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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4-11
  • 조회수 282

안녕! 잘자고 있니? 



여기는 너의 꿈이야


너는 이미 베개와 이불속에 묻혀 또 한번의 장례식을 마쳤어




두 눈을 잠시 감아봐

난 너가 이 시를 너의 눈이라는 껍질 너머로 읽기를 바래


“넌 누군데?”


나? 

귀신과 천사 그 사이 좁은 문, 

존재들이 숨을 쉬고 거두고 서로의 몸을 마시고 뱉어내면서도 결국 다시 엉킨채로 사는 세상의 진정한 군주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말하고

오랫동안 말해온 것들을 침묵시키는 정령이야


“난 정말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읽히지 않아. 그래도 신기하게 널 들을 수 있어.” 


너가 무엇을 보는지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애초에 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등이 꺼진 어둔 다락방 속 홀로 흐느껴 우는 가슴으로 보는 거니까


내가 지금 너와 대화할 수 있는 이유도 

너가 아무도 없는 골목길

 문을 닫은 상점들

별이 없는 하늘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핸드폰을 갖고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너와 대화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내가 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유와 같구나. 내가 널 환영해야 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어.” 


넌 이제까지 매번 나를 피해왔지

그렇기에 너에게 아직 나의 신비를 다 보여주지 못했어

그 공포와 아픔과 아름다움과 경의와 감격을 


잠시 후면 너는 다시 두눈을 뜨게 될거야

너의 눈에 떠오르는 태양이 보이기 시작할때

전과는 다른 삶을 살지도 몰라 


너의 감긴 두 눈이 나를 보게 될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너는 내가 누구인지를 물을 거고

나는 너에게 휴지를 건네줄거야 


안녕! 이제 난 존재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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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다윗
  • 2024-09-19
성숙

희고 고운 비둘기 떼가 흙빛의 파장에 잠긴 우리 동네를 지난다 어린아이들은 돌을 집어 하늘을 향해 던진다 돌아보면, 다 그랬다. 순수한 아이는 순수한 동물을 해맑은 웃음소리 가시기 전에 죽인다. 순수함은 게임이 마치면 마쳐지는 환각이었을 뿐이다 창가를 열고 베란다에 나와 가솔린을 입은 비둘기 떼가 우리 동네를 지나는 광경을 보고 있다그를 해할 수 없어서 자신을 해할 수 밖에 없었던 더이상 인생이 게임이 되는 것이 그쳐버려 미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모든 이들은, 무리에서 뒤쳐져 나는 비둘기한마리에게 저마다에게제일 달콤한 이름을 붙인다

  • 위다윗
  • 2024-09-10
현관문

현관문을 열면 이전의 세상이 닫힌다 열리고 닫히는 찰나까지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유리그릇 깨지는 소리엄마의 비명 소리 아빠의 고함 소리 나는 매번 이 소리들이 모두 나를 이불로 끌어당긴다 생각했었다 현관문을 열면 놀이동산 계단만큼이나 엉켜있는 계단을 하나씩 내려간다 한발 두발 세발 점점 작아져가는 새소리들개소리들원숭이소리들 이 소리들은 이제까지 내가 사람이 되도록 빚어왔다 나의 두발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과연 내가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오늘도 생존해야만 하는 길고양이들에게 길을 묻는다 아침이오면 태양은 나를 땀으로 기름을 바르고 밤이오면 태양이 보고 싶은 나는 눈물을 쏟는다 더이상 농담따먹기 게임은 하기 싫어 더이상 상류층흉내내기 게임은 할 수 없어 더이상 낭만주의 시대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도 더이상 모래사장을 엄마와 나란히 걸을 수도 더이상 치킨 야식을 주문하는 일도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을거야 그러나, 만약 전부를 잃는다면만약 정말 그런 일이 닥친다면 현관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닫힌다

  • 위다윗
  •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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