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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에게

  • 작성자 옥상정원
  • 작성일 2024-04-06
  • 조회수 335

같이 뛸래


그가 말했다

시간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던

온통 공백뿐인 겨울이었다


(무심한 얼굴로 일그러진 아침 햇살과

어제와 구분되지 않는 구름의 표정들

물병을 흔들며 너는 왔다 그리고 아마

너는 다시 갈 것이다 자연스러운 은유처럼 

매끈하고 가볍게, 고요하고 아득하게)


우리는 우리가 아는 곳 중에서

누구도 오지 않을

운동장 하나를 골랐다


그와 함께 뛰기도 하고

나 혼자 뛰거나

그가 혼자 뛰거나

트랙을 벗어나 몇 번 말도 나눴다


( — 그날이 오면, 그래서 너는 무얼 할 거라고?)

( — 너를 만나야지. 아니면…) 


어떤 목적 없이 뛰는 건 뭘까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 안이 까끌거렸다

따끔거리는 목, 비릿한 피 맛 그런 것들이

그래도 뛰는 건 뭘까


(동심원으로 슬퍼져가는 나의 오후)


이 원형 운동장만이 나의 길이 되고

중심을 벗어나 외각에서

몇 분의 침묵과 솔직한 감정들을 나누다가


( — 아직도 그때를 기억한다고?)

( — 그럼. 나는 여전히 기억해.)

(…)

(…)


다시 뛰자


그가 말했을 때

나는 왜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던 걸까


또 한편으론 나는 왜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걸까


(2022년 너는 그곳을 떠났고 나는 여전히 운동장 위에 서 있다. 동심원으로 퍼져나가는 울림에 반동하면서. 슬픔의 진폭을 붙잡으려 애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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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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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정원
  • 202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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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상정원
  • 202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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