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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3-09
  • 조회수 260



내가 친했던 누나들은 흡연중독자 아버지를 둔 한 누나앞에서 

담배향기의 역겨움을 논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카락은 샴푸향이 났고 셔츠에는 향수향이 진동했다

분명 그들은 꽃처럼 보일수 없어서 꽃의 냄새를 흉내낸 것이었다 


담배를 무는 아저씨는 관능적인 표정을 띄고 있었다 

짙은 눈썹은 아래에서 하늘로 올라가며 흩어지는 연기속 묻혀, 

마치 불타는 두 장작처럼 강렬했다 


담배중독자 아버지를 둔 그 누나는 애써 웃어보려 경련했다

가증스런 눈웃음, 어색한 보조개, 편한 척 하는 손동작 

마치 경연대회에 홀로 선 음치같았다


나는 굳이 연기할 이유가 없었기에 

아저씨를 쳐다보았고 눈빛으로 누나들의 무례함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

어차피 그는 날 쳐다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길을 걸으며

시체들, 무덤, 마귀, 셜록홈즈, 귀신, 성기가 떠오르는

담배를 코로 마셨다 


“건배합시다!”


이 냄새는 마실 가치가 있다

누군가의 돈이 소비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짜로 마실 수 있었다 


내가 친했던 친구들은 어린이 놀이동산에 출몰한 게이들을 욕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머리는 잘 빗어져 있었고, 옷은 쾌활하고 쿨한 패션감각을 표현했으며, 그 옷 너머에 그들의 몸은 아주 정상적인 남자몸처럼 근육이 다졌다 


세 명의 게이들은 자기들을 둘러싼 온 세상을 비웃고 있었다

모든 관중앞에서 정열적인 키스를 했다

그들이 쓴 선글라스가 사람들을 차단했다


나는 게이들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함께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아

비밀스럽게 눈물을 머금었다 


그렇게 우리는 길을 걸으며 

마귀, 창녀, 항문성교, 게이 퍼래이드, 문란함이 떠오르는 

동성애의 분위기를 눈으로 느꼈다


“건배합시다!” 


이 분위기는 느낄 가치가 있다 

누군가의 마음이 다른 누군가를 향해 지불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짜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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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9-19
성숙

희고 고운 비둘기 떼가 흙빛의 파장에 잠긴 우리 동네를 지난다 어린아이들은 돌을 집어 하늘을 향해 던진다 돌아보면, 다 그랬다. 순수한 아이는 순수한 동물을 해맑은 웃음소리 가시기 전에 죽인다. 순수함은 게임이 마치면 마쳐지는 환각이었을 뿐이다 창가를 열고 베란다에 나와 가솔린을 입은 비둘기 떼가 우리 동네를 지나는 광경을 보고 있다그를 해할 수 없어서 자신을 해할 수 밖에 없었던 더이상 인생이 게임이 되는 것이 그쳐버려 미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모든 이들은, 무리에서 뒤쳐져 나는 비둘기한마리에게 저마다에게제일 달콤한 이름을 붙인다

  • 위다윗
  • 2024-09-10
현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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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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