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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유효기간이 있어

  • 작성자 강완
  • 작성일 2024-02-08
  • 조회수 293

건물도 차마 가로막지 못한 억센 빛덩이들은

이내 창을 넘어

방 안의 모든 것을 아득하게 만들어왔다.


아득한 것들은 대부분 이름지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거실의 큰 지분을 차지하는 소파. 또는 흰색 카페트.

빛은 창틀로 하여금 그것들 위로 줄무늬를 그리게 했다. 줄 하나. 줄 둘. 줄 셋.

방은 이제 얼룩말 떼가 머무는 어떤 초원처럼 보였다.


아득한 것들 중에는 이름짓기 전에 휘발되어 버린 것들도 있었다.

속눈썹 바로 아래에서만 존재했던 글자들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글자들은 단어를 잉태하기도 전에 강렬한 섬광에 부딪혀 파스스 녹아내렸다.


빛은 시간 또한 사라지게 만들었다. 

시곗바늘은 백열하는 모래사장에게 매혹되었고, 이와 공명하게 되었고, 모래시계 속의 맥없는 낱알들처럼 결국 빛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었다.


그것은 패착이였다.


어두운 방 안의 얼룩말들은, 결국 쇠창살 아래 갇힌 무생물에 불과했다.

줄무늬 선들은 족쇄였다. 초원은 허상이였다. 섬광의 여파는 모두에게 환상통을 안겨주었다. 


빛은 갔다.

세상은 까매졌고 의자는 의자였고 소파는 소파였다.


형상화하지 못한 단어의 응어리들만이 그곳에 남아 꿈을 만들었다.

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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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완
  •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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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완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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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완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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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완

    새롭게 써보려고 했는데 마음에 하나도 안든다 헝헝

    • 2024-02-08 17:42:48
    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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