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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 작성자 김백석
  • 작성일 2024-03-21
  • 조회수 287

공동묘지 






새가 하늘 위를 활공해도 알길이 없는 

어두운 밤

새삼스럽게 도서관이라는 단어는 

밝게 빛난다

무슨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이란 진부한 묘사가 떠올라 

목욕탕 위에 떠오른 바구니를 짓누르는 어린 아이처럼 

황급히 머리 속 한켠에서 지우고 마는 거야 


도서관의 자료실 앞에 서면 옆쪽의 화장실에서 올라온 지린내와

문을 경계로 왕래하는 미아들의 고독이 섞여

코를 틀어막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악취가 올라온다 


여러 책 중 겨우 서문을 침처럼 박아 넣다 이제야 마음을 다줄 책을 기다린다 

그러나 잡히는 책마다 오래된 고독이 혀를 씹네 

이빨 사이사이 낀 피를 참고 먼지 쌓인 카인의 아들을 집는다 


옆자리 앉은 아저씨의 담배 냄새에 고개를 돌리고 마는 거야 

황순원 아저씨가 창문사이로 지켜 볼까 

황급히 다시 책을 읽지만 

가장 오래된 고독에 불을 붙인 이상 그 연기는 무엇보다 커져만 가

이제 책의 고독은 단순히 사라지고 처음 본 아저씨의 삶만이 타올라

번제처럼


도서관은 죽으러 가는 곳 

죽은 이가 있는 곳 

시지프스의 바위가 되어 낭떠러지로 떨어져야 했던 사람들 


책을 한 패이지도 읽을 수 없어 

언제부터인가 책의 이야기는 현실에 먹혀 한개비의 담배만큼도 위안 줄 수 없음을 

떡진 머리를 모자로 숨킨 아저씨와  땅바닥에 구르는 인형 눈깔에 갇힌 사람들는 고해하고 있었어 


어느새 어린이 도서 칸으로 도망쳐버린 나 

자청비는 환생꽃을 찾았을까 

잊음은 기억 위에 실선같은 상처를 내고

동화를 읽는 것은 불을 잡는 고통 

거울을 볼 수 없어졌다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워서 

바깥으로 도망쳐야하나 

헨젤과 그레텔이 뿌려둔 과자에는 

왜인지 고독이 묻어 있다



김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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