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주머니가 우울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다지만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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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407
우리는 집을 잃었어.
갈 곳이 없네. 이제 어떻게 하지? 어제 내린 비에 젖은 신발이 불쾌하고. 곰팡이 필 것 같은 발로 걷다
보면 거리에는 청회색 빛 얼굴을 한 낯선 이들만 바글바글. 유리창에 반사되는 얼굴들.
그들의 기분을 알 수는 없지만 슬플 것이라고
제멋대로 넘겨짚었어. 다들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구나…. 정류장에는 떠돌이 개. 발끝에 차이는 게 안쓰러워? 미안. 줄 수 있는 게 없네. 그렇다고 그런 눈으로 바라보진 말아줘…. 걱정하지 마. 생각보다 나는 행복하단다.
돌아가면 부스러진 빵 조각을 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돌아만 간다면. 그러다가 돌아버리지만 말고.
떠오른 것들은 죄다 비슷한 얼굴.
오늘도 이런 밤을 보내다가 어디선가 잠들겠지. 그런 빈곤이 지속된다면 누군가는
이것을 시대의 이름으로 명명할지도 모른다.
우울과
빈곤과
공황의 시대.
우리는 길을 잃었어….
우리는 집을 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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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당신단 하나의 오롯함당신의 결핍나의 혈액과다 복용어지러움착각진실마지막갈구오히려오해망상다정사랑안정감지속,
- 눈금실린더
- 2024-09-14
그러니까 무너지는 밤은 이곳에서부터시작된다는 것입니다그대제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을부디 용서하십시오환상 속에서 우리는 항상 볼을 맞대고눈물 흘리는데이런 거짓이 실례가 됩니까다만 얼마나수많은 밤들을 뜬 눈으로 지새웠는지쉬이 잠에 들지 않는 당신의숨결을 차치하더라도우리가 어찌하나의 꿈속에서 살 수는 없나요그것마저 거짓임을압니다
- 눈금실린더
- 2024-08-29
우리의 거짓을 태우면 남는 것은 허물밖에 없어무너져 있었지만신경쓰지 않았어상관 없다고 생각해서열차가 승강장을 지나서 정차한다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망칠 때마다 흔들리곤 하던동공의움직임말라붙은 아가미로 호흡한다이미 버린 게 너무 많아서 테이블 위의 패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없는데...손아귀를 벗어난 그릇이 산산조각난다창문은 없다아무것도,*너의 얼굴이 일그러질 때내가 냈던 카드는 구겨진하트 에이스그리고 기나긴 적막
- 눈금실린더
- 2024-08-26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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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트리거 워닝이 포함되는 게... 맞는 걸까요? 긴가민가하지만 일단 체크해두었습니다. '대공황'을 뜻하는 영단어가 'depression era'라는 것을 보고, '직역하면 '우울의 시기' 아닌가? 생각해 보니 대공황도 병명과 같은 한자를 쓰는구나.' 생각하다가 쓴 시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담기에는 너무 크고 먼 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경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있네요. 요즈음 쓰는 소재가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띄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