-05-19
빨간 하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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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완
  • 2024-05-11
식.인.(식도의 인도)

귀에 울리는 소리들은 하나같이 주파수가 맞지 않는다.시야가 빠르게 깜박이더니 이내 새까매진다.터널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터널은 식도랑 비슷하다.일방통행만 가능한. 입구 하나, 출구 하나.음식물 찌꺼기들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한다. 꽉 막힌 차선 위의 운전자들처럼.혹시 나는 삼켜진 걸까? 뱃속에서 나와 처음으로 보았을 불빛은 허기진 신의 안광.처음 내었던 울음소리는 삼켜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적어도 그건 가장 진실된 감정이었겠지.꽉 막힌 터널 속에서 정체(자유?)를 누리는 운전자들처럼우리는 자유라는 거짓말을 따라신의 목구멍 아래로끝도 모르고 떨어지고 있는 건가보다.아니, 사실 끝은 있지. 신이 우리를 다 소화시키면 말이야, 어쨌든 밖으로 다시 나오게 될 거 아냐?공교롭게도 태어난 그곳 바로 옆에서.병원이랑 장례식장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대.*진짜 자유는 죽음인 걸까? 죽어버리면 자유로울까?눈앞이 아직도 어둡다. 잠에 들고 있는 걸까? 터널 위를 아직도 표류하고 있는 걸까? 죽어가고 있는 걸까?아래로,아래로,아래로.떨어지고 있는 걸까?*(오즈의 의류수거함)

  • 강완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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