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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의 기도 (퇴고)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3-14
  • 조회수 299

하나님, 



제 생각은 도저히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정가운데 중심을 향하도록 디자인된 도넛을 좋아하던 어린아이는 이제 없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가 좋습니다

그녀는 제 한국정서에 닿지 않는 아메리칸 소울을 갖고 있어 좋습니다 


영어고전을 읽고 있습니다

도저히 머리에 들어가지 않아 요상하게 생긴 한 문장에 걸음을 멈추다가 결국은 냉기에 온몸이 얼어버렸습니다


오늘은 타자기에 두드리는 소리가 꽤 마음에 듭니다

귀여운 노트에 예쁘장한 글씨를 흉내내며 써내려 갔던 중2의 추억은 죽은 기억일 뿐입니다 


요즘은 알람을 맞추는 습관을 고치고 있습니다 

때론 너무 바른 사나이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요즘은 형에게 가끔 보내는 꿀로 바른 안부문자를 그쳤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 문자를 받을때 “귀찮아 미쳐 버리겠다” 라고 

중얼거린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기도가 노동이고

노동이 기도라는데

제 기도는 습작이고 

제 노동은 고뇌인 것은 

어째서입니까? 


울며 씨를 뿌리면 

웃으며 거둔다는데 

저의 씨는 씨로 시작되는 욕, 

씨같이 박혀버린 트라우마, 

씨로 시작해서 흉측한 나무가 되어버리는 그런 저주이진 않습니까?


제게 만약 친구를 주셨다면 

친구와 겨울공기를 가르며 

목사님들이 혀를 차실 불법행위를 즐기고 있었을 텐데 

제게 모두를 거두신 것을 보면 

당신도 같이 수다할 사람이 필요하신 듯 하네요 


더이상 이별은 아프지 않고

눈물은 새롭지 않으며 

당신이 베푸시는 천국의 짧은 희열은 

저를 두렵게 합니다 


주의 나라가 임하소서 

주의 나라가 임하여 

저를 교회로부터 건지소서 

주의 나라가 임하여 

저를 주일학교로부터 건지소서 


당신의 사제들이

저의 피묻은 손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저의 침대를 뒤져보았습니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됐으니

누가 저를 구하리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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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9-19
성숙

희고 고운 비둘기 떼가 흙빛의 파장에 잠긴 우리 동네를 지난다 어린아이들은 돌을 집어 하늘을 향해 던진다 돌아보면, 다 그랬다. 순수한 아이는 순수한 동물을 해맑은 웃음소리 가시기 전에 죽인다. 순수함은 게임이 마치면 마쳐지는 환각이었을 뿐이다 창가를 열고 베란다에 나와 가솔린을 입은 비둘기 떼가 우리 동네를 지나는 광경을 보고 있다그를 해할 수 없어서 자신을 해할 수 밖에 없었던 더이상 인생이 게임이 되는 것이 그쳐버려 미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모든 이들은, 무리에서 뒤쳐져 나는 비둘기한마리에게 저마다에게제일 달콤한 이름을 붙인다

  • 위다윗
  • 2024-09-10
현관문

현관문을 열면 이전의 세상이 닫힌다 열리고 닫히는 찰나까지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유리그릇 깨지는 소리엄마의 비명 소리 아빠의 고함 소리 나는 매번 이 소리들이 모두 나를 이불로 끌어당긴다 생각했었다 현관문을 열면 놀이동산 계단만큼이나 엉켜있는 계단을 하나씩 내려간다 한발 두발 세발 점점 작아져가는 새소리들개소리들원숭이소리들 이 소리들은 이제까지 내가 사람이 되도록 빚어왔다 나의 두발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과연 내가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오늘도 생존해야만 하는 길고양이들에게 길을 묻는다 아침이오면 태양은 나를 땀으로 기름을 바르고 밤이오면 태양이 보고 싶은 나는 눈물을 쏟는다 더이상 농담따먹기 게임은 하기 싫어 더이상 상류층흉내내기 게임은 할 수 없어 더이상 낭만주의 시대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도 더이상 모래사장을 엄마와 나란히 걸을 수도 더이상 치킨 야식을 주문하는 일도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을거야 그러나, 만약 전부를 잃는다면만약 정말 그런 일이 닥친다면 현관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닫힌다

  • 위다윗
  •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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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밴과 스쿱장
    감동했어요

    님 글 좀 쓰시네요

    • 2024-03-16 19:57:20
    다밴과 스쿱장 감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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