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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며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04-27
  • 조회수 253




새벽 세시 사십분

지나가는 바람소리

편의점 문이 딸랑하며 울리는 소리

가스가 동난 라이터의 부싯돌 소리

학생이 까는 핫식스의 병따개 소리

한집안의 가장의 취한 발걸음 소리


그리고 쓰디쓴 한숨

달디단 하품



꿀꺽꿀꺽 마셨던 핫식스

꺼이꺼이 들이킨 참이슬


사각사각 푸는 문제지

타박타박 걷는 아버지


띠리링 울리는 전화 벨소리

사람이 없는 고독한 길거리

사랑이 있는 뜨거운 목소리


어디야 언제와 일찍와 걱정돼 위험해 조심해 


말로 하지 않는 사랑은

천천히 마중 나오는 발걸음은

어느새 찾아와 어깨를 주무름은 


누구를 위해서


검은 하늘, 검은 콘크리트, 검은 편의점, 검은 담배, 검은 아스팔트, 검은 핫식스, 검은 별

온통 검은 것들 뿐인데

그리고 너는 너, 나는 나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너와

하얀 메리야스를 입은 너가

그녀는 그를 안고

그는 그녀를 안고

정장입은 사람은 살고

교복입은 사람도 살고


새벽 네시 반

잠에 들 시간

곧 동이 틀 시간 


모두 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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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더러운 것이 너무나 많아우리 눈을 감자이참에 확 장님이 되어버리자종이컵 하나에 담긴 커피가 너무 많아넘쳐흘러서쥔 볼펜의 허리가 뚝 끊어져서이젠 몰라우리는 장님손을 잡고 어두운 실명의 길을 걷자검은 것은 평등한 것이니너도 검고 나도 검고 볼 수 있는 것은 검은 것뿐다행이야 저녁하늘이 까매서장님이 되어 본 하늘도 똑같을 테니까깨진 소주병에 피가 묻어나도 녹색의 모서리에 살구색 살점이 묻어도괜찮아다리가 부러졌을 때 하나도 아프지 않아부러져 뼈가 튀어나온 걸 봤을 때 아프지눈을 감아 숨을 쉬어 구름은 복식호흡으로 느끼면 돼푸른 하늘은 어차피 볼 시간 없어괜찮아장님이어도 핸드폰 라이트를 키고 다녀보이지 않더라도너가 날 볼 수 있게

  • 백석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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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 바퀴벌레가 나온다. 사그락 사그락. 침대를 기어가고옅은 노란색의 벽을 기어가고 낮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셀 수 없는 바퀴벌레가 나를 덮치고벽을 덮치고 갈색 문을 덮치고 나는 눈을 뜬다. 존재하던 검은 바퀴벌레는 어디낡은 형광등뿐나는 어디 여긴 어디너는 누구살려줘기름기 낀 내 얼굴나 잠들었나여긴 내 침대여긴 학교 여긴 대한여긴 아시아여긴 지구근데 여기에 왜 바퀴벌레가……불안한 내 눈 달달 떨며거울을 바라보니 그레고리 잠자!넌 바퀴벌레!육족보행을 하는 사람들!

  • 백석
  • 2024-07-02
모기대왕

고인 물에 모기가 산다 모기는 알을 낳고 모기유충은 살아간다. 여름이 온다 나는 재채기한다 나는 감기에 걸렸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쓴 시들이 이별을 암시한다는 걸. 여름이 오고 있다 여름은 봄의 다음, 새로운 정열.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인다.담배 한 대 붙인다 목을 때리고 들어오는 연기와 캡슐의 씁쓸함 길게 느러진 노란 가래그녀는 모른다. 내가 담배를 핀다는 걸. 모기가 기숙사의 빈 통로를 배회한다 목적은 더러운 땀내를 찾아, 내 씨앗을 뿌리기 위해, 빨간 피를 탐하기 위해. 후회란 무엇일까 그녀는 나를 후회한다 그랬다 나는 웃는다많이 웃었다 그때누우면 대충 걸어 논 빨래감들이 보인다땀내가 지독하다. 모기가 누런 단칸방에 붙어있다 나무로 된 이층침대에는 먼지가 날리고 모기는 가장 역한 부분을 찾는다나는 기침한다. 더러운 가시로 역한 곳을 찌른다. 북향의 창에서짓눌린 석양이 보였다. 득득 긁는다피가 난다모기 자국. 재채기했다. 거기에 물이 고여있나 보다그녀는 나를 모른다 너는 나를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잠언을 뱉었다. 피를 빨았다. 다시 시를 쓰길 시작한다. 다시 피가 검고 얇은 가시로 빨려 들어간다. 너는 나를 알아야 하는데나는 헤매이지 못하는 검은 바람벽다시 시를 쓴다. 다시 피를 빤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무심코 기침이 나왔다. 피가 울컥하고 나왔다. 그는 분명히 읊조렸다. 미안해, 미안해.

  • 백석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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